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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전정국." 

 

 

 

"...말이 짧다?" 

 

 

 

"어디서 왔냐고 안 물어봐요?" 

 

 

 

"어디서 왔는데." 

 

 

 

 

"학교 하나 더럽게 넓네,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 거야." 

 

 

 

 

"정국아?" 

 

 

 

 

"성 붙여서 불러요, 오글거리니까." 

 

 

 

 

 

 

 

 

 

 

 

 

 

 

 

 

 

 

 

 

 

 

 

01 

 

 

 

 

 

 

수요일 오전, 이제 막 여름을 거친 이른 초가을의 날씨에 입을 가리고 하품을 했다. 

손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쌀쌀함에 나른한 기분이 확 깨졌다. 

 

엣취, 하고 코끝을 부비며 교무실로 들어섰을 때,  

한창 시험 문제 출제로 바쁜 선생님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에는 어제 마지막까지 교무실에 남아 문단속을 하고 나갔던 김 선생님도 있었다.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니 꽤 이른 시간인데도 계실 줄이야. 

왼팔에 걸친 마이를 등받이에 걸어놓고 의자를 한 번 뱅글 돌려본다. 

어제 퇴근하기 전 미처 씻어두지 않은 머그잔에 커피 찌꺼기가 잔뜩 끼어있어 그닥 보기 좋지 않았다. 

 

 

 

"석진 쌤 오셨어요?" 

 

 

 

교무실을 울리던 키보드 소리가 잠시 멈춘다. 

고개를 돌려 웃는 얼굴로 살짝 목례를 했다. 

좋은 아침, 그놈의 아침 인사라는게 몇 십년 째 계속 같은 패턴. 

 

환기를 시키지 않아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먼지가 둥둥 떠다닌다. 

 

 

 

"요즘 되게 바쁘시네요." 

 

 

 

출근하자마자 의자에 앉아서 노트북을 열었을 김 선생의 모습이 눈에 훤했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늘 잊지 않고 책상정리를 한다는 점은 참으로 신기했지만 말이다. 

 

 

 

"앞반쌤하고 진도가 안 맞아서요. 

이것저것 수정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하하." 

 

 

 

앞반 지민쌤이 어지간히 진도가 느린 모양이었다. 

하긴 이 학교에 처음 부임했으니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긴 했는데. 

작고 유하게 생겨서 특별한 인상을 주진 못했지, 지난 1학기 때도 진도 차이로 시험 문제에 어려움을 겪었던 게 생각이 났다. 

 

이와중에 드는 다소 이기적인 생각은, 그 파트너가 내가 아니라는 사실. 

남준 쌤의 웃음 소리에 왠지 모르게 찔린 나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보일 따름이었다. 

 

 

 

"아, 김쌤." 

 

 

 

"네?" 

 

 

 

"오늘 전학생 온대요." 

 

 

 

아. 

그게 오늘이구나. 

며칠 전 안 선생님과 나누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의자를 뒤로 빼고 자리에 어정쩡하게 앉아서는 다시 한 번 손목을 쳐다본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은 걸 보니 남준 쌤과는 어지간히 할 말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괜시리 어색해져 헛기침을 했다. 

 

콘센트가 너저분하게 이리저리 놓여있어 한 번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노트북 충전기만 꽂아두었다. 

하루종일 전자기기와 씨름해야 될 운명에 벌써부터 눈이 피로해지는 것 같다. 

머리를 한 번 가볍게 털고 나서는 노트북을 열었다. 

벌써부터 메신저가 쌓여있었다. 

 

어디보자, 뭔 일이지. 

 

헹구지 않은 머그잔에 잠시 시선이 머뭇거렸지만 지금은 뭔가를 마실 생각이 없어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일찍 일찍 할 수록 좋은 건 알고 있지만. 

나중에 교무실 청소 오는 애들한테 부탁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시험 기간이라서 지금 교무실은 출입 금지라는 게. 

 

 

 

"어쩔 수 없지, 뭐." 

 

 

 

하는 수 없이 책상에 팔을 뻗어 몸을 뒤로 밀고선 머그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있으면 전학생이 올 것 같아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서둘렀다. 

아무래도 자리는 비워두지 않는 게 예의니까. 

 

 

 

 

 

 

 

 

 

 

 

 

 

 

 

 

 

 

 

 

 

 

 

 

 

 

 

 

 

 

 

 

 

"안녕하세요." 

 

 

 

물을 잔뜩 묻힌 손으로 교무실 문을 열었을 때,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다름 아닌 전학생이었고 그것은 녀석과의 첫 만남이었다. 

 

한 손에 깨끗하게 헹궈진 머그잔을 들고 어정쩡하게 녀석을 내려다보고 있는 나와, 어디에 눌린건지 혹은 든 것도 없는지 지나치게 납작해보이는 가방을 매고 나를 쳐다보는 녀석. 

 

 

 

"13반이 어디에요." 

 

 

 

물음표는 커녕 끝말의 억양을 올리지도 않은 채 무미건조하게 입을 여는 녀석은, 겉모습만 봐도 충분히 강한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딱 하나, 급하게 염색을 한 듯 아직 검게 물들지 않은 머리끝 만큼은 귀여웠다. 

 

 

 

"나야." 

 

 

 

문고리를 잡은 손에서 천천히 힘을 빼고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  

그새 물기가 사라진 건지 더이상 축축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복도 큰 창문의 열린 틈을 타고 아침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들어오자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떠본다. 

녀석은 여전히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다가도 이내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담임말고 교실이요." 

 

 

 

재미도 없는 말은 받아쳐주지도 않겠다는 건지, 처음 안녕하세요 라는 인삿말과는 다르게 굳어진 목소리였다. 

아침부터 쓸데없는 기 싸움은 하기 싫은 탓에 녀석의 말에 기다려, 라고 짧게 뱉고는 교무실로 들어가 출석부를 챙겨들고 나왔다. 

 

아침마다 반에 갖다놓으라고 분명히 말했던 것 같은데, 책꽂이에 꽂혀있는 출석부를 보니 한숨이 나왔다. 

맞다, 나 출입 금지인 거 자꾸 잊어버리네. 

 

 

 

 

 

 

 

 

 

 

 

 

 

 

 

 

 

 

 

 

 

 

 

 

 

 

 

 

"다들 왜 난리야?" 

 

 

녀석을 문 앞 복도에 잠시 세워두고는 먼저 교실로 들어와 교탁에 섰는데 다들 무슨 신나는 일이라도 있는 건지 서로 무어라 소리를 치며 시끌벅쩍했다. 

 

옷 상태를 보아하니 아침부터 축구를 하고 온 것 같지는 않고...전학생 소식이라도 미리 들은 건가보네. 

어떤 놈이 올지도 모르면서 그저 새로운 얼굴의 등장에 저렇게 신나하는 모습은 아마 저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재수를 하거나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새로운 얼굴의 등장은 결국 내 입지가 좁아지도록 만들다보니, 그닥 달갑진 않았으니까. 

 

그래서 어른은 어른이고, 애는 애인건가. 

 

 

 

"전정국, 잘 부탁해." 

 

 

 

다들 들었다시피 우리반에 전학생이 왔어, 자 너는 들어와서 간단하게 소개할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녀석은 조용한 걸음으로 교실로 들어와 짧게 한줄 소개를 했다. 

 

 

 

"헐, 피어싱." 

 

 

 

녀석의 한 쪽 귀에 크게 박혀있는 검은색을 보고 한 놈이 크게 소리쳤다. 

지금보니 꽤 눈에 띄는데 교문에서 걸리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내일부터 빼고 와, 여전히 앞을 바라본 채로 나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는 녀석의 면전에 대고 낮게 말했다. 

그러자 내 말에 입꼬리가 슥 내려가며 반감이 가득찬 눈빛으로 나를 곁눈질하는 녀석. 

 

쳐다볼 거면 똑바로 쳐다보던가. 

 

아직 친하지도 않은 사이라 이놈 저놈 하는 애칭으로 부를 명목이 없는 탓에 그 말은 입 속으로 꾸역꾸역 삼켰다. 

 

점점 더 소란스러워지는 반 분위기에 출석부를 탕탕탕 내리치고는 조용, 하고 소리친다.  

그러고보니 반 애들 수가 딱 맞아 떨어져서 녀석이 앉을 자리가 없었다. 

 

 

 

"자, 나는 이번에 공부 열심히 할 거라서 짝이랑 떨어져 혼자 앉고 싶다, 손 들어볼래?" 

 

 

 

공부 얘기에 금세 웃음이 터진 애들 사이로 수군거림이 느껴졌다. 

한 학기도 지난 만큼, 친해질대로 친해진 녀석들 중에는 누구하나 선뜻 손을 드는 놈이 없었다. 

아직 우리 학교에 대해 아는 것도 하나 없을 녀석을, 전학 온 첫 날부터 혼자 앉힐 수는 없었다. 

 

그래도 제 스스로 적응할 기회는 줘야지 않겠어. 

 

 

 

"반장," 

 

 

 

안경을 치켜올리며 전학생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반장에게 일주일 간만 잠시 앞으로 책상을 옮겨 앉으라고 일렀다. 

네, 하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반장에게 역시, 하는 미소를 지으며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잘 지낼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우리 반장이 수고가 많지, 다들 1교시 준비하고, 아 정국이는 이번 시간 끝나면 교무실로 좀 와." 

 

 

 

 

그 순간, 제 이름이 불리자, 가방을 정리하려는 듯 지퍼를 열고 있던 녀석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이름만 부르지 말라니까. 

 

 

 

입모양으로 중얼거리는 녀석의 말이 그렇게 얘기하는 것 같았다. 

 

참, 어지간히 성 빼고 부르는 거 안 좋아하네. 

 

교실 문을 닫자 쾅, 하는 소리가 복도를 울린다. 

이럴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는 게 한두 번이 아닌데, 아무래도 건의를 해야할 것 같다. 

문 좀 천천히 닫히게 뭐라도 하나 달아놔야 할 것 같다고. 

그러다 이런 건 제가 전문이에요, 하고 어깨를 으쓱거리던 민 선생님이 생각나서 나지막하게 웃었다. 

 

마침 첫 시간이 수업이 비는 덕에 1교시가 끝나고 녀석과 얘기를 좀 나누기 전, 몇가지 정보를 알아둬야겠다는 생각에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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