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금이긴 브금인데 안 듣는 걸 추천함 |
남우현이 찾아왔다니. 선영이 집에 있었을 시간이라면 분명 오전이었을 것이다. 빌어먹을 김성규, 회사가 원망스러워졌다. 우현이 어땠어? 아직도 예뻐? 선영의 어깨를 붙잡고 쏘아붙이자 귀찮다는 듯 어깨를 털어낸다. 밥 먹고 말해줄게. 몇 달만에 고기를 먹는 건데. …아니다. 선영이 걸음을 멈췄다. 붉은 빛이 선영을 감쌌다. 마치 불에 타고 있는 것 같다.
“확실히 옥탑방에서 썩었을 때보다 얼굴은 좋아졌더라.”
툭툭 내뱉는 말이 모두 하나같이 창이 되어 가슴에 박혔다. 그런 말은 좀 순화해서 해도 괜찮은데. 괜히 소심해진 것 같다. 이게 전부 남우현 하나 때문이라니. 또다시 목이 바짝 말라간다. 마른 세수만 두어번을 하고 고개를 왼 쪽으로 돌리니 전신 거울에 제 모습이 비친다. 똑같은 헤어스타일, 똑같은 녹색 추리닝, 똑같은… 난 여전히 그대로인데 우현만 달라졌단 사실이 꽤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오히려 잘된 일이기도 했다. 만약 그가 제 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저는 저대로, 그는 그대로 힘들었을 것이다. 성규는 지금 억지로라도 우현을 이해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느새 이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이년, 그 이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본인만 하더라도 제대로 된 일은 절대 못 할 줄 알았는데 취업에 성공했고, 꽤 큰 변화가 맞을 것이다.
성규와 우현은 서로에게 이기적이었다. 타인이 본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맞추는 이상적인 연애를 하고 있다고 보였을테지만, 본인도 본인의 이기심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 성규와 우현, 둘의 유일하면서 또 잘못 된 도피처였을 것이다. 아, 고기고 나발이고 먹을 기분이 도저히 안 나네.
“선영.”
“예, 왜 불렀어?”
“내 고기, 네가 다 먹어. 오빤 너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
헐 진짜? 무르기 없음! 뭐가 그리 좋은지 방방 뛰어대는 선영을 뒤로 한 채 옥탑방을 향해 올라갔다. 우현이 떠난 그 날은 우현이 두 번째로 제게 이별을 고했던 날이다. 아직도 우현이 제게 했던 말을 기억한다.
‘성규 형.’
‘응.’
‘우린 온점이 아니에요, 콤마일 뿐이야. 쉬어가는 거고,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콤마가 원래 그런 거잖아요.’
애써 건넸듯이 벌벌 떨리는 목소리의 우현과 다르게 저는 담담했다. 혹시라도 저 어린 아이가 울면 어떡하나, 아이를 어르고 달래기엔 제 처지가 형편이 없어 오로지 울지 않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우현은 눈물을 보이지도 않았으며 떨리던 목소리도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저 역시 그런 우현에게 욕을 할수도, 붙잡을 수도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이건 억지였다. 자의라곤 눈곱만큼도 들어가지 않은 억지.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한순간에 사람이 이렇게 될 수도 있나,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동거를 갓 시작했을 때 우현이 귀엽다며 사온 거대한 쿠션에 얼굴을 묻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우현의 향이 나지 않는다. 집 안 곳곳에 우현의 흔적은 남아있었지만 우현의 존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사람이 죽으면 목소리를 제일 먼저 잊게 된다고. 우현이 딱 그 꼴이었다. 우현이 죽은 건 아니지만, 성규는 선영의 목소리에서 우현을 찾고 있었으니 그렇다고 쳐도 문제가 될 건 없는 것 같다. 어느새 해가 졌나보다. 불투명한 유리창 너머가 보랏빛에서 군청빛으로 물들었다. 노을이 보이지 않더라도 좋으니 해가 떠 있음 좋겠다. 어둠이 오면 혼자라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져 정말 미칠 거 같기에.
현관으로 들어오면 바로 옆에 있는 전등 스위치를 누르러 일어나기가 귀찮기만 하다. 그냥, 어두운 채로 있어야지. 저녁이 되니 숨쉬는 게 한결 편해진다. 후덥지근하긴 낮과 마찬가지인 내부의 공기가 온 몸을 간지럽힌다.
“…규!”
“…….”
“…성…규!”
목소리, 어린 사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우현이? 우현인가? 곧장 몸을 일으켜 창문을 열어젖히자 보이라는 아이는 없고 앞 집 조무래기가 저를 반긴다. 그냥 문을 닫아버릴까. 허탈함에 웃음만 나온다. 미친 놈처럼 실없이 웃자 앞 집 놈이 눈에 띄게 몸을 움츠린다. 미친 새끼. 욕이 들린 거 같기도 하고? 또다시 몸 안 쪽이 간질간질하다. 하루에 샤워를 몇 번씩이나 해도 이 느낌은 떨어지지 않는다.
“왜 불렀는데.”
“아까 던진 참치 좀 다시 줘. 저녁 먹으려고 하는데 반찬이 없네, 에라이 씨팔.”
“주둥이 좀 예쁘게 놀려라. 입도 아냐 넌, 주둥이.”
허리를 굽히자 어둠 속에서도 캔은 빛났다. 이걸 옮기기도 귀찮았던 건지 캔이 떨어졌던 그 자리에 고이 놓여져 있는 걸 보고 웃음이 나왔다. 별 거 아닌 걸로 자꾸 웃게 된다. 참치라, 우현이는 참치 못 먹었는데. 캔을 한 손에 쥐고 몸을 일으키자 두 손을 뻗어 받을 자세를 하고 있는 놈이 보인다. 비장한 표정에 비키라고 턱짓을 했다. 혹시 얼굴에 맞기라도 하면 손해 보는 건 그 쪽보단 이 쪽이었으니.
“그냥, 던져요. 힘도 없어 보이구만.”
“닥쳐 김경수.”
“김경수가 아니라 김명수요, 김경수는 어떤 새낀데.”
“김명수가 더 촌스러워, 경수가 훨씬 나은 거 같은데.”
명수의 얼굴이 보기좋게 일그러져간다. 아오 저 사람은 어떻게 좋게 보이는 법이 없냐. 발악하는 명수를 한심한 듯 바라보곤 대충 참치캔을 던졌다. 창문 안으로 안전하게 들어간 캔을 끝까지 보다 고개를 들었다. 못 사는 곳이라긴 해도 서울은 서울인가봐, 우현아. 한 두 개 보이는 별들을 뒤로 한 채 다시 바닥에 드러누웠다. 여름 밤, 봄, 가을, 겨울의 밤 하늘보다 여름의 밤 하늘을 보는게 제일 묘하다. 뜨겁고 습한 공기가 얼굴을 감쌀 때 꼭 바람이 한 번씩 분다. 그 바람에 모든 걸 태워 보내면 잠시라도 후련해지는데, 이번 여름은 바람이 한번 불지 않는 거 같다. 검지를 들어 콤마를 찍었다. 온점이 아니라 콤마라, 그 다음 이야기가 언제 이어질 진 모르겠지만 우현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땐 꽉 안아주리라 결심했다.
아 브금 똥인 거 같다^ㅜ^.. 짱짱 안 어울려요.. 성우 인기 많아져서 겁나 좋다 행복해요 글잡에도 성우가 활발해지고 아 짱짱 겁나 좋아 (춤추능)
오랜만이에요 곧 공지로 다시 정식 인사 드릴게요 사랑합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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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토스 당첨 잘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