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보살님, 그러니까 지금 우리 백현이가 자칫하면 서른도 못 돼 죽는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니까?"
"아이고, 안돼요! 우리 막내!!"
정옥희여사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주부로, 변씨 집안 5형제의 어머니이다. 원래 정 여사 부부의 꿈은 외동딸을 하나 낳아 공주님처럼 예쁘게 키우는 것이었는데, 첫째 상현부터 넷째 동현까지 하나같이 듬직한 장군감인 우락부락한 4형제를 끝으로 반쯤 딸의 존재를 포기했었다. 하지만 분명히 다음엔 딸이라는 점쟁이의 말에 낚여 20년 전 늦둥이를 하나 낳았는데, 그 때 태어난 막둥이 아들인 백현은 아들이지만 형들과는 달리 곱상하고 여리여리해 부부와 형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정 여사부부가 꿈꾸던 '공주님'으로 자랐다.
그래서일까. 백현은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어릴 때엔 넘치는 애교를 무기로 같은 병아리반 남학우들에게 수많은 '짝꿍 요청' 이 쇄도했으며, 점점 자라면서 그 미모를 더욱 굳건히 해 초등학생 때에는 심심치 않게 남학생들의 고백편지를 들고 왔다. 거기에 백현이 고등학생이 된 이후 집 앞에는 심심치않게 막내아들을 찾는 시커면 사내놈들도 서식하게 되었으니. 이러다간 내 사랑하는 토끼가 웬 시커먼 짐승한테 잡아먹힐지도 몰라. 정옥희여사의 근심걱정은 마를 줄을 몰랐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수보살을 찾아간 것은 백현이 대학생이 된 봄이었다. 고3이라는 허물을 벗어던지고 머리까지 노오랗게 염색한 백현은, 어머니인 정 여사가 보아도 딱 잡아먹히기 좋은 병아리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거기다 가끔 저녁에 나갈 때 아이라인이라도 살짝 그리면… 시커먼 사내놈들이 홀랑 내 토끼를 잡아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수소문해서 찾은 것이 바로 수보살이었다.
"음기가 좀 심하게 넘쳐나. 분명히 이 음기에 눌려 죽을 거야. 서른 전에."
"보살님, 방법이 없을까요?"
한참 덩실덩실 춤을 추며 쌀알을 뿌리던 수보살이 눈을 번쩍 떴다. 정 여사는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딱 하나 있지."
무엇입니까? 숨죽여 물은 정 여사에게 수 보살은 조용히 답했다.
"아들이 가진 음기를 누를 양기를 받는 거야. 크고 강한 걸로다가."
"양기요?"
"그래. 양기."
그게 무슨…? 이해가 안 돼 고개를 갸웃하는 정 여사의 모습에 수보살이 혀를 쯧, 찼다.
"다른 남자가 가진 양기를 아들의 음기랑 교합해서 음기를 누르라고. 그것밖엔 없어."
"교합이라 하면…"
말뜻을 알아들은 정 여사의 표정이 굳었다. 그, 교합이라 하면. 성…교합…?
"그래. 맞아."
설마, 아니겠지 하며 조용히 내뱉은 단어에 수보살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토끼가 시커면 사내놈한테 뽀얗고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내밀어야 한다는 뜻이지. 그것도 생사의 문제를 가지고 말이다. 뭐 이런 빈라덴 염불 외우는 상황이 다 있담.
아아, 총체적 난국. 충격에 정 여사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힘들면 잠깐 앉았다 가. 자비로운 수 보살이 정 여사를 토닥였다.
아아, 수멘. 우리 아들은 숙명적 호모로구나.
-
수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랜만입니다
갑자기 생각나서 블로그에 올렸다가 가져왔는데
음
어
막 썼더니 정신없네요ㅠㅠ
나중에 정리해서 연재용으로 들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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