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대/조각] 국화꽃향기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5/3/0533d3005e6292895d7da5d91ad99700.jpg)
![[기성용대/조각] 국화꽃향기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b/1/3/b130a6ce475d95049871e839856e1deb.jpg)
*자동, 반복
새드임당
희뿌연 안개 가운데 정신이 몽롱한 내가 서있었다. 달콤한 꽃향기가 코를 찌르다 못해 독하게까지 맡아졌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안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았다. 그러자 누군가 내 뒤에서 양 어깨를 포근히 잡더니 일어나요- 하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지만 안개 사이로 사라져가는 하얀 얼굴만이 보일 뿐이었다.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쫓아가려 했지만 하얀 앞에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누구세요! 잠깐 기다려 보세요! 소리치고 싶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주춤한 나는 그가 사라진 방향으로 정처없이 뛰어갔다. 이 하얀 세계에 나 혼자 동떨어지게 된다니,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뛰고 또 뛰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갑자기 체력이 한계까지 차올랐다는 것을 느꼈다. 나름대로 한 체력 하는데 아무래도 이 자욱한 안개를 마시면서 산소가 부족한 탓인듯 싶다. 헥헥거리며 지친 몸을 멈춰 허리를 숙여 숨을 고르는데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화악 불어왔다.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덕에 눈을 뜨지 못하고 바람이 멈출 때까지 있었다. 바람이 멈춘듯 싶자 앞을 보니, 내 앞엔 안개속에서 사라지려 했다가 안개가 사라지며 내게 들켜버린 부끄러워 하는 그가 도망치고 있었다.
그의 잘생겼지만 창백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어디서 만난적 있지 않나요? 역시 말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도망가던 그는 나에게 모습을 들키고서야 가던 걸음을 멈추고 날 보았다. 그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았다. 뭐가 이리도 나를 주춤거리게 만드는가, 알 길이 없었다. 그는 나를 보고 싱긋 웃더니 입술을 떼어 내게 뭐라고 말을 건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네? 뭐라구요? 내 목소리 역시 성대 안에서 감돌뿐,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를 보고 눈을 크게 떠보인 그는 다시 가던 길을 갔다. 이번엔 뛰지 않고 천천히 걸어갔다. 그제서야 내 발걸음이 떨어졌다. 빨리 뛰어가서 그를 잡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나는 당신을 따라가면 되는건가요?
내 속마음이라도 읽었는지 그는 다시 뒤돌아서 나를 보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그가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의 미소를 보자 내 가슴이 찢기듯이 아파왔다. 나는 나도 모르게 가슴을 움켜쥐고 눈물을 흘렸다. 절제할 수 없는 눈물이 그렇게 흘렀다. 나는 그를 보고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아련하게 아파오는 이 가슴은, 그와 무슨 관계가 있는걸까. 그는 여전히 아픈 미소를 머금은채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차오르는 것이 보였다. 큰 눈이 울망울망 해져서, 그게 또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서로를 마주보고있자 그의 눈에서도 결국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가……."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눈에서 한 방울, 두 방울 흐르던 눈물이 쉴 세 없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제서야 눈치챘다.
"용대야…!"
바람이 또 한번 화악 불어오더니 날 그에게로 가지 못하게 붙잡는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나를 뒤로하고 그는 제 갈길로 걸어가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용대야, 기다려! 가지마! 가지마, 제발……. 그를 애타게 불러봤지만, 이따금 내 입만 뻥긋거릴 뿐이었고 목소리는 또다시 나오지 않았다.
눈을 뜨니 눈가는 촉촉한 채였다. 앞은 깜깜한 채로 보이지가 않았다. 하지만 주변에선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 애타게 성용아- 하며 찾는, 날 찾는 목소리들……. 모든 것이 기억이 났다. 아마도 이 곳은 병원이겠지. 내 두 눈에서는 쉴 세 없이 눈물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흐르는 눈물을 뒤로 하고, 날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을, 내가 깨어나서 분주해진 사람들을 뒤로하고 지긋이 눈을 감았다.
내가 본 모든 것은 꿈이었다. 새하얬던 이용대의 모습, 그것은 국화꽃 향기에 취한 나의 몽환의 세계였다. 생각하는 모든 것이 앞뒤가 들어 맞았다. 일주일 전 죽은 이용대를 따라가기 위해 국화꽃 100송이를 사 밀실인 방 안에서 머리맡에 두고 침대에 누워 그대로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했다. 그 달콤하고 매혹적인, 지독한 향기에 취해 너에게 가기 위해……. 내가 일어나면 아마 너와 함께 있게 되겠지, 너는 나에게 왜 왔냐고 타박하면서도 꼭 안아줄거야. 부푼 기대를 가슴에 품고 잤는데, 결과는 이것이었다.
내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의사가 왔는지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뇌에 시신경이 파괴되…….' 하고 운을 떼어서 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은 엄마는 더욱 더 통곡하며 우셨다. 미안해요, 엄마. 하지만 나 꼭 가야해요, 용대가 있는 곳으로. 분명 혼나겠지만, 용대라면 날 웃으면서 받아줄거에요. 계속 울게 해서 미안해요…….
미안해요, 가야해요, 용대에게…….
삐─────────
시끄러운 소리가 울리며 정신이 점점 몽롱해졌다. 지독하게도 매혹적인 향기가 또 맡아져왔다. 코를 찌르는, 달콤하도록 지독한 향기가──.
-
혹시라도 damn을 기다리셨던 분이 계신다면 이런글을 들고와서 죄송합니다 ㅠㅠㅠㅠ
면목이 없네요.. 그런데 새드 쓰고싶어서 조각으로 막 휘갈겼어요 ㅠㅠㅠㅠ
부끄러운 말씀을 드리자면 damn도 가끔은 계획 없이 휘갈겨 쓸 때가 있습니다(눈치채셨겠죠....)
하지만 damn은 신경쓰는(안그래보이시겠지만;;) 얘기이기 때문에 오늘같은 멘붕으로 들고 오기에는 많이 죄송스러워서
쓰고싶은 얘기를 썼습니다.
damn은 현실에서 있을법한, 최대한 가까이 쓰기 위해(는 무슨 국대 게이 소설인 것부터 fail) 조사도 하는 편이고 해서
오늘은 편하고 담백하게(?) 쓸 수 있는 새드를 들고왔습니다
네..무슨 말을 해도 변명은 변명이죠.. 부디 노여움은 푸시어요 ㅠㅠ...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신혼집 위치문제로 매일 싸운다는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