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의 흔한 편의점 알바생 01
편의점을 안 간 지 일주일이 지났다. 물론 학교는 잘 다녔지만 신입생 환영회, 오티, 적응 기간 등등 편의점을 갈 시간보다 술집이나 놀러 다니는 것에 바쁜 하루 하루를 보냈다. 아, 물론 시간이 비었어도 아마 편의점은 안 갔을 것이다. 이건 내가 장담한다.
"둥둥둥둥 둥둥둥둥 둥둥둥둥 두두두둥 두두두둥 두둥"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옆집 미친놈의 북소리. 저 새끼는 지치지도 않는 지 일주일 내내 북을 쳐, 북을. 아니, 북이 맞긴 해? 존나 얼쑤라도 해 줘야 할 판. 일주일 동안 너무 왔다갔다 해서인지 피곤함에 지쳐 북소리가 나도 잠만 잘 잤는데 오늘은 신경 쓰여 죽겠다, 진짜. 이래선 잠이 안 오잖아. 또 지랄하면 나 모르오 하고 안 나올 게 뻔하고...아오, 저 새끼 진짜 집 밖으로 나오는 거 걸리기만 해라 내가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발산해서 진정한 소음이 뭔 지 보여줄 테니까.
"진짜 시끄러워!!"
쟤 때문에 잠을 못 자겠다 진짜. 내일이 주말이라 다행이지.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냉장고 문을 열었고 냉장고 안은... 예상대로 냉수조차 없었다. 아, 분명 이틀 전만 해도 있던 것 같은...아, 속 차린다고 냉수를 마셨었지. 술 먹고 속이 쓰릴 때 다른 사람들은 해장을 한다면 난 냉수를 먹는다. 돈도 절약되고 뭐 냉수 먹고 속 차린다는 말이 있듯이 그게 숙취해소에는 직빵이거든.
"그때 너무 많이 마셨나..."
그렇다고 목 추릴 물조차 없다는 거에 조금 아쉬울 뿐이다. 둥둥둥둥둥둥 아쉬움을 달랠려고 침대에 딱 누워있으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북손님. 저 새끼는 고등학교 때 도덕이란 개념 있는 과목을 안 배워서 저러는 건가 싶을 정도로 존나게도 뚜들겨 댄다. 하아, 그래.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야지 중이. 어차피 물도 사야하고 더 이상 시끄러운 소음 속에 있을 수가 없어 대충 티와 바지를 입고 밖으로 나갔다.
"아, 맞다. 이 시간에 슈퍼 문 안 열 거 아니야."
내가 깜빡 잊고 있던 사실, 새벽 2 시가 넘어가는 이 시간엔 슈퍼 문이 닫혀있다. 이 씨발... 김에리 이 머저리 같은 년... 그럼 편의점 밖에 없다는 거 아니야? 순간적으로 머릿 속에 스치는 작은 편의점. 아, 근데 설마 새벽에도 하겠어? 분명 그때는 오전 시간에 있던 그 놈. 그렇다면 야간에는 다른 사람이 하고 있다는 거 아닌가 아, 당연히 그러겠네 내가 질문을 던지고 내가 주워먹는 방식으로 답을 찾아낸 나는 아까보단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을 옮겼다. 설마 하루 8 시간이 법인데 지금까지 하고 있겠어? 맞아, 그렇다니까.
"띵동~ 어서오세요."
학교 앞까지 뛰듯 걸어가 편의점 문을 활짝 열면 들려오는 중저음 목소리에 그저 같은 성별이겠거니 하곤 물을 찾으러 갔다. 내가 언제 또 벌컥벌컥 들이마실 지 모르니 많이 사두는 게 좋겠지? 난 안에 있는 2리터 물을 보다가 곧 옆에 6 개로 묶여있는 물을 들었고 옆에 보이는 편의점 족발도 들었다. 잠도 안 오는데 족발이나 먹을까 아, 족발에는 맥주인데... 내심 아쉬운 마음에 냉장고 안에 있는 맥주를 한 번 보다가 지갑을 열었다. 그래, 씨발 내 신세에 무슨 맥주야. 사치다, 사치
"계산이요."
결국 값 비싼 맥주는 뒤로한 채 족발과 물을 카운터 위로 올려놨고 연락 하나 안 오는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으면 삑 삑 하는 기계음이 들린다. 아, 역시 맥주 먹을까 맥주 먹어야 하나 마음 속에서도 계속해서 들려오는 악마의 속삭임에 힘들어하고 있을 때쯤 앞에 있는 알바생이 말을 걸었다.
"만 팔천원 입니...어, 전에 보셨던 삼각김밥..."
이 씨발. 가지런히 돈을 꺼내 옆에 올려두고 있는데 녀석과 눈이 마주쳐버렸다. 녀석은 나를 향해 존나 반갑다는 듯 삼각김밥을 들먹였고 내 표정은 눈에 띄게 썩어갔다. 저 새끼는 시발 하루 24 시간 일을 하세여? 알바생은 날 본 게 그리도 신나는지 해맑은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였다. 아니, 저희가 무슨 인연이 있다고 그렇게 반가워 하시는지?
"하하, 이 시간에도 있으실 줄은 몰랐네요. 여기 이만원이요."
"아, 저 그때는 잠시 대타였어요. 대타."
"아, 그러셨어요? 그것 참 유감스럽네요. 그런데 저기 잔돈..."
"와, 저는 정말 그때 대타로 만나서 여기 또 오실 줄은 몰랐어요. 가도 오전에만 가겠거니 했는데."
그러게요, 씨발. 이제부터 제 편의점 시간은 오전으로 바꿔야겠어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애써 삼긴 채 어색하게 웃어보였고 녀석은 생글생글 웃으며 내 다음 말을 기다릴 뿐이다. 아니, 근데 얘 왜 내 돈 안 줘? 만 팔천원에 이만원을 줬으면 이천원을 내 손에 쥐워줘야 되는데 그저 이 새끼는 생글생글 웃을 뿐 돈을 꺼내지도 심지어 넣지도 않는다. 존나 정지 화면임?
"저기...잔돈..."
"아, 맞아. 저 그때 사장님한테 엄청 깨졌어요."
네, 그거 엄청나게 잘된 일인데 오늘도 깨지지 그러세요. 마음 속으로는 축배를 들고 있었지만 내 입은 마음보단 착한 모양이다. 그저 하하, 그러셨어요? 왜 깨졌어요. 하고 이야기를 이어갔으니...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귀 막고 잠이나 잘 걸. 왜 난 이 새끼를 만나면 후회만 하는 거지? 인생 회개를 잘 시켜주시네요 참.
"아, 무슨 일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라 말할 수 없어요."
안 말해줄 거면 왜 깨졌냐고 밑밥을 까셨어요. 존나 손님 데리고 엿같은 밀당하시는 게 취미? 아, 하루 빨리 이사를 가야지 편의점 존나 많고 옆집에 북 안 치는 곳으로.
"그래서 제 잔돈은 언제쯤..."
"네? 아, 잔돈.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
"네?"
"잔돈 받으시면 가실 거예요?"
당연한 걸 왜 물으세요. 전 지금 무척이나 이 곳을 빠져나가고 싶은데. 난 단호하게 네. 라고 대답했고 녀석은 나라라도 잃은 마냥 풀 죽었다. 아니, 시방 내가 잘못한 거여? 손님이 물건을 다 사서 집으로 좀 고어웨이 하겠다는데. 녀석은 힘없이 2천원을 건네었고 난 그것을 받아 지갑 안에 넣었다.
"네, 그럼 안녕히 가세..."
"아, 또 5 시간을 혼자 있어야 하네."
"...요..."
"어제도 그제도 혼자 있었는데 학교 앞이라 그 흔한 술 취한 아저씨들도 안 지나가고."
"......"
"말 붙일 사람도 없이...아, 외로워라."
씨발, 저거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 맞지? 내가 잠깐 멈추자 그것을 노렸는 지 녀석이 말한다.
"아까 맥주, 맥주 거리신 것 같은데 제가 맥주 사드릴까요?"
존나 파격적인 제안이다. 아까부터 맥주를 시원하게 마시고 싶었던 나는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 세운 채 녀석의 다음 말을 기다렸고 녀석은 내 발목을 그렇게 붙잡았다.
그리고 난 거기에 붙잡혔다.
"전 어차피 알바 중이라 맥주 못 마시는데 혼자 다 드세요. 제가 돈 넣으면 되니까."
어무이, 제가 동정심이 쪼까 강해서 사람이 혼자 있는 꼴을 못 봅니다. 절대 맥주 때문이 아니라.
"아, 대학 다니실려고 혼자 자취하시는 거구나."
"네, 그렇죠. 그런데..."
제발 편의점 바닥 닦으면서 말 걸지 말아주실래요. 어찌됐든 나는 맥주를 겟하는 대신에 이 편의점에서 조금 있기로 했고 저번 그 자리에 앉아 족발과 함께 맥주를 호로록 마시는 중이다. 그래, 그것까진 좋다. 그런데 정신 사납게 왜 계속 내 주변만 대걸레로 닦고 지랄인데... 시발, 이거 완전 다 처먹었음 나가라는 거 같잖아. 내가 대걸레로 공격적이게 바닥을 닦는 녀석을 보며 앉으세요를 권했지만 돌아오는 대답마다 한결같다, 참.
"아뇨, 저는 지금 알바 중이기에 앉을 수는 없습니다. 말동무는 충분히 되고 있으니 걱정 마시고 식사하세요."
너 같으면 옆에 대걸레가 슉슉 지나가는데 족발이 잘도 넘어가겠니? 맥주를 겟하는 대신 대걸레도 딸려오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였다. 아, 당장이라도 맥주 들고 튈까. 그렇지만 저 많은 물들을 들고 뛰기엔 벅찬 걸.
"...요?"
"네?"
"그런데 동아리는 어디 들어갈 지 정했어요?"
"네? 무슨 동아리요?"
"대학교는 들어가면 거의 동아리 정하잖아요. 안 들어가면 꽃 피는 대학이 아니지."
아, 맞아. 동아리 들어가야 하는데... 물론 교수님께선 우리가 동아리에 안 들어갔음 하시지만 일주일동안 있으면서 생각이 바꼈다. 동아리란 존나게도 좋은 곳이라는걸. 내 동기들은 과 선배가 술 먹자고 부르면 동아리에서 뭐 해야 한다며 자리 피하기 일쑤고 몇몇은 동아리 준비로 바쁘다며 빠졌다. 아니, 새내기 신참이 동아리 준비가 뭐가 있어? 다 핑계지. 하여튼 그것들 때문에 나만 일주일동안 죽어라 마시고, 마시고...
살기 위해선 동아리에 들어가야 한다.
"아, 아직은 못 정했는데 들어가긴 할 거에요. 어디로 가야할 지가 문제지..."
"오, 그런데 아직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벌써 동아리 부원 모집해요?"
"네, 이번엔 빨리 구한다더라고요. 대학교가 고등학교보다 더 홍보를 열심히 하던데요?"
알바생은 바닥 닦기가 지쳤는 지 대걸레에 목을 괴고선 나와 대화를 나누었고 대화 내용은 꽤나 순조로웠다. 알바생도 휴학을 한 건지 알바하는 거 보면 학교는 안 다니는 것 같은데... 아직 별로 친한 사이도 아니고 딱히 궁금하지도 않은 사생활을 캐내고 싶지 않아 그저 추측만 할 뿐이다. 저 새끼는 군대도 아직 안 다녀온 휴학생이다.
"가끔 일하면서 듣다 보면 여학생들이 그 대학교에 잘생긴 애들 많다고 난리던데. 어떤 애들은 앞에 서있어서 소리 지르고."
"오, 진짜요?"
"네, 그리고 거기 선배 중에 무슨 동아리더라. 엄청 잘생겼다고 난리라던데요."
"오...그래서 거기가 어디..."
"궁금하죠. 어, 눈빛 변했다."
어, 들킴?ㅋ 그럼 얼른 입 좀 나불거려 줄래. 바로 거기에 들어갈 생각이니까. 과에서는 아무래도 잘생긴 사람은 본 적도 없고 맨날 술에 꼴아있는 모습만 보았기에 잘생긴 선배는 기대도 안 했던 나지만 이건 좀 설레인다. 자, 내 눈빛을 읽었으면 네 새끼는 입을 열어라.
"하하, 뭐 딱히 얼굴 때문이 아니라 동아리를 많이 알면 좋으니까요. 그래서 거기가 어딘가요."
"궁금해요?"
"아뇨, 뭐 딱히..."
"어, 그럼 말고."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궁급합니다."
오랜만에 애타는 기분이다 와, 그것도 남자 얼굴 잘생겼다는 한 마디에 나는 저 녀석에게 애타며 묻고 있었다. 이게 얼마만의 기분인가. 그런데 이러지 않으면 우리 대학교에서 눈 호강은 절대 불가다. 일주일 동안 본 결과, 적어도 우리 과에는 눈 호강 시켜줄 남자따윈 없단 말이다. 꽃 피는 대학은 무슨, 꽃이 필려면 씨앗이 필요한데 다 썩은 씨앗들 뿐인데.
"그렇게 궁금하다는데 알려줘야지."
"네."
"어디냐면요."
"네."
이게 뭐라고 그렇게 떨리는 지. 녀석도 무슨 60 초 후에 공개하는 것도 아니고 뜸을 존나게도 들인다.
뻐꾹, 뻐꾹
그렇게 서로 정적 속에 있는 와중에 갑자기 계산대 위에 있던 녀석의 핸드폰이 뻐꾸기 소리를 내며 울렸고 우리 둘은 거기에 시선이 돌아갔다. 웬 뻐꾸기 소리? 설마 벨소리가 뻐꾸기 소리니...? 동물협회회장도 안 아까울 녀석의 핸드폰 소리가 울리자 나도 모르게 픽 하고 비웃었고 알바생은 내가 웃든 말든 진지한 표정으로 계산대 위에 있는 핸드폰에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존나 저 벨소리 얻는 것도 힘들었을 듯.
"아, 이거 어떡하죠. 곤란하네요. 다음에 오실 수 있으신가요?"
녀석은 진지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보더니 곧 핸드폰을 꾹 쥐고 내게 말했다. 알바생을 몇 번 본 것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보는 진지한 표정에 살짝 겁을 먹은 난 알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예의상, 아주 예의상 질문을 던졌다.
"저기...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기셨어요? 예를 들어 누군가가 다쳤다든가..."
"아, 아뇨."
"아..."
"그저."
난 다음 말에 침을 꼴깍 삼켰고 녀석은 편의점 알바 옷을 벗곤 정리하며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전조 애랑 교대할 시간이에요."
아, 예. 씨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녕하세요
오늘도 왔습니다.
뭐가요?
똥이요 ^^
사람들이 ㅠㅠ 의외로 댓글을...와 정말...진짜로...ㅠㅠ 전 3명도 좋았는데 와우 넘 좋았어요!
그래서 기대에 부흥하지 못한 점부터 사과해드릴려고요 ㅎㅎ 하핫
왤케 짧냐구요? 이건 프롤로그라ㅅ... (어제도 했던 변명)
네, 여러분들이 원한다면 이 분량에 2배는 늘어오겠습니다.
하지만! 전 여러분들의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해 짧고 굵게를 선호하는...헤헤 죄송해요.
그리고 경수 성격이 신선하다고 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알모경이 좋아서요 전 알모경이 좋아요. 엄청 좋아요. 엄청.
여러분들이 흔히 하는 경수는 아마 뒤에...(ㅅㅍㅈㅇ...) ㅋㅋㅋㅋ하여튼 오늘도 똥을 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암호닉
얀쓰꿍쓰, 닝닝, 콩콩, 됴, FlowerD, 글잡캡틴미녀 님들 정말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
Q. 도경수 님께 퇴근 시간이란?
A. 약속이죠. 조금이라도 늦을 시 머리 끝까지 화나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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