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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카디]창가 니 옆자리.2
W.클로버
내 생각엔 그 여름 햇살은 강했지만 따갑지는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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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반 아이들을 둘러보는 경수 시야에 혼자 다른 모습을 한 남학생이 들어왔다.
경수 옆 책상의 옆에 서서 가만히 경수를 바라보는 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단순히 착각일 거라 생각한 채 경수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한 쪽 이어폰이 빠졌고 위를 올라본 경수 앞에 그 남학생이 오른쪽 이어폰을 쥔 채
경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 뭐하는ㄱ”
“거기”
“내 자리야.”
남학생의 가슴에 달린 명찰이 경수의 눈에 들어왔다.
‘김종인’
“어 미.미안! 비켜줄게 잠시ㅁ”
“앉아”
예상외의 담담한 어투에 당황한 경수가 위를 올려 다 보았고,
김종인 이라는 명찰을 오른쪽 가슴에 단 소년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그저 경수의 옆자리에
앉아 책상위로 고꾸라졌다.
팔을 늘여 트린 채 엎드려있는 옆자리의 아이가 자기 자리를 너무나도 쉽게 내준 이 소년이
너무나도 당혹스러워 경수는 그저 그 소년의 뒤통수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억‘
경수는 하마터면 크게 소리를 지를 뻔했다. 잠시 전만하더라도 자신에게 향해있던 뒤통수가
휙 돌아갔고 그 소년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피할 수 없었다. 피할 새가 없었다.
담담한 어투와도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그 소년의 눈이 가만히 경수의 눈을 응시했다.
오른쪽 귀에서 뽑혀 경수 가슴팍에 달려 있는 이어폰에서는 계속 노래가 흘러 나왔다.
그러나 그 소리는 너무나도 작았기에 지금 이 상황을 넘겨버리기에 큰 도움이 되 주지 못했다.
‘어쩌지 어쩌지 ’
고개를 자연스레 돌려버릴까 이어폰을 다시 주어다 낄까
눈빛은 갈수록 흔들렸고 목은 타들어갔다
경수의 이런 마음을 간파라도 한 건지 소년이 작게 웃었다.
“안녕 독경수”
소년은 여전히 몸은 책상위에 엎드린 채 고개만 돌려 인사를 해보였다.
머리를 말린 채 바로 온 건지 곱슬기 없는 진갈색 생머리가 바람에 살랑였다.
불쑥 전학 와 자신의 자리를 차지 하고 앉은 이 이방인이 뭐가 좋은지 소년의 입꼬리에는 미소가 일렁였다.
“아,안녕!”
경수는 이 적막을 깨준 것이 너무 감사해 소년 말이 끝나자마자 인사를 되받았다.
봇물 터지듯 나오는 말소리에 다행이다 하고 한숨을 돌리며 책을 정리하는 경수의 손이 멈칫했다.
“저...기 난 도경수야”
독경수는 아니야 뒷말은 속으로 삼키며 다시 소년을 바라보았다.
“아까 독경수라며”
“내가 언ㅈ”
아
음이탈. 아까 자신의 자기소개의 삑사리를 소년은 독으로 잘못 알아들음이 분명했다.
경수는 눈을 한번 감으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지난 지 채 오 분이 지나지 않았지만
경수의 흑역사임은 변치 않았다.
잠시 생각해보니 자신의 자기소개 때 창가 옆자리에 앉아있던 이는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럼 이 소년은 내 자기소개를 어떻게 들었을까. 경수는 생각에 빠졌다.
의문점은 풀리지 않았지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저 소년의 눈길을 그만 거두게 해야 했고
이 적막감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게 할 순 없었다.
경수의 헛기침이 한번 흘러나왔다.
“내 이름은 도,경수야. 아까는 ..흠.. 아까는 음이..탈 이라서 네가 잘못 들은거야.
근데 너 아까 이 자리에 없었는데 내 목소리는 어떻게 들었어?“
이해가 된 건지 고개를 끄덕이며 그제 서야 소년은 몸을 일으켜 책가방을 풀기 시작했다.
“지각했는데 담임한테 혼날까봐 나갈 때 까지 기다렸어. 저기 저 쪽에서”
소년이 졸린 눈을 비비며 교실 뒷문을 검지로 가리켰다.
언뜻 차가워 보이는 첫인상과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이 소년이 저 문 뒤쪽에서 웅크리고 있었을 장면을 떠올리니 자연스레 웃음이 흘러나왔다.
왜 웃는지 뭐가 웃긴지 소년은 궁금하지도 않은지 물어보지 않았다.
그저 같이 미소를 띄고 있어줄 뿐 이었다.
-
처음 맞이한 환경들이 낯설고 긴장 되서 그런지 지루한 수업들은 꽤 빨리도 지나갔다.
수업이 재밌든 조용하던지 간에 소년은 눈을 감고 엎드려있었다.
‘잠이 많은 아이구나. 그래도 고3인데 공부는 해야 하지 않나.’
쓸데없고 많은 생각들이 경수를 스쳐지나갔다.
순간 처음 본 아이에 대해 너무 많은 참견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고개를 두어번 살짝 가로 저은 뒤 경수는 칠판을 응시했다.
툭-
구깃한 쪽지였다. 한쪽 귀퉁이에 영어 지문이 프린트 되어 있는걸 보니 교과서를 찢은 것이 분명했다. 사각형도 아니고 아무 모양 없이 구겨진 형상이 기괴했다.
책상에 떨어진 쪽지를 경수는 조용히 집어 들었다. 혹시나 전학 첫 날부터 선생님께 들킬까
걱정하며 그 쪽지를 쥔 두 손을 책상 밑에 대고 고개를 있는 대로 숙였다.
조그만 쪽지 하나에 저렇게 겁을 먹을 수 있다니 동그랗게 커진 경수의 눈과 쪽지를 쥔 작은 두 손을 보며 소년은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독경수.’
보기보다 글씨는 동글동글하니 반듯했다. 경수의 옆자리에 한쪽 손을 괴고 눈을 감고 있는 소년의 영어 교과서 모서리가 작게 찢어져 나간 것을 보아 이 쪽지의 주체는 ‘김종인’ 이라는
소년이 분명했다.
‘아 독경수 아니라니깐....’
경수는 독경수라고 반듯하게 써져있는 세 글자 밑에 이어서 조그맣게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지금 같은 시대에 몽땅 연필을 쥔 채 글자를 적고 있는 이 조그만 아이가 연출하는 이 광경은
그야말로 우스웠다.
‘아 미치겠네’
이런 우스운 자신의 모습을 하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경수의 모습에 종인은 계속 웃음이 나왔다. 번번이 그 웃음을 삼켜내느라 종인이 속으로 참을 인을 몇 번 씩 써내려 갈 때쯤
반듯하게 접혀진 쪽지가 종인의 책상에 떨어졌다.
‘기집애같이’
구깃 해진 종이를 얼마나 펴댄 건지 종이엔 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나 도경수’ 글에 이어진 수많은 느낌표가 경수의 당황한 목소리로 종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
점심시간을 울리는 종이 울리고 왁자지껄하던 교실은 순식간에 정적이 찾아왔다.
종이 울리기 10초 전 대기를 하고 있던 아이들은 순서를 앞 다투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지 않아 중식만을 이용해도 되는 경수였지만 그 돈 마저도
경수에게는 사치로 받아들여졌다.
집에서 먹는 반찬과 밥만으로 이루어진 한 끼도 경수에게는 충분했다.
주섬주섬 도시락을 풀어내는데 수업종이 울린 지 몇 분이 지남에도 자리를 뜨지 않는 소년에
경수는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단 둘이라면 즉시 물어봤을 경수이지만 교실에는 둘을 제외하고 남은 한명이 더 있었기에 경수는 입을 좀처럼 열지 않았다.
“안녕!”
경수의 앞앞자리에 앉은 남학생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와 인사를 건냈다.
담임선생님께 들은 얘기로는 이 반의 부반장 이라고 알고 있는 아이 였다.
웃는 얼굴로 경수에게 다가온 그의 모습이 김종인과 겹쳐졌다.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웃을 때 마다 눈을 살짝 내려 감는 김종인과는 달리
하얀 이가 다 보이는 밝은 웃음과 염색한 듯 조금 밝은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박찬열이다. 반가워”
“안녕 난 도경수야.”
경수는 자신도 모르게 김종인을 의식했는지 도를 조음하는 발음에 악센트가 들어가졌다.
“김종인 넌 왜 밥 먹으러 안가냐. 끼니 거르는 거 질색하면서.”
“배 안고파. 그리고 도경수가 자기 밥 같이 먹쟀어.”
아하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찬열은 다시 경수에게 눈을 돌렸다.
‘내가 언제!’
밥을 푸다 말고 경수는 깜짝 놀라 종인을 쳐다보았다. 역시 종인도 특유의 무표정으로 경수를
응시 하고 있었다. 내가 뭘 이라고 하듯이 종인이 어깨를 으쓱거려 보였다.
“오늘!..만이야.” 기어가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말을 하며 종인에게 젓가락을 쥐어 주었다.
종인이 흘러가듯 웃었다.
“근데 김종인 너 여기 왜 앉았냐?”
“아 여기 내가 모르고 앉아서 종인이가 양보해ㅈ .”
“거기도 김종인 자리 아닌데? 김종인 자리는 저기 저자리야.”
전혀 헷갈릴 수 없는 가깝지 않은 맨 뒤 창가 정 반대편 자리를 박찬열이 가리켰다.
경수가 종인을 쳐다보았으나 종인은 대수롭지 않은 듯이 경수의 반찬을 젓가락질 할 뿐이었다.
곧이어 학생들이 무리지어 다시 교실로 돌아왔고 점심시간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찬열은 나중에 또 얘기하자며 너스레를 떨다 선생님이 던진 분필조각을 맞은 채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경수가 반이나 넘게 남은 도시락을 다시 동여매 책가방으로 집어 넣으려했다.
책상 고리에 걸려있는 책가방을 빼려고 애를 쓰는데 첫날이라 너무 무거운 책가방이 쉽게 빠지지 않았다. 한참 진을 빼고 있는데 종인이 경수의 책가방을 들어 올려 경수의 무릎에 내려놓았다.
그런 종인에게 경수의 눈이 자동적으로 향했고 , 종인 역시 경수의 눈을 마주본 뒤 정면을 향했다.
오묘한 기분이 들어 경수는 괜히 책가방에 도시락을 넣는 데에 더 치중했다.
“여기가 내자리라고 한건 거짓말인데”
옆에서 나지막이 읊조리는 듯 한 음성이 들려왔다.
종인이었다. 시야는 칠판을 향한 채 경수에게만 들릴 정도의 음성으로 느리게 그리고 차분히 말을 내뱉고 있었다.
“지각한건 진짜야.”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듯한 분위기와 종인의 표정에 경수는 살짝 웃음이 났다.
아까 그렇게 담담한 척하더니 속으로 앓았을 종인이 그려졌다.
“뒤에서 너 자기소개 하는 거 보면서 네가 내 옆자리 였으면 했어.”
웃음을 멈추고 경수가 고개를 돌려 종인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종인은 무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 원래 좋아해. 창가 옆자리”
종인이 경수를 보며 살짝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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