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40 - 별헤는밤 들으면서봐 :)
가만히 침대에 누워 창을 열어놓고 청아한 밤의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할때면 너는 내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며 작은 취침등을 은은하게 켜놓았다. 그리고는 넌 내 손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가만 눈을 감았고 나는 천천히 눈을 떠 네 눈을 감은 옆모습을 몰래 엿보고는 했다. 그러다가 넌 더디게 눈을 떠 나와 눈을 맞췄고 나는 몰아치듯 요동치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아닌척 고개를 돌려 다시 눈을 감았다.
누나, 뭐에요-.
네 웃음이 섞인 말에 난 괜히 부끄러워져 눈을 더 꼭 감았다. 넌 내 눈가를 손으로 쓸어내며 이내 턱을 괴고서는 날 멍하니 바라봤다. 그렇게 무르익는 밤의 분위기 속에 내가 취해갈때 즈음 넌 자리에서 갑작스레 일어나서 입을 열었다.
"누나, 근데. 누나 나이가 많아서 그렇게 잠이 빨리와요?"
"너 진짜..너 진짜 그런 말 하는거 아니다-."
"아아, 그런가. 그럼 이건? 그정도 나이 되면 원래 그렇게 눈에 주름이 많이 생겨요?"
야, 너는! 하며 눈을 바짝 흘기며 널 보는 모습에 넌 큭큭대며 날 빤히 내려다봤다. 네가 켜둔 취침등에 비친 네 얼굴의 음영이 내 마음을 다시 유하게 만든건지 다시 설레오는 마음이었다, 답도없지. 한숨을 내쉬고는 네 손을 끌어당겨 널 내 옆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꼭꼭 덮어주며 이번에는 그런소리 말고 자라는 마음을 담아 네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는 문득 네 머리를 쓰다듬던 내 손을 붙잡고 그 손을 제 볼에 가져다대었다. 그러고는 쓸어내리기를 몇번, 내 눈을 살짝 풀린 눈으로 보며 계속 그 일을 반복했다. 묘한 분위기 속에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내 눈동자가 싫었는지 너는 다른거말고 나 봐요 누나. 라는 말을 덧붙히며 장난스레 웃었다.
"누나 피부보다 훨씬 좋죠, 아닌가? 그나이때에 여자 피부는.."
"너 진짜, 너.. 너무해. 알아?"
"누나 솔직히 피부관리 엄청하는데 안하는 저랑 비슷..어, 아니.. 울어요?"
내가 다시 새벽감성의 노예가 되어버린건지, 네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설레이다가도 그 상황을 깨버리는 네 말들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버렸다. 너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네 말만 듣고 그렇게 울어버린게아니라 주위에서 워낙 그런말을 많이했었다. 그렇게 많은 나이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 정도 나이면 정국이가 복이라고, 그나이면 세대차이도 나겠다. 이런말들? 늘상 마음속에 가지고있는 말들인데 네 입에서 마저 그런말을 들으니 억울했나보다, 바보처럼.
내 앞에서 당황한듯 다시 벌떡 일어나 안절부절못하는 너를 보니 눈물이 멈추기는 커녕 더 펑펑 울어버렸다. 뒤이어 위로라고 안아오는 너의 행동에는 더욱이 서럽게 울었다, 이게 야밤에 무슨 꼴인지. 내 스스로 정말 별 짓을 다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 등을 감싸안아 등을 토닥여오는 너를 보니 지금까지의 모든 서러움이 다 떠올랐다, 너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떠오르는 서러움때문에 우는순간에도 너는 나를 꼭 안았다.
"그쳤어요? 이제 안우는거야?"
"아아, 미안.. 내가 왜..왜울었니.."
"그게 그렇게 서러웠어 탄소야?"
갑작스럽게 누나라는 호칭을 떼고 내 이름을 부르는 네 모습에 내가 어리둥절해서 너를 쳐다보자 넌 내 퉁퉁부은 눈이 웃겼던건지 픽 웃다가도 나를 다시 꼭 안고는 내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이렇게 밤에 같이 있을때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이런게 누나가 항상 말하는 새벽감성인가.. 싶기도 하고. 전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그런 분위기가 잡히는것같고.
누나가 부담스러워할까봐, 주위에서도 그렇고 제가 누나보다 어리다고 핀잔주는 사람 많은데 내가 이래버리면 누나가 혼자 뒷수습할것같은 느낌이 들어.
그런 생각이 드는데도 그 분위기 속에 있는게 저는 너무 힘드니까, 자꾸 장난만 나오고. 누나 상처받는거 알면서도."
"..."
내가 괜히 미안해지잖아. 하며 드는 생각에 고개만 푹 숙이고 듣고있자 넌 손마디를 내 머릿결사이로 넣으며 빗어내려갔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밤공기에 너의 목소리, 그리고 너의 그 손길이 나를 나른하게 만들었다. 네가 얘기하는 중인데, 자면 안되는데, 내가 정말 나이가 많아서 그런건가. 하는 찰나 나는 잠들어버렸다.
*
"..미안해요. 내가 아직 철이없어서 힘들거에요."
대답도 안하는 탄소를 제 품에서 놓고 얼굴을 보자 눈이 감겨서는 고개마저 떨어지는 모습에 정국은 바람빠진 소리를 내며 웃었다. 뭐에요, 진짜-. 탄소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가지런히 덮어주고는 천천히 탄소의 등을 토닥였다. 어린아이처럼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자는 탄소를 보며 정국은 그 옆에 누웠다. 여전히 눈을 떼지 못한채로.
"잘자요. 좋아해요, 많이."
--------- 내가 뭐라는건지 1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