후두둑.민석이 큰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쏟아냈다.수백,수천개쯤 쌓인듯한 까만색의 볼펜들.민석이 당황한듯 인상을 찌푸리는 찬열을 올려다봤다.보여?
"내가 지금까지 썼던 볼펜들이야.난 한번도 자유로워 본적이 없어."
이것저것 거칠것없이 행동하는 너와는 달라.말속에 담긴듯한 또다른 의미.찬열이 그의 눈빛을 파고들었다.벗어나고 싶어?널 구해주길 바래?마주한 눈이 바다처럼 일렁였다.찬열이 무기력하게 놓여진 민석의 손을 잡았다.민석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나랑 찾아,네 자유."
찬열의 씩,하고 웃었다.그의 음성은 날개가 되어 민석의 어깨에 돋아났다.
-
1.
"말해봐."
"뭘?"
"아무거나.네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지,뭘 하고 싶은건지.그냥 다 말해봐."
"음.."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할까.민석은 입을 열 수 없었다.찬열은 그런 민석을 내려보면서도 재촉하지 않았다.그저 민석이 말을 꺼낼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눈을 감고 고민하던 민석이 폭,하고 한숨을 쉬었다.생각해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어 막막했다.나는 그저,
"아무것도 없어.내 머릿속엔 교과서밖에 없거든."
"좋아."
나를 구해줄 네가 필요할 뿐.다른것은 필요없어.찬열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듯 어깨를 으쓱였다.
방과후에 지정돼있는 루트를 벗어나는 것은 매우 드물었다.갑작스런 호출이라거나,가족모임등의 스케줄이 아닌이상 민석은 그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반복이랄것도 없이 자연스러워져서 반감보다는 지루함이 컸다.오늘처럼 나중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집을 나선적도 없었다.일탈.민석이 기분좋은 미소를 띄웠다.가을의 선선한 날씨도 좋았고,제 어깨에 팔을 두른 찬열도 좋았다.흥미롭고,나른했다.항상 지니고 다니던 긴장은 내려놓은지 오래였다.
"무슨생각해?"
"그냥.날씨좋다고."
"나랑 같이 있어서 좋다고 해도 되는데."
찬열이 민석을 내려다보며 웃었다.민석의 표정이 순간에 굳은것을 알고는 농담이라며 어깨를 툭,하고 쳤다.그제야 민석도 표정을 풀고 장난스럽게 웃었다.찬열의 말이 머리에서 맴돌았다.박찬열과 같이 걷는게 좋다.박찬열과.같이.
민석이 인상을 찌푸렸다.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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