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2016년을 배경으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의 국왕>이 존재하는 입헌군주제에 입거하여 쓰입니다.
![[EXO/오세훈] 2016, 신(辛)데렐라 : 02[부제-태자 저하의 뒤끝]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82520/638663a776dd17f508d298bdf1f88f5b.png)
作.에몽가
02
[태자 저하의 뒷끝]
"그래서, 이제까지 취소된 행사가 몇 개라고?"
"네… 네 개요, 누님."
"줄이지 말고."
손톱을 다듬으며 툭 던진 내 심드렁한 목소리에 매니저 준영이가 심호흡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재촉의 의미로 고개를 들어 녀석을 바라보자, 그제야 '아… 죽었다.'의 속마음이 여실히 담긴 표정으로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섯…개입니다."
"아오 씨바. 오세민 개새끼."
그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욱한 내가 발을 올려두었던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콘솔박스를 퍽 소리 나게 발로 차며 중얼거렸다. 내 목소리에 벤 바깥에 서서 왜 제가 죄를 지은 것처럼 서 있는지 알 수 없는 준영이가 입을 떡 벌리며 말했다.
"오…오세민이 누구신데요? 네? 또 무슨 짓을…"
이 새낀, 우리나라 왕세자 이름도 모르네. 그렇지만 안 그래도 주눅이 들어있는 준영이를 더 꾸짖고 싶진 않아서 그냥 '인터넷에 쳐보든가.'하고 심드렁히 말하며 손톱을 다듬다, 다시 욱하고 치고 올라온 오세민에 대한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시트 구석에다 버퍼를 던져버렸다. 그런 나의 거친 행동에 준영이가 더 주눅이 든 거북이처럼 구부정해져서 내게 말했다.
"누님…제발 이제 성격 좀 죽이세요… "
"뭐 인마? 내가 어디 뭐, 틀린 말 하고 다니는 사람이냐?"
"그게요 누님…진짜 가끔은 틀린 말도 하고 살아야…아…아닙니다."
말을 잇다 말고 나의 흘김에 꼬랑지를 푹 내린 준영이놈의 빨갛게 튼 볼이 어쩐지 안쓰러워서 "넌 이씨, 추워 죽겠는데 왜 자꾸 문을 열어놓고 지랄이야? 빨리 들어와. 문 닫아."하고 말했다. 내 말에 기다렸다는 듯 얼른 문을 닫고 쪼르르 차 앞으로 돌아가 자연스럽게 운전석을 열고 들어앉은 준영이가 히터를 켜곤 손을 삭삭 비볐다. 제 성질 못 이기고 버퍼를 집어 던져놓고, 다듬다 만 손톱이 거슬려서 어디 구석에 빠져버린 버퍼를 다시 찾아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포기하곤 의자에 뒤통수를 푹 파묻은 내가 열심히 핸드폰을 보고 '오세민? 오세민…'하고 중얼거리며 검색을 하는 준영이를 불렀다.
"야. 준영아."
"네 누님."
"어제 많이 혼났냐. 회사 가서."
내 말에 번쩍 고개를 쳐든 준영이가 꼭 슈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 같았다. 요새 살이 더 통통하게 올라서 제법 귀여운 매력이 있단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창문에 머리를 기대는데, 준영이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워낙 애가 샤이하고 여리고 여성스러워서 눈물이 많았다. '덩칫값 좀 해라.' 하고 꾸짖은 것도 한두 번이 아니어서 이젠 포기를 한 상태였다. 근데 진짜 숫기는 없는데, 또 할 말은 다 한단 말이지.
"저…저 진짜 어제 경위서 쓰러 회사 들어갔다가 진짜 대표님한테 죽는 줄 알았어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내가 설마…하며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물었다.
"…너 맞았니?"
"아니요. 다행히 타이밍 좋게 손님들이 오셔서…맞진 않았는데…앞으로도 계속 이 상태면…정말 저 그만두게 될지도 몰라요…"
체념한 듯한 목소리에 내가 작게 "에이씨."하고 중얼거렸다. 내가 17살에 데뷔하고 10년이 넘게 연예계 생활을 하는 동안 만난 수많은 매니저들 중, 나의 지랄 맞은 성격을 유일하게 잘 받아준 준영이는 내가 어떤 사건에 휘말리더라도 그만두어야겠다. 그만둘지도 모른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물론 이제까지 내가 휘말린 사건이라고는 고작 김종인과의 열애설이나, 7년 전 찍은 한 영화에서 감독이 날 성추행해서 고소, 고발을 한 사건 정도밖에 없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이번에 친 사건이 제일 큰 사건이기도 했다.
상대는 충무로 블루칩 김종인도, 20년 경력과 내공을 가진 영화감독도 아닌, 무려 이 나라의 왕세자였으니까.
"근데…누님. 오세민이 누구예요? 검색해도 …누님이 엮일만한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그래, 나도 그놈과 내가 엮일 줄은 몰랐어."
"…놈? 어린 사람이에요?"
"응. 아마 나보다 두 살 어리지?"
"그런 사람이 이렇게 영향력이 커요?? 어느 그룹 자제님이에요? 저번에 그 파티 때 그때 터진 일 맞죠? 누군데요?"
흥분을 해 얼굴이 새빨개지고 말이 빨라진 준영이를 보곤 내가 앞좌석 그물에 꽂혀있던 신문을 꺼내 휘두르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넌 이 씨, 우리나라 왕세자 이름도 모르냐?"
"…네?"
"몰라? 그 개망나니!"
내 말에 살짝 멍한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보던 준영이가 "…어…어…"하고 바보처럼 말을 시작하지 못하고 버벅거렸다. "뭐."하는 나의 재촉에 준영이가 눈두덩이를 긁적이며 조심스럽게 내게 말했다.
"그… 세자가 아니고 태자라고 해야 하고… 저하 존함은 오세훈…인 데요?"
"뭐?"
태자고 세자고 간에, 내 말에 준영이가 후다닥 제 허벅지 위에 있던 핸드폰을 들어 무언갈 요란하게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내게 내밀었다.
"만나신 분이 이 분 아니에요?"
"줘 봐."
엉덩이를 들어 낚아채듯 준영이의 핸드폰을 받아낸 내가 핸드폰 화면 속의 세자 놈을 보고 "어 맞아…"하다 말끝을 흐렸다. 황태자, 오세훈? 오세훈?
"오세민이 아니고?"
아직 정신이 덜 든 내가 멍하니 묻자, 준영이가 그런 멍한 나를 눈치챈 듯 아예 몸을 틀어 나를 바라보며 격양된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이분을 만나셨어요?"
"어."
"그, 그 날이요?"
"응. 그 날."
"오, 오세민이라고 혹시 하셨어요?"
'잘자. 세민아.'
"…어… 그런 것 같은데…"
그래서 표정이 그랬나? 나의 말에 짝 소리 나게 제 이마를 손으로 짚은 준영이가 '오, 맙소사.'했다. 근데 준영아. 중요한 건 내가 그놈에게 세민이라고 한 게 다가 아니라는 거야. 그 말은 …어차피 나중되면 알게 되겠지만, 지금 미리 충격을 또 주고 싶진 않아 속으로 삼켰다.
"근데 태자는 뭐고 세자는 뭐야. 둘 다 똑같은 거지…"
"그게 좀 다른데요. 누님. 그 세자는…그 제가 설명하는 것보단 핸드폰으로 검색해서 더 정확한 정보를 받으심이…"
"없어. 잃어버렸다 했잖아."
"아, 아 맞다. 죄송합니다 누님."
그 경호원 놈이 내 핸드폰을 빼앗아간 후, 그날 이후로 그냥 집에 돌아온 나는 이제껏 핸드폰 없는 생활을 했다. 받아야 하는데, 내 핸드폰은 원래도 배터리가 얼마 없었어서 전화를 해도 배터리가 다했는지 연결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왕실에다 내 핸드폰을 찾겠다고 전화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그냥 버린 셈 치자. 하고 새 핸드폰을 사야겠다. 하고 결심하던 참이었다.
"일단, 핸드폰부터 사러 가자."
"누님 일단 회사부터…"
"핸드폰부터."
"넵…"
...
"그래서, 여주 네가 그때 만난 사람이 오세훈이라고."
"…그렇다는데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봐."
마른세수를 하며 대표님이 준영이에게 말했다. 하지만 내가 아직 정확한 상황을 말해주지 않아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준영이는 게가 얼른 고개를 돌렸고, 그에 준영이를 보고 있던 대표님도 내게 시선을 돌렸다. 막 개통한 핸드폰을 만지작대던 내가 둘의 시선에 핸드폰에 박혀있던 시선을 억지로 떼며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짚고 넘어가야 할게."
"그래."
"저 분명 계약할 때, 스폰서와 어떠한 육체적 관계나 개인적인 만남을 권유하지 않겠다는 조항. 기억하시죠. 대표님."
"그래. 우리 회사는 원래 그런 거 안 하는 거 알잖아."
대표의 말에 남몰래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쉰 내가 핸드폰을 툭 테이블 위에 올려놓곤 말했다.
"저 K 방송사에서 여주 상 받고, 그 새벽에 드라마 뒤풀이 갔잖아요. 그때 어떤 영감탱이랑 경호원 대여섯 명이 우루루 몰려와서 절 끌고 갔어요."
"억지로?"
"딱히 억지로 끌려간 건 아닌데… 억지로인 것 같기도 하고… 거의 반강제적이긴 했죠. 난 가기 싫었으니까."
"…그래서?"
한숨이 섞인 대표님의 목소리에 내가 앞에 놓인 머그잔 안의 레몬티를 꼴깍꼴깍 마시며 목을 축이곤 말했다.
"가보니까 왕세…아니 황태자가 있었어요. 그놈이 날 뭐 하룻밤 상대로 어떻게 해보려는 모양이었는데."
"………"
"내가 개 쪽을 줬거든요."
"…뭐라고. 너 또 대체 뭐라고…"
"애기꼬추라고. 뭘 별 볼 일 없네. 이런 식으로. 그리고 이름도 잘 몰라서, 오세민이라고 했어요."
내 말에 준영이가 먼저 턱이 빠져라 입을 벌렸고, 대표 또한 내가 이곳 소속이 된 이후 처음 보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애, 애 뭐?"
"애기꼬추."
"…아이고 여주야……"
"아니, 그럼 뭐 어떡해요. 날 진짜 막 침대에 눕히고 막 어떻게 해보려고 했다니까요? 진짜 고자 만들어버릴걸 한참 봐줘서…"
"너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냐!!"
내 궁시렁거림을 듣고 있던 대표님이 별안간 화가 난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놀란 준영이가 얼른 일어나서 도도도 달려가 대표님 사무실 유리 벽의 블라인드를 치곤 냉수를 떠서 대표님 앞에 내밀었다. 당연히 난 그런 반응이 나올 걸 알았기에 별로 놀라지 않고 "알아요. 나도 내가 좀 미친 것 같긴 했어요."했다. 속으론 솔직히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말이 예쁘게 나오진 않았다. 나도 좀 내가 정당방위였다는 것에 대한 억울한 면이 있는 것은 감출 수 없던 모양이었다.
"내가, 너 박 감독 성추행 사건 때에도, 발 벗고 나서서 너 엄청나게 쉴드쳐주고, 어?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너 알 거야. 그렇지."
"네. 알아요. 지금도 고마워요."
"그건 진짜 상대가 감독이니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지만… 이번엔 여주야…아이고…여주야."
대표님이 다시 맥이 빠진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며 머리를 싸맸다. 내 옆에 앉은 준영이는 제가 더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안절부절못했다. 아마, 내가 엄청나게 원망스러울 것이 분명했다. 사고는 연예인이 치고, 물론 대중의 심판도 연예인이 받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연예인 못지않게 힘든 것이 그 사고 친 연예인의 매니저였다. 실제로 맡은 연예인이 큰 사건에 휘말리면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 한들 죽지 않을 정도로 두드려 맞는 매니저들이 태반이었고, 사고를 친 연예인을 쫓아내는 것이 아닌 매니저를 쫓아내는 회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놈이 아무리 대한민국 국민 절반 이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개망나니라 해도, 대한민국의 왕세…아 헷갈려. 황태자니, 혹시라도 내가 놈에게 성적인 말로 꼽을 주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면 아마 진짜 매장을 당할지도 몰랐다. 게다가 놈은 진짜 아이돌이나 배우도 아닌 것이, 잘생겨서는 꽤 따르는 여자 팬들이 많이 있었다. 다 얼빠지. 얼굴이나 황태자라는 것 빼곤 별 볼 일 없는 놈이니까. 거기까지 생각을 하는데 앓는 목소리로 대표님이 말했다.
"내가 하나님이 아니잖니…"
"내가 해결할게요. 내가 다시 돌려내면 되잖아."
"네가 무슨 수로?"
"차차 생각해볼게요. 아무튼, 회사에 피해 최대한 안 가도록 할 테니까."
"……"
"준영이한테 뭐라고 하진 마세요."
"너 이놈…"
"준영이만큼 제 지랄 맞은 성격 받아주는 애 없어요. 알잖아요.
애가 좀 맹해도 대표님이 주는 그 개 코 딱지만한 월급 받으면서도 다루기 쉬운 편안한 애한테 눈 안 돌리고 나만 열심히 서포트 해준 거."
내 말에 나를 감동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준영이가 대표님의 한숨에 다시 흠칫 몸을 떨며 대표님 눈치를 보는 것을 보았다. 대표님은 여전히 이마를 싸맨 채 나와 준영이를 번갈아 보다, 마치 우리를 빗자루로 쓸어내는 것처럼 손을 훅훅 털더니 "됐다. 됐고. 나가라. 아오 두야."하고 말했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넵. 연락드릴게요."하며 얼른 자리에서 일어난 내가 멍하니 앉아있는 준영이의 목덜미를 잡아끌었다. 엉겁결에 끌려 일어난 준영이가 내게 목깃을 잡힌 채 꾸벅꾸벅 대표님께 인사를 하며 나를 따라 사무실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사무실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복도로 나온 내가 머리를 쓸어올리며 분노의 한숨을 뱉어냈다.
"이 새끼를 어떻게 조질까."
내 말에 뜨악한 표정으로 내게서 한 발 뒤로 물러선 준영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해…해결하신다면서요."
"어. 해결할 거야. 걱정마렴 준영아."
나의 안심하란 말에도, 준영이는 여전히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때, 핸드폰이 짧게 진동하며 메세지가 옴을 알렸다. 뭐야? 단순하디 단순한 니은자로 패턴을 풀고 메세지를 확인한 내가 "아오 씨…."하고 욕을 하자 준영이가 내게 찰싹 달라붙어 내게 온 메세지를 보며 입으로 읽었다.
"현대카드 주 롯데백화점 일십백천만십만…백만…백, 백삼십 오만 원?!"
"너… 나가서 차에 시동 걸고 있어."
"아, 네…넵."
놀란 준영이를 얼른 바깥으로 내보낸 내가 입으로 갖은 욕을 내뱉으며 제일 손에 익숙한 번호를 눌러 전화 걸었다. 우아한 문리버가 흐르는 컬러링 뒤로, "응 딸~"하는 상냥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변이 웅성웅성 거리는 것이, 사람이 많아 보였다.
"오호, 주변에 사람이 많으신가 봐."
[응~? 응~ 엄마 아직 백화점이야~ 문자 보고 연락한 거야~?]
"백삼십오만 원? 또 뭐 샀어? 어? 내 카드로 긁을 때 말하고 긁으랬지!!"
[어? 더 좋은 거 사지 그랬냐고? 얘도 참, 엄마 생각은 정말 끔찍이 한다니까.]
"그래. 끔찍하다. 끔찍해."
호호호 웃던 엄마는 쾅 닫히는 문소리와 함께 조용해진 곳에서 전화하는 듯 쇼핑백이 부시럭 거리는 소리를 한참 내다, 그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에잇, 진짜. 너 요새 내가 뭐 쓰나~ 맨날 그것만 보고 사니?]
"그것만 보고 싶지 않은데, 워낙 사는 게 많아서 어떻게 안 볼 수가 없거든?"
[오늘 산 빽 진짜 안 비싼 거야. 진짜 거기서 그나마 싼 거로 고른 거란 말이야.]
"빽 샀어? 또? 저번 주에 산 게 마지막이라고 약속했잖아, 나랑."
[응. 근데 저번에 산 검정 코트에 어울리는 빽이 없어서 못 입고 나가고 있었어. 그것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 비싸게 산 코트인데 아깝잖아.]
"아무거나 들어 제발…엄마가 티비나와? 어? 아니면 뭐, 가방 백화점이라도 차릴 거야?"
[어머 얘 말하는 것 봐.]
"…아…정말 엄마…왜 그래애…"
갑자기 맥이 빠진 내가 슬금슬금 벽으로 뒷걸음쳐 스르르 주저앉았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넌 엄마가 다른 엄마들한테 꿀리면 좋겠니? 안 그래도 저번에 간 피부샵에서 시술 잘못 받아서 지금 피부 다 뒤집혀서 화장도 잘 안 먹고 속상해 죽겠는데…!]
"끊어…"
[좀 있다 지해 여기로 오기로 했어. 지해 겨울 코트 하나 살 거니까 그렇게 알고 또 전화하지 말…]
"끊어…끊어 제발."
[얘. 얘 여주야!]
전화 너머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종료버튼을 눌렀다. 그리곤 바닥에 그냥 툭 핸드폰을 떨구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정말로 거짓말 아니고, 진짜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재계약이 확실했던 치킨 광고를 잘린걸 통보받았을 때도, 매일같이 오던 캐스팅 전화나 회사로 줄기차게 팩스로 들어오던 제작 예정 드라마 시놉시스나 대본들이 하루에 하나도 안 들어왔을 때도, 에스케이 투 화장품 광고가 며칠째 내 광고만 티비에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도 이렇게 눈물이 나오려고 하진 않았는데. 고작 이 백삼십오만 원에 눈물이 나려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백삼십오만 원을 제 돈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긁은 이 여자 때문에.
내겐 가족이 있다. 엄마. 그리고 여동생.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 여자만 세 명.
아버지는 내가 16살 때 크레인 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때 나는 배우가 아닌 아이돌 쪽을 지망해 한 회사에서 연습생을 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연습하다 말고 심지어 엄마에게서도 아니라 병원에서 온 전화를 받고 부리나케 아버지가 모셔진 병원 영안실로 쫓아간 나는, 그때가 돼서야 여러 가지 호적정리를 하다 알게 되었다. 내 엄마가 진짜 내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진짜 나의 어머니는 내가 막 젖을 뗐을 때 사고로 돌아가셨고, 그 2년 뒤에 어린 내게 어머니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지금의 어머니를 부인으로 맞이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게 바로 내 동생 김지해. 여전히 나는 엄마에게 엄마라 하고, 지해를 정말 내 동생처럼 챙기고 있지만, 가끔 엄마가 나를 그냥 은행쯤으로 생각을 하는 것처럼 굴거나, 지해 생일엔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미역국을 끓여 먹이고 학교 보내주면서, 내 생일엔 '넌 미역국 싫어하지?'하며 그것을 귀찮아하는 모습을 보일 때면 내가 정말 함께 사는 가족이 아니라 객식구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 미역국 좋아하는데. 소고기 미역국.
한숨을 내쉬며 한참을 그 자세로 앉아있던 내가, 스스로 청승 좀 그만 떨어. 하고 속삭이며 벌떡 일어섰다. 나는 나 스스로가 약해지는 것이 죽도록 싫었다.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믿는 사람 중 하나였다. 이제부터 그놈을 조지려면 열심히 뛰어다녀야 할 텐데, 벌써 몇 년째 반복되고 있는 이 익숙한 패턴에 기가 빠지면 안 됐다.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고, 바닥에 떨군 핸드폰을 주워 로비 쪽으로 몸을 돌리는데, 로비 너머 회사 입구에서 유리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준영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쟤 뭐해?
내가 천천히 로비로 걸어나가며 "야, 너 뭐해?"하고 크게 물었을 때, 내가 양쪽 눈이 1.0이 되지 않는 결코 좋지 않은 눈임에도 준영이의 한참 뒤에 서 있는 남자의 머리색이, 어쩐지 눈에 아주 많이 익은 색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설마. 아닐 거야. 하지만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준영이가 멀리서 "누님…"하고 애달픈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것을 뒤로하고 나는 그 익숙한 노란 대가리를 바라보았다.
아, 대박.
"오세훈?"
그때와 같이, 선글라스를 낀 채 내가 말한 '국민 혈세로 뽑아 탄 페라리'에 기대 불붙은 담배를 든 손으로 영 눈에 익은 분홍색 케이스의 핸드폰을 두드리고 있던 오세훈이, 내 말에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았다. 코끝으로 선글라스를 내려 나를 바라보는 오세훈을 한 번, 그리고 놈이 들고 있는 그날 내가 경호원에게 빼앗겼던 것이 분명한 내 핸드폰을 한 번 바라보았다. 놈이 나의 시선에 핸드폰 끝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
"오랜만에 충전해서 켰는데, 해지했더라."
"너…이 자식…"
"이름은 제대로 알았는데. 호칭은 안 바뀌네. 원래 그렇게 제 앞길에 별로 관심이 없는 스타일인가?
아님 둔해서 자기가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 모르는 건가."
녀석이 재수 없게 웃었다. 드러난 이를, 몽땅 다 뽑아버리고 싶을 만큼 재수 없게.
★
![[EXO/오세훈] 2016, 신(辛)데렐라 : 02[부제-태자 저하의 뒤끝]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82523/3ca9caf0dad27d1682de0e48b526fac3.jpg)
어머 짤이 왤케 커..;
암튼 에몽가입니다 'ㅁ'/
세훈이가 끝에만 등장했네요
맨 처음엔 사실 여주의 이야기를 많이 풀어야 해서 ㅠ
어쩔 수 없었어용 흑 ㅠ
여주의 매니저 준영이는
![[EXO/오세훈] 2016, 신(辛)데렐라 : 02[부제-태자 저하의 뒤끝]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8260/0c5e047e0150bfa9c8d0121bda4655a8.jpg)
제 남자 재환찡을 생각하며 썼음니다. 큐큐큐 기엽큐큨큐
암호닉은 늘 받아요!
포카리님 봄여름가을겨울님 마틸다님 암호닉 감사합니다! 하♡트X412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