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을 기다려는 예전에 본 미래의 사람들에 관한 만화를 모티브로 쓴 글이에요 오랜만에 카톡말고 글을 써서 조금 어색하고... 제가 평소 쓴 드립쩌는 (안)웃긴 카톡/글과는 분위기가 확연하게 다름 주의 가끔 진지함도 이렇게 빵빵터트려줘야 할거 같더라구여 구독료는 없어요 분량도 쥐똥이고 무엇보다 그냥 봐주시라고 쓴 글이라...이 글은 회공 안할께여 비회원 백도러들도 보고가세요 ※용어정리※ 엔트로피=빛을 이용해 만든 에너지 AC=정보를 모으는 기계. 누가 발명했는지, 어떤 물질로 개발됬는지 알 수 없다. 질문을 하면 은하의 모든 정보를 모아 대답한다. 100%의 정확성으로 항상 정보를 모으고 있다고한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우주 AC를 만들거나 개량하는 데 관여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각 우주 AC는 또한 자신이 존재했던 백만 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동안 축적된 정보를 모아 더욱 개선되고 우수한 후계자를 만들어 자신이 모아두었던 정보를 넘겨주고 자신도 그 일부로 흡수되곤 했다. 그러한 AC는 사람들이 평생 연구해도 알 수 없는 질문의 답을 해왔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수백년을 기다려 백현은 생각해본적 있다. 지금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을 만드는 엔트로피가 바닥이 난다면, 그리고 남아있는 별들의 수명이 바닥난 후 인간들이 살 곳이 없어진다면? 엔트로피의 바닥을 생각한다는 자체로서 제가 가장 싫어하는 영생을 추구하는 인간이 된 느낌이었지만 그의 호기심은 끝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죽은 별들을 다시 되살리면 되지 않을까? 백현은 AC에 질문했다. 원, 투, 쓰리! ...어이없네. 백현이 기대되어 밝은 표정을 풀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 기계에 생각을 맡길 수는 없다. 과학에도 추상적 개념을 추가시켜줘야만 답이 날 수 있는 질문도 있는데, AC는 그걸 모른다. 답답해진 느낌에 백현은 생수병을 따 알약을 집어넣었다. 곧 주황색으로 음료가 변했다. 그래, 이렇게 편한 세상이다. 그러니 기계에 감정따위를 넣는 불필요한 일을 자처하여 나서는 과학자는 나타날 필요 없는거다. 사람들이 기계적인 삶을 살고있는데 기계가 사람같은 삶을 살게된다니. 백현은 어이없는듯 피식피식 웃으며 어느새 동이 난 생수병을 쓰레기통에 집어 던지고 다시 침대로 들어갔다. 쓰레기통에서는 원소분할로 다시 탄생된 생수병에 물을 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러니까, 대략 400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은 무의미한 죽음을 되풀이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십수년 전 육체를 복사하여 영혼만 옮겨심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그 이후로 사람은 아무도 죽지않았다. 기억도 끊임없이 보존되었다. 십수년전과 같은 사람들이 전자화된 거리를 걸어다녔다. 사람들은 무의미한 죽음대신 무의미한 생존을 되풀이했다. 백현은 이 지독한 생존을 미치도록 싫어했다. 그렇지만 백현의 지하실에는 그의 신체 복사품이 몇 십개씩 보존되어있었다. 게다가 다른 이의 신체 복사품도 몇개 보존되어 있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래서 백현과 친한 사람들은 그의 사상과 그의 지하실을 보고는 그를 비웃거나 무시했다. 그러나 백현은 아무런 상관하지 않았다. 저는 무의미한 생존을 위해 신체를 복사해놓은 것이 아니다. 언젠가는 돌아올 죽음에 기쁘게 환희하기 위해 마련해 놓은 것이다. 그래서 백현은 아무런 상관하지 않았다. 멸망은 급속도로 찾아왔다. 근근히 이어가던 엔트로피가 드디어 고갈됬다. 더이상 오갈데없는 사람들은 스스로 영혼이 보관된 칩을 부수거나 파괴했다. 이제 이 세상에 남아있는 생명체란 매우 적었다. 오히려 그냥 없는 편이라고 하는게 나을 것이다. 그리고, 백현은 며칠째 8개월 전 뉴스를 돌려보는 중이었다. 뉴스에서는 세상의 멸망을 선포한 대통령이 자기 스스로 칩을 분해하는 과정이 나오고 있었다. 뒤이어 아나운서까지 침통한 표정으로 그것을 따라했다. 뉴스치고는 자극적인 영상이다. 저것도 죽음이니까. 백현은 그들의 카메라동선까지 외울 정도로 많이 본 그 뉴스를 꺼버렸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이 세상의 마지막 인간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앞으로 할 일이 거창해보였다. 심적으로 부담감이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찜찜한 기분을 떨쳐버리고는 AC와 신체 복사품들이 줄지어 있는 지하실으로 향했다. 지하실로 들어선 백현은 조명을 키고는 AC에게 다가갔다. AC는 우습게도 사람의 형상을 하고있었다. 처음 백현이 그것을 발견했을 때도 매우 놀랍고 조금은 웃겼는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정이 든 느낌이다. 자신을 향해 웃어보이는 AC에게 마주보며 웃어줬다. "경수야, 오늘은 어때?" "어두컴컴하지만 백현이 찾아와서 희망을 받음. 복합적인 느낌입니다." 백현은 AC를 경수라고 불렀다. 기계따위에 감정을 가르치고 이름을 붙인 제가 참 할 짓 없어 보이겠지만, 진짜인데 어쩔까. 백현은 경수를 만날때마다 항상 하던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별들을 부활시킬 수 있는 방법은 아직도 찾지 못한거야?" "자료가 부족하여 대답할 수 없습니다." 허, 물어본지 몇십년이 지났는데 아직 자료가 충분하지 않단다. 백현은 조금 석연찮은 기분이었다. 경수가 그런 기분을 눈치 채기라도 한 듯 백현에게 말을 걸었다. "백현의 기분, 매우 보통이지 않습니다. 왜입니까?" "내가 죽기전에 엔트로피의 역전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을거 같다는 기분이라." 죽음? 경수가 백현과는 이질적인 단어를 알아듣고는 곁눈질로 복사품들을 봤다. 경수의 눈짓을 알아챈 백현이 시끄럽게 웃으며 경수에게 말했다. "난 이제 곧 죽을거야. 이 몸의 수명이 다되어가. 몸이 낡으면 칩은 작동을 멈출거야. 그렇다면 나는 드디어 이 지겨운 영생을 멈추고 죽는것이 되겠지." "백현은 영생이 지겨운것입니까?" "응. 그것도 엄청. 무의미한 생존과 무의미한 죽음 중 무엇을 택할 것인지 나한테 한번쯤 물어봐줬다면 난 죽음을 택했을거야. 생존은 정말 무의미하겠지만 죽음은 어떠한 의미라도 존재하나 그 의미를 말로 풀어내지 못해서 무의미하다라고 생각해서. 웃기지 않아?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어차피 다 알아듣지도 못할텐데." "...아닙니다. 60%정도 백현이 생존과 죽음 중 죽음쪽을 선호한다는 결과는 알아들었습니다." "그 정도면 애썼어." 백현이 나름 흡족한 얼굴로 경수의 손을 만지작 거리는 시늉을 했다. 경수는 그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듯 백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노골적인 그 시선에 백현이 당황한듯 헛기침을 몇 번 해댔다. "음, 경수야. 내말은. 이제 난 죽을 거야. 그렇다면 난 이제 너를 볼 수 없어. 너 또한 생존중인 나를 볼 수 없을거야." "그렇다면 저는 또 혼자입니까?" 경수로써는 단지 저와 말을 나눌 생존체가 없어지니 저 혼자라는 뜻으로 던졌을 질문이지만, 백현에게는 왠지 혼자라는 의미가 낮은 곳에서부터 몰아쳐오는 외로움을 상기시켰다. 그러고보니 저는 경수를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제가 죽으면 그는 다시 혼자일테다. 쓸데없이 감정같은 걸 가르쳤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그것대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서 감정을 모르는 AC라니. 조금 구슬프다. "외롭지 않을까?" 백현 스스로 생각해도 쌩뚱맞은 질문이었다. 그러나 경수의 대답은 백현을 더 없이 기쁘게, 또는 힘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괜찮습니다." 뭐가. 뭐가 괜찮다는 걸까. 괜찮다는 느낌을 알기는 하는걸까. 백현은 복잡한 느낌에 몸을 떨었다. 저는 무책임했다. 이 기계에게 쓸데없이 감정을 가르쳐준것은 저다. 그리고 다시 외로움이란 감정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도 저이다. 최악이다. 영생은 지겹고 지겨운 것일텐데, 그것을 제일 잘 아는 제가 누군가를 혼자 두게되었다. 감정을 가르쳐 준 것도 저이고 느끼게 한 것도 저인데, 무책임한 저를 깨달은 백현이 경수를 바라봤다. 경수는 백현과 눈을 마주쳤다. 아주, 오래. "조금 있으면 복사품 보관 용기가 깨지는거 맞지?" "네." 그러면, 칩 없이 살아가며, 서로 번식하고. 살고 죽는 인류의 시대가 다시 부활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많은 발전이 있어야하겠지. 인류를 다시 발전시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거다. 그렇지만 인류에게는 많은 시간따위는 없다. 또한, 엔트로피가 바닥난 이 시대에 남은 살아있는 땅이란 이 별쯤. 많은 인류가 살기에는 작은 사이즈다. 이런 어려운 지식따위를 방금 깨어난 짐승과 같은 상태의 사람들이 이해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백현에겐 경수가 더더욱 필요했다. "경수야, 시간이 되어 저 사람들이 깨어나면 니가 처음부터 가르쳐줘. 어려운것 말고, 작은 새끼를 기르듯. 걷는 법, 먹는 법, 생리적인 현상을 처리하는 법. 니가 도와줘. 새로운 시대의 어머니가 되어줘." "80% 이해했습니다. 저기서 다시 생존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원초적인 지식을 가르칩니다." "응. 그거야, 그거. 그런거..." 점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신체도 이젠 끝이다. 이 지겨운 세상도 이제는 끝이다. 그러나, 조금. 아니. 많이. 많이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건 경수를 여기 혼자 놔두고 가야한다는 점이다. 새 인류의 시작이라는 큰 짐을 맡기고 가서이다. 그것도 아니면, 사실...내가 너를. 백현은 생각을 그리 길게하지 못했다. 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 때문이었다. 신경계부터 서서히 멈추는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네 뺨을 쓸어주고 싶었다, 경수야. 한번만, 한번만. 너와 내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내가 지금 아쉬운 이유는 인류의 새 시작이라는 원초적이고 거창한 일때문이 아니라 너를 두고가서기 때문아닐까. 백현은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올려 경수를 봤다. 경수는 그동안 다른데 시선을 줄 생각도 하지 않았는지 백현을 줄곧 쳐다봤다. "경수야," "네." "경수야," "네." "사랑해." 백현은 마지막 마디를 뱉고는 경수를 끝까지 바라봤다. 경수는 백현과 다시 한 번 눈을 마주치고는 가장 활짝 웃었다. 백현은 그때 본 경수가 너무 환해서 무겁게 내려앉는 고개를 버틸 새 없이 떨어트렸다. 그것조차 경수는 두 눈에 담고 있었다. "...100% 이해했습니다." 백현은 죽었다. 경수는 그것을 깨닫고는 백현이 준 명령을 수행했다. 곧 있으면 백현이 말했던 새 인류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는걸 경수는 알고 있었다. 백현이 말했던 죽음의 기적이 실현되겠지. 그렇게 인류가 계속 발전하여 새 시대를 완전하게 열었을 때, 백현은 언젠가 다시 깨어나 저에게 엔트로피의 역전에 대해 질문의 터를 틀 것이다. 죽었다고 하지만 꼭 다시 나타날 것이란걸 알고있다. 백현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저에게 관여한, 가르쳐 준 사람이니까. 수백년후라도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다. 꼭, 그럴 것이다. 외전을 찔까말까 생각중입니다. 결말은 나름 해피엔딩이라고 자부해요. 왠지 이렇게 다운된 작품을 쓰니까 제 말투도 차분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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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