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월 |
결국 다시 쓰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전보다는 조금 더 나을 거예요... 아마.... 3편으로 끝내려고 했으나 좀 더 늘려서 5편까지 가지 않을까요...? 외전 덧붙이면 6,7까지...? 독자님들 사랑합니다... |
| 애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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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언젠가 전봇대와 박았을 때처럼 머리가 너무나도 아팠다. 물론 허리는 이루 말할 것도 없었다.
종대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간만에 새로 쓴 역사를 생각해내었다.
차를 타자마자 키스를 퍼붓길래 할딱거리며 밀어내었다. 그가 인상을 쓰다 두 손가락으로 왼쪽 눈을 크게 뜨게 만들곤 흰 자위에 혀를 가져다 대었다. 지금도 간지러운 느낌에 눈을 비볐다.
그는 잠시 자신을 차에 두고 나가더니 편의점에서 소주를 사왔다. 엉뚱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더니 마시고 긴장 풀라며 반강제적으로 반 병을 비우게 만들었다.
그 이후로는 감기 기운이 있던 몸에 술 기운까지 도져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
몸만 멀쩡하다면 그 인간을 찢어다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는 종대였다.
고개를 돌리니 협탁 위 자신의 옷이 그의 성격처럼 말끔히 접혀 정돈되어 올려져 있었다. 배가 아리지 않는 것으로 봐선 뒤처리도 잘 해준 것이 틀림없었다.
늘어지려는 몸을 붙잡고 일어나 옷을 입었다. 하룻밤 전쟁을 보여주듯 구김이 가득했다.
엉거주춤 걸으며 거실로 나가니 바로 식탁이 보였다. 죽과 함께 그의 메모가 있었다.
'먹고 쉬어. 집에만 있어.'
종대는 그가 우스웠다.
바라지 않은 관계를 맺을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다정한 척을 하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바지 속 휴대폰을 찾아 꺼내들고 자신의 친한 친구에게 메신저로 위치를 보낸 후 전화를 걸어 자신을 데리고 가라고 하였다.
툴툴대면서도 알겠다는 친구의 답을 만족스러워 하며 비틀비틀 현관문까지 갔다가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다. 죽그릇을 집어 던졌다. 그릇은 담긴 내용물과 함께 곤두박질쳤다.
종대는 화를 애꿎은 곳에 풀고선 밖으로 나왔다. 공기가 습했다.
"김종대."
몸을 떨고 있는 종대를 보고 놀란 민석은 택시를 대기시키고 헐레벌떡 뛰어왔다.
"야."
"너, 추워? 나 좀 봐. 야, 열이 장난 아닌데?"
"아. 어쩐지 어지럽더라."
방정맞은 민석의 행동을 지켜보던 종대는 덤덤하게 말을 마치고는 그대로 쓰러졌다.
*
종대는 꼬박 일주일을 앓았다. 이틀은 열감기로 거짓말을 보태 사경을 헤맸고, 사흘은 몸이 아파서 움직이지 못했다. 나머지 이틀은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민석이가 챙겨 주는 끼니를 거르지 않으며 이를 갈았다.
민석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종대도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분노했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성실하게 살았던 종대에게 일주일이나 결근을 한 것은 꽤나 큰 타격이었다.
겨우 기운을 차려 바 안으로 들어가자 걱정이 담긴 동료의 잔소리였고, 종대는 밝게 웃으며 농담으로 괜찮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바는 평소보다 조용했지만 어수선했다. 출근 도장을 찍던 백현도 없었다.
단골 고객들의 눈인사를 미소로 답하고 동료를 바라보았다. 동료는 익숙하게 주문 목록을 작성하고 있었다.
문득 무언가가 종대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블랙리스트."
"어?"
"우리 블랙리스트 어디에 있어?"
"나야 모르지, 사장님에게 물어 봐."
나 사장님께 연락 좀 하고 올게.
급하게 카운터에서 나와 탈의실에서 휴대폰을 찾아 사장님께 메신저로 문자를 보내자마자 휴대폰을 한시도 놓치지 않고 사는 사장님인지라 1분도 되지 않아 답이 왔고 블랙리스트의 행방을 찾은 종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전의 백현처럼 샐쭉 웃으며 카운터로 돌아와 선반 아래의 장부를 찾아들었다. 사장님의 말 그대로 장부의 뒤에 숨겨져있었다.
장부보다 블랙리스트를 더 중요시 여기는 사장은 여러 종을 상대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다시는 일을 못 벌리게 제재조취를 취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었다. 이 바 안이 동물원이라면 사장은 사육사로 칠 수 있을 것이다.
동료의 펜을 뺏어들고 블랙리스트 명단을 넘겼다. 일개 직원이 작성하는 건 종대가 처음이었다.
크리스 (Kris) 비고, 단골 고객 백현과 친해 보임.
작성을 하고 웃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뭐가 그리 재밌는 거야?"
"그게요, 제가 방금 블랙... 아."
말을 걸어온 것은 그였다. 그는 백현과 함께였다. 종대가 말문이 막혀 말을 잇지 못하자 크리스 옆에 있던 백현이 종대에게 말해달라며 재촉하였다.
"손님."
"크리스라고 부르라니까."
"나가주시죠."
"손님이라며 문전박대 하려고?"
종대는 투덜거리는 크리스에게 그의 이름이 적힌 블랙리스트를 보여주었다.
"이게 뭔데?"
"블랙리스트요."
저희 바 규칙 모르세요? 블랙리스트에 적히면 이유가 있든 없든 우선은 일주일 간 추방이에요. 입이 따발총이 된 듯 말을 쏟아내면서도 그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조명을 바라보았다.
둘의 관계가 재밌다는 듯 지켜보던 백현은 크리스를 떠밀었다.
"가요."
"뭐?"
"여기 룰이 그래요."
동물원에도 규칙이란 게 있잖아요.
어쩔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쓰더니 생각보다 점잖게 나갔다.
자신이 저질러놓고도 두려움에 떨고 있던 종대를 보고 백현은 미소를 지어 긴장을 풀어 주었다.
백현은 알고보면 이 생태계의 톱은 크리스같은 남자가 아닌 무덤덤하고 순진해보이면서도 실상은 영악한 종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에게 블루 하와이 제조를 부탁했다.
"왜 같이 왔는지 안 궁금해요?"
"별... 궁금하네요."
종대는 딱 잘라 궁금하지 않다는 의사를 표시하려고 했으나 동료의 눈치가 보여 이내 백현의 말에 긍정적인 답을 하였다.
"가끔씩 밖에서도 만나거든요."
섹스 라이프도 비슷해서.
종대는 흔들던 쉐이커를 무의식적으로 멈추고 입술을 깨물더니 다시 흔들기 시작했다.
역시 삽질을 지켜보는 것은 즐겁다. 독수리와 너구리의 조합만으로도 흥미로운데 무려 삽질이라니. 그 때 크리스에게 말을 걸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백현이었다.
너구리로 치부된 줄도 모른 채 종대는 백현에게 완성된 블루 하와이를 내밀었다.
"여기요."
"고마워요."
블루 하와이의 상쾌함에 걸맞는 밝은 인사를 하고 백현은 자신의 고정 자리와 다름없는 곳으로 갔다.
한숨을 쉬고선 주문 들어오는 칵테일들을 제조하였다. 바 안의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잠시 그가 생각났지만 집에 잘 갔겠거니 지워버리고 일에 몰두하였다.
영업 시간이 끝나고 술 냄새에 지끈거리는 머리에 고개를 저으며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는데 동료가 나머지는 자신이 하겠다며 종대를 먼저 보냈다. 한 번의 사양도 없이 바로 나비 넥타이를 풀며 동료에게 인사를 하고 탈의실로 가 자신의 소지품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콧노래를 흥얼이며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낯선 인영이 불쑥 튀어 나왔다.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희미한 가로등 빛에 의존하여 바라보았다.
아, 또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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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