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종이 땡땡땡
w.1억
제일 놀란 건 나였다. 배쌤이 놀래서 나를 바라보길래, 나는 어색하게 허허 웃으며 말했다.
"정말..요..? 전혀 몰랐어요.. 감사하다고 말 못했는데..........."
"말 하면 되지~ 뭐 어차피 맨날 보는 사이잖아."
"…그렇겠..죠..."
"ㅎㅎ 귀여워 죽겠다니까아."
"하하하하하하하."
주쌤을 힐끔 보았다. 아니.. 뭐.. 자기가 줬다고 말이라도 하던가.. 진짜 뭐야.. 뭐야...........!
주쌤을 보다가도.. 손쌤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손쌤이 주쌤을 힐끔 보는 게.. 하필이면 또 나한테 포착이 되었다고오..
둘이 그럼.. 설마 막.. 사귀는 거 그런 거 아니고.. 호감? 이런 걸까? 아니면 둘중에 한명이 짝사랑? 아니야! 주쌤이 손쌤을 짝사랑하는데.. 나한테 반창고를..?
아, 아니지! 그냥 내가 막내니까! 그냥 챙겨준 거야.. 아닌가? 아! 아니야! 뭐지?
"막쌤........"
"네?"
"왜 혼잣말해..무서워."
"아, 네!..어..네.......아닙니다..."
진짜 뭘까. 진짜! 뭐지.........?
고갤 돌려 주쌤을 보았다. 어떤 여자쌤이 조승우쌤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고, 주지훈쌤도 같이 그 여자쌤과 말을 한다.
그리고 난 손쌤의 눈치를 보았다. 손쌤의 표정이 별로 좋지않은 것 같은데.. 설마 주쌤이 나한테 반창고를 줘서 기분이 안 좋은 걸까......?
혼자 막 오만가지 생각을 하다가도 배쌤이 내 밥 위로 소세지 하나 올려주길래 어색하게 웃으면서 밥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제3화
오해가 낳은
쪽(1)
밥을 다 먹고 양치를 하고선 나왔을까, 밥을 다 먹고 왔는지 막 보건실 문을 열고 있던 해인쌤이 날 보고 웃으며 말을 건다.
"밥 맛있게 먹었어요?"
"네! 쌤도요..?"
"네 ㅎㅎ 두 번 먹었는데~"
"헐.. 그러는데 살 안 쪄요?"
"안 찌는 체질!"
"……."
"재수없다고 할랬죠!!"
"아니요!?!?!?!"
"ㅎㅎ 베인 건 괜찮아요?"
"아, 네에..."
"약 바르고 밴드 붙이지..."
"괜찮아요! 뭐 살짝 베인 건데요 뭐.."
"원래 살짝 베인 게 더 아픈 거 아시죠?"
"아! 그런 것 같기도...ㅎㅎ"
"약 발라요.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
"아, 괜찮은ㄷ.."
"쓰읍.. 오세요!"
"네...."
쭈뼛 쭈뼛.. 해인쌤을 따라 보건실로 향했을까. 쌤이 의자에 앉으라며 의자를 가리키길래 의자에 앉으면.. 학생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그럼 해인쌤이 힐끔 문쪽을 보더니 말한다.
"노크하고 들어와야지."
"아, 네엡!.... 쌔애앰..!"
"이번엔 어디가 아프셔서 오셨나~"
"생리통이요............"
"오늘은 진짜 아픈가보네. 안색이 안 좋은데? 약 먹고 좀 누워있다가 가."
"네에.. 근데 뭐예요오.....?"
"응?"
"두분 왜 같이 있어요 -_-???"
학생이 우리 둘을 완전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아.. 이상하게가 아니라.. 살짝 그.. 의심하는 눈빛...이라고 해야 되나?
나는 눈을 크게 뜬 채로 학생을 보았고, 학생이 나와 해인쌤을 번갈아보다 말한다.
"뭐야.........뭐예요오 ㅡㅡ??????????"
"……."
"두분 설마! 썸 타시는 거 아니ㅈ..."
"야.. 뭐래 진짜. 이거 먹고 자."
"쳇...수상해..............."
학생이 해인쌤에게 약을 받아가서는 여전히 우리를 의심하는 듯 바라보다가 침대에 가서 누웠고, 해인쌤이 내게 손을 줘보라는 듯 손을 뻗기에 손을 주면..
반창고를 떼어주고선 곧 면봉에 약을 묻히고선 상처에 발라준다. 그런 해인쌤을 힐끔 보았다. 아따..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잘생겼네..
그러다 눈이 마주쳐서 놀라 다른 곳을 보면, 쌤이 고갤 돌려 말한다.
"상구 너는 이제 교실 가지? 너무 오래 쉬는데."
저 멀리서 네에- 하고 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곧 학생이 기지개를 피면서 엉기적 엉기적 나오더니 해인쌤에게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선 나간다.
새 반창고를 붙여진 해인쌤이 다 됐다- 하며 또 웃는다. 웃음이 되게 많은 사람인 게 확실하다.
"여봐요. 엄청 간단한데.. 왜 안 하려고 해요?"
"ㅎㅎ.. 감사합니다.."
"설마 막 다리 부러져도 언젠간 낫겠지~ 하고 납둬요?"
"에이!!"
"농담 ㅎㅎ."
"ㅎㅎㅎ암튼.. 감사합니다아..."
"네에."
친해진 건 맞긴 한데.. 그래도 아직 어색한 건 어쩔 수가 없다. 어색하게 웃으며 보건실에서 나와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난 진짜.. 반창고.. 해인쌤이 두고간 줄 알았는데. 주쌤이라니.. 아직도 안 믿기네.
여전히 나는 손쌤과 주쌤을 떠올린다. 내가 뭐 오해라도 한 건가..? 너무 극단적이었나? 둘을 오해하는 게..
"뭐 어쩌라구요. 진짜 선생님이면 다예요? 맨날 삥이나 뜯고 진짜! 아, 씨ㅂ.."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이상윤? 이게 선생님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너 어머니가 그렇게 말대꾸 하라고 교육 시키디!?"
"여기서 엄마 얘기는 왜 나오는데요! 여기서 교육은 왜 나와!?"
"이상윤."
"뭐요!! 아 진짜!!"
"상윤이 어머니한테 다 일러야지~"
"쌤은 개나소나 다 하겠네요. 하는 거라고 고자질밖에 없으니까요 ㅋㅋ."
"고자질 재밌어~ 너도 쌤 해봐."
"상윤이 무슨 일 있었냐? 애가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거야."
"상윤이 좀 더 혼내요. 수업시간에 대놓고 핸드폰 볼 때도 있어요."
"아 진짜! 왜 다들 저한테만 그래요!? 왜 나 다굴하냐구요!! 아니..그냥 담배 하나 핀 거 가지고 무슨 교무실까지 데리고 와요?나 말고 다른 애들도 다 핀다구요!! 진짜! 아 진짜 이상해 이 학교."
마침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들어 온 주쌤이 다가오더니 교과서로 상윤이라는 학생의 머리를 탁- 때린다. 근데 소리가 너무 찰져서 웃음이 터져버렸는데. 안 웃은 척 하느라 힘들었다.
"너는 피다 걸렸잖아. 몰래 폈어야지."
"아, 왜 때리는데요!"
"왜 때리는데요????"
"아니 왜 그러는데요!!"
"왜 그러는데요????????????"
주쌤이 학생의 머리를 다시 한 번더 교과서로 툭- 쳤다. 근데 그 기분 나쁘게 퍽- 치는 게 아니라. 무심하게 툭... 느낌이라서 더 웃긴 것이다.
주쌤이 자연스럽게 학생의 교북 주머니를 만져보더니 오오- 하고 담배를 꺼낸다.
학생이 아! 하고 인상을 쓰면, 주쌤이 자리로 가서 앉으며 말한다.
"오, 개꿀."
학생이 주먹을 꽉 쥔 채로 쌤들을 보다가도 아아아 쌔애애앰!! 하고 소리를 질렀고.. 모두가 다 같은 반응이라서 더 웃겼다.
그냥 애 우쭈쭈 해주는 느낌..?
"오~ 상윤이 성량 좋아. 야 너 대학 가지 말고, 저기 오디션이나 봐라."
"뭐래 진짜."
"멋있어. 표정 좋고."
"우와.. 그러니까. 표정 되게 그거같지. 그 뮤지컬 주인공같아. 이여~~ 상윤이."
학생을 보내고, 나는 쌤들 눈치를 보았다. 따듯한 차를 마시던 손쌤이 흐음.. 하고 한참 고민하는 듯 하다가도 입술을 열었다.
"그래도 상윤이 불쌍해요. 1학년때 무리 애들한테 왕따 당하고나서 더 삐뚤어진 것 같아..그거 생각하면 막.. 좀 그래.. 애가 아픈 상처가 있으니까. 삐뚤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우리가 보듬어줘야 되는 거 아닐까요?"
"그것도 그런데.. 그때 김지안쌤한테 심한 욕도 했었대요. 몰랐죠?"
"아, 진짜요...?....만약에..."
"……."
"조승우쌤이라면.. 쌤 반 학생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요?"
모두가 조승우쌤을 보았다.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던 조승우쌤은 역시 오늘도 조용하다.
전소민쌤이 '쌤도 우리랑 같은 마음이겠죠오 ^^~'하고 꺄르르 웃으면, 조쌤이 턱을 괸 채로 쌤들을 바라보다 말한다.
"징계 때려야죠. 아무리 아픈 과거가 있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몹쓸 행동을 하는 건. 그 학생의 아픔이 문제가 아니라, 그 학생 자체가 문제인 겁니다."
모두가 조용해졌다. 진짜 그 만화속에서나 나오는 까마귀 소리와 함께 바람이 불며 낙엽이 날라댕기는.. 그런.. 모습이 내 앞에 그려졌다.
엄청... 단호하시네..진짜....
"저봐 멋있다니까."
"저러니 조쌤 수업 땐 애들이 순한 양이 되지.. 조쌤... 애들 10대예요..10대.. 조금만 좀 봐줍시다. 예?"
"……."
모두가 웃는 순간에 난 웃을 수가 없었다. 와....나도 손쌤 따라서 학생을 보듬어줘야겠단 생각을 했었는데....
조쌤 말도...일리가 있어......... 뭔가 멋있어... 혼자 조용히 박수를 치다가도 고갤 돌려 주쌤을 힐끔 보았다.
치..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맨날 잘생겼지.. 확실히.....
"……."
주쌤은.. 손쌤이랑 잘 어울려...진짜 아련해지네.. 나 무슨 진짜 왜 이래...? 어? 고작 며칠 안 본 사람 가지고! 어?
학교가 끝나고, 나는 수업준비를 마저 해야되기 때문에! 야근을 하기로 했다.
야근이라고 해봤자.. 한두시간 있다가 집에 갈 거긴 한데. 근데 문제는......
"……."
주쌤도 있는 것이다.
심지어 교무실엔 나랑 주쌤 뿐인데.. 20분이 지나도록 서로 아무 말이 없다. 먼저 말을 걸고싶은데. 타이밍을 못 맞추겠고.. 괜히 둘이 있으니까 더 어색해서 말이지.
마침 밖에 비가 막 우두두두두두 하고 미친듯이 오기에, 나는 밖을 내다보다가 조용히 주쌤에게 말한다.
"쌤은!.. 우산 챙기셨어요..?"
"우산이요? 아, 차에 있어요."
"아아.. 감사합니다. 쌤 덕분에! 우산 챙겨서.. 비 맞을 일은 없을 것 같아요!.."
"ㅋㅋㅋ그냥 비 맞게 말하지 말 걸 그랬나."
"네에에에...?"
"언제 퇴근하려구요."
"음.. 한 30분 뒤에요?.. 이제 거의 다 했어요! 쌤은 뭐하시는 거예요?"
"아, 할 게 좀 있어서요."
"아, 넵."
선을 긋는다. 그냥 알려주면 될 것을.. 할 게 있다면서 감추는 걸 보면.. 나랑 얘기가 하기 싫은가보다.
혼자 축- 쳐져서는 고갤 끄덕이는데.. 쌤 목소리에 놀라 고갤 들었다.
"손 괜찮아요?"
"아, 네!! 감사합니다.. 밴드.."
"마침 남은 게 하나 있길래. 손에 흉 지면 어쩌려고 그냥 두려고 해."
"에이.. 조금 베인 거라서 흉 안 져요..!"
"미련곰팅이구만."
"곰팅 ㅎㅎ...ㅎㅎㅎ..."
또 조용해졌다. 다 마치고서 노트북을 닫고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주쌤도 다 했는지 일어나더니 내게 말한다.
"가요."
"에? 어딜.."
"같은 동네 사는데 설마 나 혼자 갈까봐."
"……."
"싫어요?"
"아니요!? 안 싫은데..."
안 싫다고는 했지만. 계속 신경 쓰이는 거 맞다. 괜히 자꾸 손쌤이 생각나고 그래서.. 결국엔 같이 교무실에서 나오고나서.. 큰맘 먹고 입을 열었다.
"그 혹시요..!"
"??"
"아닙니다..."
큰맘 먹기는 개뿔. 말도 못 하면서!! 이런 찌질아..........
몇걸음 걷다가 또 멈춰섰다가.. 다시 멈춰섰다가 반복을 했다. 난 진짜 손쌤이랑 잘 지내고 싶은데.. 진짜 괜히 일 커지면 어쩌지 싶기도 하고....
학교에서 나오려고 하는데.. 또 멈춰서서 주쌤을 보면, 주쌤이 뒤돌아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허허- 어색하게 웃으며 우산을 펼쳐보였다. 쌤을 힐끔 힐끔 바라보면, 쌤이 멈춰서서 한참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갑자기 나를 빤히 바라보는 게 무서워서 숨도 안 쉬고 쌤을 올려다보았다.
"……."
"뭐 할 말 있어요?"
"네? 아니요????"
"그럼 왜 자꾸 내 눈치 보지?"
"네? 제가요?"
"네. 쌤이요."
"에이."
"말해봐요. 뭔데."
"…아닌데."
"아닌데는 반말인데."
"요...."
"……."
"아니이....... 혹시라도.. 쌤이 애인..이 있으시면! 제가 차에 타는 게.. 좀 그럴 것 같아서요!.."
"……."
"막.. 애인이 아니라도.. 막 썸..같은 게 있으실 수도 있고!.. 혹시라도 막.. 제가 탔다가..막.. 냉전이 될 수도 있고.. 썸이 깨질 수도 있고.."
"……."
"…제가 예전에 한 번.. 같은 과 선배가 데려다준다고 해서 차에 탔었는데..! 알고보니 여자친구가 있었었었었거든요..? 그래서 막 저 때문에.. 난리가 났었었..는데..."
물론 지어낸 얘기다. 내 말에 대꾸도 안 하고 이상하게 바라보길래. 거짓말을 쳤다.
한참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던 주쌤이 말한다.
"애인도 없고, 썸타는 여자도 없는데."
"……."
"그래서 태워줘, 말아."
"네? 아!! 네!!"
"뭐라는 거야. 태워달라구?"
"네!!!!!...."
"ㅋㅋㅋ 가요."
주지훈이 웃었다.
정확하게 날 보고 웃었다.
문을 열고선 우산을 피고선 걸으면, 주지훈이 날 부른다.
"아니 저기요."
"네???"
"혼자 가시려고?"
"네?........"
"차까지는 같이 쓰고 가야지. 나 다 젖으라고?"
"아! 맞다.. 그러네요! 죄송합니다."
"줘요, 우산."
"네? 제가 들게요!"
"내가 키 훨씬 큰데요."
"아,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