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Jerry *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지?
한가한 방과 후, 알고보니 청소 2조였던 세호를 기다리는 성규가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언제 끝나, 친구 있는건 나름 불편하구나. 이런것도 다 기다려 주고. 가방을 조여 매고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드는 순간, 세호가 교실에서 빠져나왔다. 다른 아이들은 가방을 들고 청소 끝! 하며 신나게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세호가 자물쇠로 문을 잠그고 성규한테 다가왔다. 야, 니 오늘 할일 있어? 짧게 물었다. 아니, 당연히 없지. 성규가 계단 쪽으로 몸을 옮기며 말했다.
" 영화 보러 갈래? 쏜다 " " 진짜? " 뒤에 이어져 나올뻔한 '나 친구랑 영화 보러 가는거 처음이야', 라는 말을 차마 입 안으로 삼킬 수 밖에 없었다. 비참해 보이잖아. 세호가 그럼 집 들렸다가 밤에 나와라, 심야영화 보게. 하는 짧은 말로 대화를 끝냈다. 시멘트 바닥에 발이 탁탁 닿는 소리가 들리고, 2학년 11반 시야에서 계단을 내려가는 세호와 성규는 점점 사라져만 갔다. 밤, 까맣게 익은 하늘이 도시를 덮었다. 성규는 긴 가디건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세호와는 집 거리가 웬만큼 있기 때문에 그냥 시내에서 만나기로 하고는 각자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기로 했다. 저벅 저벅, 조용히 걸어 도착한 버스정류장에 떠 있는 화면을 쳐다보았다. 진입이네, 오늘은 운이 좋다. 익숙하게 버스카드를 찍고는 세번째 자리에 털썩, 소리가 나게 앉았다. 밤길에 지나다니는 버스 안은 고요했다. 저번에도 한번 탔었는데 그땐 학생들 좀 많았었는데, 성규가 기억을 떠올렸다. 지잉- 짧은 진동이 울렸다. 원랜 쓰지도 않아서 가입도 안했던 카카오톡이 울렸다. 어디냐, 라는 짧은 글이 왼쪽에 나타났다. 성규가 익숙하지 않은 타자로 글을 입력했다. 나 지금 가고 있어, 2 정거장 전.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빠른 속도로 빨리 와라, 나 옷데 시네마 앞. 알았어, 짧은 답장과 함께 세호와의 카톡이 끝났다. 예전에는 아예 데이터는 쓰지도 않아서 생으로 3만원 계속 날렸는데, 요즘은 데이터 타령도 엄마한테 조금씩 했다. 엄마, 나 데이터 좀 적은거 같은데. 엄마는 이번에 전교 1등 하면 늘려줄게! 라고 했지만 성규는 차라리 데이터를 좀 아껴쓰는게 낫겠다, 생각하고 금방 포기했었다. 이번 정류장은, 신안 은행 앞 입니다. 다음 정류소는‥‥. 성규가 정류소에 다다를 즈음 의자에서 일어나 카드 인식기에 카드를 찍었다. 그리고 곧 멈춰선 버스가 사람들을 토해내었다. 성규는 그 사람들 중 한명이었다. 내리자마자 앞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 눈에 띄는 하얀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뭐야, 앞에 있는 줄 알았더니 성규는 투덜거리며 엘리베이터에 몸을 올렸다. 매표소는 7층, 곧 승강기는 빠르게 사람들을 올렸고 7층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엘리베이터에서 몸을 뺐다. " 김성규! " 남색빛의 티를 입은 세호가 손을 흔들어보였다. 성규는 아, 하고는 재빠르게 세호한테로 달려갔다. " 뭔 영화냐? " 성규가 세호가 들고 있던 표를 들으며 말했다. 스릴영화, 간만에 밤에 스릴 좀 느껴보려고. 세호가 약간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 그런거 싫은데! 성규가 입을 내밀었다. 그럼 보지 말던가, 세호가 성규에 손에 들린 표를 빼앗았다. 그건 싫어! 하고는 다시 성규가 표를 빼앗았다. 팝콘이나 사자! 세호가 매표소 옆에 있는 스낵바로 몸을 향했다. 성규도 재빨리 세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예쁜 여자가 어서오세요, 하며 밝은 웃음을 지었다. 무엇을 드릴까요? 끝에 질문도 잊지 않았다. 세호는 그냥 주는거 먹어라, 하고는 제 멋대로 주문을 시작했다. 제 멋대로 하는 자식, 아주 누구랑 비슷해서 심기가 불편하구나. 성규는 세호가 시킨 팝콘 하나와 콜라 두개를 받아들고는 다시 엘리베이터 앞으로 향했다. 뒤 따라오는 세호에게 고개를 돌리며 성규가 물었다. " 몇 관이야? " " 10관, 야 사람 많던데 빨리 가자 " 그래, 단답이 뒤를 이었다. 10관은, 8층. 성규가 아슬아슬하게 새끼손가락으로 8층을 눌렀다. 1층 차이는 빨랐고, 엘리베이터도 고속이었으므로 탄지 얼마 되지도 않아 성규와 세호는 엘리베이터에서 몸을 거뒀다. 10관으로 들어가자 어두컴컴한 공기가 온 몸을 감쌌다. 앞이 안보여, 성규가 찡얼거리자 어떻게든 잘 가봐! 하고 투덜대는 세호가 뒤를 따랐다. 핸드폰으로 겨우 불빛을 비춰서 자리를 찾았고, 딱 중간인 자리에 성규는 만족한 듯 좌석에 털썩, 앉았다. 곧 콜라를 꽂이에 꽂고, 팝콘을 세호에게 넘겼다. 그리고 왼편에 누가 있을까, 슬쩍 보니 비었다. 이 자리 좋은데 의외로 안 앉았네. 광고가 시작되고, 팝콘을 먹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오른편에서도 들렸다. 배고팠구나, 우걱우걱 소리 들린다 김세호 이 자식아. 성규는 말 없이 스크린만 쳐다보며 꽂이에 놓인 콜라를 집어들고는 입에 갖다댔다. 아으, 시원해 그리고 영화가 시작 될 무렵, 옆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스크린으로만 향했던 고개가 조금 옆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왼편에 앉은 사람을 본 순간 성규는 재빨리 다시 스크린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김세호!!!!!.................존나 고맙다... 우현이 아오, 불편해. 따위의 불평을 말하며 왼편 자리에 위치했다. 아마 그 왼편엔 여자친구가 있나보다. 이 커플은 심야마다 영화만 보러오나. 성규는 안 신경쓰려고 스크린으로 고개를 빳빳이 세웠지만, 저절로 돌아가는 고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영화는 무르익었고, 성규는 조금은 고개가 풀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뒤 쿠션에 목을 기대니 잠이 밀려왔다. 아, 어제 너무 일찍 일어나서 그래. 눈이 감긴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이러다 막 남우현 어깨에 기대면 어떻게 해. " ...안되는데.. " 성규가 우현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차분히 기댄거면 몰라, 나 졸려요. 하는 표정으로 수박 떨어지듯이 기대면 누가 안 졸린걸로 생각해. 우현이 가만히 있다가 성규의 고개를 어깨로 고정시켰다. 이러면 하영이 한테도 안보이고, 김세호도 자니까 상관 없겠지, 얘네 둘은 영화표를 잠자는데에 쓰나. 남은 1시간은 길었고, 우현의 고민도 길었다. 곧 1시간이 지났고, 사람들은 감탄을 하며 영화관을 빠져나왔다. 스크린이 쫙 올라가고, 출연 배우들의 이름들이 열거되고 있었다. 우현은 그 자세에서도 아직도 자는 성규가 감탄스러웠다. 그리고 우현은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하영이 아오, 졸려. 하면서 푹신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영이 얘 뭐야? 하고 턱으로 성규를 가리켰다. 우현이 야, 너 먼저 나가. 짧게 대답했다. " 왜? " " 나 영화 여운을 느끼고 싶어 " 구라치네, 이게. 미쳤나. 하영이 머리 옆에 손가락을 자리하고 빙빙 돌렸다. 유 헤드 빙빙? 개소리 하지 말고 빨리 나와, 나 아빠가 뭐라 그런단 말이야. 하영이 징징대듯이 우현을 보챘다. 우현은 꼼짝않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스크린을 쳐다만 보았다. 하영이 정말로 답답한 듯 다시 우현을 보챘다. " 빨리 가자, 궁상 맞게 뭐하는 거야 " " 5분만. " 우현이 검지손가락을 입가에 대며 조용히 하란 표시를 해보였다. 하영이 멍하니 그런 우현을 쳐다만 보았다. " 5분만 여운을 느끼게 해줘 " 곧 하영은 빨리 안나오면 뒤져, 라는 말과 함께 영화관을 빠져나갔고, 세호와 성규는 여전히 꿈에 빠져 허우적 대고 있었다. * * * 세호가 일부러 영화표 내줬는데 왜 자냐며 타박을 했다. 엔딩 크레딧이 내려올 때까지 성규는 자고 있었다. 일어났을때 세호의 어깨에서 얼굴이 떼어졌으니 성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우현이한테 민폐는 안 끼쳤구나. 하지만 세호는 자신한테 어깨가 떨어져 나간 성규를 보고 뒤늦게 통증이 온건지, 어깨 보상으로 팥빙수 사줘! 하며 난리를 쳐대는 통에 성규는 결국 카페에 들어가 팥빙수 주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둘이서 티격태격 하면서 빙수를 다 먹고, 성규와 세호는 각자 다른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초록줄이 그어져 있는 버스는 덜컹거리며 성규를 태웠고, 곧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다시 성규를 토해냈다. 버스카드가 찍히는 소리가 나고, 잔액이 떴다. 200원, 벌써 다 썼네. 성규는 터벅 터벅, 밤 거리를 걸었다. 밤이라 그런지 주위에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 성규가 걷는 소리가 땅을 울렸다. 소리가 퍼졌다. 성규는 이런 고요함을 좋아했다. 핸드폰을 꺼내들어 노래나 들을까, 하는 순간 발은 제 집 빌라에 다다랐다. 계단을 올라, 제 집 문을 여는 순간 밀려오는 적막이 성규를 휘감았다. 아직도 아무도 없나? 엄마는 도대체 언제 오는거야. 성규가 신발장에서 신발을 벗자마자 거실에 쓰러지듯 몸을 뉘였다. 아까 영화관에서 자서 그런가, 성규가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뚝뚝 소리를 냈다. 난 분명히 세호쪽으로 누웠는데 왜 오른쪽 목이 떙기는거야. 성규가 다시 목을 이리저리 돌렸다. 배고프다, 야식이라도 먹으면서 게임이라도 할까? 생각한 성규는 거실에 뉘였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야식, 야식. 냉장고를 벌컥 열자, 눈에 들어오는건 순 비엔나 뿐이었다. 또 비엔나 사다놨어! 성규네 엄마는 항상 성규를 챙겨주지 못하고, 반찬 할 시간도 더러 없다보니 즉석식품을 사다놓는게 일반화였다. 가격도 저렴하니, 비엔나를 일상 사다놓기 마련이었다. 성규는 불만스런 표정으로 비엔나를 냉장고에서 꺼내들었다. 담아서 데워 먹어야지, 봉지를 지익- 뜯는 순간, 팝콘 튀겨지듯이 비엔나들이 튀어나왔다. 아으! 다 엎었어! 성규가 바닥에 흩어진 비엔나들을 주웠다. 한 개, 두 개‥‥.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성규가 비엔나를 봉지에 다 담고는 그 자리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 주머니에 넣어놨던 그림을 꺼내보였다. 설마. 이게. 큼지막한 주황 덩어리들이 도화지를 가득 채운그림. 성규가 뒤를 돌려 제목을 다시 한번 훑어 보았다. 잘 쓰지도 못하는 글씨, 주황 덩어리들이 비엔나면. - 지있고알는지군누가내 - 한참을 제목만 쳐다보던 성규가 반대편서 부터 글자를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지 " 성규는 조용히 도화지를 접어 옆에다 두었다. 차오르는 서러움이 성규를 못 움직이게 만들었다. 왜! 왜! 나한테 왜 이래! 성규가 다리를 세우고는 머리를 감쌌다. 나한테 왜 이래 남우현! 조용한 집안에 한참이나 계속 울린건 우현의 이름이었다. * * * 성규가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려 했다. 물론 아무렇지 않진 않았다. 혼란에 혼란을 이끌었고 어젯 밤 에는 비엔나엔 손도 못대고 잠도 못잤다. 그냥 멍 하니 모든 상황을 잊기 위해서 TV만 감상했을 뿐. 세호가 옆에서 야, 이 게임 재밌다, 너 이거 하냐? 계속 말을 걸었다. 예상외로 세호와 성규는 많이 친해져 있었다. 세호도 성규를 건드리지 않았고, 친구로 여겼다.
" 야, 김성규 너 이거 해봤어? " " ..어?, 어, 몰라 " 새끼 정신을 어따두고 다니냐? 세호가 성규의 어깨를 팔꿈치로 밀쳤다. 성규는 무슨 게임 말하는거야, 불평을 뱉었다. 플레이 스토어 가면 있잖아! 세호가 답답하다는 듯 성규의 어깨를 쳐내려 갔다. 아 모르겠어, 성규가 높은 투의 말투로 답했다. 아, 이런 답답한 새끼. 세호가 성규의 핸드폰을 빼앗았다. 성규는 뭐야, 하는 싱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턱을 괴고 고개를 돌리며 교실을 둘러보는데, 갑자기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보였다. 성규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성규를 계속 쳐다보았다. 성규는 또 혼란스러움에 빠졌다. 그런 사이, 겨우내 게임을 찾았는지 고개를 박고 시선을 핸드폰에 박았던 세호가 고개를 들음으로써 성규가 우현을 쳐다보는 눈빛이 가려졌다. 우현은 세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세호는 신나서 핸드폰을 가리키며 이 게임 이렇게 하는거야, 하면서 손가락을 화면 위에서 움직여 댔다. 성규는 그저 그래, 하며 감흥없는 대답을 했다. 세호는 그런 감흥없는 대답을 느끼진 못한건지 재밌겠지? 해봐! 하고 성규의 손에 핸드폰을 쥐어주었다. 성규는 핸드폰을 받자마자 책상에 내려놓았다. " 뭐야, 안 해? " " 세호야 나 50원만 줘 봐 " 50원? 500원도 아니고 뭔 50원이야, 세호가 투덜거리며 주머니를 뒤졌다. 성규가 내가 음료수 사줄게, 하고 답했다. 그러자 세호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뒤적거리던 손을 꺼내더니 여러 동전을 손에 올렸다. 음료수 살거면 50원 말고 500원을 줘야지, 자 500원 사와. 세호는 제 손 위에서 동전을 고르더니 성규에게 500원을 내밀었다. 성규가 아니 50원 줘, 하고 500원을 내민 손을 다시 세호쪽으로 밀었다. 아니 음료수를 살건데 왜 50원을 달래! 하고 성규가 내민 손에 50원을 내려놓았다. " 니가 450원 내는거? " " 어, 나 다녀올게 " 이제 쉬는시간 5분 남았는데, 세호가 다녀와라. 하고 짧은 인사를 건넸다. 성규는 신나서 교실을 빠져나갔다. 이거 다시 하고 싶었어.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은 요즘 들어 제일 가벼웠다. 매점에 도착한 총총 걸음은 사람들의 줄을 기다렸고, 곧 줄어든 줄에 의해 성규는 매점 아주머니께 피크닉 2개요, 라고 하고 50원은 제 주머니에 넣고서 1000원을 내밀었다. 피크닉 2개가 내밀어졌고, 성규는 기분 좋게 피크닉 2개를 손으로 집어들었다. 그리고 피크닉 2개를 집어들자마자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잡아끄는 느낌이 났다. 성규는 뭐야! 하고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우현이? " 우현아.. " 우현이 검지손가락을 들어 입술에 가져다 댔다. 조용히 해, 라는 뜻인듯 싶었다. 아이들은 종 친다! 하면서 제 교실로 들어갔고, 우현은 손을 까딱거리며 성규에게 따라오라는 표시를 했다. 성규는 영문을 모른 채, 복도 끝으로 가는 우현을 그저 따라가야만 했다.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그 중 한개도 맞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안 좋은 예감만 불쑥 찾아들었고, 아이들이 쳐다보길래 일부러 의식해서 우현과 잔뜩 떨어져 걸었다. 우현도 그 상황을 알고 있는 듯 했다. 끝내 복도 끝에 다다랐고, 수업 시작종이 쳤다. 아이들은 제 교실로 와르르 들어갔다. 성규는 따라온 우현을 멍하니 쳐다만 보았다. 무슨일이야? 흔한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 김띨띨 " " ....뭐? " 진지하게 말을 해도 모자랄 판에, 성규가 긴장이 풀렸는지 어이없는 표정으로 우현을 쳐다보았다. 우현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 요즘 풀어줘서 아주 간이 부었지? " " 내가 무슨... " 성규는 어이가 없었다. 이게 뭐야, 왜 감격의 만남. 이런거 없어? 우현은 여전한 장난스러운 얼굴로 성규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성규가 우현의 팔뚝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으악! 짧은 비명이 튀어나왔다. " 누구거야, 이거 " 우현이 음료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성규가 세호 거.. 하자 우현이 니가 지금 50원을 갖고 남의 걸 사? 내 건 어딨어. 하고 성규의 온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성규가 간지러웠는지 푸흐흐, 웃음을 뱉었다. 웃어 지금? 너 다른애 거 사면 되, 안되. 우현이 성규의 손에 들린 피크닉을 뻇으며 말했다. 성규가 단호하게 되! 하고 답했다. 우현이 미쳤어? 하고 정색하며 성규를 쳐다보았다. 앞으로 50원 갖고 다른애 거 사면 손 부러트린다. " 그건 내 맘이야, 내 손이잖아 " 우현이 피크닉 빨대를 뜯어내자 성규가 가로채며 말했다. 우현이 황당하다는 듯 성규를 쳐다보며 성규의 손을 붙들었다. " 잘 들어, 앞으로 이 손으로 사는 모든건 내 거야 " " 그런게 어딨어!, 나 다른거 사올거야 " 우현은 성규의 손을 강하게 붙잡았다. 어딜 다른애걸 사려고 하냐, 손 부러지고 싶어? 성규가 아프다며 성화를 부렸지만 우현은 성규의 손을 놔주지 않았다. 성규는 놔! 하고 우현을 밀었지만 우현은 성규의 뒷덜미를 붙잡았다. " 입, " 어? 성규가 짧게 물었다. 그러자 입 위로 손바닥이 내려앉았다. " 이게, 요즘, 풀어줬더니, 막, 기어오르지?, 어? " 성규가 이럴 줄 알았어, 하고 눈을 감았다. 이게 한 두번도 아니고.. 엄청 오랜만에 보는건데, 뭐 반가워 이런건 하나도 없고 평소랑 똑같아 남우현 개새끼!!!!! 우현이 앞으로 내거 안사오면 입도 터트릴거야. 하고 성규의 뒷덜미를 놨다. 성규가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어..? 하고 되물었다. " 두번 말하게 하지마 " 뭐라고?, 성규가 다시 물었다. 그러자 뒷덜미가 다시 잡혔다. 아오, 남우현 개새끼 진짜! " 두번, 말하게, 하지, 말라고, 했어, 안했어 " 어금니를 깨문 발음이었다. 성규가 알았다며 우현을 힘으로 밀었을때야 우현이 다시 손을 내렸다. 뒷덜미는 여전히 잡혀있는 상태였다. 오랜만에 봤다고 아주 이제 말도 안들어, 하고 우현이 성규를 빤히 쳐다보았다. 피크닉도 김세호것만 사오고 이제 나는 안중에도 없다 이거지?. 성규는 그건 아닌데, 하고 말을 얼버무렸다. 우현이 구라치지마. 하고는 다시 입을 때렸다. 팅팅 붓겠다 니 때문에 아주! 성규가 이제 수업 가자, 늦었어. 하고 우현을 미는데, 우현이 다시 뒷덜미를 강하게 조여오듯이 잡았다. 성규가 아파, 하고 뒷덜미에 손을 가져다 댔다. 어딜 더러운 손을 들이밀어. 하고 우현이 나머지 한 손으로 성규의 손을 쳐냈다. 수업 늦었는데.. 다시 성규가 말 끝을 얼버무렸다. " 시끄러, 내가 시끄러운거 싫댔지 " 우현이 다시 입, 하고 짧게 말했다. 진짜 올해 안에 너무 맞아서 입술 터지는거 아냐? 성규가 다시 입술을 슬쩍 내밀었다. 성규의 생각과 다르게 강하게 내리쳐지는 건 손바닥이 아니었다. " ....! " 물컹한 입술이 닿았다 재빨리 떨어졌다. 성규는 그저 놀라 우현을 쳐다보았다. 우현의 입 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뒷덜미를 잡힌건 아직 떨어지지 않은 채 였다. 다시 입이 닿았다. 이번에는 갈라진 두 입술 사이로 혀가 밀려들어왔다. 성규는 눈을 감지 못했다. 아예 이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에 반해 우현은 나름 키스에 집중하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우현은 키스하는 도중 눈을 떴다. 성규의 뜬 눈과 눈을 마주쳤다. 입술이 떼어졌다. 성규는 여전히 멍을 치고 있었다. 우현은 성규에게 얼굴을 조금 들이밀며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 누가 키스할때 눈 뜨고 있으래 " " …어……? " 우현이 성규의 눈 쪽을 손으로 내려 감겨주었다. " 눈 감아 " 다시 입술이 맞닿았다. 이번엔 정말로 진한 키스가 이어졌다. BGM. Younha - Wait // 쮸~=3= 여러분 제리에영 반가반가 벌써 8편이군요 그리고 개학이 다가와요ㅠㅠ..... 다들...알찬방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