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 Persona 09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7/f/07fbbadeabdc775ff61bfd4c27ddc6a6.jpg)
[인피니트/현성] Persona 09
W.나날
09. 방청객 남우현, 불청객 남우현 - 불청객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옷도 보고, 신발도 보고, 가방도 본 성규와 우현의 손엔 종이가방이 하나씩 들려있었다.
신발과 가방은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 사지 못하고 결국 옷을 산 두사람이다. 슬슬 배가 고파진 성규가 우현에게 분식이 먹고 싶다며 칭얼댔고,
우현이 자신이 맛있고 양이 많은 분식집을 안다며 성규를 데려갔다.
"으아, 맛있는 냄새.. 빨리 먹고 싶다!"
"시켜. 오늘은 내가 살게."
"아니야, 이건 내가 낼게."
"됐어. 얼른 시켜."
"..후회할텐데."
"그냥 드세요-"
"그럼.."
이거랑 저거랑.. 아, 이것도.. 메뉴판에 고개를 파묻고 메뉴를 고르고 있는 성규를 본 우현이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작게 쉬었다.
고를 땐 잔뜩 고르더니 주문은 떡볶이와 튀김, 순대만 한 성규에게 우현이 왜 그랬냐고 물었다.
"그냥. 분식은 떡순튀가 진리잖아."
물을 한 모금 들이키며 목을 축인 성규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그리고는 휴지를 한 장 뽑아 죽죽 찢으며 손장난을 쳤다.
뒤늦게 발견한 우현이 에이, 지저분해지게 뭐하는거야. 하며 성규 손에 있는 휴지를 뺏었다. 때마침 주문한 떡볶이, 순대, 튀김이 나오자 성규가 잘 먹겠습니다-
하고는 포크로 떡 하나를 집어먹었다.
"우와, 맛있다!"
"..."
"안 먹고 뭐해? 너도 먹어. 자, 아-"
성규가 떡 하나를 집어 우현의 입 앞에 들이밀며 말했다.
"내, 내가 먹을게."
"팔 떨어지겠다."
"아.."
우현이 성규가 내민 떡을 앙 받아먹었다. 우현의 표정이 묘했다.
"흐하- 근데 좀 맵네."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물을 마시는 성규의 모습을 보고 우현이 미소지었다.
**
빵빵하게 부른 배를 두들기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런저런 자잘한 이야기를 하며 우현과 성규가 길을 걸었다. 그 때, 우현의 벨소리가 울렸고 우현이
휴대폰을 꺼내들곤 전화를 받았다. 그걸 보던 성규도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액정에 떠있는 약간의 부재중 표시에 홀드키를 풀었다.
명수였다. 이틀 동안 잠잠하더니 결국 못 참고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뭐 이렇게 많이 했데.. 전화를 걸까 하다가 왠지 우현이 있는 곳에서는 하고 싶지 않아져서 그냥
확인버튼을 누르고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휴게소에 다 도착한 둘은 잠시 휴게소 옆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와, 되게 오랜만에 자판기커피 마시네."
"나도."
"나 말곤 커피주는 손님 없냐?"
"다른 사람은 다 돈을 주지, 누구와는 다르게."
그에 성규가 아무 말 않고 그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다 우현이 내뱉은 말에 커피가 목에 걸려 콜록댔다.
등을 팡팡 두드려 주는 우현의 손이 좀 잠잠해지자 성규가 앞으로 숙였던 몸을 다시 뒤로 하며 되물었다. 뭐?
"노래 불러보라고. 그 안 된다는 밝은 노래."
"어차피 안 되는 걸, 왜."
"그래도. 응? 불러줘."
"아.."
"형, 내가 오늘 돈 다 냈잖아."
"..치사해."
"얼른-"
"알았어, 큼.. 너의 그림자되어 늘 곁에 있을게. 넌 내 옆에 딱 붙어. 누가 봐도 부럽게. 꿈 속에서도 난 너만 그려. 이런 내 맘, 넌 아는 지 oh.."
"..."
"밝은 노래 아닌 것 같지."
"..형, 지금 뭐 생각하면서 노래했어?"
"응..? 그냥.."
명수 생각.
"이번엔 다른 걸 생각해 봐."
"어?"
"그 생각 말고 다른 거 생각해보라고. 뭐든지."
"다른 거..?"
하지만 다른 거 뭐? 사실 명수가 첫사랑이었고, 명수가 첫애인이었으며, 명수가 첫키스상대였다. 모든게 명수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라던가 다른 추억은 없었다.
성규가 한숨을 폭 내쉬곤 그냥 아까와 같은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꿈 속에서도 난 너만 그려. 이런 내 맘, 넌 아는 지 oh.."
"형.."
어느 순간 밝은 노래가,
"..밝아"
되었다.
****
밝다는 우현의 말에 두 눈을 깜빡이던 성규가 정말? 하며 재차 물었고 우현이 고게를 끄덕였다. 성규는 멍한 표정을 짓더니 우현에게 가봐야 할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횡설수설 말하고는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넣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급하게 집으로 가려는 성규를 우현이 붙잡아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이게 뭐야?"
"열어봐."
"..이거, 아까 안 어울린다며."
"뻥이었지. 형한테 진짜 잘 어울려. 선물이야. 잃어버리면 안 된다?"
"응. 고마워. 우현아, 나 먼저가서 미안!"
"연락해."
"어!"
뛰어가는 성규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우현도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고는 휴게소로 들어갔다. 한편, 성규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헤집으며 집으로 뛰었다.
그러다 집 앞에 누군가가 서있는 걸 보고 멈춰섰다.
"명수..?"
"형."
"여긴 어쩐일.."
"전화 왜 안 받았어?"
"어? 아.. 미안. 무음으로 해놨었어."
"어디있었어?"
"놀다왔어.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그래서, 재밌었어?"
"뭐?"
성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다른 새끼랑 놀아나니 재밌었냐고."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다른 새끼라니. 우현이는.."
"우현이? 그 새끼 이름이야?"
"그 새끼라고 하지마!"
"김성규!"
"너 왜 그래? 솔직히 나 너 이러는 거 이해 안 가."
"뭐?"
명수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무슨 말이야?
"2년 만에 와서 갑자기 예전에 그건 어쩔 수 없었다, 거짓말이었다, 다시 시작하자, 이러는 거 뭔 지 모르겠고 이해 안 갔는데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알겠다고 했어.
그리고 난 지금 니가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 지 이해가 안 가. 우현이랑 만나서 나갔다온게 뭐 어떻다고 그래?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내가 어떻게 지냈을 지 생각은 해봤니? 내가 바 무대에 올라서 그 가면을 쓰고 어떤 기분으로 노래를 했을지 니가 생각해봤어?"
"김성규."
"내가 니 말만 듣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 받아주니까 그저 좋은 줄만 알아?"
"야, 김성규!"
"그만해! 나 너랑 별로 싸우고 싶지 않아. 그냥 가."
"..."
"그리고 김명수, 우리 잠시만 시간을 좀 갖자."
"뭐?"
"가."
성규가 명수를 지나쳐 집으로 들어왔다. 자신도 명수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자신이 예민해져 있을 때, 하필 이 때 명수가 왔다. 하지만 명수가 그렇게 비꼬는 말투로 얘기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까지 말하진 않았을거다. 게다가 아까 노래를 했을 때 성규가 생각한 건..
"따뜻함이 그립긴 했나보다, 김성규."
오늘 하루였다.
**
"생각보다 일찍 돌아왔네."
"불만이야?"
"그럴리가."
그 다음날, 성규는 바로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오는 길에 우현의 얼굴을 볼까 하다 관뒀다. 지금은 왠지 우현의 얼굴도, 명수의 얼굴도 보기가 불편했다.
회사로 가자 동우가 딱히 놀라는 기색없이 성규를 반겼다.
"그래서, 잘 쉬다왔어?"
"그냥, 저냥.."
"이럴 때 확 쉬두었어야지."
우현이랑 똑같은 소리하네. 성규가 살풋 웃었다.
"레슨은, 오늘부터 할 거야?"
"아니, 선생님이 오늘은 시간이 안 된다고 하셔서. 내일하기로 했어."
"그래?"
"응."
"기대할게, 성규야."
성규가 대꾸없이 손을 흔들며 사장실을 나가 자신이 머무르는 방으로 갔다. 좀 피곤하다고 느낀 성규가 잠 좀 자야겠다고 생각해, 침대에 없드려 참을 청했다.
잠에 슬슬 빠져들 때 쯤 성규의 휴대폰이 울렸다. 짜증이 확 난 성규가 거칠게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형, 자고 있었어?
"그러려고 했는데 다 깼어. 짜샤"
-아이쿠, 미안.
전혀 미안함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에 성규가 허공에 발차기를 했다. 어우씨.
"왜?"
-아. 어디야?
"회사."
-어, 벌써 간거야?
"응. 그냥 왔어. 근데 왜?"
-아니, 그냥. 어딘가해서. 그래, 그럼 연습 열심히 해.
옹야- 애교스럽게 대답하고 끊은 성규가 뚱하게 누워있다가 이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녹음기를 켰다. 그리고 목을 좀 가다듬은 뒤 노래를 했다.
"너는 나의 superstar. 누구보다 빛나는 너잖아. 어느 날에 외로워 질 때도, 혼자일 때도, 니가 있어 행복해. 시간이 더 흘러도, 눈물이 날 그만큼 슬퍼도
나의 마음 속에 눈부신 너에게 매일 매일 하고 싶은 말 난 널 사랑해."
저장버튼을 누르고 다시 들어보았다. 된다. 기뻐하던 성규가 금방 표정을 어둡게 했다. 하지만 밝은 노래가 된다는 건..
"불청객이 방청객이 되버린건가."
성규가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김성규, 너도 참 여러 사람에게 못 되게 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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