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락. 맨발 아래로 느껴지는 감촉에 세훈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맨발로 산책을 나가는 것은 어릴 적 그 날 그 아이를 만났을 때부터 가지게 된 습관이었다.
이 행동이 그 아이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세훈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마치 어느 누군가가 자신을 세뇌시킨 것처럼 원인을 알 수 없는 결과만이 머릿속에서 떠돌았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했다.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던 인영을 만났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세훈은 맹세코 단 한 순간도 그 아이를 잊어본 적 없었다.
"아..."
발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함께 회상에서 깨어난 세훈은 제자리에 앉아 자신의 발을 살폈다.
뾰족한 나뭇가지에 찔렸는지 발에서는 꽤 많은 양의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상태로 집까지 가는 건 무리려나"
도와줄 사람이 없을까... 주변을 살피던 세훈의 눈에 나무 뒤에 숨어 있는 인영이 들어왔다.
나무가 모두 가리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나무 사이로 신비한 색의 눈이 세훈의 눈에 들어와 박혔다.
잠깐이었지만 그 눈동자는 잠깐으로 충분할 정도로 아름다웠고 그 아름다움은 세훈을 움직이게 했다.
다친 것도 잊은 채 나무로 다가가 인영에게 손을 조심스레 내밀던 세훈은 갑자기 무언가에 의해 뒤로 눕혀졌다.
인영이었다.
그 아름다웠던 눈동자는 어느새 탐욕을 머금고 세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탐욕이 깃들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세훈은 생각했다.
세훈의 시선은 다시금 그 인영의 얼굴을 향했고 문득 인영의 입가에 삐죽이 나와있는 송곳니를 발견했다.
"우리 마을 숲에 뱀파이어가 산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진짜일 줄은 몰랐네"
그 말을 들은 인영의 손에서 미약하게나마 힘이 빠졌다. 세훈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반동을 이용해 자신이 인영의 위로 가도록 자세를 반전시켰다.
"일단 나는 순순히 피를 헌혈할 생각이 없거든. 더구나"
인영을 가벼운 눈길로 훑고 한 쪽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인 세훈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우리 자세는 이게 더 적합한 것 같은데?"
그 말과 동시에 세훈의 아래에 있던 인영의 눈에 무언의 처연함이 깃들었다.
"너도 내가 능력 없는 뱀파이어라고 무시하는거지"
능력 없는 뱀파이어? 세훈의 의문스러움을 느낀 것인지 인영은 세훈을 밀치고 일어났다.
"난 능력이 없어서 사람도 못 홀려. 그러니까 너 같은 인간한테도 깔리기나 하지."
세훈이 입을 열려하던 순간 고개를 늘어뜨린 채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인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추해..."
세훈의 발걸음이 인영에게로 향했다.
"예뻐"
인영의 시선이 세훈에게로 향했다. 입술을 꾹 다문 채 세훈을 바라보는 눈빛은 슬픔만이 가득했다.
"거짓말 하지마. 나는 사람을 홀리는 능력도 없어. 그런 내가 예쁠 리가 없잖아"
인영의 슬픈 시선을 느낀 세훈은 무릎을 굽혀 자신과 인영의 눈높이가 같아지도록 했다.
"거짓말 아닌데. 넌 예뻐"
자신의 눈을 가르킨 세훈은 말을 이어나갔다.
"봐 완전히 너한테 홀린 눈이잖아. 지용아"
자신을 바라보는 지용의 시선을 느끼며 세훈은 미소지었다. 어릴 적 자신이 만났던 아이가 어릴 적 그대로 자란 것에 기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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