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이 매우 카와이함 주의!
저기. 번호좀 주세요.
하하, 저 핸드폰 없어요.
그쪽 말고. 이쪽이요.
응?
'그 여잔 미쳤어! 너! 그리고 너도 미쳤어! 왜 내가 아니라 너야? 응? 그리고! 왜 너 번호 줬어.'
손에 들고 있던 그렇게 30분 동안 아껴서 참새 침만큼 씩만 빨아 먹던 타로 버블티를 바닥으로 내팽겨친 루한이 발을 동동 굴렸다. 너도 맘에 안 들고, 그 여자도 맘에 안들어! 우리 민석이 예쁜건 나만 알고 있어야 되는데? 머리도 노란색이라서 내가 분명히 더 튈텐데 거침없이 다가와서 민석을 납치할 기세로 전화번호를 캐묻는 여자에 한번, 그 여자가 꽤 예뻤다는데 두번, 민석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번호를 찍어준데 세번 화난 루한은 민석의 멱살을 잡고 짤짤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열 한자리 번호를 톡톡 두드린 민석은 예의 그 친절한 미소를 지으면서 핸드폰을 건넸고 여자는 수줍어 하면서 지나갔다. 그 모든 건 순식간에 일어났고, 루한은 눈만 멀뚱멀뚱 뜨고 그 꼴을 처다보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내가 민석 보다는 훨씬 잘생겼는데 왜 민석이야! 민석의 팔목을 잡고 가까운 카페로 성큼성큼 뛰어들어간 루한이 급하게 민석 부터 앉혔다. 세차게 나오는 히터에 볼이 금새 발그랗게 달아올라서 미칠듯이 귀여웠지만 지금은 (아마도) 화를 내야 할 타이밍이 분명했다.
'지금부터 김민석을 취조할거야.'
'왜 그래, 너?'
'민석은 발언권이 없어! 입 다물어!'
'방금 취조할거라면서 발언권이 없으면 돼?'
'난 중국인이잖아. 말을 잘 못하는 건 봐 네가 줘야 돼.'
'너 한국어 학당 다녔던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아오! 민석. 너랑 얘기하면 맨날 나만 말려드는 기분이야. 그러니까 물어보는 거 빼고는 대답하지마. 만두, 알았어? .
'....아. 여자한테 번호줘서?'
'아냐! 그거 때문인 줄 알아?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사랑이 식었어! 너만!'
우리 사랑이 식었기 때문에, 너도 다른 사람을 만나보고 싶은거야. 안 그래? 어? 이건 불공평하잖아. 난 너만 좋아하고 있는데, 니가 날 싫어하게 되면 그건 불공평한거잖아. 아주아주. 김민석이, 얘기 해 봐. 의자에 앉아서 엉덩이를 정신없이 풀썩거리는 루한은 꼭 밭에 매어놓은 한마리 산양같았다. 멍청하게도 매어놓은 말뚝을 제 힘으로 뽑을 수 있지만 그럴 엄두도 못 내는 그런 산양. 씩씩대면서 발을 굴리던 루한은 목이 말랐다. 버블티는 마음의 평정을 가져다 줄거야, 그래.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버블티를 찾던 루한은 제 손에 있던 버블티를 제가 바닥으로 처박았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테이블에 머리를 쿵쿵 박았다. 내가 병신이지. 그게 얼마 짜린데! 내 버블티 물려내! 잠시 엎드려 있던 루한은 곧내 다시 평정심을 되찾고 팔짱을 꼈다. 어른인 척, 화를 참을 줄 아는 척, 하는 루한이 귀여워서 민석은 경찰놀이에 동조하기로 했다. 얘들 놀이, 그까짓 거 한번 못 해 줄게 뭐가 있다고.
'좋아, 민석. 다시 취조 할꺼니까 협조해.'
'협조할게.'
'이름이 김민석이지? 나이는 스물 넷. 대학생. 루한이랑은 무슨 관계지?'
'루한이 누구야?'
'나잖아!'
'보통 여기서 범인들은 모른다고 잡아떼잖아. 난 잡아뗄거야.'
'사실대로 말 해.'
그래, 좋아. 루한이랑은 서로, 음. 서로 좋아하는 관계에 있지. 근데 따뜻한 거 하나만 시키면 안 돼?
안 돼.
... 알았어.
'루한을 어떻게 생각해? 루한은 어떻지?'
'정신없어. 정신 없는데 그 와중에 날 챙기려고 해. 자기 앞가림도 못 하면서. 난 이제 혼자서 설 수 있는데 아직 불안한가봐. 그리고, 음. 착해. 근데 이건 좀 바보스러운 착함이야. 알아? 좀 더 자기를 위했으면 좋겠어. 멋지고, 잘생기기도 했어. 근데 너무 그게 심한 거 같아. 나도 자기만큼은 아니지만 잘 생기고 멋진데 그걸 몰라. 왕자병 자식.'
'난 왕자병 아냐!'
'너도 루한 알아?'
'아,씨... 또 말려들어갔어. 알아. 잘생기고 멋지고 어, 착해. 니가 말 한 그대로지만 왕자병은 아냐.'
'....근데 내 죄목이 뭐길래 취조를 당해?'
'루한을 충분히 사랑해주지 않은 죄!'
어떻게 나를 두고! 콧방귀를 흥, 하다가 콧물이 흘렀는지 대충 소매로 닦아올리는 루한이 밑도 끝도 없이 사랑스러워졌다. 이미 모든 사람한테서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있으면서도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중심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걸 보면 아직 한참 어린 얘였지만. 민석은 그것 까지 제가 뭐라고 할 위치는 아니라는 걸 알았다. 저도 대학생이었고 몇 십년을 더 살아서 뭔가를 더 알고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루한은 분명히 어린 구석이 있었다. 이렇게 땡강을 부리는 것 부터해서, 알게 모르게 작은 사소한 곳 까지. 보는 눈이 많을 때는 짐짓 엄숙하고 어른인 척 하지만. 그리고 우리는 분명히 다른점이 많아. 넌 둘만의 시간을 가지는 걸 좋아하고 나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지내는 걸 좋아해. 넌 감성적이고 명랑한데에 비해서 난 잠잠하고 사색적이야. 다른사람들이 보고 있을 땐 넌 우리가 사랑한다는 걸 보여줘야 하고, 난 딱히 보여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넌 굽는 고기를 좋아하고 난 과일을 좋아해. 가끔 하나에 꽂히면 다른 건 돌아도 안 보는건 비슷하지만. 그래도 가끔 네가 있어서 좋아. 반대인 사람들은 처음엔 서로에게 반대의 모습에 끌리지만 나중엔 너무 반대라서 질려버린다고들 해. 우리도 언젠간 서로한테 재미가 없어 질 수도 있고, 늙어서 더 이상 얼굴을 보고 있기 싫을 수도 있어. 하지만 어쩌면. 어쩌면 말이야.
'김민석은, 루한이 좋다고 전해달래.'
'누가 받아 줄 거 같아? 전화번호 준거 사과할 때 까지는 안 전해 줄거야.'
'저장해 준 번호 경수 거야.'
'거짓말.'
'진짜. 믿기 싫으면 믿지 말던가. 대신에 김루한씨 한테는 김민석이가 삐졌다고 전해줘. 애인도 못 미더워서는 어떻게 감히 날 좋아해?'
'어, 민석. 삐졌어? 화났어?'
'그리고 김민석이가, 아주, 아주, 좋아한다고도 전해주라. 꼭. 자기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전해줄게.'
'오늘 입고 나온 니트도 예쁘다고 전해줘.'
'어? 이거 알고 있었어? 그 때 민석이 예쁘다고 해줬던 거.'
민석이 뚱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전해줘라, 꼭. 그렇게 또 꽁해있지 말고. 툴툴대면서 입구쪽으로 걸어가는 민석의 뒷통수를 보던 루한의 얼굴에 의문이 잔뜩 떠올랐다가 이내 두 광대가 봉긋하게 솟아올랐다. 속눈썹이 풍성한 예쁜 눈이 곱게 접혔다. 아아, 민석. 김민석. 입에서 맴도는 그 이름마저도 부드러운 구석은 없었지만 동글동글했다. 꽤 구석에 처박혀있어서 입구까지는 아직 좀 거리가 남았다. 곧 들이닥칠 추위에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손길이 바빠지는데 비해서 망설임 없이 걸어가던 발걸음이 느려졌다. 빨리 안 와? 뒷통수에 그렇게 적혀 있는 것 같아서 루한은, 민석이 귀여워 죽을 것 같았다. 간질간질한 느낌이 저 발가락 끝부터 시작해서 허리께를 부드럽게 간지럽혀서 루한은 딸꾹질을 참아야 했다. 사랑스러움이 넘쳐나서 손에 쥐고 꾹 누르면 꿀같은 액체와 달큰한 초코향이 공중에 마구 흩뿌려질 것 같았다. 나무바닥에 느리게 부딫히는 발걸음이 거의 멈췄을 때 루한이 자리에서 뛰어나갔다. 불가항력의 그 무언가에 끌리는 것 처럼.
민석, 같이 가!
BOOMBOOMPOW
블랙아이드피즈의 붐붐파우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글임을 알려 드리는 바 임니다 흐흐..!
"요즘 루한 씨는 안 와?"
손에 생닭을 들고 경수가 물었다.
아기 호랑이를 쓰다듬어주고 있던 민석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직 원고가 다 안 끝났대. 또 담배나 뻑뻑 피워대면서 미친듯이 타블렛이나 휘갈기고 있겠지. 너무 권태로웠다. 평일의, 그것도 오후 두시의 동물원은 나른함 그 자체였다. 품에 안고 있던 아기 호랑이도 아웅, 하고 입을 쩍 벌리더니 머리를 천천히 팔에 기대고 큥, 큥, 하고 코를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는 걸 보면 졸리운거 였다. 돌고래 쇼는 콤이가 훈련을 하다가 약간 다치는 바람에 당분간은 취소인데다가, 해양생물관에서 돌고래를 돌보는 일 말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민석은 반 강제로 사무실로 쫓겨들어왔다. 그래도 복호라도 돌볼게요! 복호라도 훈련시키면 되잖아! 애처롭게 꽥꽥대는 민석에게 팀장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오랜만에 좀 쉬어. 콤이도 복호도 좀 쉬고, 너도 쉬고. 여기 들어와서 정기휴일 빼고 한번도 휴가 안 받아갔잖아. 그 김에 좀 쉬던가. 하하. 콤이에게 찾아도 가 봤지만 이 놈은 심란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물고기를 입에 던져넣어 달라고 끼룩대는게 전부였다. 굳이 그렇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지만 일종의 '임시 해고' 상태였기 때문에 민석은 당황했다.
"돌고래 재활 할 때 동안 뭐 할지는 생각해봤어?"
"아니... 너희 우리에 애기들 사육하는 거 도와주면 안 돼?"
"놉. 출산한지 얼마 안 되서 외부인은 출입 금지."
매일매일이 빠듯하게 짜여 있었으니까 이렇게 시간이 비어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대학생 때는 시간이 비어버리면 도서관가서 책이라도 좀 읽고 그랬는데. 할 게 없다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어! 부지런한 민석은 그 권태로움을 이겨낼 방법을 몰랐다. 이틀 째로 접어드는 임시 해고 상태에 첫 날에 민석은 하고 싶던 일을 전부 해치웠다. 보고 싶던 영화를 전부 다 봐도 다섯 시간이나 남아서 오랜만에 낮잠을 자고. 경수를 찾아왔었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결국은 콤이 수조에서 발을 담그고 멍하게 보냈더랜다. 뭘 할지 계획을 세우려고 해도 정해져 있는 시간에 할 수 있을 만한건 없었다. 그것도 혼자서. 그리고 다음에 해야 할 걸 오늘로 당겨서 해버리면 전체적으로 계획이 앞으로 당겨오는건데, 그러면 맨 뒤의 계획을 다시 만들어야 되고, 그렇게 되면 땜빵에 땜빵에 땜빵이라서 결국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할 것만 같은데. 말도 안 돼. 내가 살다가 이런 걸로 고민하다니. 맹수들에게 던져줄 닭을 손질하던 경수가 호랑이를 안고 멍하게 앉아있는 민석을 한심하게 처다봤다. 멍청한 노옴.
"놀러 가던가."
"혼자서 어딜."
"잠이라도 자!"
"잠 다 자면 그 다음엔 또 뭐 해."
"게임이라도 하던가! 롤? 스타? 위닝? 말만 해라. 엉아가 아이디 빌려줄게."
"나 게임 잘 못하는 거 알면서-"
"그럼 여기서 찡찡대지 말고 너희 그 망할 루한 씨 한테 가던가!"
입만 뻐끔거리던 민석이 고개를 삐그덕삐그덕 돌려서 경수를 처다봤다. 머라고...? 경수의 울부짖음을 곱씹던 민석은 이내 제가 한번도 루한네에 가 본적이 없다는 사실과, 그것은 연애 기간 전체를 따져봐도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학생때는 그냥 오가면서 만났고, 졸업 하고도 그냥 약속 잡아서 만나고. 취직을 해서는 루한이 저한테 찾아오고. 그 어디서도 '김루한의 스윗 홈'이라는 장소 따위는 기억에 없었다. 어, 어...? 어...?! 멍청하게 벌린 입에서 기어코 침 한방울이 흘러서 자고 있는 새끼 호랑이의 이마에 떨어졌다. 야. 야!! 내 말 듣고는 있냐? 이미 민석의 고막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었으니. 그걸 모르는 경수는 예닐곱번 쯤 더 제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에라이. 나도 애인 만들거라고. 힘껏 내리친 장미칼에 닭의 모가지가 뎅강 잘려나갔다.
루한은 컴퓨터로 만화에 색을 입히고 있는 중이었다. 아기자기한 그림체의 내용까지 아기자기한 만화는 색감까지 뭉글뭉글했지만 루한은 노동요로 만화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할렘쉐이크를 선택했다. 어깨를 들썩거릴 때 마다 같이 들썩이던 타블렛은 만화에 색을 입히는 일에는 전혀 지장을 받지 않았다. 만화의 작가는 아는 대학 여자 선배였다. 자기 남편과 만난 일이랑 결혼까지의 일을 소소하게 써보고 싶다더니만 결국 연락이 왔더랜다. 야. 너 타블렛 쓸 줄 아냐? 그게 면접 질문이었을 줄은 꿈에 몰랐을 뿐인 루한은 강제 채용당했다. 워낙에 방탕한 생활을 즐기던 여자라 루한은 만화가 그렇게 작고 귀여울 줄 도 몰랐다. 그래도 나름 교훈을 주는 부분도 있고, 가슴 뭉클해서 눈물을 뽑아내는 부분도 있었다. 깨끗하지 못한 과거도 진솔하게 밝히는 만화는 생각보다 인기가 좋았고 루한은 가끔 만화를 보면서 울었다.
우리는 다르잖아. 나 같은건 너한테 안 어울리잖아.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 술은 그만 마시고.
넌 너무 멋진데, 있잖아. 난 너무 안 멋져서.
곧바로 민석이 떠올랐고 루한은 또 울었다. 아이고, 그래. 그래서 마음앓이를 했구만. 나도 저 기분 뭔지 알아. ...몇 일전에 보고 왔는데 또 보고 싶다. 고개를 들어서 베란다 쪽을 바라본 루한이 한숨을 폭 내쉬었다. 날씨는 또 더럽게 좋았다. 잎이 다 떨어져서 바싹 마른 나뭇가지에 참새 한 마리가 앉아서 삐약대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 녹지 않은 눈이 금새 녹아서 떨어 질 것 같이 반짝거렸다. 하늘은 깨질듯이 시린 파란색이라는 사실에 루한은 감성적인 마음에 잔뜩 젖어서 비척비척 베란다로 걸어갔다. 아파트 앞 공원에 아이들이 부모님들의 손을 잡고 뛰어가고 있었다. 민석이 보고 싶어. 힘들다. 힘들 때 마다 루한은 그림을 그렸는데 오늘은 그럴 힘도 없었다. 소리도 실체도 없는 슬럼프라는 먹구름이, 루한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루한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럼 민석을 보러가야지. 내 엔돌핀! 내 자양강장제! 내 활력소!
...라고 생각했던게 방금 전 인거 같은데. 현관문에서 엉거주춤 서 있는 민석은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손에는 뭘 그렇게 싸들고 왔어! 청소도 안 했는데! 급하게 일단 보이는 곳에 널려있는 속옷과 컵라면 껍데기를 전부 부엌 쪽으로 밀어넣은 루한이 어색하게 웃었다. 삼다수 페트병이 바닥에 널려있는 걸 보고 이번에 민석이 어색하게 웃었다. 더러울 거라는건 예상했지만 그래도 인간이라는 사회적 지위가 있거늘. 한숨을 쉬면서 짐을 대충 내려놓은 민석이 청소에 가담했다. 이런 건 먹고 미리미리 쓰레기 봉투에 담아놓고. 다 썼으면 제자리에 놔 두란 말이야! 쫑알대면서 들고 있는 쓰레기를 봉투에 쑤셔넣는 민석을 뚫어져라 처다보던 루한에게 곰팡이가 먹어서 침침하던 방 안이 쓸데없이 밝아진 것 같은 착각이 엄습했다. 미, 민석이 들어오니까 더러운 내 방이 빛이 나잖아...! 민석.. 낫 닝겐? 악! 눈부셔!
"ㅇ, 왜 왔어 민석? 복호랑 콤이는?"
"너 보러 왔다. 콤이 다쳐서 할 게 없어서.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너 집에 한번도 와 본적 없는 거 같아서."
너 걱정도 되고. 먹을 것도 사오고 반찬도 싸 왔지롱.
꺅! 민석 오빠! 멋쪙!
...다 좋은데 일단 너 집부터 치우자. 소파에서 굴러다니는 이불은 여름 거 였다. 얇은 이불을 만져보는 민석에 루한이 눈에 띄게 몸을 굳히면서 어설프게 웃었다. 겨울 이불을 빨아서 그래- 감기 안 걸려! 안 걸려. 이불에 떨어진 떡볶이 국물이나, 땟국물 뿐만 아니라 한 번 입고는 안 입은 듯한 옷가지가 사방팔방에 쌓여 있어서 빨랫감도 엄청나다. 소파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쓸어본 민석은 그대로 묻어나는 먼지에 눈이 뒤집힐 뻔 했다. 여기서 자는 거 아냐? 잠자리가 먼지 덩어린데 여기서 잠을 잔단 말이야? 다른 방은 안 봐도 뻔했다. 더럽게 사는건 둘째 치고, 건강은 전혀 생각 안 하는 듯한 루한에 민석은 속이 상했다.
"김루한."
"ㄴ, 네에."
"당장 청소기랑 걸레 가지고 와."
"민석이 사온거 부터 먹고 하면 안 돼?"
넌 이 쓰레기 더미에서 뭘 먹고는 싶냐? 대학생 때 부터 이렇게 살았단 말이야? 그러고 보면 저희 집에 처음 왔을 때 정돈이 잘 되어있다고 놀라는 정도가 보통 인간의 리액션의 두 배였다. 머리도 안 감고 동물원 오는 거 보고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쭈뼛쭈뼛 천쪼가리를 내미는 루한의 얼굴은 기름기가 잔뜩 껴서 매우 잉여로워보이는 탓에 더 속상했다. 평소에도 얼굴 좀 씻고 사람꼴로 다니란 말이야, 이 멍청아! 그리고 이게 어딜봐서 걸레야, 수건이지! 걸레 몰라, 걸레? 더러운거 닦는 거! 니 몸이랑 머리 닦는걸로 바닥을 닦고 싶어, 이놈아? 니가 이러고 다니니까 내가 더 걱정되잖아, 나이는 먹을 대로 다 먹고선! 청소기는 또 어디다 뒀는지 모르지? 그래,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세수대야에 물이나 떠 와!
미리 써둔 게 있어서 땜빵감니다...! 브금 내가 들어도 카와이 해여... ㄸㄹ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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