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짝 바꾸는 날
개학식이 바로 엊그제같은데, 망할 고3의 시간은 잘도잘도 흘러갔다. 벌써 5월이라니.
우리 학교는 남녀공학이다.
다른 반은 학업 분위기 조성을 이유로 짝을 없애고 책상을 띄워 앉던데 우리 반은 담임을 잘못 만났나,
오십대에 벌써 머리가 벗겨진 학주이자 담임은 마지막 학창시절의 추억은 짝으로 쌓는 거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펴며
한 달에 한 번 제비뽑기로 짝을 뽑았다.
남자 여자 비율도 지랄맞게 똑같아서 나는 지난 3월과 4월 두 달간 이름도 얼굴도 관심 없었던 남자애 둘과 짝을 했었다.
내 쪽에서 말을 거는 법은 거의 없었는데도 워낙 시끄러운 애들이어선지
그 둘과는 친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색하지 않고 편안한 사이가 될 수 있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지난 두 달간 내 짝이었던 변백현과 박찬열은 서로를 열렬히 애정하는 단짝 친구다.
그 둘은 고맙게도 친구를 사귀는 데는 관심없던 나와 친구를 해주며 급식을 먹으러 갈 때도, 등하교를 할 때도 항상 함께 해주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좋은 녀석들이다.
그리고 오늘은 5월 1일, 살짝은 더운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씨 속에서
한 달간 짝이었던 박찬열과 헤어지고 새로운 짝을 만나는 날이다.
박찬열은 학교에 오자마자 엎드려 자는 중이다. 어제 하루종일 게임만 하더라니.
난 사실 누구랑 짝이 되어도 상관은 없지만....... 단 한 명만은 피하고 싶다.
"오늘도 김종인은 안 왔나?"
...그래, 김종인.
"그 자식은 뭐 허구한 날 지각에 무단에... 자자, 오늘 짝 뽑는 날인 거 알지? 다들 지금 짝이랑 작별인사나 해라."
담임의 말에 고개를 틀어 옆을 바라보니 보이는 입 벌리고 코까지 조금 골며 추하게 자고 있는 박찬열의 얼굴.
"야야, 일어나! 짝 바꾼다잖아."
" 아, 존나 졸려... 니가 대충 알아서 뽑아놔, 나 잔다. 나중에 깨워."
이런 썅.......... 아니야, 참자. 오늘부터라도 해방이라는 거에 감사하자. 그래, 오늘이 끝이야.
"반장, 나와. 1분단부터 나와서 한 명씩 뽑고 반장한테 꼭 말하고 들어간다.
여자는 홀수통에서 뽑고 남자는 짝수통에서 뽑는다. 반장은 칠판에 적고."
"아, 아, 네네."
씨발스럽게도 귀찮은 반장은 나다.
사실 나도 어떻게 됐는지는 기억도 안 나고 굉장히 궁금하다.
나는 옆에서 풀린 눈과 벌린 입으로 잠에 빠져드는 박찬열을 잠시 한심하게 쳐다보다 칠판 앞으로 나갔다.
"나 15번."
"27번."
"16..... 아 또 짝이야."
"아좆됐다. 세 달 째야. 쌤 짝 바꾸는 거 안 돼요?"
"어디서 욕질이야, 다 큰 기지배가. 바꾸는 거 없다. 안돼. 너넨 그냥 운명인가보다 하고 받아들여."
"아으쌤!!!!!!"
우리반에서 제일 티격태격하면서도 제일 친한 도경수와 강연지가 또 짝이 됐단다.
운명이 틀림없는 것 같다.
한 명 두 명 짝을 찾아가고 내 차례가 되어 숫자를 뽑았다.
31.... 맨 뒤 창가자리다. 맘놓고 잘수있는 최적의 자리.
속으로 환호를 외치고 칠판에 이름을 썼다.
짝은 누굴까? 아직은 내 옆엔 이름이 없다.
앞을 바라보니 하품을 쩍쩍 하며 걸어나오는 박찬열이 보인다. 짝수통에 손을 넣은 박찬열이 쪽지를 뽑고.
"나 26. 앞자리네, ㅇㅇㅇ? 우리 운명인가봐."
망했다. 나는 박찬열의 손에 쥐어진 쪽지를 빼앗아 확인했다.
선명하게 쓰여진 쪽지 속 숙자는 틀림없는 26.
나는 깊은 한숨을 쉬곤 망연자실하게 뒤를 돌아 칠판에 박찬열의 이름을 썼다.
내 대각선 앞자리. 칠판에 써진 이름을 보니 박찬열의 짝은 김하나. 조용하고 공부 잘하는 우리반 모범생이다.
변백현은 2분단 맨 앞자리다. 쪽지를 펴고 칠판을 한 번 보더니 그대로 굳어버린 변백현의 표정이 자꾸 생각난다. 힘내...
박찬열은 쪽지를 뽑고도 교탁 옆을 서성이며 말을 걸었다.
"근데 왜 니 옆자리는 아직 없냐? 남은 남자 이제 없는데?"
"에? 진짜?"
나는 다시 뒤를 돌아 칠판을 보았다.
정말로 모든 자리가 이름으로 꽉 차고 내 옆만 비어있었다.
쪽지를 뽑기 위해 줄을 선 애도 없었다.
담임은 꾸벅꾸벅 졸다 나와 박찬열의 소란스러움에 눈을 뜨더니 다 끝났냐고 묻곤 분필을 들고 칠판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내 이름 옆 빈 자리에
"우리 반장님이 김종인이랑 짝지가 됐네."
김종인을 써넣었다. 아진짜로 망했다.
나는 1교시 내내 뒷문만 슬쩍슬쩍 바라보며 공포에 떨어야했다.
금방이라도 어제와 그저께, 지난 두 달처럼 수업 도중 쾅하고 문을 열고 들어와
불량하게 자리에 앉아 짝을 덜덜 떨게 만든다는 김종인이 들어올 것 같아서였다.
쉬는시간 동안 김종인의 지난 두 달을 함께 했던 지영이와 연우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 포스에 안 눌리면 인간도 아니라고.......
지영이와 연우의 실감나는 표정과 손짓을 보고 나니 더 착잡해졌다.
김종인은 우리 학교 최고 양아치... 는 아니고 존재감 탑이다.
싸우고 때리는 양아치짓은 안 하지만 왠지 무섭고 왠지 무서우며 왠지 무서운 존재였다.
툭하면 학교를 빼먹기 일쑤고 지각 안 하는 날보다 지각하는 날이 훨씬 더 많은 문제아.
얼굴은 한 번보면 눈이 고정될 정도로 잘생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기피하게 되는 워스트 짝꿍.
게다가 앞자리는 박찬열이다.
진짜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수가.
난 끝났다.
'드르륵'
"죄송합니다."
뒷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미친 사람처럼 휙 돌아간 내 고개.
그리고 항상 이시간쯤 들어온 익숙한 목소리.
김종인이다.
수업을 하던 생물은 잠깐 뒷문을 보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계속 수업을 진행한다.
김종인은 자기 자리를 찾는듯 교실을 쭉 훑어보다가 이내 빈 내 옆 자리를 발견했는지 시선을 고정시킨다.
자동으로 나에게 와닿은 김종인의 시선이 느껴지고, 왠지 김종인의 커다래진 눈동자도 보인다.
아으. 김종인이 다가오는 발소리도 느껴진다.
난 애써 그 소리를 무시하며 책만 보고 있었고, 이윽고 들려오는 의자 빼는 소리. 김종인이 털썩 의자에 앉는 소리.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두는 소리.
그리고..... 김종인의 목소리.
"사람이 왔으면 좀 보지?"
+) 잡소리
첫글인데똥망이닿핳ㅎ하하ㅏ핳하하ㅏ하하하하핳ㅎ핳ㅎ
글잡 처음 써봐요 포인트 얼마정도 해야되는지도 모르겠어요
잘부탁드려요 반응없어도 꾸준히쓸거니까 !! 아참
오글거린다구여? 참으세요
지적할 부분들은 댓글로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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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