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매력 episode 11 - C and S
(twilight)
(브금필수!)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나는 아주 약하고 미련했으며,
바보같게도, 변화를 두려워했다.
사실을 밝힌 후 돌아오는게
형이 아닌 나를 향한 비난들일까봐.
나중에 어머니 당신을 뵀을 때,
당신이 나를 원망에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며
왜 그랬냐고 잔인한 말들을 쏟아부을까봐.
그게 참 두려워서,
나는 어머니, 당신을 곱게 보내드리지 못했다.
당신이 사라진 이후에도
변한건 나 뿐, 아무도 당신을 신경쓰지 않았다.
당신 없는 가족모임이 지속됐고,
그 속에서 그 악마는 잔인한 웃음을 터뜨렸다.
차가운 물로 하염없이 얼굴을 식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에 괜히 헛웃음을 터뜨렸다.
나 왜 이렇게 됐을까, 엄마.
벽에 기대 앉아 다리 사이로 얼굴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 눈물이 흘러내렸다.
볼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무겁게 마음을 적셔왔고,
그 속에 들어있던 상처가 눈 앞에 드러났다.
아무렇지 않은 척 눈물을 닦아내곤, 젖은 몸을 일으켰다.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하는 것도 익숙해진지 오래였고
쓰라린 속을 감춘 채 웃어보이는 것도 익숙해진지 오래였는데,
당신을 향한 그리움은 익숙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벽을 짚은 채 위태롭게 발걸음을 옮겼고,
힘겹게 벗어난 화장실 앞에선 악마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형."
검은색 넥타이를 매만지던 그와 나의 눈이 마주쳤고,
그의 얼굴에 아주 역겨운 미소가 맴돌았다.
순간적으로 온 몸이 굳었다.
그래, 저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그 맑은 사람을 짖누르던 그 잔인한 얼굴.
붉게 달아올라선 끊임없이 땀을 흘리던 그 더러운 얼굴.
꽉 쥔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고,
단숨에 내 앞에 와닿은 그가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지민아"
담배냄새와 함께 술냄새가 섞여 내 주변을 맴돌았다.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에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아 입술을 꽉 깨물었다.
상상할 수조차 없던 무서움이 온 몸을 덮쳐왔고,
그 순간 어머니, 당신이 떠올랐다.
"가만히 있으면 돼."
당신은 어떻게 이 두려움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우리 지민이, 착하지?"
당신은 어떻게 이 더러운 악마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이제부터 예쁘게 울면 되는거야, 박지민."
당신은 어떻게 형을...,
또 어떻게 나를...,
목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에, 눈 끝에 달려있던 눈물이 톡-하고 떨어졌다.
허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두 눈을 질끈감고
그저 이 슬프고 괴로운 시간들이 어서 빨리 지나가길 바랐다.
난 당신을 보낸 뒤에도 여전히 변함없이 작았고,
다시 돌아간다해도 아직까지 약해빠진 나는
어머니, 당신을 구할 수 없다는걸 알기에.
그 사실이 오늘 밤도 내일 밤도,
나를 당신이란 늪 속으로 무너지게했다.
*
"처음에는 인정하기 싫었어요."
"..."
"결벽증이라는거,"
"..."
"그리고, 내가 더럽다는거."
무거운 이야기 끝 흘러나온 지민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담담했고,
그랬기에 더 아팠다.
도대체 얼마나 참고 또 참아야 저런 일들을
그렇게 담담한 목소리로 입 밖에 낼 수 있는건지,
찢어지고 멍들었을 그의 속은 또 얼마나 아프고 슬픈건지.
남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그만의 아픔이
낮고, 또 낮게 내게 스며들었다.
"내가 더럽다는걸 인정해버리는 순간."
"..."
"어머니도 더럽혀지실 것만 같아서,"
"..."
"정말 아름답고 깨끗하던 분이셨는데...,
그 분마저 더렵혀진다는게 정말 죽어라 싫어서."
"..."
"그래서 부인하고 또 부인했는데...,"
"..."
"그럴 수록 내가 너무 아파서,
그럴 수가 없었어."
푹 숙여진 고개 사이로 눈물젖은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가까이 다가가 그의 슬픔을 덜어주려다,
문득 멈춰섰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두 발 위로 자조적인 웃음이 튀어나왔다.
나 또한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의 슬픔을 감싸준 후, 혹여나 내가 더 아파질까봐.
그를 위로해준 후, 남겨진건 나 혼자일까봐.
비겁한 난, 그 아픔의 크기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결국, 난 또 나 살자고 어머니를 더럽혔어요."
"..."
"끝까지 난 진짜...,"
"..."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
젖어버린 그가 허탈한 웃음과 함께 머리를 쓸어넘기고,
익숙하게 입술을 깨물며 슬픔을 막아내는 그의 모습에
속이 답답해져왔다.
김남준, 너도 그랬을까.
내 앞에 선 저 작은 아이처럼, 너도 슬픔을 참아냈던걸까.
내 앞에 선 그 붉은 눈동자는, 너의 슬픔을 의미했던 걸까.
깊은 한숨이 목을 타고 흘러나왔다.
"어쩌면, 형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나처럼 아주 약해빠져서,
사랑하는 방식이 달랐을지 모르겠다고."
"..."
"아직까지 어머니 그림을 끝마치지 못하는 저처럼,"
"..."
"어쩌면 형도 사랑이란 잔인한 말 아래에서
잘못된 표현을 하고있을지도 모른다고."
처음, 맨 처음 지민을 봤을 때의 느낌이 다시 한번 나를 향해 다가왔다.
아주 여리고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모습.
그 모습을 한 채, 지민은 남준을 걱정하고 있었다.
혹여나 남준이 나에게 버림 받을까봐.
자신의 아픔은 버려둔 채 남준을 챙기는 그의 모습에서 그의 어머니가 겹쳐졌다.
아주 아름답고, 여리던 분이셨겠구나.
지민의 모습을 보니 그녀의 모습이 그려졌다.
지민이 사랑했을 그녀의 모습이
금방이라도 내 앞에 나타날 것만 같았다.
"그래서 형을 돕겠다고했어요."
"..."
"제가 못가진 것들, 형이라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
"...물론 이렇게 다 망쳐졌지만."
슬피 우는 눈동자가 웃음에 가려졌다.
일그러진 채 억지로 웃어보이는 얼굴에, 지민에게로 다가가
그의 손을 꽉 쥐어주자.
동그랗게 커진 눈을 하던 그가,
결국엔 한방울 두방울 눈물을 떨궈냈다.
"용서라는게, 저도 한번도 가져본 적 없는거라."
"..."
"그게얼마나 힘들고 어려운건지 잘 알아요."
"..."
"그래도,"
"..."
"그쪽은 저와 다르게 다시 되돌릴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하는 말이에요."
제 손을 꽉 붙든 내 손을 만지작 거리던 그가,
끝내 내 손을 꽉 잡아왔다.
맞붙든 두 손사이로 지민의 슬픔이 흘러들었고,
그의 눈이 나를 바라봤다.
"이 더러운 곳에서 빛나기 힘들다는 거 알아요."
"..."
"진짜 잘 아는데, 그래도..
제발, 누구든지 좀."
"..."
"행복해줘요."
"..."
"난, 그거면 돼."
울 것같은 표정으로 안쓰럽게 웃어보이는 그의 모습에
무언가 턱-막힌듯 숨이 가빠졌다.
하염없이 땅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돌아서는 그의 뒷 모습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김남준도, 전정국도, 박지민도.
나의 행복을 빌어주는 사람들은 모두 다,
아주 슬프고 고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정처없이 돌아다녔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정국이 걱정할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발걸음이 멈추질 않았다.
손톱을 깨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 나는 정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내가 남준을 용서해야하는건지도,
내가 지민을 안쓰러워해야하는건지도,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서, 그게 나를 더 아프게 했다.
나에게 이런 고민들을 남겨준 지민이 원망스러워졌다.
"아- 죄송합니다."
땅만 보고 걷다 부딫힌 몸에,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돌아섰다.
이젠 정국에게 가야할 것 같았다.
시간이 이미 많이 지나있었다.
클러치에서 시계를 꺼내 본 후,
다급히 걸어가려는 내 손목을 누군가 잡아챘다.
놀란 얼굴로 뒤 돌아보자,
맑게 웃고 있는 윤기가 눈에 띄었다.
"맨날 뭐가 그렇게 바빠."
놀란 눈을 하다, 익숙한 윤기의 목소리에 그저 피식 웃어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반가웠고,
언제부터였는진 몰라도 윤기를 보면 그저 마음이 편해졌다.
옆에 있던 테이블에서 와인 하나를 집어든 윤기가 내게 건넸다.
"나,"
"..."
"윤지한테 갔다왔어."
낮게 흐른 목소리에 그를 바라보자,
들고 있던 와인을 만지작 거리던 그가 미소띈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진작에 좀 갔다올걸."
"..."
"오빠라는 게, 너무 늦었다. 그치?"
오빠, 아무 것도 아닐 그 말이 나의 귀를 사로잡았다.
이제 놓아주기로 한 걸까.
이제 조금은 편해지기로 한 걸까.
얕은 미소를 띄고있는 그 얼굴을 보니
한 단계 더 성숙해진 듯한 그의 목소리가 귀를 타고 들어왔다.
지민도, 윤기도.
이렇게 한발짝씩 자신들 나름대로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자수,"
"..."
"생각 중이야."
갑작스레 뱉어진 말에 놀라 그를 바라보자.
씁쓸한 미소를 띈 그가 와인을 한모금 들이켰다.
낮게 가라앉은 그의 속눈썹에,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나도 와인을 한모금 들이켰다.
내 슬픔까지 그에게 넘겨주긴 싫었다.
"이런다고 용서받을 수 있을진 모르겠는데,"
"..."
"이렇게라도 안하면,
하늘에서 윤지 볼 면목이 없더라고."
착잡하게 젖어드는 그의 얼굴에,
입술을 꾹 깨물고 잘했다며 그의 어깨를 툭툭- 쓰다듬었다.
어깨에서 느껴지는 내 손길에 피식 웃던 그가
장난스런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근데, 좀 걱정이네."
"...응?"
"나 없으면 너 울 때 누가 달래줘."
"..."
"그 어린애들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울고 불고 힘들 게 분명한데."
윤기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자,
세모 눈을 뜬 그가 아프지 않게 내 머리를 콩-하고 때렸다.
"근데, 나이도 어린게 어디서 반말이야."
"..뭐?"
"너 22살인거, 내가 모를 줄 알았지."
"..."
당황한 표정을 역력히 드러내며 그를 바라보자,
와인을 한꺼번에 들이킨 그가 나를 내려다봤다.
"나 자수하고, 벌 다 받고 나오면."
"..."
"그땐, 오빠라고 불러."
"..."
"나도 너 내 동생 시켜줄테니까."
와인잔을 내려놓은 윤기가 나를 보며 환히 웃고,
누군가의 포근한 미소를 보는 게 얼마만인지,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에 왠지 코가 시려왔다.
"그 땐, 좀 행복했으면 좋겠다."
"..."
"내 동생."
머리를 쓰다듬는 손에 고개를 푹 숙였다.
눈 끝이 붉어졌다.
아주 멋있는,
오빠가 생길 것만 같았다.
*
저 일찍 왔죠!!ㅎㅎㅎㅎ이제 내일부터 기숙사 들어가서ㅠㅠ
가기 전에 저지르고 가요ㅎㅎㅎㅎ
또 오랫동안 못올까봐 걱정했는데ㅠㅠㅠ
이렇게라도 다시 뵙고 가니 조금은 마음이 놓이네여ㅠㅠㅎㅎ
이제 추석도 끝나가고ㅠㅠㅠ그에 따라 휴일도 끝나가는데ㅠ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셔도 다들 파이팅하시길!!ㅎㅎ
저처럼 시험인 학생들도 파이팅!!ㅎㅎ
저는 오늘 아육대도 봐버렸는데..핳...망했어..
근데 배신당한 이 느낌...왜 아무도 나오지 않는 것이야....
내일은 못보는데ㅠㅠㅠㅠㅠ이런ㅠㅠㅠ주말을 노려야지요 뭐..ㅎㅎ
그럼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안녕히!!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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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신청은 항상 정말 감사합니다!!ㅠㅠㅠ
혹시 자신의 암호닉이 안올라왔다 하시는 분 있으시다면 꼭 말해주세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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