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여느 때처럼 뜬 눈에 보이는 세상은 늘 똑같다.
한 평이나 두 평 쯤 되는 이 작은 방에서 내가 있는 쪽의 반대편 구석에 놓여진 하얀 침대와 하얀 탁자, 그 위로 작은 창 하나, 마지막으로 창 옆의 하얀 달력.
자도 자도 무거운 눈알을 굴려 하얀달력에 적힌 까만 숫자를 읽었다. 붉은 글씨로 크게 8月 이라고 적힌 것 밑의 까만 숫자들이 하나하나 날카롭게 눈에 와 맺힌다.
나는 지금 '날짜를 보는 것' 이 아니라, 숫자를 '읽고' 있다.
이제 달력을 봐도 오늘이 몇 일 이고, 내일은 몇 일이야. 하는 기본적인 시간 개념조차 모르니까.
힘없는 고개가 푹 꺾였다. 꺾인 고개 덕에 적나라하게 눈에 들어오는 손목 위로 올가미처럼 씌워 진 은색 수갑이 이젠 내 몸의 일부분 같다.
더럽고 질려서 다시는 나지 않을 듯 하더니, 그것을 보는 순간 참 지겹게도 눈물이 비집고 나와 수갑 위로 떨어졌다.
이것을 몇 번 째 보는건지. 좌절과 두려움 섞인 내 눈물로 얼룩지는 이 수갑을 도대체 얼마나 더 봐야하는지.
이제는 머릿속에서 지워진 시간의 개념처럼 '나' 라는 존재 자체 또한 잊어버릴 것만 같아.
...그건 싫어.
...싫다.
이제 제발 그만해... ... .
제발 그만... ... .
힘이란 힘이 죄다 빠져버려 잠깐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운 어깨가 울음의 반동으로 인해 크게 들썩였고 그에 끄흑, 하는 듣기 싫은 울음소리가 방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가 침대까지 닿지 않길 바랬는데, 그런 내 바람을 비웃듯 하얀 침대가 작게 꿈틀거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위에 흰 이불을 덮고 잠을 자고 있던 그가 뒤척였다.
으음 하는 갓 잠에서 깬 굵은 신음소리가 잠깐 들려왔고 이불속에 숨어있던 그의 갈색 뒷통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에 꺾인 고개가 천천히 들려졌다. 더럽고 추악한 악마를 앞에 둔 성자의 그것처럼 내 눈에 서서히 혐오와 증오 따위가 차올랐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팔 다리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저 갈색 뒷통수에 당장이라도 날이 잘 선 칼을 꽂아넣고 싶다. 그것이 안 된다면 저 갈색 뒷통수를 내 입안 가득 넣고 와작와작 씹어 죽이고 싶다.
될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만 있다면 나는 그를 죽일 수 있는 어떤 짓이라도 하고싶었다.
![[구자철] 여전히, 그리고 또다시 (납치/감금/아련주의)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c/9/e/c9e1a89b1de27904335c69df8abacd60.jpg)
"깼어? 뭐 먹을래?"
"미친놈..."
...그가 이렇게 잠에서 깨어 내 쪽으로 고쳐 누우며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보석이라도 보는 것마냥 입을 여는 날엔 더더욱.
그의 말에 어김없이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온다. 막힘없는 내 욕설에 그의 미간이 짐짓, 구겨진다.
참, 말 좀 예쁘게하지. 부드러운 표정으로 장난스럽게 제 머리를 헝클던 그가 스르륵 침대에서 내려왔다.
침대에서 내려 온 그의 동선을 원망하다못해 타들어가는 눈으로 하나하나 훑었다. 그가 뻔뻔스럽게 끙끙거리며 스트레칭을 한다. 그것도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가장 분하고 어이없는건, 아무렇지도 않게 내 눈을 마주쳐오는 그의 두꺼운 낯짝... ... .손가락 마디가 아프게 떨리더니 마른 주먹이 부서쥐듯 쥐어졌다.
스트레칭을 끝내고 웃옷을 벗으며 내게로 다가와 내 앞에 쭈그리고 앉는 그.
...역겨워.
"진짜로 미친놈이 먹고싶어?"
"...넌 미쳤어."
"에이 씨, 이젠 사람도 죽여야하나?"
"... ... ."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언급한 그가 제 뒤통수를 벅벅 긁다가 무섭게 노려보는 내 눈에 질린 듯 허허 웃더니 농담이야, 한다.
팽팽한 분위기 속에 내 얼굴은 점점 굳어가고, 그는 여전히 생글생글이다.
같은 곳에서 다른 세상을 사는 것처럼, 지금 내 눈과 그의 눈은 많이 다르다.
내 눈에는 그의 피로 붉게 물든 칼이, 그의 눈에는 새벽이슬을 머금어 탐스럽게 빛나는 붉은 장미꽃이 있다.
그의 눈 속의 장미꽃은 예전의 것이다. 지금의 장미꽃은, 시들어 죽어버렸다. 바보같은 그의 눈은 오래된 사진마냥 예전의 생생했던 장미꽃만을 기억한다.
어리석은 만큼, 잔인한 만큼 많이 불쌍한 사람... ... .
여기서 풀려나면 내 손으로 죽일 것이지만, 내 손으로 고운 흙에 묻어 줄 사람.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가볍게 쓸었다.
그의 눈이 잠시 커다랗게 되었지만, 내가 가끔 그에게 동요해 얼굴을 쓸어 줄 때가 종종 있는지라 금새 평정을 되찾는다.
처음 내가 얼굴을 쓸어줬을 때처럼 눈물을 펑펑 흘리며 내 앞에 개처럼 엎드려 사랑을 갈구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나는 그때조차 그에게 '내가 너를 사랑한 것은 예전의 일이고, 지금은 사랑하지 않아.' 라고 말했기 때문에.
...너의 장미꽃은 예전에 시들었다고, 그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해버렸기 때문에.
그 날 나는 고개가 돌아갈만큼 세게 뺨을 맞았었다.
어쩌면 그가 나를 이렇게 감금해두는 것은 내가 다시 그를 사랑하게 만들 자신이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모른척 하고 있을 뿐이지 그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있는 사실이였다.
사랑과 집착에 있어서 살인 다음으로 제일 무섭고 미치광이같지만 그만큼 나약한 방법. 납치, 그리고 감금.
그는 납치와 감금을 해도 움직이지 않는 내 마음에 날이 갈수록 사랑받는 법도, 사랑하는 법도 잊어만 갔다.
지금은 아무 감정없는 집착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자철아... ... ."
"왜 또 그런 눈으로 봐. 사람은 안 죽인다니까?"
"우리 이제 그만하자... ... ."
"...맛있는거 사올게. 조금만 기다려."
그가 제 얼굴을 어루만지는 내 손을 부드럽지만 힘있게 떼었다. 확실히 그는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집착이야. 이거 집착이야 구자철... ... .
날 사랑한다면 처음부터 이런 짓을 할 수 없을 뿐더러 내가 네 얼굴을 어루만질 때 네 눈안엔 내가 담겨야해.
널 사랑했던 과거의 내가 아니라, 널 동정하는 지금의 내가.
그가 옷을 챙겨입더니 빠르게 방을 나갔다.
방 밖으로 희미하게 띠링, 하고 문의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쾅, 하고 문 닫히는 소리가 이어 들려온다.
또다시 힘없게 고개가 꺾였다. 역시나 수갑이 채워 진 손목이 눈에 들어온다.
몸을 뒤척일 때마다 철컹거려서 언제라도 그의 존재감을 알리는 수갑.
살짝 손목을 움직이자 수갑과 수갑을 이어주는 철줄에 단단히 묶여 그의 침대 다리 한쪽에 고정된 밧줄이 가만히 흔들렸다.
힘이 빠진다.
그는 오늘도 바보일 것이고 내일도 바보일 것인가.
작은 한숨과 함께 수갑에 닿은 시선을 옮기려는 그 순간이였다.
"어...?"
머릿속으로 빠르게 하얀 빛줄기 하나가 지나갔다.
내가 방금 본 것이 헛것이 아닌가?
눈동자가 빠르게 수갑으로 돌아갔고 돋보기마냥 두 눈에 크게 보여지는 희망의 신호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왼쪽 손목에 채워진 수갑에 벌어진 작은 틈.
왜 이제까지 보이지 않았을까. 그 틈으로 이제는 오래 전 일이 되어버린 나의 일상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 나의 직장생활과 TV, 컴퓨터, 작은 카페... ... .
두 눈에 힘이 들어갔다.
지금이 기회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는 순간 벽을 향해 미친듯이 왼쪽 손목의 수갑을 내리쳤다.
텅! 텅! 텅!
벽과 쇠가 부딪히는 묵직한 소리가 끊임없이 귀를 때렸고, 왼쪽 손목의 연한 살 부분이 빨갛게 부풀어올랐다.
하지만 전혀 아프거나 하지 않았다. 이곳을 나갈 수 있다는 기대로 아픈 걸 느낄 틈이 없었다.
빨갛게 부푼 살이 끝끝내 피를 뿜으며 짓이겨져도 나는 끊임없이 벽에 손목을 내리꽂았다.
얼마를 그렇게 내리쳤을까.
툭.
거짓말처럼 왼쪽 손목의 수갑이 풀려 바닥을 나뒹굴었다.
...모든게 꿈만 같아.
허겁지겁 탁자로 기어가 자유로워진 왼손으로 그가 항상 탁자 위에 올려놓는 지포 라이터를 집어 침대다리에 고정되어있는 밧줄마저 태워 끊었다.
그제서야 발바닥으로 바닥을 밟고 일어날 수 있었다.
발을 떼야 하는데, 근 두 달간 웬만하면 죽은듯 앉아만 있던 터라 갓 태어난 짐승의 새끼마냥 자꾸 비틀거렸다.
넘어지고 일어나는 것을 몇 십 번 반복한 후에 나는 두 달 간 갇혀있던 그의 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를 사랑했을 적에 몇번 와봤던 그의 집은 그 때와 딱히 달라진게 없었다.
비틀비틀한 걸음으로 온기도 한기도 아닌 것이 감도는 싸한 거실을 지나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부엌칼을 챙겼다.
이제 도망쳐야 하는데, 냉장고 옆 전신거울에 비친 내 꼴이 말이 아니였다.
가끔씩 그가 대야에 물을 받아와 수건에 물을 적셔 몸을 닦아주는 것 빼고 이렇다할 세안이나 샤워조차 한 적 없었으니까.
씻을까.
아니야...그 사이에 그가 오면 어쩌지.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몸은 화장실을 향하고 있었다. 불안함 속에서 샤워기를 틀었고, 납치된 날부터 죽 입어 온 무릎 위까지 오는 그의 커다란 박스티와 속옷을 벗었다.
몸에 물이 직접 와닿는 느낌이 생소하다. 가뭄에 시달리다 호우를 만난 사람처럼 손 안 가득 물을 담아내는데 눈물이 터졌다.
그대로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다가 그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져 얼른 추스리고 샤워볼에 거품을 내어 몸을 대충 씻었다.
머리까지 꼼꼼히 감자는 복에 겨운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속옷만 챙겨입고 그의 방으로 가 아까 벗은 것과 비슷한 박스티를 찾아 입었다.
이제...이제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구자철] 여전히, 그리고 또다시 (납치/감금/아련주의)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1/2/91218e2792b9d6025ecf15bae7432270.jpg)
"...금방 씻네."
언제 들어온건지 거실 쇼파에 앉아 부산스럽게 도망칠 채비를 하는 나를 지켜보던 그와 마주쳤다.
헉, 하고 숨이 들이켜졌다. 다리에 힘이 빠져 옆에 있던 벽을 집고 겨우 몸을 지탱했다.
허벅지 안쪽이 마비가 된 듯 미친듯이 흔들거려 자꾸만 발을 되짚는 나를 향해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렇게 내가 싫어...?"
"자철아... ... ."
"말해봐...내가 싫냐고."
그의 손에 아까 방에서 내가 끊어낸 밧줄이 들려있었다.
약간 엉킨 그것을 조금씩 풀어내며 그가 내 앞에 섰다.
흔들리는 눈동자. 내가 처음 그의 얼굴을 쓸어 줬을 때처럼 그는 사랑과 집착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싫은게 아니야... ... ."
그를 향해 말했다. 싫은게 아니라고.
그의 눈 속의 생생한 장미꽃이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했다.
그래. 니가 싫은게 아니야. 다만 나는... 나는 너를... ... .
"사랑하지 않을 뿐이지... ... ."
순간 그의 눈 속의 장미꽃에 불이 붙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활활 타오르는 장미꽃이 검은 재를 뿜어냈고, 그는 이성을 잃고 내게 달려들었다.
"사랑했었잖아!!!"
"끄윽...끅...ㅈ...끅...!"
"왜...왜 이젠 날 사랑하지 않는건데..?"
장미꽃의 검은 재는 투명한 눈물이 되어 그의 두 뺨으로 쉴새없이 쏟아졌다. 그는 나를 다시 잡아놓기 위해 풀었을 밧줄로 내 목을 잘라 낼 듯 조였다.
목이 졸려 눈앞이 흐릿하면서도 그의 눈만큼은 또렷히 보인다. 죽은 장미꽃이 있어야할 자리가 텅 비어있다.
...그의 사랑도 집착도 모두 끝이나버렸다.
"컥! 큭...끄으..."
내 목을 조이는 밧줄이 조금은 느슨해졌다.
그는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젠 너를 사랑하지 않느냐고...?
"나도...윽...몰라... ... ."
"모른다고..? 어떻게...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어...?"
"그럼 너는 날 왜 사랑하는데...?"
"...!!!..."
"모르지?...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어...?"
"... ... ."
"사랑하는 것도, 사랑하지 않는것도. 너랑 나처럼 이유가 없을 때도 있는거야."
내 목에 있던 그의 손이 스르륵 내려갔다.
아무것도 없던 그의 눈에 검붉게 시든 장미꽃이 피어났다.
시든 장미꽃이 핀다라, 무슨 의미일까.
"웃기는 소리 하지마...그 이유 찾을 때까지 나랑 있어."
큰 충격을 받았는지 그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밧줄을 움직여 내 손에 묶는데 자꾸만 손이 헛돌았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는 내 손도 그처럼 떨려오기 시작했다.
미안한데, 정말 미안한데.
두번은 못 당해줘.
푹.
그를 찌른 칼을 쥔 내 손에 살이 찢겨들어가는 끔찍한 느낌이 퍼졌다.
그에 되려 겁을 먹은 내가 떨리는 걸음으로 그에게서 몇 발자국 떨어졌다.
...처음으로 사람을 찔렀다.
다신 느끼고 싶지 않은 그 감촉에 소름이 돋고 눈물이 터져나오려 했다.
억, 하는 짧은 신음을 낸 그의 한쪽 다리가 꺾여 무너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듯 그의 얼굴에는 고통보다 당혹감이 먼저 떠올랐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길고 숱많은 머리카락 덕에 아까 몰래 챙겨 겨드랑이에 끼워둔 부엌칼이 들키지 않은 모양이였다.
그의 손이 더듬더듬 어깨에 박힌 부엌칼로 향했고, 고통스럽게 어깨의 부엌칼을 뽑아낸 그가 완전히 무릎을 꿇으며 무너져내렸다.
차마 심장에 칼을 박아넣을 용기는 나지 않았다.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이제 모든 것은 끝났다.
이곳을 빠져나갈 일만 남았어.
피가 울컥울컥 뿜어져 나오는 어깨를 움켜쥐고 고통에 바닥을 구르는 그를 뒤로한 채 신발장을 뒤져 내 신발을 찾아내었다.
혹시라도 그에게 다시 잡힐 새라 빠르게 신발을 구겨신는데, 내게 등을 보인 채 쓰러진 그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끄윽, 잘했어..."
신발을 구겨신던 모든 동작이 멈추었다.
잘했다고...? 네 어깨에 칼을 박아넣은게, 잘 했다고..?
등 뒤로 내 시선이 느껴졌을텐데 그는 끝까지 내쪽을 보지 않았다.
그저 내게 등을 보이고 누워서 어깨를 움켜쥐고 거친 숨을 몰아 쉴 뿐.
"도망..쳐..."
장미향이 났다.
코를 찌르는 진한 장미향이.
"도망쳐...도망쳐서..."
"... ... ."
"다신 내 눈에 띄지마..."
그의 집에서 빠져나와 미친듯이 내달렸다.
몇 달만에 나온 밖인데도, 아까 그의 집에서 샤워를 할 때처럼 전혀 감격스럽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더 답답했고 그를 찌를 때보다 더 끔찍한 감정이 벅차올라 그의 어깨에서 뿜어지던 피처럼 내 눈에서 눈물이 터져나왔다.
그는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바보처럼 그는 여전히, 그리고 또다시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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