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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현성/엘성] 카하야 : 신의 아이 02 | 인스티즈

 

 

카하야는 서국 남부의 변두리 도시이다. 수도인 두아에서 카하야까지는 말로도 족히 한달을 쉬지않고 달려야할뿐더러, 사막과 맹수들이 들끓는 숲을 넘어야 했기에 수도와의 교류는 거의 없으며 영향력도 극히 약했기 때문에 카하야는 작은 나라와도 마찬가지였다. 서국 어디서나 그렇듯, 카하야에서도 관직은 언제나 신전 아래였고 신전의 수장이 곧 그 도시의 우두머리였다.... 카하야를 둘러싸고 있는 지대에 관해 덧붙이자면 죽음의 사막이라 불리우는...

 

 

" ...... "

 

 

성규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책의 가죽덮개를 닫았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혼자 벗어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성규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고 결론은, 혼자 가는 수 밖에. 가진것이 없으니 떠나는것도 쉬운일이다. 미련없이 방의 창을 타고 넘어가던 성규가 멈칫했다. 이곳에서 눈을 떴을 때 성규가 입고있던 옷은 여기저기 더럽혀져 몸을 씻은 뒤 도저히 입을수가 없었다. 우현이 성규에게 붙여준 시종들이 가져다줬던 신관복은 몇번이고 입기가 망설여졌다. 옷자락이 길게 끌리는것은 아무래도 도망칠 때 번거로울 것이라고 생각했고, 새하얀 옷감은 눈에 띌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규가 누구의 눈에도 띄지않고 도망갈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은 신관복 따위가 아니었다.

 

 

" 어디 도망을. "

 

 

성규의 방 창 바로 건너에서 턱을 괴고 히죽 웃고있는 하얀 얼굴을 마주해버린 성규의 표정이 알수없게 일그러졌다. 건너방은 빈방인줄 알았는데.

 

 

" 뒈지지 않으려면 못본척 하시지. "

" ...... "

" ...라고 할줄 알았는데? "

" ......못본척 해주십시오. "

" 뒈질꺼냐고 패기 넘치게 물을땐 언제고 권력이 좋긴 좋은건가봐. "

 

 

성규가 도망치기로 마음을 먹고 방안에서 무기가 될만한 것을 찾아헤매다 쥐었던 날카로운 돌멩이를 꾹, 쥐었다. 사제고 뭐고 그딴거 난 모른다 배째라하고 그냥 얼굴에 한대 갈기고 도망갈까. 지금 심정야 그렇지만 실은 그렇게까지 해가며 성규는 도망칠 이유가 없다는것을 자신도 잘 알고있었다. 기억도 없고 출신도 모르는 상황에서 감사하게도 거둬준 이곳을 등질 이유가 전혀 없었다. '최대한 빨리' '살고싶다면 도망쳐.' ...그 목소리만 뺀다면 말이다. 알수없는 그 목소리만 믿고서 정말로 이곳을 벗어나려한 스스로를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었지만 처음부터 그래왔던것 처럼 꼭 그래야만 하는것 처럼 자연스레 움직이는 몸이었다. 이것 또한 기억을 잃기전의 습관이었을까. 성규가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그를 보던 우현도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그의 입꼬리는 호선을 그었다.

 

 

" 너, "

" ...... "

" 신의 목소리를 들었군. "

 

 

...신?

아래를 보던 성규가 우현을 바라보았다. 우현이 버릇처럼 자신의 턱을 매만졌다. 줄곧 장난끼가 서려있던 우현의 눈은 식어있었다. 자신의 말에 반응하는 성규에 우현이 '때려 맞췄는데 진짠가 보네-' 하는 것을 듣고 돌을 던져말어 내적갈등을 하던 성규였지만 분명 우현이 무언가 알고있는것이 틀림없음을 느낀 이상 그럴수는 없었다. 기억을 되찾거나 목소리의 출처를 정확히 알기위해선 이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도. 지금으로썬 이사람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나서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끼는 성규였다.

 

 

" ...목소리긴 했어요. "

" 오호. 신이 뭐라하디? "

" 살고싶으면 도망쳐라고... "

" 맞췄네. 잡아먹히기 전에. "

" ......예? "

" 예? "

 

 

다시 돌아왔다. 성규의 높은 목소리를 흉내내던 우현은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어제꼈다. 성규는 우현이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는 해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우현도 마찬가지였다. 달빛 아래서 창백한 피부를 하고서 그렇게 불쌍하고도 처연한 표정으로 자신에게서 기억 한조각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 완벽히 생각이 드러나는 성규지만 아무래도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저 이방인이 풍기는 묘한 느낌이 연출된 것이라면 어떤 여인도 이길수 없는, 천하의 꼬리 아홉달린 구미호라고 생각했다. 우현이 웃음을 멈추지않자 성규가 빈정이 상한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

 

 

" 놀리지 마십시오. 제가 기억하는 것이 없다고 무시하시나 본데, 낮에도 보셨다시피 제 본래 성미가 생각보단 손이 먼저 나가는 것 같더군요. "

" 응. 그런것 같더라구. 그래서? "

" 예? "

" 나 때리고 갈꺼야? 아니면 여기 머무를꺼야? "

" 그야... 그 목소리가 도망쳐라고...... "

" 딴건 몰라도, 니가 이 도시를 벗어나는 순간 저 숲의 맹수 먹이가 된다는건 장담하지. "

 

 

맹수의...먹이... 기억도 찾지못하고, 별안간 여기 떨어진 이유도, 그 목소리의 정체도 모른채 책에서 봤던 식인 맹수의 야식이 되는것을 상상하는 성규의 낯빛이 더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를 한참이고 응시하던 우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건 뭐, 진짜 구미호인가... 분명 전임사제 당시 멸종이 되었다 들었는데.

 

 

" 너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꺼냐? "

" 네...? "

" 사내면 또 어떠냐. 못먹을 것도 없다는, 그런 엄한생각 들게 만들지 말아라. "

 

 

그건 무슨 개소리... 자꾸만 뭘 먹는다는건지. 성규는 어둠속에서도 느껴지는 우현의 눈길을 따라갔고 그 끝에는 창을 타고 넘기위해 바짝 말아올렸던 신관복 밑으로 훤히 드러난 자신의 허벅지가 있었다. 한쪽 다리는 방안에, 한쪽 다리는 창밖에 걸치고선 짐승의 등에 탄듯한 자세로 여태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자세를 고쳐잡으려 다리를 버둥거렸지만... 쥐가 나서 움직이질 않는다. 성규가 한창 낑낑대고 있는 사이 우현의 눈은 바쁘게 성규의 다리를 훑어 내렸고,

 

 

" 우와... 다리가 홍이보다도 잘빠졌네. "

" ......... "

" 아. 넌 모르지? 홍이가 누구냐면은, 서국 제일의 각선미, 으읏!!! "

 

 

설령 다리는 움직이지 않아도 팔은 건재하다는걸 보여주듯, 성규는 날카로운 돌을 쥐고있던 손을 우현의 얼굴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돌은 우현의 얼굴로 날아들었고 동시에 휘청이던 성규의 몸은 방안으로 굴렀다.

 

 

" 하...... "

 

 

성규가 방의 높은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혹시 그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자신에게 말했던 '살고 싶다면'이, 이곳에서 화병걸려 세상을 뜨고싶지 않다면,이라는 뜻이었을까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성규였다.

 

 

 

 

-

우왕 1화에 댓주셨던 독자1,2님과 케행 그대 사랑해요......ㅠㅠ♡

제글이 재밌다니 그건 숔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그대들 진짜 감사했어옄ㅋㅋㅋㅋ 댓보고 힘난건 말안해도 아시죠??ㅠㅠ

겁나 사랑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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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ㅜㅜㅜㅠㅠㅜ하진짜좋네여ㅠㅠㅠㅠ진짜이런소재는글잘써야쓰는건데작가님은최고..S2 우현이랑성규성격도맘에들고ㅋㅋㅋㅋㅋㅋ사랑해요작가님...♥
11년 전
독자1
헐....정주행하고 왔어여 자까님 요런글 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 전편에 뿌려진 엘얘기도 너무 궁금하네여
작가님 화이팅!!!담편도 화이팅!!!!!기대기대

11년 전
독자2
벌써 담편기대되자나요 아잌아잌♥남우현 성격 왜이리 맘에드는지ㅋㅋㅋㅋ능글능글~~~ㅋㅋㅋ
11년 전
독자4
안녕하세요 감성입니딘 ㅠㅠ 하...성규가 다리가이쁘긴하지요....
11년 전
여래아
앜ㅋㅋㅋ 감성그대!! 지난번에 답댓 꼭 드리구 싶었는데 컴퓨터가 맛이가서 이제서야 답댓 드리네용!ㅎㅎㅎ 성규 다맄ㅋㅋㅋ 네 저보다 예쁠꺼에요 아마;;땀;;;;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0^
11년 전
독자5
....ㅠㅠ 내다리는 무인가?...호원 내다리도뽑을래...?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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