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다각] 수만여고썰-소개편2(병맛주의)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4/4/3/443a468712885e9f0a794ae10927ec3c.png)
똑똑똑, 쾅! 큰소리를 내며 열리는 양호실 문에 노트북을 바라보던 예흥이 깜짝 놀라 문 쪽을 바라봅니다. 세나가 그런 예흥을 발견하곤 갑작스레 머리를 부여잡으며 비틀비틀 양호실 안으로 들어옵니다. 힘겹게 의자에 앉은 세나에 예흥이 걱정스럽다는듯 쳐다봅니다. 다정한 눈빛에 얼굴이 빨개질것만 같습니다. “세나, 아파?” “네, 쌤….” “어디가?” “제 마음이요…….” “…….”
“…….” …예흥이 세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시원찮은 반응을 느낀 세나가 얼른 가슴을 부여잡습니다. 쌤, 진짜 너무 아파요…. 19년동안 갈고 닦은 연기력을 빛낼 시간이 왔습니다. 금방이라도 아파서 죽을 것만 같이 울상인 세나에 예흥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괜찮아? 많이 아파? 어쩔줄 몰라하는 예흥에 세나가 연기력을 최고조로 올립니다. 한시간 정도만 쉬면될것같아요…. 아련한 말에 예흥이 담임선생님에게 허락을 받고 오라며 종이를 건내줍니다. 종이를 받은 세나가 뒤돌아서며 예흥 모르게 슬며시 미소를 짓습니다.
오늘도 전교생이 한 번 씩은 양호실을 왔다간것만 같습니다. 물론 98%정도는 예흥을 보기위해 찾아오는 망측한 학생들의 꾀병입니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매시간마다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예흥은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웃으며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사탕 바구니에서 사탕을 하나씩 건내줍니다.
예흥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교사들 사이에서도 착하기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준면과 같은 성스러움이 넘치는 얼굴에 ‘레멘’이라는 별명을 소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쏙 들어가는 보조개가 참 매력적인데요, 예흥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모든 병이 싹 낫는 기분이 들곤 해요. 그래서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양호실에 자주 들려 예흥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으로 힐링을 하기도 합니다. 학교에 있는 시간중에 가장 좋은 점심시간이 끝나고 5교시가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제일 졸린 시간이네요. 담임의 싸인을 받아 온 세나가 침대에 눕는 것을 확인한 예흥이 커튼까지 꼼꼼히 쳐준 후, 창가로 다가갑니다. 조용한 양호실과는 달리 운동장은 시끌시끌합니다. 체육수업 중인가봐요. 여학생들은 체육을 싫어할것이라는 예흥의 생각과는 달리, 학생들 모두가 우렁찬 소리를 내며 신나게 축구를 하는 중입니다. 오히려 체육교사 타오를 앞서는 스피드에 예흥이 경악에 찬 표정을 짓습니다. 홀……. 정말 여고는 생각을 뒤엎는 일이 참 많이 벌어지는것 같습니다.
“형~”
똑똑, 조용한 노크소리에 축구를 하다 다친 학생이 있나 싶어 급히 고개를 돌린 예흥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음악교사 종대에 어? 의아한 표정을 짓습니다. 수업이 없는 시간이면 이렇게 자주 양호실에 놀러오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종대가 많이 조용합니다. 예흥이 종대에게 가까이 다가가 이마를 만져봅니다. 더위를 먹었나?
“점심에 먹은게 체했나봐. 평소보다 많이 먹었더니….”
별일 입니다. 기술가정교사 백현과 과학교사 찬열이 지어준 별명인 마른돼지답게 몸에 비해 상당히 많은 양을 먹는 종대지만, 체하는 날은 일년에 몇 번 있을까말까한 일입니다. 약통을 이리저리 살피던 예흥이 소화제를 발견하곤 물까지 직접 떠서 종대에게 가져다 줍니다. 아, 고마워. 약을 먹은 종대가 답지 않게 수줍은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아니, 이게 뭔 일이야. 잠깐 잠이 들었다 일어난 세나가 커튼 너머로 들리는 종대의 목소리에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지를 뻔한 입을 급하게 틀어막습니다. 둘이 뭐하는거지, 지금? 당장이라도 침대에서 박차고 일어나 둘의 사이를 물어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3학년 2반인 세나의 담임은 종대인데, 사실 양호실에서 쉰다는 허락을 맡지 않고 조작을 했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했냐구요? 종대의 싸인은 정말 유치원생도 똑같이 따라할 수 있을 법한 ‘종’쓰고 동그라미. 단순 그자체이거든요. 지금 나가면 위조사실을 들킬게 분명합니다.
“어? 괜찮아진것 같아!” “벌써? 아직 효과오려면 좀 있어야 할텐데.” “그러게. 형 봐서 그런가?”
우웩, 아무리 세나라도 이건 참을 수 없는지 감격에 찬 눈빛과는 다르게 헛구역질을 여러번 합니다. 정말 둘이서 지랄을 합니다. 가뜩이나 연애도 한 번 못해봐서 얼마나 서러운데 선생님들까지 이러시면…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수찬모 카페에 들어간 세나가 혼자만 알기 아까운 이 상황을 적기 시작합니다. 모든 댓글의 내용은 양악행쇼(일명 양호X음악) 오랜만에 터진 양악이니 만큼 글의 인기가 식을줄 모릅니다. 근데 어디서 웃는 소리 들리지 않아? 종대의 말에 세나가 크게 움찔합니다. 너무 좋아서 자신도 모르게 웃음소리를 냈나봅니다.
“아, 침대에 세나 누워있어.” “오세나? 세나가 왜?” “마음이 아프대.” “…….” “너한테 허락도 맡아왔던데.. 아니야?”
쟤 금방전에 수업할때도 멀쩡했어. 종대의 목소리에 세나가 그대로 굳습니다. 아… 망했다…. 불안한 마음에 손톱을 무의식적으로 뜯다가 얼른 눈을 감고 자는척을 합니다. 금방이라도 커튼을 걷고 종대가 들어올것만 같습니다. 아, 발자국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네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세나의 눈가에 경련까지 일어납니다.
“오세나, 너….” “종대야, 그냥 자게 냅둬. 많이 피곤한가봐.” “아니, 그래도 허락도 안 맡….” “아이고, 착하다. 한 번만 봐주자. 가끔 쉬는날도 있어야지.”
커튼 너머로 종대의 그림자가 비출 무렵 한줄기 빛과 같은 예흥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세나가 그제야 안심한듯 그동안 참은 숨을 내뱉습니다. 그래도 저러면 무단결석인데…. 잠시동안 커튼 앞에서 고민하던 종대가 투덜거리며 다시 예흥에게로 향합니다. 그러고보니 참 이상하네요. 평소에 항상 장난기가 가득한 종대이지만 예흥이 옆에 있을때만 이상하리만큼 조용해집니다. 뭔가 말 잘 듣는 강아지가 된것만 같아요. …수상합니다. 예흥은 가만히 의자에 앉아 고민을 하고 있는 종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사탕바구니를 뒤적거립니다. 바구니안에는 여학생들과 종대가 좋아하는 여러맛의 사탕이 가득 담겨져 있습니다. 예흥이 미동도 없이 앉아있는 종대의 어깨를 톡톡 치더니 사탕을 건내줍니다. 물론 사람 녹이는 미소는 필수에요.
“어?” “생각이 많을땐 레몬사탕이지.”
……? 예흥의 손에 들려진 노란봉지를 꿈뻑이며 바라본 종대가 어색하게 사탕을 받아듭니다. 고, 고마워. 종대가 웃고 있지만 웃는것 같지 않는 오묘한 표정을 짓습니다. 방금 그 멘트는 뭐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것 같기도 하고… 또 준면이형이 이상한거 알려줬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수십만개의 생각에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한 편 종대가 그러나말거나 여전히 예흥흔 환하게 웃고 있네요. 하려던 말도 못하게 만드는 장예흥표 천사미소에요. 그 미소에 단순한 종대는 따라 웃으며 사탕을 바로 입에 집어넣습니다. 아, 참고로 여러분 저 멘트를 어디서 많이 들어본것 같다면, 착각이에요. 기분탓일겁니다. 정말요.
5교시가 끝나는 종이 칠 때까지 양호실에서 놀던 종대가 밝게 인사하며 밖으로 나갑니다. 정말 위장하나는 튼튼한것 같습니다. 따라서 인사를 한 예흥이 다시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듯 싶다가 서랍을 열어 레몬사탕을 바구니에 한웅큼 집어넣습니다. 이번교시가 끝나면 또 학생들이 가득 찾아올테니까요. 어쩐지 평소보다 즐거워보입니다. 아, 물론 커튼 너머로 상황을 엿듣고 있던 세나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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