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승철원우] 학회장 선배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7281/7a61b1e173aeb11292d29934d0f3aff3.jpg)
나는 네가 너무 좋았다. 좋아서 죽어버릴 정도로, 정말 그만큼 좋았다. 손을 잡고 있다가 땀이 차면 잠시 손을 빼 옷에 슥- 문대고선 환하게 웃으며 더욱 더 단단하게 깍지를 끼던 너였다. 닭발이라면 자다 깨서라도 먹는 날 위해 너는 아무런 불평도 없이 나와 저녁으로 닭발을 먹었고, 날 집에 데려다 준 후 공중화장실로 달려가 상한 속을 게워내기에 바빴다. 자기가 못 먹는 음식까지도 웃으며 함께 먹어줄 만큼 내 생각을 해주던 참 좋은 사람이었다. 시간을 착각해 약속장소에 늦게 나타났을 때도 나무라기는 커녕, 오는 길 춥지 않았냐며 빈 틈 없이 꽉 안아주던 포근한 품의 주인이었다.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웠고, 아낌 없이 사랑한다고 표현을 해주던 사람이었다. 그랬던 사람이 눈이 녹아 물이 되는 것처럼 서서히 변해갔고, 마침내 모르는 사람처럼 날 한 번도 본 적 없던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 보았다.
"미안한데, 우리 헤어지자."
스무살, 가장 뜨겁게 활활 타오르는 나이. 그리고 나는 그 해 봄, 그 어떤 무엇보다도 차가운 이별을 맞았다. 이유는 궁금하지 않았다.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던 상황이기에 나는 겸허히 너의 마침표에 수긍할 준비를 해왔으니까. 사실은 준비를 하지 못 하였더라도 너의 말 한 마디면 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입 밖으로 툭 내뱉어진 무례함에 베여 피를 흘린다고 해도.
처음 하루는 믿지 않았다. 그랬기에 내 상태는 평온하기만 했다. 그저 잠이 많은 너라서 아직까지도 어제 보낸 카톡 옆의 1이 사라지지 않은 거겠지, 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 다음 날에는 네가 바쁜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못 본 거겠지, 하고 생각했다. 문제는 셋째 날부터였다. 정말 한 통도 오지 않는 연락에 우리가 헤어진 걸 인지했다. 깨닫고 나니까 살짝 마음 한 켠이 쓰라리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웠고, 어지러웠다. 점점 차오르는 눈물에 숨이 막혀 주먹으로 가슴을 치기도 하다가 결국은 주저앉아 넓은 유원지에서 엄마 손을 놓쳐 길을 잃은 아이처럼 울기만 했다. 내가 두 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힘들어 하는 나를 끌어안아 위로해 줄 사람이 사라졌으니 나라도 나를 안아주기 위해.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밥도 거르고,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나를 해하려 하는 너와의 추억에서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네 잔상에서 헤메고 나니, 그제서야 너 말고도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의 생각이 났다.
어떻게 아무런 말도 없이 일주일 내내 잠수를 탈 수 있냐며 동기들의 원망 섞인 잔소리가 나를 괴롭혔지만, 괴롭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를 흔들어 깨웠다. 안 보였던 그 잠깐 새에 다이어트라도 죽기 살기로 한 거냐며 농담을 던지는 친구가 고맙기만 했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서 나를 향한 연민이 묻어났으니까. 삐걱-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으로 눈을 돌렸고, 시선이 허공에서 겹쳐졌다. 내가 먼저 그 지독한 시선을 끊어냈다. 아니, 어쩌면 피했다는 말이 더 옳을 수도 있겠다. 아직 나는 너를 마주할 준비가 덜 되었나 보다.
여러 개의 눈이 나를 훑었고, 곧 입에서 칼날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부너봉, 전원우랑 헤어져서 일주일동안 학교 안 나온 거라며. 헐-, 하긴 나 같아도 엄청 오래 사귀면서 같은 과까지 왔는데 헤어진 거면 학교 안 나왔을 듯. 수군거림은 나를 더 주눅 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참으려 해도 슬금슬금 차오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내니, 옆에서 날 지켜보던 친구가 등을 토닥여 주었다. 코 끝이 찡했다. 겉옷을 얇게 입어도 될만큼 날씨는 따뜻해졌다는데, 나는 왜 이렇게 추운 건지 모르겠다. 싸늘한 공기가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너봉이는 무슨 일 있냐. 왜 이렇게 울적해 보여."
"....."
"설마 원우랑 사랑 싸움이라도 했냐. 어쩐지 둘이 매일 같이 붙어 앉아있던 거 같은데 떨어져서 앉은,"
"어어-, 승철이 형! 빨리 하던 얘기 마저,"
"저희 헤어졌어요, 선배."
다급한 손짓으로 검지를 들어 입술에 가져다 대며 학회장 선배의 말을 끊어주는 순영이의 모습에 절로 한숨이 나왔고, 바로 이어진 내겐 제일 익숙한 목소리에 알 수 없는 서운함이 멍울지어 나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래, 이건 겨우 시작에 불과할 텐데 벌써부터 이렇게 진땀 뺄 일이 가득하면 어쩌잔 건지. 미안해 어쩔 줄을 모르며 발만 동동 구르는 학회장 선배를 아무 표정 없이 바라보는데 문득 네가 너무하게 느껴졌다. 꼭 이렇게 각인을 시켜줘야 하나 싶어서. 그럼에도 아직도 네가 좋아서 너를 오래 미워할 순 없는 나이기에 죄 없는 입술만 짓이길 수밖에 없었다. 단 한 번도 이기고 지고를 해본 적이 너에게 처음으로 지는 기분이 들었다.
학회장 선배가 굳이 일학년 강의실까지 찾아 온 이유는 엠티에 대한 공지를 일러주기 위해서였다. 과 특성 상 남초과인 우리 과에서 몇 없는 여자아이들은 첫 엠티라 기대가 되지만서도 걱정이 앞서 가야 하는 지 말아야 하는 지 의논을 하기 바빴고, 그 무리에 섞인 나였지만 그저 침묵으로 일관했다. 가면 분명히 전원우 계속 마주치겠지. 눈치 없는 동기나 선배들이 괜히 불편한 말 꺼낼 지도 몰라. 가서 술 마셨다가 전원우한테 가서 울면 어떡해. 밑도 끝도 없이 우울해진 탓에 괜시리 가기가 싫어져 손을 들고 저는 안 갈래요, 하고 말 하려던 내 의지를 학회장 선배가 웬만해서는 다 가서 친목도 다지고 해야 하니까 빠질 이유가 타당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안 빼줄 거야, 라는 말로 봉쇄해버렸다. 정말 세상은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구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엉킨 머리처럼 내가 꼬여버린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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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와야 할 석민이 글은 안 들고 오고 오랜만에 이건 또 뭔 글이냐 싶으시겠죠ㅠㅠ
예전부터 헤어짐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질렀습니당.. 히히
이 글은 아마 분량을 늘리려고 최대한 많이 노력할 거 같아여... 진지빤 글은 똥분량으로 찾아올 수 없기에 ㅠㅡㅠ!
리마 님, 윤천사 님, 여네 님, 닭키우는순영 님, 일공공사 님, 지유 님, 쌍쌍바 님 ! 암호닉 감사합니다 ♡
바쁘지만 최대한 많이 찾아오려 노력할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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