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다, 하는 정국이 말에 지민이가 몸 일으키고 누워있었던 탓에 눌린 머리 정리를 함. 현관문 열고 들어오시는 그 모습만으로 잔뜩 기가 눌린 지민이가 방금 전까지 정국이랑 얘기하던 때와 다르게 조용함. 정국이는 전부터 지민이가 아빠를 워낙 꺼려하는 걸 아니까 지민이 손 꼭 잡아줌. 윤기처럼 손 감싸서 꽉 잡아주는데도 지민이는 마음이 놓이지를 않음. 되려 더 떨려오는 기분에 손을 슬그머니 뺌. 정국이는 그런 지민이 보고 자기가 뭘 해줄 수가 없으니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폭 내쉼.
솔직히 집에 지민이가 온 건 지민이가 원해서 온 게 아니라 아빠가 부른 거잖슴. 그런데도 뭐가 그리 불안한지 손을 가만히 두지를 못함. 손톱은 이미 다 뜯겨서 더 뜯으면 피까지 날 것 같음. 한창 그러고 있다 도어락이 띠릭 하면서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에 입에서 손을 뗌. 현관문 앞에 있던 슬리퍼 신고 아주머니한테 서류 가방 넘겨준 아빠가 지민이랑 눈이 마주침. 눈 마주치자마자 얼어서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지민이랑 눈이 마주친 게 분명한데도 아빠는 무심하게 고개를 돌림.
언제 나왔는지 어느새 엄마까지 거실에 나와있음. 그나마 편한 정국이가 있어도 이 자리는 지민이한테 불편할 뿐임. 엄마야 지민이한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아빠는 그걸 알면서도 말리지를 않음. 지민이를 싫어한다기보다 관심이 없음. 그건 정국이한테도 똑같음. 지민이는 자신한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 말 거는 것을 꺼려하는 편임. 전에 그 관련해서 데인 일도 있어서 더 그럼. 지민이는 물론이고 정국이한테도 그리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님. 정국이는 지민이랑 달리 자기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쫑알쫑알 할 말은 다 하면서 치대는 편이라 아빠도 어어 하면서 반응해주는 것 뿐.
소파에 다들 자리 잡고 앉은 뒤에 찾아온 정적 끝에 아빠가 뱉은 말은 아이 이름은 지었냐는 질문이었음. 누가 부부 아니랄까 봐 첫마디가 똑같음. 지민이가 간단한 질문에도 어, 어, 하면서 말을 더듬으니까 옆에서 엄마가 들으라는 듯이 한숨 푹 쉬고 얘기함. 아직 안 지었대요, 이름도. 한심해서 원. 지민이는 엄마나 아빠가 지어줬음 해서 아직까지 안 짓고 있었던 건데 저렇게 얘기를 하니까 속상할 수밖에 없음. 서운한 것도 속으로나 말하지, 겉으로는 절대 표출을 못함. 듣고 있던 아빠가 한심해서 원, 하는 거 듣고 나서 한 마디 하심. 말 조심해, 당신도. 하니까 엄마도 아무 말 못함. 지민이는 괜히 자기 때문에 엄마가 한 소리 들은 것 같아서 움찔함.
아빠가 한참 입 다물고 있다가 지민이 보면서 말함. 여자 아이인지, 남자 아이인지 묻는 말에 작게 여자아이라고 대답하니까 다시 입을 다무심. 폭신한 방석이 가시 방석 같아서 움찔거리고 있는데 입을 열었음. 윤아 어떠냐, 민윤아. 기대도 않고 있었는데 예쁜 이름 안겨주니까 지민이 얼굴이 밝아지는 게 눈에 보임. 옆에 있던 정국이도 어, 완전 예쁜데? 형 윤아 어때요? 하고 물어봄. 지민이는 마음에 쏙 드나 봄. 고개 끄덕이면서 바로 윤아야, 하고 불러봄. 제 이름인 걸 아는 건지 애기가 배시시 웃으면서 부부 거림.
좀 풀린 분위기 덕에 마음 좀 놓나 싶었는데 지민이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림. 지민이는 전화 올 데가 윤기밖에 없으니까 확인도 안 하고 어... 윤기 형 같은데 하고 말을 꺼냄. 아빠는 고개 끄덕이면서 받으라고 하는데 엄마 표정은 똥 씹음 표정임. 그냥 지민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음.
여보ㅅ
어디야 너
나 지금 집이야
어느 집
우리 집...
왜 갔어 거긴
아빠가 부르셔서 왔어 형 퇴근 했어?
왔는데 너 없길래 놀랐다 진짜
아, 문자 넣는 거 깜빡했어...
나 갈까
여보세요,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윤기가 어디냐고 물어 봄. 윤기한테 말할 정신도 없이 나와서 지민이 없는 집 보고 많이 당황한 것 같음. 평소에는 그렇게 느긋한 사람이 숨까지 몰아쉬는 거 보면. 윤기는 지민이 집을 잘 앎. 엄마가 지민이한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도 알고 있고, 아빠가 정치인이라 집안 사정에 무심한 것도 잘 알고. 집이라는 말 듣자마자 지민이 걱정부터 하는 윤기임. 그리고 나 갈까, 하고 물음. 지민이가 어? 하고 되물으니까 나 간다고, 하는 건너편에서 차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림. 이미 출발한 것 같음.
아니, 형 안 와도 되는데... 하면서 고개를 슬쩍 들었는데 아빠는 아무 말 없이 있음. 와도 된다는 것 같아서 운전 조심해서 와요 형아, 했더니 어 끊어 하고 전화가 끊겼음. 핸드폰 다시 주머니에 넣었더니 아빠가 입을 엶. 행동은 잘 하고 다니는가 보구나, 그리 걱정하는 걸 보면. 하심. 칭찬하는 걸로 보이겠지만 마냥 칭찬하기만 하는 게 아님. 위에서 말했듯이 아빠는 정치 쪽에 몸을 담근 사람임. 정치 쪽이다 보니 인맥, 이미지 이런 게 뭣보다 중요하단 말임. 윤기네 집안도 무시할 만한 집안은 아님. 대한민국에서 S회사 하면 다들 들어가고 싶은 기업이라고 할 정도니까. 그 기업 회장이 윤기 아빠임. 사장님은 윤기 형, 김석진이고.
S회사랑 좋은 관계를 맺으면 어찌 됐든 자신한테 이득이 되니까 저렇게 말하는 거임, 다 계산적으로. 윤기를 돈줄, 이런 식으로만 보니까 지민이는 또 기분이 상함. 이렇게 평가받을 만한 사람이 아닌데, 윤기 형은... 물론 속으로만 말할 뿐. 그 때 초인종 소리가 들림. 가족은 다 모여있으니 올 사람은 윤기밖에 없음. 정국이가 일어나서 문 열어줌. 창문으로 윤기가 넥타이 정돈하면서 현관문을 넘는 게 보임. 정원 지나서 집 안으로 들어오니까 아빠도 일어나서 윤기한테 인사함. 윤기는 예의 바르게 허리 꾸벅 숙이고.
인사 끝내자마자 지민이 옆 자리 앉아서 슬쩍 살핌. 애가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게 보이니까 어깨에 손 올려서 주물주물하다 손 떼고 윤아 정국이한테 넘겨 줌. 처남이 잠깐 데리고 있어, 하면서. 정국이는 애기 좋아하니까 좋다고 우르르르 까꿍, 삼촌이야 삼촌. 이러고 있고. 윤기는 자유로운 지민이 손 꼭 쥐어주고. 지민이는 윤기 손 잡고 좀 편하게 앉음. 그게 아니꼬와 보였는지 엄마가 입을 엶. 우리가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무슨... 흘리듯이 한 말이지만 윤기 눈치가 어느 정도인데 그걸 못 알아듣겠음. 표정 굳혔다가 그래도 장모님이니까 다시 표정을 풂.
한 번 그렇게 넘어갔는데도 엄마가 자꾸 뼈가 있는 말을 던짐. 지민이 너는 아이 낳고 관리 안 하니? 하고 걱정해주는 척 하면서 자꾸 지민이한테 말을 검. 윤기는 계속 가만히 있다가 웃어보임. 장모님, 못 뵈러 온 새에 말투가 많이 날카로워지셨네요. 하니까 헛기침을 함. 내, 내가 뭘 했다고... 호호. 윤기가 사회적으로 작기만한 인물은 아니니까 뭐라 말을 못함. 지민이는 하지 말라고 윤기 손 꾹꾹 누름. 그런 지민이 손 더 꽉 잡아서 못 움직이게 하고 윤기가 말을 이음. 저 없을 때는 더 하셨을 거잖아요. 그 정도 눈치 없는 사위는 아니라서요, 제가. 하고 지민이 손 잡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섬. 그리고 허리 한 번 숙임. 지금 제가 예의 없게 행동하는 거 아는데, 저한테는 얘가 더 소중해서요. 제가 나중에 따로 찾아뵐게요, 아버님. 하고 현관문 쪽으로 향함.
정국이는 당황해서 지민이한테 윤아 넘겨주고, 지민이는 윤아 받아들고 나서 윤기한테 끌려나감. 그리고 윤기 차에 타서 윤기한테 뭐라 한 소리 함. 아, 거기서 그럼 어떡해! 그럼, 거기서 계속 가만히 보고 있어? 아니... 그래도, 오늘 수박이 이름도 지어주셨는데. 아버님이 지어주신 거잖아, 그것도. ...어떻게 알았어? 모를 줄 알았어? 알 것 같았어... 내가 내일이나 모레 따로 찾아뵐게, 걱정할 거 없어. 하고 지민이 다독여주는 윤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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