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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밖으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학원 문이 열리고 학생들이 여럿 들어왔다.
"쌤 안녕하세요"
"쌤 굿모닝"
"쌤 좋은아침."
"탄소쌤~ 저 왔어요~"
"어, 왔어? 교실 들어가 있어. 다른 선생님들 곧 오시니까."
"예 알겠습니다."
식당 알바를 그만두고 새로운 알바를 구했다.
민윤기도 군대 갔으니 공부와 병행 할 수 있는 알바를 찾다가
아는 지인의 소개로 학원 데스크 알바를 하기 시작했다.
이때 동안 했던 알바와는 달리 한가한 시간도 많고 그다지 힘들지도 않고 받는 돈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학생들과 친분이 있어 일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 학원 알바를 하면서 알게 된 건데 민윤기가 꽤나 인기 있다는 것이다.
아이돌도 아니고 가수도 아니고 그저 한 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일 뿐인데
어떻게 유명해졌는진 모르겠지만 여학생들 중 민윤기의 팬인 애들도 꽤 있다.
심지어는 버스킹 하던 시절부터 아는 학생도 있다.
"쌤 안녕하세요~"
"오늘은 두 명이 없네?"
"아 걔네 오늘 학원 못 온대요."
"왜?"
"누구 만나러 가야 된다나 뭐라나.."
오늘 무슨 날인가? 왜 이렇게 빠지는 여학생들이 많지..
요 주변에 아이돌이라도 오나?
의아했지만 딱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기에 결석 처리를 하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탄소쌤"
"응?"
"쌤 전화 오는데요"
"어, 맞네. 고마워"
"어떻게 진동 울리는 것도 모르고 공부를 할 수가 있지.."
"쌤처럼 공부해야 성공하는 거에요 인마."
머리를 긁적이며 서 있는 학생을 뒤로하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 온 사람은 다름아닌 남준이 오빠였다.
"여보세요"
"김탄소"
"네"
"오늘 무슨 날이게"
"..그러게요"
"와, 진짜 모르네."
"뭘요?"
"아니 됐다. 끊을게"
뚝.
되게 당황스럽네.
뭐야 이 오빠.
되게 웃기네.
괜히 공부 흐름 끊고 있어...
난 휴대폰을 옆에 놓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쌤."
"아 왜."
"또 전화와요."
"에?"
전화를 끊은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엔 석진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야, 넌 인마 빨리 교실 안 들어가냐."
전화를 받지 않고 대답을 하자 그 학생은 어서 전화를 받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여보세요."
"탄소야!!"
"네?"
"오늘 진짜 무슨 날인지 몰라?"
"모르는데요."
"헐. 대박. 진짜네."
"왜요, 무슨 날인데요."
"아니야, 몰라도 돼. 끊을게. 화이팅!"
이 오빠는 또 뭐야..
사람 가지고 장난하나..
다시 휴대폰을 옆에 놓고 책을 보자 이번엔 학생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탄소쌤."
"아 뭐! 너 교실 안 들어가? 지금 수업 중 아니야?"
"맞는데요, 썜 제 목소리는 들으면서 왜 진동 소리는 못 들어요?"
"집중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야, 빨리 들어가"
나름 인상을 찌푸려가면서 말했지만 그 학생은 그저 웃으며 데스크에 팔을 괴고 날 봤다.
1년 넘게 민윤기 없이 살아서 그런지 괜히 설레네.
짜식, 얼굴만 반반해가지고는. 능글맞게.
"탄소ㅆ.."
"야 이 새끼야, 들어가, 들어가라고."
그 학생의 등을 때리며 교실 쪽으로 밀자 알겠다며 내 팔을 잡았다.
"아아, 들어갈게요."
학생이 교실로 들어가 문을 닫는 걸 확인한 후에야 난 발걸음을 옮겼다.
"아, 쌤!"
뒤에서 또 들리는 학생의 목소리에 미치는 줄 알았다.
"아까 또 전화오던데."
눈웃음을 지으며 교실로 쏙 들어가는 모습이 어찌나 능글맞던지
민윤기랑 그 모습이 겹쳐보였다.
씨, 오늘따라 더럽게 보고싶네.
데스크로 와 휴대폰을 보자 전화가 끊기지 않고 계속 오고있었다.
이번엔 남준 오빠와 석진 오빠의 동료인 호석이 오빠였다.
이것들이 진짜 누굴 호구로보나..
"아 뭐요. 오늘 무슨 날인지 모른다고요."
"우오 대박 야 진짜 몰라?"
"...끊어요."
혈압이 머리 끝까지 오르는 줄 알았다.
그나저나 진짜 오늘 무슨 날이지?
캘린더를 봐도 아무런 체크도 안 돼있는데..
난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펜을 쥐었다.
하지만 계속 민윤기가 떠올라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나쁜 새끼. 군대 간다는 말도 2주 전에 하고.
군대 가기 전날까지도 바쁘다고 나랑 만나주지도 않고.
휴가 때도 딱 하루만 만나고.
설마.. 식은 건가...
갑자기 드는 좋지 않은 생각에 불안해졌다.
솔직히 이상하긴 한데.
제대 날짜도 안 가르쳐주고. 찾아 올 때까지 공부나 하고 있으라하고.
기억을 되살려 하나하나 맞춰보니 나오는 결론은 식었다..라는 것 밖에 없었다.
덕분에 공부에 집중도 안 되고 기분도 뭣 같고..
생각해보니 전화 한 지도 몇 달이 넘었네...
난 애꿎은 핸드폰만 괴롭히며 시간을 보냈다.
"안 가요?"
학원 문을 닫고 갈 준비가 다 됐음에도 가지 않고 데스크에 앉아 있었다.
항상 나와 같이 학원을 나서는 그 녀석이 나에게 말을 걸었지만
난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남자친구한테 차였어요?"
"....꺼져 새끼야.."
"학생한테 말이 심하네."
고개를 들자 학원 문에 기대서 날 보고있는 그 학생이 보였다.
"왜요. 너무 잘생겼어요?"
어떻게 하는 말마다 민윤기랑 똑같을 수 있지...
그 애의 모습이 민윤기와 겹쳐보였다.
"안 가냐고요."
"그래.. 간다 가..."
가방을 어깨에 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학원 문을 잠구고 밖을 나오자 시원한 바람이 앞을 스쳐갔다.
"와, 날씨 좋다."
"지랄."
"여자 입이 그렇게 거칠면 쓰나.."
옆에서 간간히 들리는 중저음의 목소리를 들으며 길을 걸었다.
꼴에 남자라고 목소리는 좋네.
그 애가 하는 말에 집중해서 그런지 잠시나마 민윤기를 잊을 수 있었다.
"저기요. 쌤."
"왜."
"또 전화 온 거 같은데."
휴대폰을 보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고있었다.
"여보세요"
"탄소야, 호석이 오빤데 집이지?"
"아니요 집 가고 있는데요"
"왜! 너 이 시간에 항상 집이였잖아!"
"..그냥 어쩌다 보니까. 그런데 왜요?"
"지금 어디 쯤인데."
"아직 학원 근처요."
"야 그럼 학원 앞에 있어. 지금 데리러 갈게.
그리고 너 라디오 틀 수 있지?
주파수 보낼 테니까 맞춰서 라디오 듣고 있어. 꼭!!"
전화가 끊기고 움직이던 발을 멈췄다.
"야, 쌤 다시 학원 가 봐야 될 거 같으니까 먼저 가."
"왜요. 같이 가요."
"같이 가긴 뭘 같이 가. 빨리 집이나 가."
"그럼 학원까지 데려다 줄게요. 시간이 10시인데.."
결국 고집에 못 이겨 같이 발걸음을 돌렸다.
난 휴대폰으로 호석오빠가 보내준 주파수에 맞게 라디오를 틀었다.
"라디오는 왜 틀어요?"
"그러게.. 정호석 또 이상한 거면 죽었어 진짜."
로딩이 끝나자 스피커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아, 뭐라는 거야 시끄러워서 하나도 안 들리네."
주변이 시내인지라 소리를 최대로 올려도 라디오가 자세히 들리지 않았다.
"저 이어폰 있는데."
"그걸 왜 이제 말해."
"내 맘."
그 애는 휴대폰에 이어폰을 꼽고 한 쪽을 나에게 줬다.
난 급하게 이어폰을 귀에 끼고 들리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예.. 군대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죠.. 뭐, 군대에 있는 동안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은 누구였어요?
항상 생각난다거나 뭐 그런..
-다 보고싶었죠.. 가족, 친구.... 그리고 여자친구.
-우와, 윤기씨 여자친구 있었구나..
왜 이때까지 말 안하고 있었어요?
-딱히 말 할 필요가 없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제 여자친구가 싫어해요.
-여자친구가 싫어하는데 왜 말해요ㅋㅋㅋ
-사실 군대에 있는 동안 친구한테 연락이 여러 번 왔어요.
가끔씩 제 여자친구를 데리러 알바하는 곳에 가는데..
-아니 잠시만, 친구가 윤기씨 여자친구를 데리러 가요?
-네, 저가 부탁했거든요. 알바 늦게 마치는 일 있으면 집에 좀 데려다줘라고..
-오~ 윤기씨 되게 여자친구 아끼시나봐요..
대박이다 진짜.. 아, 하던 말 계속해주세요.
-여튼 여자친구를 데리러 가는데 갈 때마다 제 여자친구 옆에 어떤 남자가 있더래요.
-헐, 뭐에요... 혹시 바람..?
-아뇨, 바람 피는 게 아니라 제 여자친구 집이랑 알바하는 곳이랑
그렇게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서 밤 되면 위험하잖아요. 여자 혼자.
그래서 지하철 역까지만 데려다 주는 거래요.
-아.. 그렇구나.. 그래도 윤기씨 좀 안 꽁기했어요?
-어차피 제 여자친구는 바람 안 필 거 아니까 딱히 기분 나쁘고 그렇진 않았고 반대로 고마웠죠.
제가 할 일 대신 해주니까. 그런데 문제가 있는 게.. 그 남자가 되게 잘생겼대요.
-윤기씨 질투하시는 거구나!
-예 뭐 일종에 질투죠..
-지금 이 라디오 여자친구 분이 듣고 계세요?
-어... 잘 모르겠어요. 일부로 말 안 했거든요. 저 제대한 거.
-헐, 왜요..? 그래도 명색에 여자친군데..
-깜짝 놀래켜주려구요.
-에이, 그래도 오늘 하루 종일 계속 윤기씨 제대 기사 떴는데 모를리가 있겠어요?
-저도 내심 알기 원했는데 아까 친구들 연락 받아보니까 모른대요.
요즘 공부한다고 인터넷을 잘 안 해서 기사를 못 봤나봐요.
-네.. 지금 댓글이 완전 많이 올라오고 있어요..
윤기 오빠 여자친구가 있다니,
오빠 행쇼해요,
윤기 오빠 안 돼요....
장난 아닌데요?
-하하, 팬들에겐 좀 죄송하네요..
-2584님이 아픔과 설렘만 남은 라디오라고..ㅋㅋ
-제대하자 마자 이런 소식 전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윤기씨 마음인데요 뭘.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오늘 라디오 어땠어요?
처음치고는 정말 잘하셨는데
-너무 재밌었고요 절 이렇게 많은 분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거에 조금 놀랐어요.
제대 한 날에 라디오도 하고.. 것도 생방으로.
색다른 경험과 깨달음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또 놀러오실거죠?
-불러만 주신다면 당연히 와야죠.
-그래요.. 그럼 윤기씨 자작곡 Tomorrow 들으면서 마무리 할게요.
"저기요, 쌤"
"쌤"
"쌤 왜 울어요"
라디오를 듣고 나니 남준 오빠, 석진 오빠 그리고 호석 오빠의 전화 내용이 이해가 됐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기억났다. 오늘 학원 빠진 여자애들의 공통점은
바로 민윤기의 팬이었단 걸.
오늘 민윤기가 제대하는 날이었구나..
"울지마요. 남자친구 제대했는데"
깜짝 놀라 그 애를 쳐다봤다.
"제가 많이 잘생겼나봐요, 쌤 남자친구가 저한테 질투도 하고.
그나저나 우리 탄소쌤 남자친구가 유명한 프로듀서인 줄은 몰랐네."
"김탄소!!"
저 뒤에서 클락션 소리와 함께 호석오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안녕하세요."
호석오빠가 차에서 내려 우리 앞에 서자 그 애가 인사를 했다.
"너 나 알아?"
"아까까진 몰랐는데 방금 알게됐어요.
잘생겼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도 잘생겼어요.
가볼게요."
그 애는 할 말만 하고 뒤를 돌아 가버렸다.
호석오빠는 내심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채 날 차에 태웠다.
"울었어?"
"...네"
"라디오 들었구나"
"네"
"나 아니면 큰일 날 뻔했지"
"고마워요 오빠"
호석오빠는 내 머리를 헝클이고는 창문을 열었다.
"지금 어디 가는 거에요?"
"유 갓 노 눈치. 윤기형한테 가는 거잖아 바보야."
'윤기'라는 이름에 심장이 크게 떨렸다.
난 창문 쪽으로 머리를 기울여 찬 바람을 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30분 쯤 지나자 차는 민윤기 회사 앞에 멈췄다.
호석 오빠가 날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야, 왜 그렇게 떨어. 선보러 가냐."
"떠는 거 아니거든요."
애써 괜찮은 척을 했다. 엘레베이터가 멈추고
우린 민윤기의 작업실 앞으로 갔다.
문 넘어로 민윤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호석오빠가 문고리를 잡고 돌리자 문이 조금씩 열렸다.
"어? 김탄소 왔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재회의 순간!!
빠아암 빠바바밤 빠아아아 빠아암"
"아 석진이 형 시끄러워. 자체 브금 깔지 마요."
날 반기는 석진오빠와 남준오빠와 정국이를 뒤로 민윤기의 모습이 보였다.
살짝 탄 얼굴로 활짝 웃는 민윤기의 얼굴을 보니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
"어어어 김탄소 운다!!!"
"윤기 형! 뭐해요! 빨리 안아줘요!"
"그래! 빨리 안아줘라! 안아줘! 안아줘!"
"뽀뽀해! 뽀뽀해!"
민윤기가 한 걸음씩 다가온다.
그럴수록 내 마음이 터질 것 같았다.
민윤기와 나의 거리가 한 걸음 정도 됐을 때 걸음을 멈췄다.
"보고싶었어"
"안아줘라!!!"
"뽀뽀해라!!"
민윤기는 뒤에 있는 오빠들과 정국이를 향해 씩 웃더니 날 와락 안았다
"와아아아!!!"
"이젠 뽀뽀해라!!!"
여느 때와 같이 한 손으론 내 허리를 잡고 한 손으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내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자신의 눈을 내 눈높이에 맞췄다.
"잘 지냈지"
"응.."
"어디 안 아팠고?"
"응.."
"다행이다."
민윤기의 팔이 내 허리를 감으며 얼굴이 천천히 다가왔고
제 짝을 찾은 마냥 서로의 입이 꼭 맞춰졌다.
남자들의 함성이 크게 들렸다.
뽀뽀라 하기엔 길고 키스라 하기엔 짧은 애매한 입맞춤을 하자
남자들은 아쉬운지 더 하라고 보챘다.
"집 가서 할 거야 새끼들아."
"미친"
"돌았네"
"형 짐승?"
"와우"
한 번더 내 입에 짧게 뽀뽀를 하고 민윤기가 입을 열었다.
"간다. 내일 보자."
"내일 보자니. 뭔 소리야."
"우리 형 제대 축하파티 하러 온 건데요?"
"너희보다 얘가 먼저야. 축하파티는 다음에 하면 되고."
"아 진짜 너무하네"
"정국아 우리 여기 왜 온거냐"
"그러게요. 어이 없네요."
"야, 너네들 빨리 내 눈앞에서 사라져.
꺼져서 존나 오래 예쁘게 사겨라.
그리고 오늘 하루 뜨거운 밤 보내라."
민윤기는 내가 사람들에게 인사할 틈도 주지 않고 날 작업실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우린 집에 도착 할 때까지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김탄소 진짜 보고싶어 죽는 줄 알았어"
"보고싶어 죽는 줄 알았던 사람이 여자친구한테 아무 연락 없이 제대하고
휴가 땐 하루밖에 안 만나고 그러냐"
"너 오래보면 다시 들어가기 싫을까봐"
"씨..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잘 참았어."
내 머리를 헝클이며 날 침대로 이끌었다.
그리고는 날 품에 꼭 껴안고 놔주지 않았다.
"아, 진짜 좋다"
"빨리 씻어"
"씻기 귀찮은데"
날 더 꽉 끌어 안으며 대답했다.
먼저 씻는다는 말에도 꿈쩍 하지 않고 날 놔주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민윤기의 호흡이 규칙적으로 변했다.
민윤기의 팔을 들자 힘 없이 내 손에 들렸다.
많이 피곤했나 자나보네.
민윤기의 자세를 고쳐주고 이불을 덮어 준 뒤 방을 나왔다.
씻는 중에 계속 민윤기가 신경쓰였다.
그냥 오랜만에 남자친구가 돌아온 것 뿐인데 뭐가 이렇게 떨리는지.
두근대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샤워를 마쳤다.
정신이 확 깨서 잠이 오지 않았다.
심심하기도 해서 티비를 틀었다.
당연히 티비 내용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렇게 계속 있다보면 잠 오겠지 하는 마음에 재미도 없는 티비를 쳐다봤다.
밤이라 그런지 야한 영화가 많이 방송되고 있었다.
갑자기 발동한 호기심에 볼륨을 낮춰 영화를 봤다.
하필이면 튼 영화가 보통 영화보단 수위가 센 영화였다.
숨을 죽이고 영화를 보고있는데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난 재빨리 리모콘을 들어 채널을 돌렸다.
"뭘 그렇게 놀래"
"어... 그냥 영화"
"누가 보면 야한 영화 보다 걸린 줄 알겠네"
"그나저나 깼네?"
"어. 옆이 허전해서."
"웃기고있네. 얼른 씻어. 빨리 자자"
민윤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생각해보니 언제부터 민윤기가 우리 집에서 씻는 게 이렇게 자연스러워졌지?
진짜 누가 보면 동거하는 줄 알겠다.
민윤기의 회사와 이 집이 가깝다 보니 일을 하다가 자주 우리 집에서 쉬어가곤 했다.
그게 점차 익숙해지면서 샤워도 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물건 몇 개까지 가져다 놓기도 했다.
옛 기억을 곱씹으며 채널을 돌리다 다시 야한 영화가 눈에 띄었다.
마침 야한 장면도 다 지나간 터라 대놓고 야한 영화를 틀었다.
다행이 민윤기가 화장실에 나오고 나서까지 야한 장면이 안 나왔다.
아, 근데 이 영화 진짜 재밌네.
민윤기는 자연스레 내 무릎를 베었다.
"김탄소"
"응?"
"저거 야한 영환데"
"...아.. 진짜..?"
"어. 신기한 거 가르쳐 줄까."
"..뭔데"
"3초 세면 야한 장면 나온다.
하나, 둘, 셋"
민윤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야시꾸리한 장면이 나왔다.
난 깜짝 놀라 티비를 꺼버렸고 민윤기는 재밌는지 키득거렸다.
"야, 너 이 영화 봤어?"
"많이 봤지"
"...변태"
"나 없는 동안 많이 힘들었나보네 이젠 남자친구 있는 데도 야한 영화도 보고"
"아니거든"
민윤기는 순식간에 몸을 움직였다.
덕분에 민윤기가 내 위에 올라타 있는 자세가 되었다.
"얼굴 빨개졌다"
내 볼을 툭툭 건들이며 웃음을 보였다.
"나 많이 참았는데."
"..뭐.. 뭘 참아.. 빨리 꺼져 피곤해"
"아, 침대도 좋지"
난 그제서야 깨달았다. 민윤기도 건장한 남자였단 걸.
"김태형, 뭐 봐?"
"어? 그냥 기사.."
"민윤기 결혼..? 아, 그 프로듀서?"
"....어"
"일반인하고 결혼하네 저번에 난리난 그 여자앤가?"
"어. 그렇대."
"아.. 너 연예인엔 관심 전혀 없어 보였는데 이런 기사도 보고 의외다?"
"그러게.."
"축가 전정국... 아, 너 얘랑 아는 사이 아니였어?"
"한 때"
"한 때가 뭐냐 한 때가 여튼 전정국 쟤 완전 유명인사던데"
"어. 애 괜찮잖아"
"그렇긴 하지.. 여튼, 얼른 자라. 내일 훈련 빡시다니까."
"그래. 먼저 자."
노트북을 보고 있던 남자는 노트북을 끄고 휴대폰을 켰다.
액정을 이리저리 터치를 하더니 이내 휴대폰도 꺼버리고 자리에 누웠다.
남자는 왠지 모를 홀가분함에 미소를 지었다.
남자가 잠 든 사이 남자의 휴대폰에서 짧은 진동이 울렸다.
잠금화면과 함께 남자에게 온 메세지가 표시됐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예쁘게 살게요'
"김탄소 너 문자 왔어"
"누군데?"
"몰라. 번호 저장 안 돼있는데."
"뭐라고 왔는데?"
"결혼 축하해. 오래오래 싸우지 말고 예쁘게 살아."
"누구지..?"
"몰라. 답장할까?"
"응."
"뭐라고"
"어..'누군진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예쁘게 살게요'라고"
"그래. 아, 김탄소 너한테 말 안 한 거 있어"
"뭔데"
"사랑해"
"..왜 이래 오글거리게"
"오빠라고 해 봐"
"결혼한 날이니까 특별히 해준다.
오빠."
"센스있게 뒤에 한 마디만 더 붙여봐."
"오빠 사랑해?"
"그 끝에 좀 내리고"
"오빠 사랑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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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드디어 끝이났어요!!!
아 진짜ㅠㅠㅠㅠㅠㅠ 우리 사랑하는 독자님들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ㅠㅠㅠ
두 달이 넘도록 연재를 해서 지겨울만도 한데 항상 재밌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사실 이 소재가 그냥 길가다가 딱 떠오른 건데 묵혀두긴 참 아까워서 일단 글을 쓰고 보자해서
1화를 썼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독자님들이 재밌게 읽어주셔서 당황쓰..
솔직히 말해서 스토리 구성을 1도 안 한 상태기도하고 연재는 해야겠고 해서
항상 매화 쓰면서 이야기를 즉흐적으로 만들어나갔습니다.
저가 저번에 정주행을 했거든여
근데... 뭐 맞춤법도 틀린 거 겁나 많고 이야기 구성도 참 알차지 못해서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독자님들이 재밌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아마 독자님들 제 마음 모를거에여ㅠㅠㅠ 저가 얼마나 기뻤는지ㅠㅠㅠㅠㅠ
의외로 많은 독자님들이 후속작을 원하시더라구요...
저가.. 좀 바빠서... 후속작은... 핳... 고민을 좀...ㅜㅜ
그래도 너무 아쉬워하진마여 우리에겐 특별편이 있어여
으으.. 전 그래도 아쉽네요ㅠㅠㅠㅠㅠㅠ
분명 생각 해 둔 말이 정말 많았는데 막상 쓰자니 생각이 안 나여...
아 어쩌져ㅠㅠㅠㅠㅠ 독자님들한테 할 말이 많았는데ㅜㅜ
뭐.. 우리에겐 답댓글도 있고 특별편도 있으니 생각나면 말할게여ㅋㅋㅋㅋㅋ
그럼 전 뿅!하고 사라지기 전에 저랑 뽀뽀 좀 합시다 독자님들.
진짜 사랑스러워 죽겠네요.
그냥 다들 제 거 하세요.
거절은 거절입니다.
제 사랑 받으시라구요.
알겠어요?
제
사랑
드세요
헷
이상 맨 마지막 편은 방탄 노래로 가고싶었지만
분위기에 어울리는 노래가 없기 때문에 다른 노래를 넣어 아쉬운 남자귀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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