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대] Damn, damn, damn. 6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b/d/7/bd72c63c14e51d1d365f161265d7ada2.jpg)
*자동, 반복
(고정브금임니당)
"오늘 경기하느라 피곤하셨을텐데 갑자기 와달라고 그래서 죄송해요. 혼자 먹기엔 뭐해서……."
"괜찮아요."
난 이용대 선수 보는 게 자는 것 보다 더 좋은걸요. 입 밖으로 꺼내고 싶었다. 좋아한다고 인식을 하고 보니 그가 조금 색달라 보였다. 그의 모습을 뭐라 형용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느껴진다. 예전과는 조금 다른… 나만 느꼈으면 하는 그런 매력. 그는 나에게 앉아 있으라고 말하더니 가방 뒤에 나란히 있는 커다란 병에 담긴 술을 과자나 오징어같은 것들과 같이 가져온다. 나는 술을 보고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병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컸기 때문이다.
"그거… 둘이서 다 먹을 수 있어요?"
"역시 안되겠죠?"
"당연히 안되는거 아니에요? 주량이 얼마나 세길래 안되겠냐고 물어보는거에요?"
자기 무릎 밑 7센치 정도 오는 크기의 술병을 들고 그렇게 말하는 그를 나는 약간 나무라듯 말했다. 아무리 이용대라지만 이건 혼나야할 일이었다. 일국의 국가대표 선수가, 다른 때도 아닌 올림픽 개막이 이틀 남았는데 약간도 아니고 저렇게 많은 술을 먹을 생각을 한단 말인가.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어, 음… 사실 제가 제 주량을 잘 몰라서……."
그는 말끝을 흐리며 우물쭈물했다. 혼내다가 저러는 모습을 보니 또 귀여워서 나도 어쩔줄을 모른다. 덩치도 큰 사내에게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생각도 들지만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소리를 또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주량을 모른다니? 나는 의아에 찬 표정으로 그를 봤다. 그러니 그는 나에게 그렇게 보지 말라며 자기 얼굴을 가린다. 하는 짓이 뭐 이렇게 천상 여자람. 그리고 스물 다섯이나 나이를 먹어놓고 주량을 모른다는 게 궁금해지는 나는 그에게 물었다.
"주량을 왜 몰라요?"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우물쭈물 서있던 그는 아… 그러니까, 그게…. 하면서 뒷 목을 긁적이더니 그 큰 술을 이쪽으로 가지고 와 내 앞에 턱 앉았다. 내 얼굴 앞에 있는 그. 당장에 무슨 짓이라도 해버리고 싶었다. 아무런 보장도, 여유도 없는 입장인 나는 지금 당장, 1분 1초가 절실했다. 그런만큼 일을 저지르고 싶다는 충동을 강하게 받았지만 허벅지를 꼬집으며 참았다. 참자, 그에게 충격을 주고싶지는 않다.
"그게, 여태까지 술을 제대로 마셔본 적이 없어서…."
"어?"
그의 대답에 정말로 놀랐다. 놀란 나머지 반사적으로 어? 하는 반말이 나와버려서 민망했지만, 그런 사사로운 것 까지 신경쓸 틈 없이 그의 말은 좀 컬처쇼크였다. 나와 동갑인, 내가 빠른 년생이라 치지 않으면 나보다 형인 그가 자기 주량을 알 만큼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니, 놀랄 노자였다.
"한 두잔은 많이 마셔봤는데, 가족이랑 있을 때는 많이 못 먹겠고, 회식을 가도 왠진 모르겠지만 많이 먹지 말라고 술도 잘 안주더라구요."
"어… 배드민턴 팀에서 막내에요?"
"이번 국대요? 아닌데."
알만했다. 배드민턴 팀이 이용대를 얼마나 아끼는 지를 알 수 있었다. 내가 막내냐고 물어보니 이용대는 뭐가 그리 좋다고 내 술잔에 술을 따라주면서 자기 후배들 얘기를 꺼낸다. 자기보다 어린 배드민턴 국가대표들은 다 여자애들인데, 선배님 하거나 오빠라고 하는 게 얼마나 귀여운지 모르겠다고 그런다. 나도 그에게 술을 따라주며 좋으시겠어요. 하고 시큰둥하게 받아주니 그는 술잔을 입에 가져다 대다가 나를 보고 씩 웃는다.
그 웃음에 나도 술잔을 입에 가져다 대다가 움찔해서 쏟을뻔 했다. 내가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게끔 자연스럽게 술을 입어 털어 넣었다. 원래 원샷은 안하는 주의인데 나도 모르게 한 입에 다 털어 넣어버렸다. 상큼한 사과향과 알싸한 알콜향이 입안에서 맴돌아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이용대를 쳐다보니 홀짝 마시고 만 그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술 잘 마셔요?"
"아뇨, 저도 잘 못마셔요."
"그럼 여자 얘기 하니까 질투났어요?"
"네?"
화들짝 놀라버렸다. 나도 모르게 눈이 커진 게 느껴진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그 역시 이런 나를 보며 당황하는 눈치였다.
"축구에는 여자가 없으니까, 그런건가 했죠."
그는 당황한 기색은 접어두고 내가 민망하지 않게 말을 건냈다. 자상한 면에 있어서도 사람을 매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비워진 내 잔에 눈이 가더니 이내 다시 술잔을 채웠다. 난 오징어 다리가 든 봉지를 뜯어서 하나 꺼내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과일주가 도수가 세다지만 한 잔 갖다가 취할 주량은 아닐텐데, 뭔가 알싸하게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이용대가 따라준 술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이번엔 이용대처럼 홀짝 마시고 말았다.
"왜 안마셔요? 나 마시는거 구경해요?"
내가 톡 쏘아 말하자 그는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또 한번 홀짝- 마셨다. 본인이 이렇게 마시니까 안 먹이는 것도 있겠구나.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원래 술 그렇게 마셔요? 홀짝 홀짝."
"아, 아니에요. 기성용 선수랑 친해지고 싶은데, 혹시라도 실수할까봐 그러죠."
두근. 그의 말에 알싸했던 것이 확 올라와 취기가 도는 기분이었다. 겨우 한 잔 정도에. 지금 본인이 무슨 말을 한 건줄 알까? 아니 그것보다 본인 앞에 이 남자가 무슨 감정을 가지고 여기에 있는 건줄은 알기나 할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안다면 어떻게 될까? 이 남자가 내 마음을 안다면, 어떻게 날 쳐다볼까.
울컥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따라준 술을 또 한번 쭉 마셔버렸다. 그의 얼굴에서 당황한 감이 없지 않았다. 계속 따라주세요. 맛있네. 맛은 둘째치고 그냥 마시고 싶었다. 그런 밤이었다. 아니, 그렇게 만든 밤이었다, 그가.
"그러다 금방 취하면 어떡해요?"
"어쩔 수 없죠. 오늘만 책임져 주세요."
취하지도 않았지만 술기운을 빌려 그렇게 말하니 그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 강아지 같은 귀여움에 나만 주체할 수 없이 좋았다. 가지고 싶었다. 가지고 나만 보고 싶었다. 국가대표도 시키지 말고 내 것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걸 집착이라고 하나? 아, 이용대,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데 뭐 있는 것 같다.
"이용대 씨, 나 고민있어요."
이용대 씨 라는 호칭에 한번 더 놀란 것 같다. 하지만 금새 놀란 표정은 뒤로하고 다정하게 웃어보이고는 뭔데요? 한다. 이 남자, 표정 변화가 참 빠르구나.
"들어줄거에요?"
"저라도 괜찮다면 해주세요."
난 그가 다시 채워준 술잔을 또 한번 단숨에 털어 넣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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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이 너무 짧은 것 같아서 새벽에 지르구가요 ㅠㅠ
그래도 터무니 없는 분량인 것 같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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