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상담을 시작한지 3주차로 넘어가고있다.
그라 하면 당연히 요새 내게 가장 큰 고민거리를 주는 변백현, 그자다.
때마침 그가 들어온다.
첫 만남부터 심상치 않았던 녀석이었다.
다짜고짜 내게 입술을 부벼오지 않나, 립스틱이 맛있다며 한번더 먹어봐도 되지 않냐며 (당연히 가방에서 립스틱을 꺼내서 입에 물려주는 걸로 답해주었다.)
하여튼 대단한 첫인상이다.
"안녕하세요. 꽃은 잘 받았어요?"
게다가 그 이후로 병원에 꾸준히 꽃을 보내서는 꽤나 곤란하게 하고 있다. 그것도 흰색꽃만.
우리병원에서 다들 이미 그 인간과 나를 사귀는 사이 취급하고 있다고....
그러니 당연히 내가 잘 받았을리가 있나!
"역시 흰색 데이지꽃은 징어씨한테 잘어울리네요."
"아, 네. 뭐... 감사합니다."
"징어씨. 데이지꽃의 꽃말이 뭔지 알아요?"
그가 어제 보내온 꽃은 작은 화분에 담겨진 데이지꽃이었다.
사실 이제는 그만 보내라고 말하기도 입 아플 정도였다. 그래서 항상 건내오는 그의 말에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물론 원래 다른 환자들에게는 이러면 안되지만 이렇게 말해도 조금도 싫은 내색없이 대하는 그였기에 가능하다.
"아름다움과 미인이래요. 마치 징어씨처럼"
게다가 그 녀석은 의사에 대한 도착증이 있다. 사실 앞에 행동도 도착증 때문일지도...
과거에 잦은 병이 많아서 병원을 자주갔는데 그때만 해도 의사들이 무서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가야되는 병원이었기때문에 이겨내야 겠다고 결심해 의사를 좋아해보자라고 생각했다가 결국 의사를 나타내는 흰 옷만 봐도 흥분해버린다고..
게다가 그의 첫 주치의는 검은 동그란 뿔테를 꼈다고 하는데 그게 또 하나의 도착이 되었다고 한다.
하필이면 그 안경이 내 안경과 비슷하단 말이지.
"아 참, 그리고 또 다른 꽃말은 숨겨진 사랑이래요."
그렇다면 당신은 나한테 이꽃을 보내면 안되지.
이건 숨겨진 사랑이 아니라 지 맘을 다 까내보이는 사랑이구만.
"그러고보니 요새 안경 안쓰시네요?"
"렌즈 맞췄거든요."
"그래요? 안경쓰는편이 더 섹시한데... 그래도 렌즈낀 모습도 예쁘네요"
그리고 그가 말했다.
내 첫모습이 저가 도착증세를 나타내는 모든 것을 갖고 있는 상태였다고.
그래서 결국 그 다음 날 늦게 출근하면서까지 렌즈를 맞췄다.
그와 섹션이 잡히는 날이면 항상 렌즈를 끼고 왔고 의사가운은 옷걸이에 잘 걸어두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원장님께 잘 말해 문앞에 경비도 하나 두었다.
그리고 첫날이후로 그런 일은 당하지 않았다.
"오늘은 어떤가요?"
"오늘도 여전히 예쁘고 섹시해요. 특히 그 아른한 향기가 매력적이네요. 게다가 밖에서 저렇게 누가 지키고 있으니까 더 흥분되는 것같기도 하고"
"아뇨. 그런거 말고. 백현씨 상태요. 여기까지오면서 흰옷입은 사람들도 봤을거고 병원에만 들어서도 의사란 의사들은 다 흰 가운을 입고있으니 오늘은 어땠냐구요"
그의 음담패설은 그치지 않았지만.
도대체 작업걸려고 이 곳을 오는건지 증세를 고치려고 오는건지...
말로는 후자쪽이라며 찾아오지만 내가보기엔 전자쪽이다.
하지만 저렇게 구는것도 나름대로 증세때문에 그러는거니 뭐라 할수도 없고...
"아, 그런거였어요? 흰 가운때문에 좀 불끈했지만 전 징어씨빼고 여기분들 다 별로던데. 진짜예요! 징어씨가 제일 예뻐요. 정말로..."
누가 뭐라고 했나요?
혼자서 열심히 손사래를 치면서 침까지 튀겨대며 말을 해댄다.
"진짜로 여기 분들 징어씨 빼고 다 내스타일 아니예요! 첫 날에도 징어씨보고 그랬지, 다른 분들한테는 안그랬어요"
"네네. 진정하세요."
"진짜라니까요?"
알겠다니까요, 이사람아.
그만 열변을 토해내세요.
"알겠고, 아무도 뭐라고 안그랬어요. 쉿!"
그제야 입을 다무는 그다. 아, 기운빠져.
"저기요. 아 진짜 미치겠네...입술에 손 그렇게 갖다 대지 마요. 섹시하잖아..."
당황해 첫날마냥 벙져있자 욕짓거리를 내뱉고 화장실을 갔다온다면서 나갔다.
그가 나가자마자 시간을 확인해보니 다음 섹션까지 1시간 40분정도 남았다.
한참 멀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