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카디] 창가 니 옆자리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4/2/9/429bb953acb99121aba3090e58afd319.jpg)
[exo/카디]창가 니 옆자리
W.클로버
내 생각에 그 여름 햇살은 강했지만 따갑지는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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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의 교복은 생각보다 많이 헐렁했다. 소매가 손바닥에 걸쳐 질 정도인 어린 아이가 아버지의 양복을 훔쳐 입은 느낌.
뭐 전학 가자마자 교복 줄인 걸로 오해 받아 교문에서 잡히는 것 보단 낫지. 경수는 전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훑어보며 혼잣말을 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아버지는 어렸을 적부터 없었다. 어린나이 경수 어머니와 만나 실수로 경수를 가졌고
그것이 두려웠던 어린 남자는 미안하다는 힘없는 목소리와 백만 원이 동봉된 봉투를 어린 여자에게 쥐어준 채 떠나갔다.
어린 여자의 가족은 경수를 지우라며 권유했고 , 여자는 울며 거부했다.
교육자 집안으로서 19살 수석을 도맡아 하던 딸이 아이를 가졌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돈 백만원 . 어린 여자에게는 큰 액수였으나 아이를 가진 집에서 쫒겨난 한 여자에게는
한 없이 작고 쓰라린 액수 였다.
그 길로 경수의 어머니는 막노동을 했다. 언제까지 자신이 어린 여고생일수 없었다.
힘들게 얻은 옥탑방은 대가를 지불해야 했고, 그 안에는 자신과 자신의 아이가 숨 쉬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들을 지켜야 했고 유지해야 했다.
경수가 5살이 되면서 그녀는 술집에 나갔다. 치욕스럽고 자신을 버려야했지만
막노동보다 벌이가 꽤 컸기에 쉽게 그만둘 수 없었다.
“경수야 엄마 왔어”
5살 아이가 유치원 종일반에서 다녀와 혼자 있는 시간.
오후 다섯 시 에서 밤 12시. 7시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동안 집에는 설거지거리가 쌓여있지도 벽지에 크레파스가 그려져 있지도 않았다.
어린여자는 안아달라며 손을 벌리고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아이의 뒤로
밥솥에 손이 닿지 않는 아이가 저녁을 먹으려 몇 번이나 뛰어올라갔을 밥솥아래 의자를 보았다.
“경수야 미안해 엄마가 너무 미안해”
더럽혀 가는 자신의 몸과 너무 잘 자라주는 자신의 아들이 모순되어져 더욱 더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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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
“우리 엄마 걸레 아니야”
큰 눈망울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혔다.
혼자 집에 있을 때 천둥이 쳐도 울지 않던 아이다. 엄마가 자신을 안고 매일 밤 울 때 엄마를 어루만져 주었던 아이는 아이들이 자신을 둘러싸 손가락질을 할 때 마다 주저앉아 몸을 떨었고 서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너희 엄마 술집여자래. 맞아?”
아이들이 키득거렸다.
아이들은 그저 경수의 커지는 눈과 떨리는 입술이 재밌었다. 선생님의 보육아래 경수는 자유로웠으나 언제까지나 선생님이 경수 옆에 있을 수는 없었다.
혼자일 때 경수는 두려움에 불안감에 아주 작은 아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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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를 손에 쥔 채 옥탑방을 나섰다.
노래를 듣고 있을 때 경수는 혼자가 아니었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노래를 흥얼 거리고 있을 때 경수는 덥고 좁은 옥탑방에 혼자 사는 아이가 아닌 그저 평범한 자유로운 고등학생일 뿐이었다.
길을 걸으며 교복 주머니에서 꺼낸 수첩에는 엄마의 두 달 남은 생일과 월급날 D-10이 적혀있었다.
치열하게 살아온 엄마에게 남은 건 잘 자라준 경수와 약해진 몸이었다.
엄마의 병원비를 벌려면 경수는 중학생 때부터 일을 해야 했고 쉴 수 없었다.
경수는 그런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엄마가 곁에 있어준 것이 너무 감사했고 행복했다.
교문을 지나가는 경수의 발걸음이 갑자기 느려졌다.
역시 교복 소매가 손바닥 반만큼 올 정도로 큰 아이는 경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름날 하복을 입지 않은 학생도 경수뿐이었다.
월급타면 입원비를 제외 하곤 하복부터 사야겠노라 다짐하는 경수였다.
곧장 교무실로 향해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네가 오늘 전학 오기로 한 경수구나. 반갑다. 사정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어.
넌 보충 야자 없이 정규수업 끝나고 하교해도 괜찮다.“
“감사 합니다”
새 담임선생님은 30 초중반 젊은 여자 선생님이셨다.
따뜻한 미소와 다정한 말투를 가지신 좋은 분이신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넌 3반이야. 이제 수업 시작이니까 같이 들어가자”
“네”
학교는 꽤 밝은 분위기였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밝은 얼굴로 떠들고 뛰어다녔고
단정한 교복에 그 나이대의 싱그러움 그 자체를 띄고 있었다.
경수는 자신과 다른 집안과 환경에서 자랐을 아이들을 바라보며 선생님의 뒤를 따라갔다.
곧이어 문이 열리고 반 아이들이 일제히 경수를 쳐다보았다. 주목받고 관심에 어색한
경수의 뺨이 붉어졌고 고개는 시든 해바라기처럼 푹 고꾸라졌다.
남학교에서 첫인상은 여학교에서의 빗과 거울처럼 중요한 치레였다.
‘크게 당당하게 하는 소리 없는 메아리만 경수 뇌리에 울려 퍼졌고
이내 결심한 듯 힘차게 올려 진 고개에서 나온 소리는
“안녕 난 도↗경수야!”
힘찼고 당당했으나 살짝 어긋난 듯 한 자기소개였다.
반을 애워싼 남학생무리들이 크진 않았지만 웃음을 터뜨렸다. 예상 못한 경수의 큰 목소리에 놀란 듯 보이는 담임선생님도 살짝 웃어보이고는 경수의 자리인 맨 뒤 창가자리를 가리켰다.
터질 것 같이 붉어진 얼굴을 한 채 경수는 뜀박질 하듯 자리로 향했다.
‘바보!바보!멍청이’
채 열 보폭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동안 경수의 자책은 수도 없이 계속 되었다.
창가자리에는 빈자리 두 개가 보였다, ‘내 짝은 없나 친구 하나는 만들려고 했는데..‘
뭐 혼자 두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나쁜 쪽은 아니니까..‘
경수는 운동장이 훤히 보이는 창가 바로 옆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앉았다.
곧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며 하루 동안 열심히 공부하라는 식상한 멘트를 날리며 담임선생님이
문을 나섰다.
새로운 학생이 오고 그 학생이 첫 인상으로 꽤나 재밌는 거리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남학교에서 그리 관심을 갖고 다가와 주는 이들은 없었다.
주섬주섬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재생시켰다. 역시 이런 분위기에서 해방시켜줄 열쇠고리는
노래 하나면 충분했다. 고3이라 그런지 다들 열심히 공부하는 구나 . 전학생 자신 빼고도
혼자 조용히 있는 아이들은 많았다.
천천히 반 아이들을 둘러보는 경수 시야에 혼자 다른 모습을 한 남학생이 들어왔다.
경수 옆 책상의 옆에 서서 가만히 경수를 바라보는 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단순히 착각일 거라 생각한 채 경수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한 쪽 이어폰이 빠졌고 위를 올라본 경수 앞에 그 남학생이 오른쪽 이어폰을 쥔 채
경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 뭐하는ㄱ”
“거기”
“내 자리야.”
남학생의 가슴에 달린 명찰이 경수의 눈에 들어왔다.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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