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4 # 형 |
by.팊
" -쑨양, 술 마실줄 알아? "
" -음? 뭐를? "
이라고 멍청하게 대답을 하고서 순간 합.하고 또 입을 다물었다. 힐끗 태환을 보니 얘는 진정 바보인가. 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입술에 힘을 줬더니 양쪽 입꼬리가 쭉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시선만 데구르르 굴리다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태환은 그제야 바보. 라고 하는 듯한 시선을 돌린채 종업원을 불러 술을 주문했다.
" -Park, 술 잘 마셔? "
" -못 먹는건 아니지. "
" -Park, 취하면 혼자 둘거야. "
" 허허, 반사다 이놈아. "
소리내서 웃던 태환은 무어라 말했지만, 한국어라 알아 들을 수 없었다. 무슨 말이냐고 되묻자 태환은 별거아니라며 손을 내저었다. 무슨 말일까.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꼭 인터넷에 검색해봐야겠다. 궁금한건 절대 참을 수 없다.
" -더 드시겠어요? "
어디선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찬을 리필 해주던 종업원의 목소리였다. 입안에 쌈을 문채 우물거리다가 문득 테이블을 쭉 훑었다. 어마어마한 접시들이 쌓여있었다. 순간 움찔하고는 가만히 여지껏 먹은걸 떠올렸다. 둘이서 벌써 고기 12인분을 뚝딱했다. 거기에 밥 3그릇까지 먹었으니, 종업원의 표정은 그야말로 또 쳐먹을거냐 돼지들아. 하는 눈이였다. 힙겹게 입안의 쌈을 꿀꺽, 넘긴 나는 뺨을 긁적이며 태환을 바라봤다. 태환도 정신줄 놓고 먹은걸 이제야 깨달은듯 멋쩍게 웃으며 테이블을 보고 있었다. 우리는 고기를 아주 조금 더 시켰고, 이번엔 천천히 이야기를 하면서 먹기로했다. 이미 예전에 시킨 술이 미적지근하게 식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 -이건 소주야. 소주. "
" 쇼‥쥬우? "
태환은 초록빛의 술병을 들고 가리키며 내게 이건 소주라는 한국 술이라고 알려줬다. 버벅거리며 따라말하자 태환은 잘 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척! 하고 들어보였다. 그리고 해사하게 웃어줬다. 프흐흐흐, 하는 바보소리가 난거 같았지만 나 또한 그렇게 그를 따라 웃었다. 자동반사 인것만 같다. 그가 웃으면 나도 웃었다. 나만 이런건가‥? 작은 술잔에 쪼르르르 하는 소리를 내며 투명한 색의 술이 담겼다. 멀뚱히 보고있자니, 태환이 흠. 하는 소리를 내더니 내게 비어있는 작은 술잔을 건내주었다. 고개를 기우리며 눈만 꿈뻑였다. 왜 빈잔을 주는거지?
" Korea culture! "
" -두 손. "
" -내가 나이가 많으니, 쑨양은 두손으로. "
" 짠-. "
아, 뭔가 무척 귀여운 한국어였다. 헤죽 웃으며 보고 있다가 술을 한번에 털어 넘기는 태환을 보며, 따라서 나도 한번에 털어넣었다. 크으! 하는 태환의 목소리가 들렸고, 뒤따라 나 역시 자연스레 크~ 하는 소리가 나왔다.
" -한국 술, 깔끔해. "
" -그래? "
" -중국 술, 아파 목. "
서로 긴 대화는 안되기때문에 짧은 영어를 사용했지만, 우리는 나름 도란도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싸하게 취기가 올라올때쯤에도 우리는 여전히 고기를 먹고있었다. 종업원은 이제 우리를 포기한듯 보였다. 언제 이렇게 또 그와 밥을 먹을 수 있을까. 나는 아마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거같았다.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는 양쪽 뺨이 붉그스름하게 물들어있었다. 그 모습이 또 그렇게 귀엽고 예뻐보였다. 불현듯 나는 또 그가 여자였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
" 어이, 양이. "
쑨양이 눈을 깜빡였다. Me? 하며 그 긴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가리키자 태환은 그래, 너. 하고 한국어로 대답했다. 쑨양은 태환의 작은 고개짓에 자신을 부르는게 맞다는걸 알아들었다. 태환은 취기가 오르는지 뒷목을 쓸어내며 숨을 길게 내뱉었다.
" 태환, Are you okay? "
" 형. "
" What? "
" .....? 허…헝? "
태환은 쑨양의 불안한 발음에 손가락을 강하게 내저으며 자신의 입을 보라는듯 입술을 가리킨채 발음을 길게 늘려주며 또박또박 말했다. 당연히 혀는 꼬여있었지만 불가항력이였다. 진지한 태환의 얼굴에 쑨양 역시 덩달아 진지해져서 흐린 시야를 눈을 가늘게떠서 빤히 바라봤다.
" -우리는 아시아인! 위 아래는 똑바로 해야지. 그치? "
태환은 술을 따르다말고 그를 흘겨봤다. 그러자 쑨양은 움찔하고는 뺨을 긁적였다.
" -음‥ 그건…, 중국은 실내에서 훈련을 하니까. "
" -니 코치도 호주 사람이잖아. "
" -나는 호주에서 오래 훈련하지 않았어. "
" -컨디션의 차이였을 뿐이야. "
" ....... "
쑨양은 술잔을 채우다만채 시선을 들어 그를 보았다. 그의 눈은 살짝 풀려있음에도 흔들림 없이 쑨양을 바라보고있었다. 쑨양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태환은 전혀 개의치않은듯 무표정으로 그를 보고있었다.
뭔가 울컥하는듯 태환은 말을 삼겼다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눈을 깜빡여 쑨양을 다시 마주봤다.
" -아직 더 수영하고싶어 난‥, 왜 그렇게 빨리 쫓아온거야. "
" 태환? "
" 형. "
" why? "
" -내가 싫어? "
" like you! "
" hat... 아, 난 너 싫다고 개새끼야! "
억양이 강한 한국어로 된 욕에 쑨양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욕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겨졌다. 쑨양은 자신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그를 보며 이제 슬슬 한계에 닳은듯 일그러졌던 얼굴이 풀리며 무표정으로 변했다.
" 형‥. "
쑨양은 나름 화나서 목소리를 가라앉힌채 말을 했음에도 태환은 자기 이름만 알아들었기에 형이라며 닥달같이 우겼다. 금새 쑨양은 다시 특유의 입꼬리가 내려간 표정이 되어 형. 이라는 존칭을 붙이고 추욱 늘어져있었다. 태환은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중국어로 말하지마. "
" -한국어로 말하지마. "
" -나도 싫거든? "
" -뭐? "
쑨양은 쌤통이라며 따박따박 말대답을 했고, 술에 취한 태환은 더이상 할 말이 떠오르지않는지 끄응, 거리더니 불쑥 팔을 내밀어 그의 뺨을 냅다 잡았다. 그리고는 옆으로 쭈욱 늘렸다.
" [아.아.아!아!! 아파! 형! 아프다고!!] "
" 가자가자. "
" go! to the bed! "
쑨양은 어느새 태환이 말하던 말을 익혔는지 한국어로 말을 했다. 태환은 익숙한 한국어에 고개를 들어 그를 보다가 잘했어. 하면서 또 베시시 웃었다. 그리고는 팔을 뻗어 그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듯 쓰다듬어 주었다. 쑨양은 또 그게 좋다고 얌전히 웃으면서 있었다.
" No. "
" -그치만 많이 취했어, 형. "
" But…. "
" -천천히, 좀 더 천천히 따라와. 우리가 계속 친구일 수 있도록. "
" [‥뒷모습만 바라보기엔 너무 지쳐버린걸.] "
" 박태환. "
" 예‥. "
입술이 자꾸만 삐죽삐죽 튀어나왔다. 그런 내 모습에 코치님은 딱밤을 따악-! 하고 때렸다. 악! 하며 머리를 움켜쥐자 코치님이 아프냐며 더 맞아보라고 달려들었다. 다른 형들이 말려주었기에 망정이지 경기전에 머리에 혹 하나를 달뻔했다. 미간을 꾹 움켜쥐던 코치님은 안되겠다고, 차라리 들어가서 쉬고 저녁 훈련을 빡시게 하자고 한 뒤 숙소로 돌아가라고 했다. 죄인은 말이 없는 법이오, 죄송합니다. 라며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고, 체력단련실에서 나는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나는 아직도 어질어질한 머리를 움켜쥐고 침대에 풀썩, 누웠다. 내 몸에서 술냄새가 나는듯 해서 기분이 나빴다. 다시 벌떡 일어나 차가운 물에 몸을 적셨다. 개운한 느낌과 함께 조금씩 술이 깨는거 같아서 기분이 금새 좋아졌다. 역시 나는 물이 좋은거 같다. 시원한 물로 몸을 씻어내리며 미간을 살짝 움켜쥐었다. 그리고 어제의 일을 회상했다.
다시 쑨양을 만나면 그 날 반말을 엄청나게 해댄거에 대해서는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내가 형은 맞지만 그래도 대뜸 반말을 찍찍 뱉어댔으니, 기분이 나빴을것이다. 평소 나는 나이가 벼슬이냐는 생각을 하고 살았기때문에 더더욱 미안해졌다. 그‥ 싫다고 아주 쏘아붙은 것도 역시 사과해야겠다. 다 씻고나서 속옷 하나만 걸친채 머리를 말리는둥 마는둥 하고서 침대에 다시 드러누웠다. 푹신푹신 하니 다시 잠이 솔솔 몰려왔다. 눈을 뜨자 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왠지 쑨양의 얼굴이 보이는거 같았다.
" 뭔데 내 머리를 이렇게 아프게 하냐, 똥강아지새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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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블라. " 영어
" 블라블라. " 한국어
" [블라블라] " 중국어
팊.
어헣ㅎㅎ허헣ㅎㅎㅎㅎ 축구보고나서 완전 기절했네요 ㅇ<-< 늦어서 죄송함다...스릉흡느드......ㅁ7ㅁ8
ㅋㅋㅋㅋㅋ 참고로 제 글은 쑨환 보다는 태환이형을 존경하는 쑨양이 라는 느낌이라서
태양의 느낌이 강해요 ㅎㅎ... 이..읽는 분 마음이게치만....☞☜...ㅁ7ㅁ8
암튼 재밌게 읽어주세요! 다음편에서 끝날 예정입니다~ 메일링에 관한건 제가 아직 한번도 해보지않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처음쓰는 글이라서 ㅠㅠㅜㅜㅜㅠㅠ 다음편에 뵈요 ㅠㅜㅜㅜ
(참고로 글에 있는 쑨양이 말한거 중국 술은 목 아프단거..사실이에여...ㅎㅎ 중국술 짱...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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