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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새 계속 춤을추다 다리에 힘이들어가지 않고 쓰러지기 일쑤여서 결국 당신손에 이끌려 간 병원에서 내가 들었던 말은 24년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단어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루게릭병. 근육이 점점 수축되어 결국엔 심장까지 멈추는 병이라 했습니다. 환자복을 입고, 병실에 누울때까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생각해보려해도 생각이란 녀석이 도망이라도 갔는지 잡히질 않더군요. 그러다 어느순간 잡힌 정신에 내 손을 바라보니 내 손위에 포개져있는 당신손을 바라보았습니다.

내 손을 쓰다듬으며 연신 괜찮다고 중얼거리는 당신, 당신을 보자 울음부터 새어나왔습니다. 

당신은 왜 우냐며 나를 토닥여줬습니다. 무서워하지말라고, 자신이 지켜주겠다며 나를 더 꼭 끌어안는 당신.

이런 당신을 생각하자니, 아무래도.. 슬슬 준비를 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춤은 내 인생의 전부였습니다. 어렸을때부터 어른들이 노래 한 곡 해봐라 그러면 나는 어린나이에 노래대신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춤을 췄었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나는 춤이란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듯 그렇게 행복하게 춤을 춰댔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만났습니다.

전국대회가 있던 날, 당신은 노래로, 나는 춤으로 각자의 꿈을 펼치려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때에, 당신과 나의 성적이 어땠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네요... 당신이 1등이었나, 아님 내가 1등이었나요?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 곳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고, 왠일인지 가는 대회마다 당신과 나는 징하게도 엮였었습니다. 분명 당신과 나는 다른 종목인데도 매번 똑같이 결승전에서 당신과 내가 만날수 있었는지..

아마 내가 먼저 이 꽃밭을 떠나게 될 껄 미리 안 신께서 우리를 조금 더 일찍 만나게 해주신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오늘도 출근길에 나를 보러와 준 당신, 당신은 노래하는걸 포기하고 회사로 들어갔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왜 가수가 되지 않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죠. 당신은, 그런거 다 필요없고 나만 당신노래를 들어주고 내가 그 노래를 표현해주면 그게 다라고 말했었습니다.

당신에게 질문을 하기 전 당신의 친구가 당신네 집이 너무 어려워서 도저히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며 술을마시다 말고 한탄하듯 말한건 아마 당신은 죽어서도 모를껍니다. 아니, 세상사람 다 알아도 당신만은 몰라야 했습니다. 그래야 나만이 당신노래를 표현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놔줘야 한단걸 나는 어렴풋이나마 깨달아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당신의 노래를 표현해 줄 수 없었으니까요.

당신의 노래를 나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해 줄 사람을 찾아다 당신 옆에 데려다놓고 그리고나서 이 즐거웠던 꽃밭을 떠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내겐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당신과의 이별을 나는 서둘러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원식아

-네 형.

-우리 클럽가자

-네? 형, 방금 뭐라고...

-우리 클럽가자, 나 춤추고 싶어. 클럽가자.

-형, 무슨소리예요? 클럽이라니, 형이 왜.

-30분 줄게. 차랑 내 옷이랑 가져와. 끊어


아이의 마지막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그냥 끊어버렸습니다. 아마 많이 당황했을겁니다. 클럽이라면 치를 떨던 형이였는데 왜 갑자기 이런얘길 다 할까 하고,

어쩌면, 이 형 이젠 미쳤구나 싶기도 했을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게 무어냐 내게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클럽, 술, 담배라고 말할 것입니다.

술은 우리둘의 건강을 해쳐 싫어했고, 담배는 당신의 목소리를 해쳐 싫어했으며 클럽은.. 유흥만을 위해 만들어진 그곳에서 춤이 더렵혀지는것 같아 싫어했습니다.

그저 오늘밤 잠자리를 같이 할 사람을 찾는것만같은 몸부림을 해대며 유흥을 푸는자들, 나는 그런자들을 증오하다싶이 했습니다.

자신이 표현하는 몸부림이 얼마나 더러운건지 모르면서 그저 공간안에 모여있는듯한.. 그런 답답함이 나는 너무도 싫었습니다.하지만 병원의 갑갑함보다야 내가 춤을 출 수있다는 장점이 하나라도 있는 클럽에 오늘은 가야했습니다.

병실문이 열리더니 아이는 예의 그 멍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하더군요.


-형...진짜 갈꺼예요?

-옷

-아..인국이형 알면 난리나요

-옷

-아, 진짜 한번만, 이건 아니다 진짜

-옷!


소리를 지르는 내 모습에 아이도 화를내며 마음대로 하라고, 어떻게 되나보자 라며 종이봉투를 내게 던지듯 건넸습니다. 먼저 내려가 있겠다며 등을보이는 아이를 보고 나는 가져온 옷들을 꺼내 갈아입었습니다.

검은 정장. 당신이 처음으로 회사에서 번 돈으로 사주는거라며 나를 데리고 가 맞췄던, 우리 부모님조차 안해주신 정장한벌이었습니다.

나는 춤을 추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당신이 선물한 정장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무르러 가려치면 당신은 예의 그 엄한 표정을 지으며 나중에 다 쓸때가 있다며 넣어두라 하였죠. 당신이 처음 내게 선물한 것이 왜 하필이면 오늘 필요했을까요...

옷을 다 입고선 밑으로 내려가 차에 올라타자 아이는 내심 기분이 않좋았던지 미안하다며 나를 쳐다봤습니다. 나는 안전벨트를 매며 출발하라고 기분좋은척 웃어보였습니다.

오늘, 당신과 헤어질 예정이었습니다.


아이가 데리고 간 클럽앞에 내거서 나는 신난다는듯이 쪼르르 달려갔습니다.

아이는 어디가 그렇게 불편한건지 연신 나를 쳐다보며 클럽안으로 향했습니다. 룸을잡고 나는 신나는척을하며 스테이지로 향했습니다.

대회에서도 이렇게 큰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누워있었을땐 병이 진행되고 있단걸 잘 몰랐는데 확실히 몸이 굳은게 느껴지더군요.

춤을추는동안에 나는 당신과 헤어질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이곳에 온 이유도 당신과 이별을 하기위해서였으니까요. 하지만 이별해야할 때 밟아야 하는 과정이 생각나지 않아 내가 춤을 출 수 있는 장소에서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병원에 있으면 아무생각도 들지않았기 때문에 말이죠. 한참동안 당신과의 이별과정을 생각하는데 도저히 답도 나오지 않고 머리만아파왔습니다. 그래도 신경쓰지 않고 춤을 계속 췄습니다. 춤을 추다보면 굳었던 내 몸이 풀릴 수 있지않을까, 풀릴 리 없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근육이 풀려 병이 낫길 바랬습니다. 그러면 당신과의 이별같은 이런 쓸데없는 걱정따위 하지않아도 되는거니까요...

하지만 내 몸은 이미 내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순간 머리가 멍해지며 내 시선은 점점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분명 땅에 머리를 부딪혀야 하는데 나는 부딪히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아이가 잡아준건가 싶었었죠. 나를 끌고나오는 아이모습에 정신이 차려졌습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다시 바라본 얼굴은 아이의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모습에 나는 그자리에 멈춰섰습니다. 내 어깨를 붙잡고 나를 부축해주던 당신은 내가 멈춤과 동시에 나를 바라보며 내 손목을 끌고 클럽을 빠져나왔습니다. 놓으라고 소리쳤죠. 당신을 때려보기도 했지만 당신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던건지... 옆으로 본 당신의 모습은 화가 나 있는지 슬펐던건지 표정을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클럽밖으로 나와 담벼락에 다다른 당신과 나, 당신은 나를 담벼락으로 밀치더니 나를 안았습니다.


-학연아.. 왜그래, 왜 변했어..응?


얼핏 당신 목소리에 물이 묻어있는것같이 느껴졌다면 내 착각이었을까요?

나를 안고서 변하지 말라며 나를 안아주는 당신, 당신과의 이별을 준비하려고 나온 나는 모질게 말을 뱉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말을 할 수가 없더군요.

착각이 아니라 정말 축축하게 젖어가는 내 어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지금 날 안아주는 당신의 따뜻한 품 때문이었을까... 나는 당신에게 말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정말.. 내가 진짜 없어지면 당신 어떻게 살려고 나를 이렇게 놓지 못하는거예요..


내 어깨와 당신의 가슴에만 비가 쏟아지나 봅니다.. 나는 오늘 당신에게 헤어지자 말해야 했었습니다.


-Fin-


신알신 해주신 모든 분들과 암호닉 페럿님, 택에넨님 모두 너무 감사드립니다ㅠㅠㅠㅠ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댓글달아주시는분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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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머 금손ㅠㅠㅠㅠㅠㅠ왜이리 아련한걸까요ㅠㅠㅠ학연이 불쌍해..ㅠㅠㅠㅠㅠ눈물을 훔치며 읽고갑니다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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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악마
아이구ㅠㅠㅠㅠㅠ울지 마세요ㅠㅠㅠㅠㅠㅠ 자주 놀러와주세요!!ㅎㅎ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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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ㅠㅠㅠㅠㅠㅠㅠ너무 슬퍼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응아ㅠㅠㅠㅠㅠㅠ아침부터 절 울게 만드시다니 ㅠㅜㅠㅜㅜㅜ신알신하고 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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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악마
신알신이라니!!!!ㅠㅠㅠ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울지마시고 자주 놀러와 주세욯ㅎㅎㅎ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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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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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악마
하핳ㅎㅎㅎㅎㅎ 자주 놀러와주세욯ㅎㅎ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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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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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악마
신알신 감사드립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자주 놀러와 주세요 ㅎㅎㅎ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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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감상문비쨍이등장.....나도신알신!!!!ㅠㅠㅠ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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