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준] 내게 오는 길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f/b/0fbd243d4d4d7b685b32feec44c2d465.jpg)
미완주의 ㅠㅠ
내게 오는 길
제스 作
나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편이었다. 나의 주관에 사랑이란 우연히 편의점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람을 그리다 또다시 마주친 사람과 번호를 교환하고, 하루종일 그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고, 그 사람에 대해 더 잘 알아가고 서로에 대해 많이 알았을 무렵 조심스럽게 사귀는 것과 같은 운명적인 것들이었다. 그는 나와 그렇게 비가 오는 날 거리에서 만났다. 평생을 꿈꿔왔던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똑같은 남색 교복 차림인 그는 이미 물기에 젖어 짙은 색을 띄어가는 교복 어깨를 툭툭 털어내며 우산을 접었다.
...
버스카드를 꺼내서 핸드폰 위에 겹쳐 올리는 일련의 동작들을 물끄러미 쳐다본 나는 그의 가슴께에 단정히 고정되어있는 이름표로 시선이 갔다.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실로 수놓아진 그의 이름은 얼굴만큼이나 단정했다. '김준면' 입 안에서 그 말을 몇번이나 굴려보던 나는 늘 타던 초록색의 버스를 두번이나 놓치고서야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준면. 김준면. 내리깔아진 속눈썹이 짙은 음영을 띄던 동작이 머릿속에서 몇번이고 재생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 그 순간 내내 세훈은 준면을 생각했다.
김준면과의 첫만남은 그것이었다.
날씨가 채 풀리지 않은 4월의 비오는 어느날.
선배님 안녕하세요. 세훈이 큰 키를 구부려 준면에게 인사하자 준면은 눈을 접어 그에게 화답했다. 어어. 세훈이 안녕. 세훈은 그 길로 도서부에 들었다. 친구들은 미쳤냐며 농구부에 들라며 세훈을 꼬드겼지만 세훈은 단호했다. 아니. 난 도서부에 들거야. 다들 미쳤다고 세훈을 놀려댔다. 도서부에 여자 숨겨놨냐? 백현의 물음에 세훈은 백현을 세게 때리는 걸로 대답을 대신하며 가방을 쌌다. 오늘도 야자해? 네. 선배는요? 나도. 아까 웃던 준면이 계속 생각나 세훈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아이팟을 대강 터치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내게 오는 길' 신입생환영회때 쑥쓰럽게 웃던 준면이 부장이니까 한곡이라도 부르라며 부추기는 선후배들에게 떠밀려 불렀던 노래였다. 성시경의 목소리가 준면의 목소리와 오버랩되어 들렸다. 김준면. 준면.. 세훈이 준면의 이름을 단발적으로 중얼거렸다. 준면은 항상 앉던 32번 자리에 앉아 자습을 할 것이었다. 계단을 올라가는 세훈의 발걸음이 즐거워 보였다.
*
항상 글을 쓰면 이모양이지요...
이런 글도 봐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당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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