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1768295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연애를 부탁해!

下: 보통연애








징징. 지이잉. 징. 징징. 징징징.

베개 밑에 깔린 핸드폰이 계속 진동했다. 



“아. 전화 좀 받지?”



박지민의 말에 내가 고개를 내저었다. 박지민이 베개로 날 내리쳤다.



“내가 불편하거든?”

“전화 아니에요. 그, 문자에요. 문자.”

“문자면 폰이라도 꺼놓고 있지? 아니면 읽기라도 하던가.”

“……안 읽어도 돼요.”

“나 같으면 궁금해서 읽기라도 하겠다.”



그렇게 말한 박지민이 베개를 내려놨다. 궁금하긴 하지만, 읽으면 안 돼요. 읽으면…… 큰일 나버리니까.



“너 되게 수상해.”

“뭐가요.”

“요 며칠 집에도 안 들어가고 계속 내 침대에만 붙어 있잖아.”

“아. 그러게요. 고마워요.”

“덕분에 난 바닥에서 자고. 내가 아끼던 티셔츠도 니가 입고.”

“……미안요.”

“미안하면 집에 좀 가라.”



미안해도 그건 안 돼요. 내 말에 박지민이 고개를 숙이고 혀를 끌끌 찼다. 이유라도 말해주던가. 그 말에 안 된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안 된다. 이유도 말하면 안 되고, 


징징. 징징징.

문자도 확인하면 안 된다.





* * *





“형. 어디예요?”



핸드폰을 며칠 내내 거의 안 보듯이 했다. 그냥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액정이 나갈 대로 나가버린 핸드폰이라 별 쓸모도 없긴 했다. 이대로 그냥 확 잃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김태형한테서 오는 문자를 궁금해하지 않아도 될 텐데.



-나 지금 가고 있는데.

“얼른……”

“통화 중이었네. 진짜.”



뒤에서 들린 익숙한 목소리에 내 몸이 굳었다. 김태형 목소리다. 당황해서 내가 멍하니 허공만 바라봤다.



“정구기.”

“……”

-여보세요? 야. 점심 뭐 먹을래.

“정국아.”



또박또박 해진 발음에 김태형이 장난치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내가 전화를 내려놨다. 전화를 끊고 나서 고개를 돌려 김태형을 바라봤다. 며칠 만에 마주친 얼굴은, 



“오랜만이네.”

“……”

“목소리 좀 들려주지.”

“……아.”

“목소리를 잃은 인어 공주야?”



여전히 잘생겼다. 분명 말투는 조곤조곤했지만, 그런 말투로 내뱉는 말은 비꼬는 듯한 말이었다.



“……그게. 같은 조 선배랑,”

“변명하는 거야?”

“……같은 조 선배랑 과제. 어. 같은 과라서. 어. 그게, 네. 그래서…… 며칠.”

“아. 방금 전화한 사람도 그 사람이고?”

“……네.”

“같은 과. 같은 조? 알았어.”



그렇게 말한 김태형이 돌아섰다. 한숨 돌렸다. 잘생긴 얼굴을 봐서 그런지 심장이 주체가 되지 않았다. 너무 놀라서 그런가. 아니면 너무 잘생겨서 그런가. 그 뒷모습을 보는데도 여전히 심장이 쿵쾅거렸다. 꼭 간식을 훔치다 걸린 어린아이처럼. 



“아. 맞다.”

“어이. 전정국이.”



왼쪽에서는 내게 손을 흔드는 박지민이, 그리고 오른쪽에서는 방금 돌아선 김태형이 나를 불렀다.



“……”

“아는 사람?”



박지민이 김태형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네. 그 대답에 박지민이 김태형에게 말했다.



“그쪽 먼저 말하세요.”

“그럼 먼저 할게. 밥같이 먹자.”



원래 박지민과 같이 먹기로 한 건데. 김태형의 말에 내가 그 어떠한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한참 정적이 흘렀다.



“싫어? 싫으면 말아. 너 그 조별 과제 언제 끝나는지, 참 궁금하네.”



여전히 가시가 박힌 말이다. 박지민이 돌아서는 김태형을 붙잡았다.



“뭐야.”

“같이 먹어요. 밥. 저 얘랑 같이 조별 과제 해서 점심같이 먹기로 했는데, 그쪽도 같이 먹으면 딱이겠네.”

“……”

“난 상관없는데, 그럼 그렇게 한다? 정국아. 같이 먹는다?”



김태형이 내 앞에서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 말에 김태형이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완전 보고싶었어.”





* * *





혹시 박지민에게 이상한 관계라는 걸. 아니 이상한 관계는 아니고, 어정쩡한, 애매한 관계라는 걸 들키게 될까 봐 조마조마했다. 조마조마하는 날 느낀 건지, 김태형은 더 이상 티를 내지 않았다. 아직 확실한 그런 사이는 아닌데. 그리고, 난…….



“맛있다. 이거. 학식 잘 안 먹는데. 먹어야겠네.”

“어. 우리 학교에요?”

“응.”

“어디 과에요?”



박지민이 김태형에게 물었다. 김태형이 돈가스를 입에 가득 집어넣으며 우물거렸다.



“화학공학.”

“아. 어쩐지 마주치기가 힘들더라.”

“그쪽은?”

“신방과요.”



…….

한참 또 정적이 흘렀다. 박지민한테 김태형과 내 관계를 들키지 않은 건 다행인데, 다른 걸 들켜버렸다. 아까 분명 조별 과제를 하는 같은 과라고 얘기를 했는데. 나는 경영이고 박지민은 신방과고. 


빼도 박도 못하게 거짓말을 한 것을 들켜버렸다. 



“먼저 일어납니다. 전.”

“……”

“어. 왜 그렇게 빨리 먹어요? 아직 다 먹지도 않았잖아요.”

“그냥 속이 좀 안 좋아서. 그리고, 정국아.”



늘 부르는 정구가, 정구기, 꾸가. 하는 발음이 아닌 너무나 정확한 발음. 벌써 두 번째다.



“언제부터 신방과랑 경영과가 같은 과였는지 난 잘 모르겠네.”

“……”

“빠른 시일 내에 얼굴 볼일 또 있었으면 좋겠다.”



그 말은 즉, 집으로 얼른 기어들어오라는 말이다. 김태형이 얄쌍한 다리를 휘적휘적 내저으며 식당을 빠져나갔다.



“무슨 소리야? 신방이랑 경영이랑 합친대? 왜 난 몰랐지.”

“……그런 거 아니에요.”

“뭐야. 그럼 저 사람은 무슨 소리 하는 거래.”



여전히 박지민은 눈치가 없다. 다행이라고 느껴야 하겠지. 아. 어떡해야 돼. 진짜.





* * *





딱 마지막으로 오늘 하루 박지민네 집에서 고민을 하려 했다. 과제를 핑계로. 그러나 며칠 내내 그 집에 붙어있다 보니, 과제는 이미 끝낸지 오래였다. 



‘야. 진짜 재워주고 싶은데. 오늘 하필 엄마가 올라와서.’



박지민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내가 발걸음을 집 쪽으로 돌렸다. 김태형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쿵쾅거렸다.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아. 그냥 노숙할까. 날도 별로 안 추운데.



“어라.”

“……”

“정구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발음이다. 김태형이었다. 오늘로 두 번째 보는 얼굴. 가로등 밑에서 비닐봉지를 든 김태형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 말 잘 알아들었나 보네?”

“……어디 갔다 와요?”

“너야말로.”

“……나 진짜 과제하느라.”

“너 좀 실망이야.”



김태형이 그렇게 말하며 내 손에 봉투를 쥐여줬다. 이거 좀 무겁다. 니가 들어줘. 너무나 당연하게 말한 김태형에 내가 그 봉투를 꽉 쥐었다.



“……”

“똑똑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멍청해.”

“……그게요.”

“거짓말도 똑똑해야 친다던데, 맞는 말이었네.”



김태형의 말에 더 이상 반박할 거리가 없어서 내가 입을 꾹 다물었다.



“누구는 너 엄청 좋아해서 연애하자고 한 줄 알아?”



그 말에 내가 당황스러웠다. 걸음을 멈추고 김태형을 쳐다봤다. 작은 뒤통수가 좌우로 박자를 타듯 흔들린다.



“원래 연애는 그런 거야. 자기도 모르게 하다 보면 감정이 생기는 거야.”

“……”

“연애 좀 부탁하려 했는데. 형 말 지지리도 안 듣지. 코흘리개 시절 때는 잘만 듣더니.”

“……”



합리화다. 이건 합리화야. 그렇게 생각하며 자꾸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스리려고 하지만, 김태형의 말에 그럴 수가 없었다.



“물론, 우리 관계는 리스크가 좀 크지만. 남남에다가, 10년 알고 지낸 사이고.”

“……”

“근데 난 너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 부탁한 건데. 너무해. 진짜.”



김태형이 그렇게 말하고 나를 뒤돌아봤다.



“딱 대답해. 정구가. 나 여기 있을 테니까.”

“……”

“내 부탁 안 들어줄 거면 그냥 여기서 나 지나쳐서 가면 돼. 난 그럼 그 길로 바로 우리 집 갈 거고.”

“……”

“내 부탁 들어줄 거면, 나 여기서 안아줘. 그 자질구레한 봉투 버리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내 손에서 힘이 풀렸다. 봉투가 바닥에 떨어지고, 봉투 속 맥주 캔이 우르르 떨어져 차도로 굴러갔다.



“……”

“나 지금 방금 그거, 긍정으로 받아들여도 돼?”



김태형이 그랬다. 분명. 김태형이 그랬어. 

연애는 하다 보면 감정이 생기는 거라고. 근데, 생각해보면 난 지금 이미 감정이 생겨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예 애초부터 김태형과 연애를 하고 있었을지도 몰라.



“……”

“안아달라니까?”



김태형이 팔을 휘적이며 말했다. 결국 내가 김태형을 끌어안았다.



“와. 나 남자친구 생겼어.”

“……”

“넌 안 기뻐?”

“기뻐요.”

“근데 뭔 반응이 그래. 헤어질까?”



그 말에 내가 김태형 몸이 으스러질 정도로 세게 끌어안았다.



“아뇨.”

“헤어지기 싫지? 그럼 연애하면 돼.”



김태형이 나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 * *





“정구가. 일어났어? 오늘은 정구기가 좋아하는 계란 말이야.”

“형.”

“웅? 밥이 너무 적나? 더 줄까?”



아침에 일어나니 며칠 전과 같은 상황이 데자뷰처럼 앞에 펼쳐졌다. 



“여전하네요.”

“뭐가?”



맛대가리 하나도 없는 계란 말이요. 뒷말은 속으로 삼켰다. 뒤집개를 들고 설치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 애써 맛없는 계란말이를 삼켜냈다.



“아니요. 그냥. 귀엽다고요."

“그치. 누구 애인인데.”

“내 애인이죠.”

“응. 그치.”

“……근데 형.”



내 옆에 앉아 내게 물컵을 건넨 김태형을 불렀다. 웅? 귀여운 소리를 내며 나를 빤히 쳐다본다.



“요리는, 하지 마요.”











FIN.



그렇다죠.. 태형이.. 계란말이... (씁쓸)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봤어요!! 감사합니다!

9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계란말이(아련)... 잘봤어요~!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피어있길바라] 천천히 걷자, 우리 속도에 맞게2
10.22 11: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존재할까
10.14 10: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쉴 땐 쉬자, 생각 없이 쉬자
10.01 16:56 l 작가재민
개미
09.23 12:19
[피어있길바라] 죽기 살기로 희망적이기3
09.19 13:16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가볍게, 깃털처럼 가볍게
09.08 12:13 l 작가재민
너의 여름 _ Episode 1 [BL 웹드라마]5
08.27 20:07 l Tender
[피어있길바라] 마음이 편할 때까지, 평안해질 때까지
07.27 16: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흔들리는 버드나무 잎 같은 마음에게78
07.24 12:2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한 수박을 먹자2
07.21 15:4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은 찰나의 순간에 보이는 것들이야1
07.14 22: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이 필요하면 사랑을2
06.30 14:1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새끼손가락 한 번 걸어주고 마음 편히 푹 쉬다와3
06.27 17:28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일상의 대화 = ♥️
06.25 09: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우리 해 질 녘에 산책 나가자2
06.19 20:5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오늘만은 네 마음을 따라가도 괜찮아1
06.15 15: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상에 너에게 맞는 틈이 있을 거야2
06.13 11:5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바나나 푸딩 한 접시에 네가 웃었으면 좋겠어6
06.11 14:3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잎클로버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자2
06.10 14:2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네가 이 계절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1
06.09 13:15 l 작가재민
[어차피퇴사]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지 말 걸1
06.03 15:25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회사에 오래 버티는 사람의 특징1
05.31 16:3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퇴사할 걸 알면서도 다닐 수 있는 회사2
05.30 16:21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어차피 퇴사할 건데, 입사했습니다
05.29 17:54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혼자 다 해보겠다는 착각2
05.28 12:1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05.27 11:0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출근하면서 울고 싶었어 2
05.25 23:32 l 한도윤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