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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는 내 세상의 전부였다. 너 또한 내 세상의 전부였다. 만약 하나를 잃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친구와 오랜만에 시내에서 좀 있음 있을 너와의 1000일 이벤트 준비를 하고있었어. 요즘들어 연습생 생활한다고 얼굴을 많이 못봐서, 천일인거 기억은 하려나 모르겠네.

한참을 이벤트 용품준비로 정신이 없는데 전화 한 통이 들어왔어. 네 번호길래 얼른 받았지


"재환이야?"

'아. 이재환씨와 관계되시는분 맞으신가요?'

"네? 잠시만요 잘 안들려서"


분명 니 번혼데 왠 낯선사람이 네 핸드폰을 잡고있는거야.


"네.누구시죠?"

'병원인데요, 이재환씨가..'


TV에서 나오기만 하면 우리둘다 식상하다며 TV를 꺼버리곤 했었잖아. 그런데, 정말 TV에서만 보던 진부한 장면과 함께 의사라는 사람 목소리가 내 귀로 흘러들어가는거야. 니가 교통사고가 났대. 지금 수술중이라고 빨리 오시라고.

주저앉을뻔한걸 받아준 친구가 대신 전화받고 얼른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들어갔어. 아직 수술중이라서 널 바로 만날 수는 없다고 설명해주시더라.

그때까지도 모든게 다 꿈만 같았어. 혹시 오늘이 천일인줄 잘못알고 니가 이벤트 꾸미는게 아닐까란 생각도 하게 되더라. 아니라고 소리치다 결국엔 수술실앞에서 무릎까지 꿇으면서 평소엔 믿지도 않는 신을 간절하게 찾아댔어. 

몇시간 뒤, 의사선생님이 나오시고 수술은 잘됬다고 하셨어. 신께 처음 부탁한 일이었는데 다행히 들어주셨나봐.

그런데...그동안 신을 믿지않고 이렇게 갑자기 찾아서 신이 약간 노하셨던걸까..

신이.. 네 목소리를 앗아가셨대. 어떻게, 그럴 수 있니. 이제 몇달 뒤면 너는 데뷔를 해야하는 가수였는데..

의사선생님이고 간호사고 울며불며 무릎꿇고 빌었어. 제발, 그건 아니라고, 너 가수해야 한다고, 네 목소리 좀 살려달라고..

의사선생님은 고개를 저으며 간호사들과 함께 내 어깨를 두드리며 자리를 뜨셨어.

정말, 울다 실신하는 여배우들 보면 이해가 안갔는데, 그럴 수 있는거더라. 정신을 잃었었나봐.

..꿈을 꾼 듯해. 니가 피아노를 치면서 내게 노래를 불러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피아노 건반들이 부서지면서 니 손을 파고들더니, 너는 괴로워하면서 손을 목으로 가져다댔어. 건반조각이 하나 둘 니 목에 박히고, 너는 나를 보며 입모양으로 말을 건넸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니 입모양만 보이던 난 꿈에서 깨버렸어.

내가 깨어난 걸 보고 이제 가도 좋다는 간호사의 말에 나는 너를 찾아갔어.


병실 문을 열자 너는 깨있었더라. 침대위에 앉아서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었어.

"재환아."

내가 널 부르자 너는 내 말을 듣곤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지. 너는 손가락으로 너의 목을 가르키곤 엄지로 니 목을 긋는시늉을 하며 나를 쳐다봤어.

이게..지금 내가 신호하는게 진짜야?

억울한 표정으로 내게 눈짓하는 너에게 난 그저 주저앉아 엉엉 우는 수밖에 없었어. 널 보면 울지 말아야지. 절대 안울어야지 생각했는데, 생각과 현실의 차이는 너무나도 컸더라.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울고있는데 너는 아예 힘이 들어가지 않는 성대에 힘을 줘가며 소리를 내려 노력해. 무릎위에 떨군 고개를 들고싶지 않았어. 고개를 들면 니가 괴로워하는 표정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보였으니까..

쇳소리가 멈추고 나는 고개를 들었어.

내 눈앞에 보인 광경은 너와 나,우리가 죽어서도 잊지 못할 장면이 되겠지..

니 손으로 뽑은 링거바늘,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등으로 시트위에 너는 글을 썼어. 그제서야 나는 네게 다가갔어.


'노래하고싶어'


이제 더이상 흐를 눈물이 없는지 나는 빨개진 눈으로 널 쳐다봤어.

남자는 태어나서 딱 세번 우는거라며 한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넌데..

내 눈과 마주친 너의 눈엔 눈물이 잔뜩 맺혀있고 얼굴엔 눈물자국이 덕지덕지 묻어있어. 나는 너를 바라봤고 너는 계속해서 글을 썼어.


'죽고싶어'


나는 네 손등을 잡으며 너를 꼭 안아줬어.


"재환아. 아니야, 아니야 다 괜찮아 괜찮을꺼야, 울지마, 착하지? 울지마.."


너의 어깨가 떨리고 나도  떨리는 손으로 가만가만 널 토닥여줬어. 네 눈물로 피에 젖은 침대 시트가 붉게 번져가고 있어..


네가 병실에 입원한지 7일째 되는 날이야. 난 아직도 악몽을 꿔. 항상 너의 입모양을 보고 끝나버리는 꿈. 오늘도 꿈속에서의 네 입모양을 머릿속에 가득 집어넣으며 너를 만나러 가.


"재환아"


이틀정도 나를 보며 인사도 받아주지 않고 이불을 덮어쓰며 자는척을 하더니 이제야 날 좀 봐주는 듯 너는 노래를 듣다 내가 뺀 이어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예전의 해맑은 미소는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했지만 언젠가 다시볼 수 있겠지. 사과를 깎으며 나는 여느때와 똑같이 음악감상을 하고있는 네게 물었어.


"뭐들어 재환아?"


너는 내게 핸드폰의 액정을 내게 비춰. 항상 똑같아. 니가 듣는 노래는.. 니가 데뷔할 앨범의 타이틀곡. 녹음을 하자마자 나에게 달려와서 들려주던 니 노래. 

내가 또 주책맞게 울고있었나봐. 시트위로 떨어지는 내 눈물에 너는 그런나를 꼭 안아줘. 바보야. 위로받을 사람은 넌데 왜 항상 니가 위로를 하는거야.

울음을 그치고 나는 황급히 다시 사과를 깎으며 네게 목소리를 들려줘.


"우리 재환이는 다 이겨낼꺼야, 그치?그럼. 우리 재환이가 어떤앤데"


사과를 찍어 너의 입에 가져다 대면 너는 사과를 잘 받아먹으며 나에게 웃어보였어. 예전의 미소에 비하면 지금의 입꼬리는 새발의 피였지만 그래도 괜찮아.

아직 니가 이렇게 웃어주니까. 하지만 그 웃음이 거짓이었다는걸 바보같이 미련한 나는 눈치채지 못했어.


오늘따라 유난히 잠이 오지않았어. 이러면 너를 만나러 가는데 지장이 생길꺼 같아 갖은 노력을 다 해 새벽에 겨우 잠들었던 것 같애. 

또 같은 꿈이야. 부서진 건반들이 너를 다치게 만드는 꿈. 항상 똑같은 자리에서 끝났만 오늘은 다른 결말을 맞이했어.

항상 너의 입모양이 가까워지면서 끝났지만 오늘꿈에 나온 너는 피를 흘리며 피아노 의자에 앉아 쓰러지는 모습이었어. 

꿈에서 깨자마자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황급히 준비를 하고 너를 만나러 가는길이야.  병원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새도 없이 3층에 있는 병실로 뛰어들어가.

벌컥 열어제낀 병실안에 너는 없었어. 1인실이라 너를 본 사람도 없어 답답하기만 해.

화장실을 가봐도 니가 없어 침대위에 앉는데 봉투하나가 밑에 있더라. 설마하는 마음으로 봉투를 열어봤어. 정갈한 글씨체, 니가 쓴 글씨였어.


'형 안녕, 음..어디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일단 형을 만나서 너무너무 행복했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좋냐 그러면 주저없이 형을 꼽을 정도로 형을 사랑했어. 내맘 알지? 이런형만 남겨두고 가기 나도 되게 무서운데, 그래도.. 내 소풍길은 여기서 끝인가봐. 

부탁하나만 할게. 나를 기억해줘. 1년365일 바라지도 않구, 그냥.. 어느날 문득, 내가 떠올라줬음 좋겠다. 내 목소리 말고, 내가 웃는모습. 

아, 내 기억속에 이렇게 웃는아이가 있었구나, 라고 문득문득 내가 형 기억속에 떠올랐으면 그걸로 난 즐거운 소풍이였다고 생각할게.

내 목소리는 내 세상의 전부였어. 형도 내세상의 전부였고 하나를 잃게되면 난 어떨까? 생각하기도 싫지. 왜냐면... 형은 내 목소리였으니까.. 사랑해 차학연'


눈물에 편지가 번져 마지막 말은 보이지 않아 답답했어. 몇번이고 너의 글씨체를 더듬고 있는데 문이 벌컥열리고 간호사가 급하게 들어오더라.


"아...아.. 이재환씨 친구분 되시죠? 저기..그러니까 지금 재환씨가..."


간호사로부터 너의 마지막 소식을 들었어. 칼로 니 손목을 긋고 6층 옥상에서 떨어졌다고.. 바닥에 머리부터 부딪혀서 가망이 없다고 말이야..

나는 간호사를 제치고 니가 떨어졌다던 옥상으로 올아왔어.

이 높은 곳에서, 넌 어떤 생각을 하며 하늘을 날았니.

나는 아무생각도 들지않아...너도 그랬을까? 밑을 내려다보면 너의 핏자국이 아직 선명해 결국 난 또 처음 병실에서처럼 고개를 떨궜어.


...끝까지 너는 삶의 끈을 잡고싶었구나.. 내가 고개를 떨군 자리엔 너의 피로 보이는 빨간 글씨가 적혀져 있었어.


'죽고싶은데...너때문에 못죽겠어'


'노래하고 싶어'


'사랑해..'


점점 진해지는 글씨.. 몇일 전부터 썼는지 처음 글씨는 흐릿해서 잘 보이지도 않았어.

왜 보지 못했을까.. 이불속에 숨겨져있던 너의 왼손은..

이제서야 내 머릿속에 맴도는 내 악몽속의 너의 입모양을 알게됬어.


'내 목소리는 너야'


-Fin-


신알신 해주시고 댓글달아주신 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ㅠㅠㅠㅠ

페럿님, 차에넨님!!!! 암호닉도 너무 감사드려요ㅠㅠㅠㅠ

암호닉 언제든지 에브리데이 환영입니다.!!! 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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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슬프다ㅜㅠㅠㅠㅜㅜㅜㅜㅡ데환아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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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악마
으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닿ㅎㅎㅎ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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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 헐 ㅜㅜㅜ 아침부터 눈물 주르륵주르륵 ㅜㅜ 슬퍼요 진짜 슬퍼요 아 글잘쓰신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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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악마
아니예요 ㅎㅎㅎㅎ 쓰다보니 감정이입이 되서ㅠㅠㅠㅠ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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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내목소리는 너야ㅠㅠ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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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악마
흐힣힣 이 글의 주제죠 ㅎㅎㅎ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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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설정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잘 보고 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재환아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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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악마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ㅠㅠㅠㅠㅠㅠㅠ 울지마세요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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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와....금손이다진짜 감상문써야게따 우와....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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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악마
ㅋㅋㅋㅋㅋ 어제 감상문 쓴다던 빚쟁이니?? ㅋㅋㅋㅋ 글 재밌게 읽어줘서 너무 고마워 ㅎㅎㅎ 앞으로도 자주 놀러와줘!! 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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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응응나야!!!자주놀러오께♡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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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악마
ㅎㅎㅎ 그래그래!!!고마워!!!ㅎ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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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헐대박겁나슬프쟈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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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악마
ㅠㅠㅠㅠㅠㅠㅠㅠㅠ울지마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주 놀러와주세요 ㅎ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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