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냥냥"
".........."
"공부하는거야?"
사람도 아니고 도깨비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이상한 백현은 내가 무시하기 시작하자 어느새 침대에 걸터 앉았다.
여전히 스탠드는 들어오지 않았다.
서랍 속에 아빠가 만들어놓은, 이제 얼마남지 않은 양초의 심지에 불을 붙이고는 절대 보이지도 않을 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차피 이 시간에 내 방만 이런거라면, 엄마한테 말해봤자 별다른 방법이 없을 거란걸 아주 잘 알기에 포기했다.
자고 있는 동생 녀석을 깨워볼까 싶었지만 나를 "냥이냥이" 라고 부르는 저 이상한 백현때문에 그냥 모든걸 포기해버렸다.
"우와 우리 냥이 눈 완전 좋은가보다, 난 한개도 안보이는데"
그저 연필을 잡고 손가락으로 휙휙 돌리며 띄엄띄엄 보이는 글자를 쳐다보고 있으니 어느새 내 뒤로 와서는 내 머리를 빙빙 돌리며 말을 하는 백현이었다.
"취미생활 방해해서 미안한데요, 그거 제 머리거든요"
끓어오르는 분노를 최대한 억제하고, 아주 상냥하게 최대한의 노력으로 말을 했다.
물론 '그래서-' 라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여전히 빙빙, 내 머리카락은 이상한 백현의 긴 손가락에 의해 꼬아지고 있었다.
가뜩이나 복습을 못해서 짜증나고 공부를 해야하는 내 현실이 슬퍼졌는데 이 이상한 백현이 넘버원을 차지했다. 내 스트레스의.
순간 일어난 일이었다. 이상한 백현은 활활타오르고 있던 초에 바람을 불었다.
"이게 무슨짓이에요?"
"눈 나빠져, 냥이야"
"상관마요. 그 쪽때문인지 확실한게 아니라서 말은 못했지만 아저씨 만나고 나서 불이 꺼진거니까."
"어둠이 싫어?"
지금 나누고 있는 대화들이 뭔가 이상한듯 오그라들면서도 계속 이어졌다. 몇년 전에 보던 인터넷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질문들이 아닌가.
"어둠을 싫어하지마"
"그럼 어두운게 좋아요? 난 싫어요. 아무것도 안보이니까."
"대신 소리에 집중할 수 있잖아. 네가 지금 내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손을 뻗은 것처럼"
이건 정말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내 버릇이었다.
아빠가 계실 때는 양초에 타오르는 불빛과 아빠의 팔에 의지하며 어둠을 견디곤 했었기 때문이다.
아까는 괜찮았는데 저 이상한 백현이 양초를 꺼버리자 이런 일이 발생한거다.
나도 모르게 안심했던 이유가 지금 내가 잡은 줄도 몰랐던 백현의 팔때문이었다니.
"죄송합니다. 그,그렇지만!! 아저씨가 양초를 껐잖아요! 왜 함부로 남의 것에.."
"아저씨 말고 백현"
"네..?"
"나 아저씨까지는 아니야. 아까 냥이도 봤겠지만, 냥이하고 얼추 비슷한..아니 더 어려보일수도?"
진지한 목소리로 진지한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삼천포행이다.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작게 섞인 웃음소리에 분명 아까처럼 눈이 휘어져있겠구나 싶었다.
"뭐래- 그냥 빨리 양초주세요."
"싫어, 널 어둠과 친해지게 할거야"
"아저씨가 뭔데요. 어둠과 친해지다니, 어둠이 무슨, 어? 사람이에요? 막 친해지게?"
"냥이야, 빛도 가끔은 쉬어줘야 할 때가 있는 것 같아.
어둠은 나쁜게 아니거든. 잠시 빛이 쉴 수 있게 도와주는거야. 스스로의 밝음에 지칠 때도 있는거거든. 난 그렇다고 본다?"
뭐야.....이거........ 데자뷰야..? 아니, 우리 아빠..는 아닌데, 분명 우리 아빠 아니었는데.
이건 우리아빠가 나한테 해준 말인데.
" 어이구 우리딸- 놀랐어? 이리와, 잠시 어둠이 빛을 삼킨것 뿐이야. 엄마도 매일 밥하는게 지겹다고 하잖아?
빛도 그런거야. 우리 딸이 어둠을 너무 싫어하니까, 매일 밝혀주느라 오늘은 잠시 지쳤나보다. 우리가 힘내라고 기도할까?"
"뭐, 뭐야.."
"그냥 그렇다구. 내 생각이야. 내가 빛하고 좀 친하거든"
아무것도 안보였다. 분명. 그 흔한 가로등 불빛도 들어오지 않는 밤이었다.
그런데 내 앞에 있는 이상한 백현이 엄지와 중지에 마찰소리를 내며 '딱-' 하는 순간 그의 손가락에서 빛이 나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으아아.................아..아파.."
갑작스러운 눈부심은 둘째치고 사람의 손에서 빛이나온다는 사실에 순간 다리가 풀려 엉덩방아를 찧고말았다.
고개를 올리니 밝은 빛 사이로 해맑게 웃고있는 백현을 볼 수 있었다.
"마...마법사...?"
"큭, 마법사라니. 난 백현이라구."
"아니, 지금 소,,손에서.."
"아, 내가 말했잖아. 난 빛하고 친하다구"
"어..어.......ㅇ...그..그니까...어....."
"어때, 어둠을 싫어하는 냥이야. 난 빛하고 친한 빛의 남자니까. 나랑 친구할래?"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다. 양초는 책상 위에 올려져있었고, 내가 공부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밤새 창문이 살짝 열려있었는지 커튼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여느때와는 다르게 여름의 아침임을 알리던 뜨거운 햇빛은 없었다.
"엄마 나간다- 오늘부터 비 많이 온다더라- "
엄마가 가쁜 목소리로 출근을 알렸다.
그 뒤로 "돼지야- 난 여자친구 만나러 간다- 집단속 잘 해라" 라며 한심한 소리를 해대며 외출을 알리는 동생놈이었다.
"하, 오늘은 나 혼자인가.."
잠시 일으켰던 몸을 다시 침대로 복귀시켰다.
눈을 잠시 감았다가 문득 어젯밤에 있었던 말도 안되는 일이 생각이났다.
웃음이 예뻤던 이상한 백현과 그의 손가락에서 나온 빛의 순간이.
갑자기 드는 한기에 주위를 살펴보니, 다행히 방에는 나 혼자 뿐이었다.
어제는 친구를 해달라느니, 냥이같다느니, 똑똑하다느니.. 온갖 말로 현옥시켜 놓고서는 새벽 사이에 사라진 것 같았다. 그럼 그렇지.
간단히 씻고 아침으로 사과를 베어물고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어제 못다한 복습을 해야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날씨는 흐렸지만, 여름은 여전히 여름이었다.
선풍기를 돌리며 창문을 열었다. 다행히 아직 비가 내리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뻐근해진 목과 뭉친 어깨를 달래기 위해서 기지개를 핀 순간.
"으악"
짧은 비명을 질렀다.
"안녕- 냥이친구"
하여튼 정상적으로 등장하질 않는구나. 또 다시 창가에 걸터앉은 백현이었다.
"응? 인사 안 해줄거야?"
"안녕하세요"
"나 걱정안했어?"
"왜요"
"일어났을 때 나 없었잖아"
"좋아서 춤췄는데요."
"허얼.... 작전실패다"
무슨 작전이 실패야, 어이없는 반응에 고개를 들어 백현을 바라보니.. 아. 정말 또 저,저 눈꼬리.
"난 또 우리 냥이가 날 보고싶어하는 줄 알았지."
"굳이 그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어후 그래그래. 알겠어. 내가 졌다."
오예, 들리지 않는 쾌재를 불렀다. 뭐랄까, 완벽한 K.O.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이긴 듯한 이 기분이 나에게 승리감이라는 걸 일깨웠기 때문이다.
"오늘도 비가 온대"
"네, 알아요."
"비오는거 좋아?"
"덥잖아요. 가끔씩 비도 내려야죠"
"난 원래 싫어하거든. 비오는거. 비가 온다는건, 내가 형한테 혼났다는 또 다른 뜻이기도.."
어째 알 수 없는 말만 지껄인다. 어제부터 물과 형이 친하다느니..
"근데 지금은 좋다..? 냥이랑 친구 할 수 있어서. 비가 빨리 안그쳤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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