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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전원우 

하이스쿨 로맨스 0
 

 

 

 

 

 

집에서 학교까진 걸어서 칠 분, 뛰어서 오 분, 그리고 자전거로는 삼사 분. 가게 이 층에서 곧장 밖을 내다보면 학교가 보인다. 원우는 부모님이 하는 도시락가게 이 층에 딸린 방에서 생활했다. 이 층 방은 작지도 크지도 않고, 내려다보면 주방이 훤히 보여서 원우는 방이 마음에 들었다. 

 

도시락가게 아들이지만, 적어도 여섯 시 반엔 일어나야 밥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게에서 도시락을 받아먹는 손님 하나 때문에, 원우는 일찍 일어나는 편이었다. 덕분에 늘 수업 시간엔 곯아떨어지지만. 그 손님은 운동부라 일찍 등교한다고 들었는데, 매번 졸린 눈을 하고 도시락을 건네는 원우와는 달리 운동부는 아침부터 쌍꺼풀 짙은 눈을 크게 뜨고 목례를 건네곤 했다. 

 

 

"운동 열심히 하는 것 같더라. 진로가 그 쪽인가보던데?" 

"뭐 한다 그랬지? 축구?" 

"야구야, 이 사람아." 

"그거 좀 모를 수도 있지 참." 

 

 

이상하네. 공부를 더, 잘 하게 생겼던데. 원우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이름이 민규였나 그랬던 것 같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면서도 말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원우는 민규에 대해 알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고, 유일한 홈런 타자라서 촉망받고 있다, 뭐 그런 것들. 그게 도시락집 아들인 원우와는 거리가 멀어서, 말하자면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었다. 

 

도시락을 챙겨 주고 나면 느릿느릿 돌아와서 가방을 멨다. 민규의 자전거가 사라지는 걸 지켜본 다음에야 학교로 출발할 수 있었다. 같이 등교하면 민망하고, 또 민규가 알아볼 것 같아서. 원우는 문득 뺨을 간질이는 여름 공기에 하복을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잘생긴 사람은 송곳니도 잘생겼구나. 원우는 넋을 놓고 민규를 바라보다가, 민규가 소리 내어 웃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맛있게 드세요. 기계처럼 도시락을 건네주며 말하자 민규가 고개를 갸웃, 그러고선 말했다. 

 

 

"몰랐는데, 선배였구나." 

"아, 그." 

"원우 형.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응, 그래도 돼." 

 

 

몰랐는데 꽤나 친화력이 좋다. 야구부는 다 그런 건가? 원우는 어색하게 뺨을 긁었다. 오히려 민규 쪽은, 원우가 야구부도 아니면서 일찍 일어나는 게 궁금했고. 매번 빨리 학교에 오는 것도 아닌 듯한데 꼭 아침부터 나와 있는다. 명찰에 적힌 이름도 오늘 처음 제대로 보는 것 같다. 소리 내어 읽는 것도 마찬가지고. 

 

 

"형 학교 안 가요?" 

 

 

궁금해 하는 목소리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고민하던 원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민규는 파란 자전거를 가리키면서, 

 

 

"그럼 탈래요?" 

 

 

원우에게 물었다. 아침이라 보는 사람도 없을 텐데 가볍게 몸도 풀 수 있으니까, 하고 생각은 했지만 사실은 조금 궁금했다. 같이 등교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원우 쪽은, 굳이 안 태워줘도 되는데. 졸지에 일상이 뒤집혀버리게 생겼다. 그렇다고 거절하기엔 내일도 민규를 봐야 하니까. 원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 누구를 태우는 건 처음이에요. 처음 타는 사람이 남자일 줄이야." 

 

 

의외로 조잘조잘 말이 많다. 처음 도시락 받아갈 땐, 그냥 냉미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허리를 잡기엔 남자끼리 민망하고, 그렇다고 어깨를 잡는 건 여자애 같아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원우는 소심하게 민규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너무 말이 없어서, 좀 민망했는데. 이제야 얘기해 보네요." 

"그런가. 말 걸기엔 어색해서……." 

 

 

말끝을 흐리며 웃자 민규가 그렇죠, 하고 맞장구친다. 처음 도시락 받아갈 땐 어색해서 죽는 줄 알았는데. 매번 민규가 등교하는 걸 뒤에서만 보다가, 같이 하니까 조금 색다르다. 여름이 오긴 오는지, 슬슬 꽃이 보이지 않는다. 원우는 괜히 민망해 딴청을 피웠다. 

 

 

"덥다, 그쵸?" 

"그러게." 

"떨어질 것 같아요. 좀 꽉 잡아요." 

 

 

응. 대답은 그렇게 하지만 구겨질까봐, 원우는 교복 자락을 한 줌 정도 더 움켜쥐기만 한다. 그게 귀엽기도 하고, 왠지 원우가 어색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민규는 일부러 다리를 천천히 움직였다. 자전거에 탄 건 둘인데, 하나 같은 느낌이다. 선배가 너무 가벼워서 그런가? 민규가 실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원우는 애꿎은 시계를 자꾸만 흘겨보았다. 

 

 

 

무게 때문인지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전거를 타고도 육 분. 민규는 앞에 멀뚱히 서서 기다리는 원우에게, 자전거를 세워두다 말고 웃어 보였다. 

 

 

"들어가세요. 저는 지금 연습하러 가야 돼서……." 

"아, 그래. 연습 잘 하고, 밥 맛있게 먹어." 

"네, 형도 잘 들어가세요." 

 

 

교실로 들어간다고 해봤자 고작 일 분 거린데. 괜히 민망해 원우는 가방을 챙겨 먼저 돌아서버렸다. 인사라도 할 걸, 하는 마음에 원우가 돌아보자, 전에 제가 했듯이 교실로 들어가는 걸 멀뚱히 쳐다보고 있다. 맑게 웃으며 어깨를 끄덕이는데, 그대로 얼굴이 붉어진 원우는 건물 안으로 뛰다시피 들어와버렸다. 

 

 

 

 

 

 

책을 읽다 말고, 문득 생각이 나서 원우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침 훈련하느라 바깥이 시끄러웠다. 민규도 저기 있을까 싶어서 내려다보는데, 생각보다도 더 힘들어 보여서 원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계속 뛰기만 하는데, 저런다고 훈련이 될까.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눈으로 민규를 쫓았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또 자전거 뒤에 태우면 무겁기만 할 텐데, 민규는 매번 자전거에 원우를 태우려 했다. 그리고 자전거가 딱히 2인용도 아닌데, 그러니까 할 말은, 왜 자꾸 친한 척 하는지 모르겠다. 나쁜 의미는 아니었다. 그냥, 얻을 것도 없어 보이는데. 굳이 들러붙어서 형, 형, 그러는 게, 나쁘지만은 않지만 그닥 납득할 만한 일도 아니었다. 

 

 

"일찍 등교하면 뭐해요?" 

"그냥……, 이것저것." 

 

 

이번엔 어깨를 잡았다. 저번 주까지만 해도 계속 옷자락만 잡았는데. 말끝을 흐리며 웃는 것도, 몇 번 듣고 나자 말버릇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침부터 학교 가면 잠 올 것 같은데. 수업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난 운동 잘 못하는데, 그래서 신기해." 

"별로요." 

 

 

의외로 궁금해 하는 것도 꽤 많고. 뺨을 긁적이는 게 습관인지, 원우는 자주 손을 얼굴로 올렸다. 민규의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게 부끄러운지 어쨌는지, 교실로 후다닥 뛰어가는 걸 지켜보는 것도, 꽤 나쁘지 않았다. 

 

매번 도시락을 받아 먹고 같이 등교를 하면서도, 원우는 왠지 모르게 민규를 불편해 했다. 학교에서 제일 야구를 잘 한다는데 부담스럽기도 하고, 또 너무 잘생겨서……. 꼭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런 식으로 변명은 했지만, 왠지 모르게 정말 부담이어서. 

 

 

"형하고 하교도 같이 하면 좋겠다." 

"넌 운동하잖아. 난 야자하고." 

"그러니까 같이 가면 좋겠다구요. 집까지 자전거 타고 십오 분 넘게 걸리거든요." 

"오래 걸리네." 

 

 

매번 아침에 하는 식으로 자전거 타고 가면, 걸어 가도 이십 분밖에 안 걸릴 텐데. 분명히 심심할 법한 거리지만, 왠지 하교까지 같이 한다는 생각을 하자 묘하게 간질거린다. 남자 둘이서, 자전거 하나를 나눠 탄다니. 범죄도 아닌데 누가 보면 어쩌나 심장이 떨렸다. 

 

 

"그냥 다닐만 해요." 

"그렇구나." 

"형도 걸어서 오면 좀 걸리지 않아요?" 

"걸어서 칠 분 정도 걸려." 

"그럼 자전거 타면요?" 

"자전거 타면?" 

 

 

자전거 타도 육 분인데. 원우는 사실대로 말하려다, 괜히 아직까지 간질거리는 마음에 뺨을 긁적였다. 

 

 

"삼사 분?" 

"봤죠? 그러니까 앞으로도 내가 태워 줄게요." 

"웃겨." 

"뭐가요?" 

 

 

안 봐도 뻔할, 쌍꺼풀 짙은 눈을 크게 뜨고 웃고 있을 민규의 얼굴이 눈에 선해서, 원우도 그냥 웃어버렸다. 여름 냄새가 나고, 김민규 냄새가 났다. 초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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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76.110
세상에 민원이들..글 되게 설레네요..그냥 분위기 자체가 너무 설레요..세상에ㅠㅠㅠㅠ너무 좋아요..
8년 전
비회원142.86
(심장을 부여잡는다) 작가님 사랑해요 정말루... 이 글 덕분에 제 머리속은 민규와 원우로 가.득.찬...... 세븐틴 사랑하구 작가님도 사랑하구... ♥♥♥♥♥♥♥♥♥♥♥♥♥♥♥♥♥♥♥♥♥♥
8년 전
독자1
보는 사람 심장까지 간질거리게 만드는 글이네요 ㅜㅜ! 커플링도 소재도 취향에 제대로 저격이네요 ㅜㅜ 신알신 하고 다음 편 기다릴게요... ♡
8년 전
pily
ㅠㅠ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8년 전
독자2
헐.......설레요 자까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글에서 여름냄새나는거 같아여ㅠㅠㅠㅠ 매미소리도 들리는거같고ㅠㅠㅠㅠㅠ 청량하네여 신알신하고가요!
8년 전
pily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3
좋아하는 커플링이에요ㅠㅜㅠㅠ간질간질 해요 여름바람이 부는듯한 느낌이랄까요?ㅠㅜㅜ 잘보구가요♥
8년 전
pily
재미잇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8년 전
독자4
세상에 감사합니다 청춘게이♡ 아 학교물 넘 좋자나여.... 작가님 글 매일 써주세여.... 잘읽구가여 신알신하고갑니다ㅠㅠㅠㅠㅠㅠ
8년 전
pily
신알신 감사해여! 학원물 민원 레알이죠 8ㅅ8 재밋게 일ㅇ어주셔서 감사해용
8년 전
독자5
민원ㅠㅠㅠㅠㅠ뭔가 글느낌이 늦은여름같아요ㅠㅠㅠㅠㅠ풋풋한거같가도하고 뭔가 미련남는다고해야하나그런느낌..?
8년 전
pily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오!!
8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8년 전
pily
재미잇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용!!
8년 전
독자7
아 좋아요 좋아요 너무 좋ㅠㅠㅠㅠㅠㅠ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8
하이스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친화력쩌는 민규랑 수줍은 워누....(취향저격) 너무 좋은 글입니다 작가님ㅠㅠㅠ좋은 글 잘 보고 가요!!!
8년 전
독자9
좋다...청게 좋다ㅠㅠ 너무좋다ㅠㅠㅇ
8년 전
독자10
세상에 너무 좋아요ㅠㅠㅠㅠ 신알신 하고 갈게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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