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누구든 괴롭기 마련이다. 아무리 사이좋은 연인이어도 밖에 있는 한은 스킨십을 잘 하지 않을 마련이니까.
하지만 평범한 연인 사이가 아닌 우리 둘은 뜨거운 햇빛 아래서 손을 잡고 있다.
정말 아무 말을 하지 않은 체 손만 잡고 있다. 얼굴을 한 번씩 보며 살짝 미소를 지어본다. 지금은 서로의 표정만으로도 지금 서로의 심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손에 아무리 땀이 차도 우리는 손을 놓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시간을 차지할 마지막 시간이니까.
이렇게 길을 걸어가다 보면 남의 시선도 신경이 많이 쓰이게 된다. '이런 시선은 너무 부담스운데.. 차라리 손 놓고 싶어' 이런 생각을 하며 바닥만 보고 있으니 태형은 내
표정을 한번 흝더니 입을 열어 말을 꺼내었다.
"부담스러워 하지마. 이게 우리의 마지막이잖아"
어떻게 알았는지 한 마디를 꺼내고 웃어 보인다. 섭섭하지도 않는 것일까나..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슬프면서 서로를 가장 오래 생각할 시간을 갖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가로수길에 세워져있는 나무들. 괜히 서로를 생각한다는게 싫어져 주위 풍경만 보고 생각하게 된다.
아, 벚꽃보고싶다. 이미 볼 수 없는 나무란 걸 알면서 괜히 보고 싶어 진다.
"벚꽃 보고 싶다"
"벚꽃? 지금은 못 볼텐데.."
마치 보고 싶을 때 안 보고 싶고 볼 수 없어져야 보고 싶은 것처럼. 마치 지금 너랑 나 같다고 해야 할까. 솔직히 처음 사귈 때로 정말 서로를 사랑해서 사귄 것은 아니었다.
서로가 조금 호감이 생기기 시작해 바로 사귀기 시작했고 중간에 바람을 피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이건 아니다 싶어 서로를 사랑하는 척 행세를 해주었다.
'안아줘', '데리러 와줘', '뽀뽀해줘', '사랑한다고 해줘'. 등 겉보기에 정말 사랑하는 사람처럼.
그래, 대부분 이렇게 지내었다. 하지만 우리 사이가 곧 끝날 때 즈음.. 즉 우리가 서로 헤어지기로 결심한 때 서로가 조금은 사랑한다고 느꼈다.
근데 어쩌겠나.. 벌써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많이 만들어 놨건만. 아니, 그래도 사귈 수는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사회는 어떠한가. 결코'동성애자'를 이해해주지도 반
가워하지도 않는 사회. 오히려 싫어한다며 혐오스럽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난 이 사회를 받아들이려 했고 태형이는 동성애자가 왜 이해를 받아하냐며 미안하다고 내 앞에서
울었다. 분명 나도 초반에는 태형이와 같았는데 말이다.
어느새 한 마디도 꺼내지 않으며 손만 잡고 있었다. 그러다 오랜 정적 속에 태형이는 갑자기 자신도 나무를 보고싶다고 말을 꺼내었다. 나는 대답은 해줘야 할 것 같아 무슨
나무를 보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난 소나무."
"소나무? 거의 매일 보잖아"
"그래서 더 보고 싶어. 자꾸 익숙해지니까 무심 경해져서 결국 다른 나무만 찾게 되잖아"
아마 태형이도 지금 우리 사이를 비유한 걸지도 모른다.
이렇게 한참을 손을 잡고있다 손을 놓고 마지막으로 '사랑해'라고 말해주었다. 처음으로 낮에 만나 밤이 될때까지 손을 잡아 보았다.
살짝 아쉬운 점은 이때까지의 일 들을 생각할 수 있는 날이 마지막 날에 찾아와버렸다는 것 이다. 조금만 더 일찍 찾아왔으면 좀더 오래 같이 있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조금의 여유도 없이 우리의 사이는 마무리가 되었었다.
이젠 맴맴- 거리는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들리지도 않는 것만 같다.
+) 짧고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