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봐-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전정국] 이과 왕자님이 날 좋아할 때의 대처법 01 (부제: 제 4인류)
내 삶에 나타나는 인간은 세 분류로 나뉜다.
첫 번째로 다정한 사람. 내가 아는 사람으로 치면 김석진이나 김남준.
두 번째로 차가운 사람. 내가 아는 사람으로 치면 우리 아빠나 오빠.
세 번째로 무관심인 척, 유관심인 사람. 내가 아는 사람으로 치면 민윤기나 정수정.
얼마 전에 18살 고딩 코딱지인 내가, 제 4인류를 발견해버렸다.
네 번째, 전정국. 내가 아는 인류로 분류하자면 싸이코, 또라이, 감성 변태, 싸가지 없고, 자만감에, 표현 과다.
근데 그런 놈이 찝은 애가 왜 하필 나냐고, 세상 씨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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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제발... 한 번만... 내 쫌 살리도!"
"아 미친년이 진짜! 적당히 귀찮게 굴어라; 어?"
배주현이 되도 않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팔을 잡아끌며 몸을 비틀었다. 문제 풀던 샤프로 머리를 툭툭 때리며 욕을 내뱉자 본인도 싫증이 났는지 영 맘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내 몸에서 제 팔을 떼어내고는 책상에 엎으려 우는 시늉을 냈다. 그래, 그대로 자라- 조금만 더 했으면 널 골로 보냈을 거야-하며 인상을 수그렸다. 다시 문제에 집중하며 샤프를 돌리자 쿵 소리와 함께 벌떡 일어나는 배주현에 놀란 가슴을 부여잡으니,
"아 진짜 니 너무한 거 아이가. 거기 민윤기도 온다 캤단 말이야... 니는 씨팔, 내가 1년 동안 민윤기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그럴 수가 있나?"
"아니, 좋아하면 너 혼자 나가. 쓸 데 없이 남자한테 관심 없는 나는 왜 데려가냐고, 소개팅에"
"쪽수 안 맞는다고 5억 번 말하면 알아들을래? 닌 인제 귀에도 살이 찠나?"
인상을 찡그려 딱밤을 때리자 배주현이 흥! 소리를 내며 엎드리더니 막상 몸을 웅크려서 숨이 안 쉬어지는지 코를 킁킁 삼킨다. 배주현을 괴롭히는 저 놈의 비염은 고쳐지지도 않는 건지 내가 서울에서 한참 살고 돌아왔는데도 비염 상태는 유치원 때 모습 그대로 심각하다. 그러니까 나와 배주현의 관계를 정리하자면 태어날 때부터 친구였는데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이사를 가고서도 쭉 연락하다가 서울 적응은 힘들다는 아빠의 뜻을 따라 중학교 3학년 때 다시 대구로 이사와서 징그럽게도 18년 동안 불알친구인 거다. 한참 수다 떨 나이에 서울에 살아서 지금은 사투리가 헷갈리는 게 내 정체성의 흠이다.
여튼,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배주현은 문과 이과 소개팅에 날 끌어들이려는 참이고 난 완강히 거부 중이다. 왜냐고? 난 남자에 관심이 없거든, 1도. 사실 남자에 관심이 없다기 보다는 내 이상형에 충족되는 남자를 본 적이 없다. 지금껏 텔레비전이나 각종 매체로 비춰지는 연예인들을 보며 내 애인이었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도 없었다. 눈이 높은 것도 아닌데 그냥 이상형 충족남이 없다고나 할까. 민윤기를 1년 반 째 동안 죽어라 좋아하는 배주현은, 그런 나를 못마땅해 한다.
"... 김탄손 니 진짜 안 갈 끼가?"
"가면 나한테 뭐 이득이 오냐? 내 이상형에 맞는 애는 18년 동안 본 적이 없어요~ 뻔하다 진짜"
"누가 나올지 니가 우예 아는데? 혹시 아나, 니 이상형 충족남 드디어 나올지"
"..."
"그라고, 굳이 사귀는 거 아니어도 친해지면 이과 애들이 니 수학도 알려주고 그캄 좋지 않겠나? 니 수학만 더 잘해도 성적 확확 오를 낀데"
"자꾸 나 꼬실래?"
은근 넘어올 듯 말 듯하는 내 모습에 재촉하는 듯 배주현이 팔뚝을 찰싹 때리자 열이 많아 아직도 입는 하복 탓에 흰 팔뚝에 핑크빛 자국이 어려있다. 별 관심은 없었지만 혹시-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배주현이 소리를 지르며 티슈곽에서 티슈를 뽑아 날렸고 앞자리에서 자고 있던 정수정은 짜증을 내며 배주현 머리를 툭- 쳤다.
얌전하게 좀 살자,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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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 누구 오는데?"
"민윤기랑, 김석진이랑, 김태형 걔네 무리 온다카든데? 일곱 명이었나..."
"근데 우린 왜 딸랑 세 명이야...?"
배주현의 답에 당황한 내 얼굴을 보던 정수정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곧 올 거라고 안심시킨다. 패션에도 영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라 배주현이 꾸미고 오라고 당부를 했음에도 카페 유리창에 비치는 스키니 진에 컨버스 하이, 흰 크롭티 정도로 코디를 마친 내 모습이 참 웃겼다. 오늘 소개팅 가는 애 맞아?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선 배주현과 정수정을 바라보자 걔넨 역시 영락없이 꾸민 티가 났다. 정수정 옷 잘 입는 건 이미 수학여행과 댄스부 활동 등으로 익히 알려진 사실이긴 한데 늘 검은색 긴 스키니에 흰 티만 입고 다니던 배주현이 핫팬츠에 딱 붙는 골지티를 입고 나오다니. 심지어 늘 고수하던 긴 생머리 끝에는 티날 듯 말 듯하게 웨이브도 넣었다. 반 년 전 쯤에 파마를 했지만 거의 풀려 허리 언저리에서 꼬불거리다 마는 내 머리와 비교되는 것 같아 왠지 모르게 민망해졌다.
정수정이 한숨 쉬는 날 보더니 뭐가 그렇게 귀여운지 볼을 꼬집는다. 아아, 하지 마라- 하는데도 찹쌀떡 같다며 볼을 깨물려는 게 맘에 안 들어 입술을 삐죽 내밀자 이젠 러버덕이라고 놀린다. 내가 포기해야지, 원. 먼저 시킨 음료가 나오자 나는 딸기 스무디를, 배주현은 아이스 초코를, 정수정은 아메리카노를 집어들어 한 모금씩 마셨다. 대충 피키캐스트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배주현이 아이스 초코를 들이키다 말고 내 팔을 급하게 치며 입구 쪽을 가리킨다.
"오오, 온다 온다... 와 미칬다... 민윤기 청자켓 봐라... 탄손아 내 오늘 여기 묻혀도 되제?"
"닥쳐라. 다 들리겠다"
"야아...! 일로 온나!"
어색하게 손을 흔든 배주현의 행동에 가장 키 크고 비율 좋은 남자애가 웃자 옆에 있는 샤방샤방st 꽃미남들이 웃으며 우리가 잡아놓은 자리로 온다. 씨발, 이렇게 잘생긴 애들 있는 줄 알았으면 수학 조금만 더 해서 나도 이과 가는 건데... 하나 같이 말이 안 되는 비주얼에 핸드폰을 떨굴 뻔 했는데 잘 먹게 생긴 남자애가 조심하라며 손을 툭툭 치는 바람에 액정 손상을 막을 수 있었다.
"머고? 느그 셋이 다가? 나머지 애들은 와 안 왔는데?"
"모른다. 걍 놓고 갈래? 지들이 늦은 걸 우야겠노. 언제까지 기다려줘야 되는데?"
"정수정 니는 어째 못 본 사이에 더 세진 것 같다?"
"알면 됐고 ㅋㅋㅋㅋ"
작고 꼬물거릴 것 같이 생긴 남자애를 시작으로 하나 둘씩 자기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복도를 돌아다니며 몇 번 본 것도 같은 얼굴들도 있었는데 학교를 조용히 다니는 편이라 다들 모르는 얼굴이었다. 시끄럽기로 유명한 정호석이랑 배주현이 좋다고 난리치는 민윤기, 잘생긴 걸로 유명한 김태형 빼고는 다 초면이었다.
"내 민윤기고, 10반. 농구부 주장 한다"
"내는 13반 김태형. 오늘 잘 부탁한다 ㅋㅋ"
"댄스부 단장 호석이~ 이과 남신을 맡고 있다고 할 수 있제"
"이과 남신은 내 아이가? 김쓱찌라 한다. 잘 부탁한디"
"남준이라 불러도"
"내는 팍취미니"
박지민의 자기소개를 끝으로 핸드폰만 하는 남자애 하나를 툭치는 김남준이다. '니 소개 안 하나?' 뭘 하는 건지 한참 핸드폰만 만지던 남자애가 입을 연다.
"야 딸기 스무디"
"...나?"
. 나를 부르는 건가. 갑자기 딸기 스무디- 하는 낮은 남자애의 목소리에 다들 놀란 눈치였다. 정수정마저 당황한 눈빛을 보내며 그 애를 바라봤다.
"내 한 입만"
"...아, 어"
얘 뭐야... 당황한 얼굴로 딸기 스무디를 넘겨주자 만족스럽게 웃더니 한 입 가득 삼킨 남자애는 한참 가만히 있다가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11반. 전정국. 축구부 주장"
"이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또라이에 인기 좋은 이과 왕자님 전정국의 소개를 끝으로 이과 소개를 끝내겠습니다~"
뚝뚝 끊어지는 말투에 맥이 추욱 빠졌다. 분위기를 바꾸려는 건지 정호석이 전정국의 소개에 말을 덧붙였고 박지민이 박수를 찹찹 쳐대며 '자 이제 니들도 소개해야제!' 라는 말에 멜로디를 섞어 말했다. 역시, 시끄럽기로 유명한 애들이다. 배주현이 막 소개를 하려는데 늦게 도착한 여자애들 무리가 우리 옆자리로 찰싹 붙는다. 그 네 명도 예쁘장하기로 유명한 애들인데 걔네 마저 옷을 기깔나게 빼입고 와서 난 한 번 더 풀이 죽었다.
맨 끝 자리에 정수정과 코알라 자세로 낑겨 앉은 탓에 난 내 순서를 기다릴 동안 핸드폰만 주구장창 해댔다. 에스엔에스는 카톡만 해서 할 것도 없었지만 봤던 피키캐스트를 또 보며 시간만 죽인 거다. 내 차례가 오는데 14명 중 나 빼고는 전부 다 사투리를 쓰는 바람에 괜히 기가 죽어 말을 꺼내기 힘들어졌다.
"김탄손 니 뭐하노? 말 쫌 하지?"
키도 크고 사납게 생긴 데다가 도는 소문도 좋지 않은 여자애가 날 몰아붙이자 민윤기가 잔뜩 인상을 쓴다. 그 눈빛을 눈치챈 건지 배주현도 그 여자앨 노려봤고 그 애는 뾰루퉁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야가 대구서 태어났는데 서울 살다가 다시 와서 사투리 못 쓰거든. 그것 땜에 수줍어하는 갑다. 쫌만 이해해도. 이름은 김탄손이고 좀 찹아도 이해해라, 야 성격이 원래 이런 걸 우야겠노?"
나 대신 속전속결로 소개를 마친 정수정에게 마음 속으로 환호와 찬사, 박수를 아낌 없이 보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전정국과 귓속말을 주고받던 박지민은 내가 당황스러워할까봐 시끄럽게 웃으며 '오, 가시나 시크하네~'하며 눈웃음을 쳤고 난 그걸 보며 쟤는 어딜 가도 미움은 안 받겠다- 하는 생각으로 남은 딸기 스무디를 원 샷했다. 각자 음료수를 시킨 애들이 나름대로의 짝을 지어 얘기하는 모습을, 난 바라보고만 있었다. 김석진이 날 챙겨주려 애썼지만 워낙 낯을 가리는 탓에 난 본의 아니게 철벽을 치고 있었고 김석진은 다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다른 애들과 어울렸다. 짜식... 고맙다 인마...
내 앞에 앉아 핸드폰만 하는 전정국이 뭐가 좋은 건지 사납게 생긴 여자애를 비롯해서 배주현과 정수정을 뺀 애들은 다른 애들과 얘기하는 도중에도 전정국 얘기를 꺼내며 이 쪽을 흘끗거렸다. 이윽고 사납게 생긴 그 애가 와서 내게 자리 바꾸자는 청을 했고 앞자리가 빈 채로 차라리 다행이란 표정을 짓는 김태형이 내게 이리 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민윤기와 배주현에 이어 김태형도 이 여자애를 별로라고 생각했음이 틀림 없다. 가방을 주섬주섬 메고 소파를 끌며 일어나자,
"어디 가는데;"
"..."
"앉아라"
일진 같은 목소리에 내가 어찌할 줄 몰라 몸을 구부린 상태로 가만히 서있자 여자애가 날 노려보더니 다시 김태형 앞자리로 향한다. 김태형은 날 보며 절규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그 여자애를 보고는 다시 표정을 싹 굳혔다.
정수정이 동상이냐며 앉으라고 내 허벅지를 찰싹 때리자 그 때서야 정신이 들어 나도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전정국은 내가 앉는 걸 확인하더니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리며 손으로는 다 마신 딸기 스무디 통을 집어 들어 내 입술이 닿은 빨대를 쪽쪽 빨아댔다. 내용물이 나올 리 만무하다. 다 마셨으니까. 사실 더 먹고 싶었는데 구석 자리라 밖으로 나가기가 귀찮아서 안 사고 있었는데 그 빈 통을 전정국이 빨 줄이야...
"하나 더 가져온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오천 원 짜리를 건넨 전정국의 목소리에 테이블이 조용해지다가도 다시금 시끄러워졌다. 아니 이 새끼가? 아까 여자애 무안 준 것도 그렇고 인기 많다고 사람 존나 막대하네? 아무리 내가 남자 볼 줄은 몰라도 싸가지와 안 싸가지를 구분할 줄은 안다. 짜증나는 마음에 테이블 구석에 놓여진 오천 원을 전정국 쪽으로 밀어냈다.
"야"
"뭐"
"먹고 싶으면 니가 시켜, 남 시키지 말고"
배주현이 날 보며 대박이라며 코웃음을 쳤고 정수정도 내 머리를 헝클이며 '내 새끼 많이 컸네? 서울에서 아들은 다 이리 찹나?' 하며 장난을 쳤다. 전정국이 오천 원 짜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쓱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카운터로 갈 채비를 하며 내게 묻는다.
"니 시킬라꼬 돈 준 건 아인데"
"그게 아니면 뭔데"
"니 맛있게 묵길래 더 쳐무라고 준 긴데 이래 튕길 줄 몰랐제ㅋㅋㅋㅋ"
정호석과 박지민에 김남준까지 합세해 테이블을 쿵쿵 쳐댔다.
"자아 자, 여러분! 오늘의 명대사가 나왔습니다!"
"점마 저런 말하는 거 처음 봤는데?"
"완전 츤데레네 츤데레. 김탄손 니 좋겠네?"
당황한 얼굴로 배주현을 바라보자 배주현이 윙크를 날렸다. 미친년, 쓸 데 없이 애교질이다. 저거에 안 넘어가는 민윤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 쯤 전정국이 스무디를 들고 돌아왔다. 쿵- 소리가 나게 내 앞에 올려놓고는 다시 핸드폰 게임을 하는 모습이 확실히 싸가지 없으면서도 싸가지 없고, 싸가지가 없는데 싸가지도 없다.
표현 방식이 왜 저런지 원. 그냥 하나 더 마시라면서 돈 주면 되는 거지... 그래도 이왕 사준 건데 잘 마시겠다고 고마움 정도는 표시하고 딸기 스무디를 집어들어 노란색 빨대로 쪽쪽 빨아마셨다. 방금 나와서 그런지 차가워서 머리가 찢어지는 줄 알았다. 으으- 하면서 머리를 부여잡으며 눈을 꿈뻑 감았다 뜨니 전정국이 핸드폰 게임을 안 하고 날 보고 있었다. 사람 뚫릴 것 같은 표정이다. 당황한 기색을 숨기며 김남준을 바라보자 김남준이 웃으며 테이블 중간을 탁탁 쳤다.
"슬슬 나가서 놀래?"
"노래방 가자 노래방!"
"내는 게임하고 싶은데"
"빙시들. 멀티방 가면 되제"
"오오, 니 똑똑하네?"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서며 가방을 둘러메는데 전정국은 또 못 듣고 폰을 잡은 채 계속 자리에 앉아 게임만 한다. 별 생각 없이 일어나서 정수정에게 팔짱을 끼는데 전정국이 하는 말이 참 가관이다.
"내랑 탄손이는 여기 좀만 있다 갈게"
"너랑 내가 여기 왜 있어"
"니가 손에 들고 있는 그거 누가 사준 거?"
"사악한 놈아"
전정국의 말은 왠지 들어야 할 것 같은 포스가 있다. 뭣 같긴 한데 그냥 자리에 앉아서 한숨을 푹 쉬었다. 남자애들이 전정국을 말리고 함께 데려갈 줄 알았는데 설상가상으로 김석진이 분위기를 급 마무리시키며 카톡으로 장소를 보내겠다는 말과 함께 무리를 인솔시켜 카페를 나섰다. 저 새끼가 전정국이랑 뭐 짰다에 내 손목을 걸지.
"너랑 나랑 여기 남아서 뭐 할 것도 없잖아"
"없긴 뭐가. 얼굴 보면 되제"
"으, 뭐래 진짜. 첫 만남에 멘트가 너무 과하다고 생각 안 하냐?"
"어, 안 하는데"
전정국이 대답을 마치곤 게임을 멈추더니 딸기 스무디를 앗아가 쪽쪽 빨아먹었다. 내가 한참 마셔서 틴트 묻은 빨대인데 뭐가 그리 좋은지 생글생글 웃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서울 아들은 이래 찹나?"
"... 나 대구에서 태어났거든"
"서울 살다 왔다 카든데, 정수정이"
"여기서 태어났다가 잠깐 서울 살다 왔는데. 말은 좀 제대로 듣지 그랬냐"
"서울 대구 혼혈이라 치고,"
"혼혈은 무슨 개소ㄹ..."
"니 쫌 귀엽다, 튕기는 거"
내가 튕긴다고? 얌마, 난 튕기는 게 아니라 싸가지 없고 제대로 된 표현 방식 모르는 니가 재수 없을 뿐이야. 혼자 멋대로 튕기는 거라 착각하지 마... 속으로 말을 꾹꾹 담고 한숨을 쉬는데 정수정 번호로 문자가 띠링- 온다.
[내 박지민인데 정구기가 니 좋단다 - 증수증]
[대충 놀고 사거리 방탄 멀티로 오셈 ㅇㅇ- 증수증]
어, 니가 말 안 해도 알 것 같아, 지민아...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는데 막상 소식을 접하니 좀 당황스러웠다. 날 왜 좋아하지, 나도 남자 대할 줄을 몰라서 한 싸가지 하는데... 애꿎은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데 전정국이 뜬금없이 내 볼을 쿡 찌른다. 뭐지, 싶어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니 다른 쪽 볼도 한 번 더 찌른다. 눈썹을 치켜세우자 재밌는지 볼과 목, 이마 등 눈에 보이는 살은 다 한 번씩 찔러보는 전정국이 변태 같다고 생각하며 손을 걷어치웠다.
"뭐 하냐..."
"가시나야"
"왜"
"내 싫제?"
"... 잘 아네"
"내 싸가지 없제?"
"어"
"매너 없제?"
"어"
"노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안다"
"알면서 왜 이래. 나 애들이랑 놀고 싶어"
그런 말을 나눌 때까지만 해도 난 내가 전정국을 평생 싫어할 줄로만 알았다.
"월요일부터 학교 같이 갈래?"
"... 애들이 대충 얘기 끝나면 사거리 방탄 멀티방으로 오래"
"월요일부터 학교 같이 갈래?"
"...야, 이제 애들한테 가ㅈ..."
"월요일부터 학교 같이 갈래?"
"... 하이고, 그러든가"
"귀엽다 진짜. 내 따라온나"
대답 한 번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잘 따라오라는 말을 남기는 전정국의 또라이 같은 성격에 감동했다. 이런 미친놈은 처음 보네, 진짜. 학교 같이 가자는 말에 당황하긴 했는데 뜬금없고 어이없고 당황스러운 그 말이 한 순간에 내 마음을 녹일 줄은 몰랐지, 정말.
전정국을 따라나서는데 느린 내 발걸음에 속도를 맞추며 걷는 얼굴을 언뜻 보니 꽤 잘생긴 것도 같았다. 내 이상형은 분명 이런 싸가지 없는 애가 아닌데, 어떻게 된 건지 난생 처음 끌리는 애가 이 따위야... 횡단보도 신호에 걸려서 가만히 서있는데 낮이라 그런지 해가 셌다.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입술을 댓발 내미는데 전정국이 긴 손가락으로 입술을 툭툭- 치며 날 부른다.
"쌀떡아"
"... 설마 그 소름돋는 애칭 내 거냐"
"말투도 어쩜 쌀떡 같이 새하얄 수가 있제? 내 얼어붙겠다"
...미친놈. 진짜 미친놈. 도대체 이런 애가 왜 이과 왕자님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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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영, 안녕하세영입니다.
첫 작품으로 찾아뵙게 되어 아주 많이 영광이네요.
재미 없을지라도 끝까지 버티고 읽어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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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케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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