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날씨를 이유로 체육선생님은 운동장에서의 수업을 추천하셨다. 학교에 다닌 지 어연 3일이 되는 날이였고. 정수정과 박지민을 비롯한 친구들이 내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나날이였다. 전학 첫 날 세상 불만이란 불만은 다 갖고있는 것처럼 굴던 내 짝지는 언제 그랬냐는듯 다음날 다시 내가 몰랐던 본연의 제 모습을 찾았다. 수업 진도를 못 맞추는 내게 유인물을 챙겨준다던가, 심심치않게 말을 걸어주는 덕분에 반 분위기에 쉽게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 아, 어제는 그렇게 김남준과 정수정,박지민까지 처음으로 넷이서 중석식도 먹었다. 간간히 적지않게 민윤기의 이야기도 들으며.
흰머리가 거뭇거뭇 자라신 선생님은 여유가 많으신 편이였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치뤄진 수행평가가 끝나서 당분간은 할 것도 없으니 공이나 차라며 유유히 다시 교무실로 들어가시는 선생님 덕에 그나마 찡그렸던 애들의 미간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너 나 할 것없이 스탠드에 삥 둘러앉아서는 말마따나 주고받는 여자 애들의 모습이 여간 즐거워보인다. 그와 반대로 금세 굴러들어온 축구공을 뻥뻥 차대며 친목을 다지는 남자애들 또한.
" 야. 저기 윤기형네 반 아니냐? "
" 그러게, 또 농구하나."
러브 로열티 03 (부제 - 제 눈에 콩깍지가 씌였다구요?)
Stevie Hoang- ex player (ft.Blac 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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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지만 굵은 팔이, 그와 반대로 얄쌍한 다리가 지치지도 않는 지 넓디 넓은 코트에서 맘껏 뛰어논다. 골! 시원하게 손을 뻗어 던진 공이 회전을 하며 코트에 쏙 들어가자 여기 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곧이어 이미 격차가 벌어져있는 점수판의 점수가 휙 넘어간다. 그니까, 난 지금 체육 시간이 같은 것을 빌미로 민윤기의 농구하는 모습을 보는 중이다.
몇 번이고 골을 넣어서도 선배에게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뭐, 환희에 찬 미소를 짓는다던가. 그저 제 성과를 이루고 나면 팀원들과의 하이파이브로 묵묵히 다시 제 경기를 다 할 뿐이였다. 선생님의 의도로 분명 자유시간이라고 준 체육 시간이, 본의 아니게 농구 관람 시간이 되었다. 실내 체육관에서 수업을 하는 일학년 반을 제외하고, 그새 코트를 둘러싼 많은 학생들의 시선은 오롯이 에이스 민윤기에게 향해있었다. 그게 여자든, 남자든.
"와, 진짜 민윤기 멋있다. 저러니까 죽고 못 살지."
" 인정. 여자에 관심 없는 것도 발리지않냐?"
아, 내말이. 내 무리와 멀지않은 거리에서 민윤기와 같은 반인 여선배가 고개를 끄덕인다. 여자 안 사귀어서 인기 더 많은 걸수도있지. 이 말을 끝으로 둘은 다시 경기에 약속이라도 한 듯 뻥긋했던 입을 다물고는 경기에 집중했다. 그 둘의 대화를 훔쳐들었던 나 역시도. 경기가 잠시 쉬는 시간에 내 옆에서 투닥 거리던 김남준과 박지민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뛰다니는 민윤기의 모습을 눈에 담기 시작한다.
안 그렇게 생겨서 제 집 마당처럼 뛰어다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저렇게나 마른 사람이 농구를 입이 떡 벌어질만큼 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쌩쌩 공을 바닥에 튕기며 거침없이 달려나가는 모습에 사람들이 다시 환호를 지른다. 이내 블랙홀처럼 골대에 빨려들어간 공이 다시 코트에 떨어지고, 제 집에 경사가 난 마냥 흥에 겨워 소리를 지르던 박지민과 김남준을 향해 선배가 장난스럽게 쪽팔린다며 그들을 말린다. 아랑곳않던 둘이 지친건지 풀썩 자리에 앉은 걸 보더니 선배가 어쩌다 저와 눈이 마주치자 아까와는 다른 표정으로 샐죽 웃어준다.
경기는 선배의 팀의 압승이였다. 선배의 위력이 어마무시하게 작용됐다는 게 한 눈에 보일 정도로. 팀을 편성할 때 부터 선배를 두고 실랑이가 오고 갔었던 건지, 결국에는 가위 바위 보로 민윤기의 팀을 자기들이 정했다고 하니까. 수업 종이 칠 때 까지 십 여분을 남겨놓고는 코트에 자리를 잡았던 무리들이 하나 둘씩 해산되기 시작했다. 한참을 자리에 앉아있다가 무거운 엉덩이를 떼고는 정수정과 함께 운동장 스탠드로 나섰다. 뿔뿔이 흩어져서는 제 방식대로 놀던 애들처럼, 넓은 스탠드 한 가운데 풀썩 자리를 잡은 김남준과 박지민이 자리에도 없는 민윤기의 칭찬을 시작한다.
"근데 윤기형 농구는 진짜 잘한다니까? 아까 3점 슛 진짜 지리는 줄 알았다."
"저 오빠는 밥만 먹고 농구만 한대? 맨날 보면 죽을 상인데, 농구할 때만 저러나."
"야, 저 형은 밥도 잘 안 먹잖아. 힘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몰라.."
"어디서 나오긴. 한국인은 밥심이다, 자식들아."
얇은 출석부로 아프지않게 박지민의 머리를 때린 선배가 대충 물기가 젖은 머리를 턴다. 원래 체육하면 땀 냄새 심하지 않나, 그 마저도 나지않는다. 아, 형! 말 좀 하고 오라니까! 진짜 말 그대로 깜짝 놀라서는 호들갑을 떨던 박지민이 제 교복 바지를 털고는 다시 자리에 풀썩 앉는다. 민윤기에게서 훅 끼쳐오는 바디워시 향에 김남준이 안 그렇게 생겨서 깔끔은 제일 떤다며 선배를 타박한다.
"형, 솔직히 그 뭐시기 체육부를 위한 샤워실? 그거 형이 쓰려고 만든 거지?"
"어떻게 알았냐? 내가 여기 샤워실 없어서 체육 끝나고 찝찝해 죽는 줄 알았는데."
"와, 머리도 좋네."
비꼬는 투로 민윤기를 향해 박수를 치던 박지민이 결국 헤드락으로 목을 한 번 졸리자 아,알겠어. 항복! 하면서 제 두 손을 번쩍 든다. 쯧, 혀를 차며 둘을 바라보던 김남준이 손목에 걸친 시계를 확인하고는 유유히 걸음을 옮기려한다. 야, 몇분이냐? 김남준이 간단히 손가락 하나를 핀다. 가자. 1분 남았대. 김남준과 함께 앞서 걷는 정수정을 흘끔 보더니 기지개를 켜며 스탠드에서 일어난 박지민이 내게 들어가자며 어깨를 두드린다.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일어서는 날 보더니 민윤기가 아까처럼 픽 웃는다. 난 교무실 가봐야해서, 먼저 간다. 잘 들어가고. 조금씩 물이 말라가는 머리를 다시 한 번 쓱 턴 선배가 뒤를 돌아서는 반대편 건물로 향한다. 물이 약간 빠져서는 갈색빛이 맴도는 머릿칼을 쓱 바라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휙 돌리는 선배에 저도 모르게 놀라서는 나도 따라서 시선을 빠르게 돌렸다. 그리 멀지않은 거리에서 눈만 곱게 접은 선배를 보니까 그게 또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리려는데, 작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선배에 어쩔 수 없이 어색하게 웃었다. 참으로 부끄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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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했던 것보다 평탄한 학교 생활에 나름 만족을 하는 중이었다. 전학을 오고 3일 째에 접어든 오늘, 원래 다녔던 학교와는 다른 시간표에 헷갈릴 틈도 많았으나 크게 신경쓰일 것도 없었다. 어색하기만했던 반 애들과도 말을 텄고, 쉬는 시간이 되면 자연스레 말을 걸어주는 반 친구들 덕에 속으로 너무나 고마워하고 있었다. 수요일이라 맛있는 게 나온다는 한 친구의 말에 반 전체가 4교시에 들뜨는 마음으로 수업을 들었었고, 기다리는 게 싫다며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천천히 급식을 먹고 1층에 자리한 급식실과 멀리 꽤 높은 층의 교실을 투덜대며 올라섰다.
줄이 긴 아이들 틈에서 정수정과 투닥거리며 양치를 끝내고 제 자리에 돌아왔을 때, 부반장이라는 여자애가 의자에 앉아서 박지민과 수다를 떠는 내 어깨를 살며시 톡톡 쳤다. 의문을 몰라서 고개를 돌리고는 대답 대신 표정으로 쳐다보자, 여자애가 친근하게 말을 붙여준다. 여주야, 선생님이 너 보충 관련해서 교무실로 오시라던데? 아,하고 소리를 뱉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길은 알아? 의아하게 묻는 박지민에 대충 안다고 둘러대고는 교실을 나섰다. 민윤기가 알려주었던 길을 기억을 되살리며 한 걸음씩 옮겼다.
수업 시작까지 20여분 정도 남은 교무실에는 아이들이 바글바글 거렸다. 제 각기 다른 이유로 혼나는 학생들도, 상점을 받으러왔다며 두 손에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들고있는 아이들도 있었고. 예상했던 것보다 의외로 쉽게 도착해서는 교무실 문에서 조금 떨어진 담임 선생님의 자리를 찾았다. 긴 머리를 푼 선생님이 제 인기척에 고개를 돌아보더니 왔냐며 상냥하게 웃으셨다. 네에. 고개를 끄덕이니 제게 보충 동의서를 비롯한 여러 서류를 건네주신다. 어정쩡한 자세로 싸인을 하고는, 꾸벅 인사를 하고는 교무실을 나섰다. 입고있는 춘추복이 답답해서는 손부채지를 하는데, 뒤에서 크게 내 이름을 부른다.
"어.. 아,안녕."
아까 선배가 그랬던 것 처럼 작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날 보던 민윤기가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제 옆에 마주 서서는 어디 가냐길래 어색하게 교실 가려고 한다니까, 저도 할 말이 없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아까 체육시간처럼 가벼운 체육복 차림이 아니고, 학교에서 그를 처음 봤었을 때 처럼 와이셔츠 위에 넥타이만 걸친 차림이였다. 갓 사온듯 물이 맺혀있는 음료수 캔을 들고.
"..안 더워? 이거 마실래?"
"아, 아니. 괜찮은데.."
"왜. 난 이 음료수 달아서 별로 안 좋아하는데. 너 마셔."
제게 음료수 캔을 내민 민윤기에 손사레를 치며 거절하자 제 손을 끌어당겨서는 활짝 핀 손바닥에 하늘색의 캔 음료수를 곱게 쥐어준다. 순식간에 잡힌 손에 얼떨떨해져서는 민윤기를 쳐다보았다. 마시려고 산 거 아니야? 나 진짜 괜찮아, 오빠 마셔. 고개를 내저은 민윤기가 자기가 더 괜찮다며 귀엽게 웃어준다.
"아까 농구 내기해서 이긴 걸로 받은 거야. 근데 난 이거 별로 안 좋아하니까, 너 마셔. 안 그래도 누구 하나 보이면 아무나 주려던 참이였어."
"진,진짜 괜찮은데 나.."
" 씁, 얼른. 흔들어 마시라니까 잘 흔들어 마시고. "
바보같이 손에 음료수를 쥐어준 그대로 서있자 민윤기가 얼른 들어가보라며 제 양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아 제 몸을 돌렸다. 얼른 내려가봐. 길은 알지? 으응,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저를 앞으로 살짝 밀어준다. 얼른 가. 음료수 애들이랑 나눠마시지말고,너 혼자 다- 마셔. 다 마시라는 말을 강조하며 눈을 느리게 감는게 귀여워서는 풉 웃음이 터져나와서는 알겠어, 고마워. 하고 눈짓을 했다. 그에 따라 웃던 민윤기가 가보겠다며 제 교실로 천천히 사라졌다. 손에 쥐어진 음료수 캔의 입구를 엄지 손가락으로 쓸어보았다. 차디 찰 줄만 알았던 음료수 캔이 민윤기의 온기 덕분인지 기분 나쁘지 않게 시원함을 가져다주었다.
교실로 가는 동안 천천히 걸으며 민윤기의 표정 하나 하나를 떠올리려했다. 웃을 때 벌어지는 입술과 함께 작게 보이는 흰 치아도 그렇고, 따라서 접히는 세모 모양의 눈도 그렇고. 더군다나 그 모든 포인트를 가지고 날보고 웃어줄 때 마다 무언가 쿵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방금 전, 손이 맞닿았을 때는 더욱 더. 체육에는 별 관심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이, 코트를 뛰어다니며 팀을 승리에 이끄는 것도. 선뜻 무언갈 해주겠다며 절 도와주는 것 또한. 아침에 들렸던 이야기에 의하면 여자에 관심이 없다는데, 나한테 관심이 있을리도 만무하고. 그냥 사람에게 잘 대해주는 스타일인건가. 제대로 본 지 5일도 채 안된 지금 시점에서, 계속되는 선배의 행동은 제게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더욱 깊게 생각하면 또 내게만 상처가 될 것 같아서, 여자에 관심이 없다는 말이 계속해서 거슬리기도 하고.조금의 허탈감이 제게 발자취를 남기려고 했다.
한숨을 푹 쉬었다. 제 학교 생활을 적응하게 해주는 것에는 선배의 공이 컸으므로. 민윤기의 선행이 내게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다. 앞서 떠올렸던 것을 말하기도 전에 내가 선배에게 관심이 있구나, 하는 것을 빠르게 깨닫을 수 있었다. 이러다가 더욱 더 마음이 커져서는 선배에게 해를 입히는 것은 아닐지, 벌써부터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아직은 누군가에게 이런 마음을 내비치기에는 아직 너무 위험했고, 또 위험했다. 다가오는 주말에 김태형을 만나기로 되어있으니 그때 제 하나밖에 없는 이성친구에게 마음을 털어놓아도 되겠지, 전학가자마자 연애질 할 생각만 한다며 타박을 할 김태형이 눈에 훤했지만, 얼마안가 또 바른 해결책을 제시해줄 김태형의 존재가 감사해지기 시작한다. 수업 시작이 약 10분 남았음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어느새 민윤기가 쥐어준 모양 그대로 잡고 있던 음료수 캔 뚜껑을 칙,하고 따버렸다.
네.. 일단 저를 매우 치시구요 독자님들.. 한 2주일만인가요?ㅠㅠ
죄송합니다.. 비루한 고딩인 저를 욕하세요.. 이 똥같은 글로 되지도않는 밀당을 하다니.. 죄송합니다ㅠ
이번 편에서는 농구하는 윤기, 그리고 제가 마실 음료수 주는 윤기...아주 심장폭격이네요! 근데 여자에 관심이 없어! 저런 남자가 어딨어ㅠㅠ엉엉..
제 모든 설렘요소를 자극하게 하시네요 군주님.. 역시 군주님이십니다. 옳아요, 옳습니다.
이제 제 마음이 뭔지를 확 깨달았으니 다음편부터는 아예 윤기가 숨만 쉬어도 발릴 여주의 모습이 보여질지도 몰라요 ㅋㅋㅋ 마치 저를 보는듯한..!
항상 제 글에 늦게나마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님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한 분 한분 다 댓글 감사하게 보고있어요ㅠㅠ 너무나 감사드리구요!
제가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보고싶은 상황 같은 거 있으시면 제 머릴 쥐어짜내서 써볼테니까 언제든 댓글 달아주시구요,
그리고 또 제가 아는 노래가 많이 없어요.. 알아봤자 이런 글에 안 어울리는 감성적인 노래라서 ㅋㅋㅋㅋ 혹시나
러브로열티에 어울리는 노래를 많이 아신다면 아낌없이 추천해주세요! 제가 꼭 올려드리겠습니다.
이번 편도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구요, 비록 연재텀이 길지만 줄이려고 노력하겠습니다ㅠㅠ 항상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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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신청은 항상 받고 있으니까 고민하지마시고 신청해주세요! 이번 편도 감사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