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흔들리는 마음
오늘이 토요일인건 아주 다행이었다. 오늘 학교에 갔다면 어제 태형의 행동에 대한 수 많은 질문들이 애게 쏟아졌을 테니깐. 태형은 어제 나를 데려다 주고는 학교로 돌아가 태은을 기다렸다 데려오겠다며 도로 발길을 돌렸고, 나는 곧장 대문을 열고 들어가 잠이 들었다. 이른 시각 이었지만 피곤했는지 눈을 뜨니 하루가 지나있었다.
"엄마, …아버지는?"
아직은 아버지라는 말이 입에 붙지 않았다. 차라리 아빠가 더 나을 것 같았다. 출근하셨지. 엄마 나가봐야 되니깐 태형이, 태은이랑 밥 먹고. 휑하니 말을 남긴 채 나가버리는 엄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화장실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짜증이 가득 담긴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태은과 태은의 머리를 수건으로 닦아주고 있는 태형이 보였다. 그 순간 당황한 쪽은 나였다. 아무리 피가 섞인 남매라지만 씻고 나오는 것이 뻔한데 다 큰 남녀가 같이 나오는 것은 누가봐도 이상했다. 수건을 빨래통에 넣고 드라이기를 꺼내며 뭘보냐는 듯이 보는 태형의 눈과 마주했을 때는 괜히 기분이 좋지 않아져 발걸음을 돌렸다. 청소기를 돌리고 있는 아주머니가 차려놓은 식탁 위의 음식들을 보다 배가 고파지는 기분에 수저를 들고 자리에 앉아 밥을 한 술 뜨자 곧 태은이 와 앞자리에 앉는다.
"우리 거지가 무슨 일이 꾸밀까봐 걱정이 되서 말이지. 없게 살아온 애들 손버릇을 어떻게 믿어?"
묻지도 않은 말들을 내뱉는 태은에 밥이 목구멍으로 내려가다 멈춰선 기분이었다. 애써 태연한 척 김태형의 행방을 묻자 또 다시 비꼬는 투로 입을 연다.
"왜, 거지도 눈은 있어서 태형이가 마음에 드나?"
"말해주기 싫음 말하지마. 그냥 형식상 물어본거지 나도 곧 나한테 밀려날 너네 행방 따위가 궁금했던건 아니니까."
갑자기 훅 치고 올라오는 두통에 인상을 쓰고 못된 말로 되받아치자 어이없다는 웃음을 내보인다. 지 엄마 닮아서 싸구려같긴. 비웃음 섞인 채 태은의 입에서 나온 말에 절로 올라간 손을 잡은건 태형이었다. 때마침 나타나준 것이 다행이었다. 만약 내가 정말 태은을 쳤다면 태은은 그대로 조르르 달려가 아버지란 남자에게 이를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손을 잡은 손이 김태형의 것인게 못내 서운했다. 어제 조금 다정하게 대해준 것이 나 같은 거지한테는 먹혀들어갔나보다. 잡힌 팔목이 아려와 거칠게 뿌리치고는 도로 자리에 앉아 숟가락을 들어 밥을 한가득 퍼넣었다. 반찬도 국도 없이 밥만 한가득 넣은 것이 목구멍 너머로 넘어오려던 것을 간신히 막아내고 있었다. 피아노 연습을 갈 준비를 하러 태은이 발걸음을 옮긴 후에도 어제의 그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서있던 태형에 꾸역꾸역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네가 이길거야."
"…"
"태은이는 가진게 많아서 못이겨. 너는 뺏기만 하면 되잖아."
"…"
"그러니깐 지금은 김태은 편할게. 네가 나 뺏어갈 때까지."
-
"이번 우리 생일에는 눈이 왔으면 좋겠어."
"응, 그러면 좋겠네."
"신기하지 않아? 차가운 주제에 따뜻한 모양새로 소복소복 쌓여서는 축복인냥 행세하는거. …너같아."
넓은 정원을 조금 앞서 걸으며 말하던 태은이 돌아봤다. 싱긋 웃은채로. 태은은 한번도 내게 웃어주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이렇게 빙빙 돌려말하며 내게 투정을 부릴 때 조차도 미소는 여전했다. 김여주 싫어. 그런 미소가 김여주의 이름을 언급할 때 만큼은 사라져 있었다. 나는 덤덤한 척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연습실로 향하는 태은을 배웅했지만 무언의 죄책감이 눈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피붙이 태은이 힘든 모습은 보고싶지 않았지만 여주가 나를 태은의 집착으로부터 빼내주길 바라는 마음은 가늠할 수 없이 부풀어지고 있었다.
현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콧노래를 부르며 거울 앞에서 나갈 채비를 하는 여주가 눈에 들어왔다. 말을 건네려는 순간 시끄러운 벨소리가 빈 공간을 가득 채웠다. 모두가 스마트한 세상 속에서 아직까지 폴더폰을 쓰는건지 익숙하게 휴대폰을 열어 귀에 갖다댄다. 여보세요 하는 목소리가 약간 높아져있었다.
[어디야.]
"이제 나가려구요. 선배는 도착했어요?"
[응 방금. 빨리와. 기다릴게.]
"네. 지금 가요."
고요한 공기에 섞여 들려오는 상대방의 목소리는 내게도 익숙한 갓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민윤기. 태은 말고, 나만 친한 유일한 사람. 태은의 구속에서 벗어나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태은에게 전할 일이 없는 유일한 사람. 윤기 형이었다. 가족이란 단어로 엮이기 전엔 관심이 없어서 그랬었나. 윤기 형과 꽤나 친한 사이처럼 대화를 하는 여주였지만 나는 여주가 윤기 형과 함께 있는 걸 학교에서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 내게 특별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는 윤기 형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 놀람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어디가."
"네가 알 바는 아닌 것 같은데."
"누구랑노는데 이렇게 꾸몄어?"
"신경 끄시죠. 오지랖 넓단 소리 되게 많이 듣겠다 너."
"윤기 형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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