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래윤님 감사합니다~)
※BGM : 빅뱅 - EGO
[동우/총수] 무서운 하숙집 02
“뭐, 뭐에요?!”
잠시 정적이 흐르고 난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몸을 잽싸게 움직여 소파의 뒤로 넘어가 숨어서 물었다. 성규 형이 한숨을 푹 쉬며 갈색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그리고 이성열!!이라며 크게 외쳤고, 이성열은 주춤했다.
“어차피 말할 거였잖아!”
“...”
“그렇잖아!”
이성열의 알 수 없는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고, 성규 형도 그렇긴 하다며 수긍을 하였다. 왠지 이상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에 소파를 부여잡고 슬쩍 물었다.
“저...저기, 뭘 말해요?”
“아, 그게...”
성규 형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하숙생이 이미 있다는 말이나, 가격을 올려 받는 다는 건 아니겠지? 아니어야 하는데? 불안한 예감들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성규 형이 입을 채 열기도 전에 폴짝 소파를 뛰어넘어 성규 형 앞에 무릎을 꿇고 손을 붙잡았다.
“형, 형, 저 여기서 나가면 갈 곳도 없어요. 일을 시키던 설거지를 시키던 원래 가격으로만 해주시면 뭐든 할게요.”
뭐든 하겠다는 말을 강조해 호랑이 보다 더 무서운 누나도 껌뻑 죽는 슈렉고양이 표정을 지으니 성규 형이 베시시 웃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남우현과 무언가 있는 아이컨텍. 하지만 그런 것들 신경쓸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
“진짜? 뭐든지? 육체적으로 좀 힘들 수도 있는데도?”
“괜찮아요. 저 이래 뵈도 운동 좀 해요!”
벌떡 일어나서 가슴을 탕탕 치며 크게 외쳤다. 내가 바로 장동우! 유도 유단자라지, 흐흐. 그들의 의외라는 눈초리에 어깨가 절로 으쓱해졌다.
“우리 뱀파이어인데도?”
네? 다시 되물으려는 입을 꾹 닫고 성규 형의 말을 되새겨 보았다. 뱀파이어 : 피 먹는 사람. 출처 장동우 지식 사전. 피 먹는 사람. 피. 맙소사. 아니 의사양반 이게 무슨 소리요, 뱀파이어라니.
“..........아, 죄송합니다. 번지수를 잘못 찾아왔네요. 그럼 전 이만...”
“어디가.”
“으아아아아악!!!살려주세요!!제 피 맛없고요, 저 씻지도 않아서 더러울 거예요!!!!”
어색하게 머릴 뒤적거리며 허리 숙여 꾸벅 인사하고 뒤돌아섰더니 앞에 김명수가 어딜 가냐며 떡하니 버티고 서있었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라고 말할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리고 뒤에서 남우현이 어깨를 탁 하고 잡았다. 발가락 끝부터 정수리 끝까지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벗어나려고 아등바등 발버둥을 쳤지만 힘이 장난 아니었다. 나도 운동해서 나름 힘이 세다고 생각했는데 개뿔!!! 내 힘은 한없이 넓은 우주에 작은 티끌이었어!!!!
“뭐든지 한다면서? 여기 아니면 갈 곳도 없다면서?”
남우현이 억지로 뒤를 보게 만들어 성규 형과 눈을 마주하고 대면하게 되었다. 아까는 마냥 작아보이던 눈이, 뱀파이어란 말을 들으니 날카로워 뭔가 달라보였다. 아니, 날카롭고 나발이고 뭐고 진짜 무섭다. 지릴 것 같아. 아빠 나 무서워요. 다리가 덜덜 떨렸다. 그 모습을 본건지 뒤에서 김명수가 큭큭 웃는 게 들렸다. 이놈아 다 들린다.
“우린 절대 무식하게 아무 때나 피 안 빨아먹어. 이성열 저 새끼가 피 안 마신지 하도 오래 되서 저런 거야.”
“......”
“한 달에 한 두 번씩 너 괜찮을 때만 받아먹고, 다른 때는 절대 안 건드려.”
“...진짜요?”
“그럼, 당연하지.”
갈색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성규 형을 보고 살짝 믿음이 생겼다. 내가 워낙 팔랑 귀인 까닭도 있지만 여기 아니면 정말 갈 곳이 없었으니까.
어떻게 할래. 조곤조곤 매력적인 목소리로 묻는 성규 형의 물음에 김명수 한 번 힐끗, 남우현 한 번 흘끗, 이성열과 이성종 한 번 힐끗. 그리고 침 한 번 꼴깍 삼켰다.
“다시 한 번 물을게.”
“...”
“어떻게 할래.”
“....하숙할게요..”
끝까지 망설이다 결국 하숙을 하겠다는 대답을 하자 그들은 모두 기나긴 전쟁에서 승리한 전사의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내가 과연 잘 한 짓일까. 이 뱀파이어 소굴에서 잘 버틸 수 있을까.
*
“그렇게 전단지 주워서 당장 그 집 갔더니 하숙 가능하다고 해서 오늘 밤부터 하숙하기로 했어.”
“와, 우리 동생 장하다.”
그들이 뱀파이어라는 얘기만을 쏙 빼고 방금까지 겪었던 얘기를 누나에게 들려주자, 누나가 짐을 차곡차곡 싸고 있는 내 머리를 마구 헤집어놓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기분이 좋아 베시시 웃었다. 그러다 같이 웃던 누나가 표정을 싹 굳히고 내게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그런데 너 조심해라.”
“응?”
“그 집, 뱀파이어들 산다는 소문이 있어. 물론 부질없는 소문이겠지만 혹시 모르잖냐. 진짜 뱀파이어들이 살고 있을 수도.”
누나, 그 집에 진짜 뱀파이어들 살아. 나 뱀파이어 소굴에 내 발로 걸어가는 거야. 목까지 차오른 말을 침과 함께 꿀꺽 삼켰다. 집으로 오기 전 김명수가 한 말이 떠올라서.
‘너 여기 뱀파이어 산다고 소문내면 목에 구멍 뚫어서 피 없어질 때까지 쪽쪽 빨아먹을 거야.’
살벌한 말과 안 어울리게 화사한 표정을 짓던 김명수. 나와 함께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배운 누나보다, 난 저 뱀파이어들이 더 무서운 걸요. 내가 어쩌다 이리 되었는지.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구름은 평화롭기 그지없는데 난 대체 왜 이 모양인가!!! 빌어먹을!!!
Blind Talk!
안녕하세요, 그대들! 백숙입니다.
어제 1편 올리고 오늘 바로 2편 올려요. 내일은 롯데월드를 가서 아마 못 올릴 것 같고요ㅠ 화요일은 개학이라...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아마 화요일에 올릴 것 같아요.
암호닉, 댓글, 비판, 지적, 충고, 사랑, 조언 다 받습니다ㅎ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그대들께 모두 감사인사 드립니다!
무하(무서운 하숙집)은 타카페와 인티 글잡에서 동시연재입니다~표지에 닉네임은 타카페의 닉네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