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1 # 형이 미안해 |
" 니하오. "
10년만에 다시 건넨 태환의 첫인사였다.
쑨양은 10년전 그날처럼 잠시 그의 인사에 멍하니 있다가, 이내 그가 무안하지않도록 빙그레 웃으며 손을 들어서 맞인사를 해주었다.
" ‥你好(안녕), 형. "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서 태환은 문득 자신이 울었다는 사실에 급속도로 창피해졌다. 그는 그 날로부터 10살이나 더 먹은 18살이였고, 누가봐도 다 큰 남자였다. 무안함에 뺨을 긁적이며 고개를 숙였고 쑨양은 그의 귀가 점점 발갛게 달아오르는걸 발견했다.
" [못 본사이에 수줍음이 늘었네, 형.] "
쑨양의 목소리에도 태환은 쉽사리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남자체면에 남자 앞에서, 그거도 자신보다 어린 동생 앞에서 눈물을 보였으니 자존심도 상해버렸다. 쑨양은 그런 태환의 어깨를 두어번 토닥여주었다. 그제야 태환은 고개를 들어 쑨양을 바라보았다. 쑨양은 태환의 기억속에서도 키가 또래에 맞지않게 큰 아이였다. 역시나 태환도 큰 키에 속한 편이였지만, 지금은 그런 태환의 키가 무색하게도 쑨양은 너무 컸다.
" 조금 "
쑨양은 어눌한 발음으로 대답을 했다. 태환은 뭔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릴때처럼 마냥 그냥 같이 뛰어놀기에는 너무나 커버린 둘이였기에 대화를 해야만 했기때문이다. 쑨양은 한국어를 알아들을 수 는 있으나, 말을 하는게 부족했다. 태환은 알아듣는거 만으로도 감지덕지했다. 자신은 중국어를 전혀 못했기때문이다.
쑨양은 손목 시계를 힐끗 봤다가 태환의 팔을 잡아당겼다. 태환은 어어, 어? 하며 당겨졌고 이내 옆자리에 서서 나란히 걸었다. 가는 동안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 어색한 침묵을 깬것은 태환이였다.
" 너 16살 아니야? "
" 수영 배워. 중학교 아니야, 형 학교 좋다고 했어. "
쑨양의 어눌한 발음과 더불어 이어지지않는 단어들은 태환을 혼란스럽게 했다. 미간을 찌푸린채 쑨양의 말을 천천히 해석했다.
" 근데 혼자 나온거야? 부모님은? "
" 혼자서 한국 왔어? "
쑨양은 그 질문에는 못 알아듣겠다며 대답하지않았다. 분명 표정은 알아들은 듯 하였으나 태환은 더 묻지않았다. 학교 주변에 오자 같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보였고, 태환의 친구들도 하나둘씩 보였다. 그들을 보며 태환은 환하게 웃었고 손을 붕붕 흔들었다. 친구들 역시 다가와서 태환에게 장난을 치고 가는둥 친근함을 보였다. 쑨양은 그런 태환의 옆에서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기만 했다.
옆에있던 쑨양의 존재를 처음 물은것은 태환의 친한 친구였다. 태환은 문득 시선을 돌리며 쑨양을 봤고, 시선을 도로록 굴리다가 뺨을 긁적였다.
" 교무실 "
" 어? 아아! 교무실 여기 1층으로 들어가서 왼쪽으로 쭉가면 있어. "
그리고 쑨양은 태환이 서운하리만치 인사도 없이 돌아서서 가르쳐준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버렸다. 태환은 잠시 눈을 꿈뻑이며 그자리에 서서 쑨양의 등만 바라보고 있었다. 안오고 뭐하냐는 친구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교실로 올라갔지만, 계속 쑨양의 뒷모습이 눈에 밟혔다. 교실로 들어가자말자 혈기왕성한 남자아이들은 날아다닐듯 뛰어놀았다. 교실을 운동장 삼아 축구를 하거나, 농구를 하거나‥. 태환은 그런 익숙한 풍경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공들을 피해 자리에 앉았다. 간밤에 악몽 아닌 악몽으로 피로했던 태환은 기지개를 쭈욱 켜며, 잠시 잊었던 쑨양을 떠올렸다.
‘ 나는 국가대표라 우리 학교 수영부랑은 다른 코치님이랑 훈련하는데‥. ’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밀려오는 졸음에 태환은 그대로 고개를 책상에 파묻으며 눈을 내려감았다. 시끄러운 교실 소리가 귓가에 웅웅 울리더니 이윽고 소리는 사라져갔고 깊은 잠에 빠졌다. 그렇게 잠든 태환을 깨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태환이 무심결에 눈을 번쩍뜨며 헉.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들었을때는 아이들은 교실에 아무도 없었다. 눈을 꿈뻑거리며 당황해하던 태환은 손목에 시계를 확인했다.
" 아, 점심‥. 뭐 점심? 4교시 내내 잔건가?! "
태환은 식겁을 하며 제 얼굴을 붙잡고 끄아아악 거리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낯설지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형 잘잔다. "
태환은 움찔하고는 얼굴을 감싸던 손을 휙내리고 고개를 돌렸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채 있던 쑨양은 이어폰을 빼내며 태환을 바라봤다. 태환은 아침처럼 어버버버 거리며 말을 잇지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머리속이 정리가 안되는 태환은 계속 벙찐채 태환을 바라봤고, 쑨양은 고개를 기우리며 그를 보다가 긴 손가락으로 그의 미간을 꾸욱 눌렀다뗐다. 태환은 눈을 깜빡이며 이마를 쓸어내렸다.
" 너 우리 반이야? "
" 그치만 넌 1학년에... "
" 어차피 아니니까, "
" 그래, 넌 어차피 16살이니까 1학년도 아니지..가 아니라 니 맘대로 되는거야? "
쑨양은 다시 한번더 자신이 배고프다는 것을 말했고, 태환은 계속 맘대로 해도 되냐고 물었지만 쑨양은 배고프다는 말만 했다. 태환은 결국 아, 알았어.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찌푸둥한 허리를 풀었다. 급식실에 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늦었다. 매점에 가서 빵이나 사먹어야 겠다 생각하고 매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 쑨양, 그 후로도 계속 수영했어? "
" 응 "
" 너 수영 싫어했잖아 "
" 수영이 좋아진거야? "
태환은 바나나우유를 쪼옥 들이키다가 커억, 하며 그대로 뱉어냈다. 쑨양은 몸을 멀찌감치 기우리며 그런 태환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봤다. 뭐, 뭐! 라며 태환은 손으로 허겁지겁 입가를 닦아냈다.
" 왜? "
" 아니 그, 그게 그러니까‥ "
쑨양은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태환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늘어뜨렸다. 태환은 말을 더듬으며 음.. 거리다가 에이씨. 라고 외치며 자신이 반쯤 먹은 빵을 쑨양의 입에 쑥 밀어넣어버렸다. 쑨양은 고개를 기우렸지만 태환이 빨랐고 입가에 빵가루를 묻히며 빵은 쑨양의 입안에 쳐박혔다.
" 니가 이상한 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
" 좋아하는거? "
" 그, 그래 그거. "
" 태환형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한다. 이상해? "
잠시 태환은 바나나우유만 의미없이 쪼옥 하고 빨아들이다가 고개를 돌려서 쑨양을 봤다. 쑨양은 태환이 쑤셔넣은 빵도 맛있게 먹고 있었다. 한쪽 눈썹을 꿈틀인 태환은 그대로 팔을 뻗어 빵을 손에 쥐고 먹던 쑨양의 팔을 팍쳐서 다시 한번 빵을 입에 쳐박았다. 쑨양은 이번엔 켁켁거리며 가슴팍을 쳤고 우유를 급하게 마셨다.
" 아까는 그렇게 말안했잖아, 임마! "
" 태환형, 괴롭힌다 쑨양! "
쑨양은 억울하다는듯 입꼬리를 잔뜩 늘어뜨린채 툴툴거렸다. 그런 쑨양을 보며 태환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쑨양은 태환이 수영을 좋아하기때문에, 자신도 수영을 좋아하게 됐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였다. 뒤늦게 뜻을 알아차린 태환은 뭔가 자신의 바보짓에 한심해져서 괜히 쑨양에게 분풀이를 한것이였다. 태환은 미안하다며 교복에 떨어진 빵가루를 털어주었다.
쑨양은 다시 빵을 우물거리며 태환을 바라봤고, 바나나우유도 다 마신 태환은 빈 곿을 내려놓으며 눈을 감고 고개를 들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 쑨양, 약속은 지킨다. "
사실 태환은 어릴적 쑨양이 했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저 쑨양이 중국으로 돌아가기 싫어서 울었던거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 그 어릴적의 일들은 거의 기억에 남아있지도 않았다. 어렴풋이 모든게 기억날듯 말듯한 상태였다.
" 조금, 어려워 한국어 "
" 중국어도 어려워 "
" 싫어, 나는 외국어가 제일 싫어!! "
태환은 귀를 막은채 고개를 연신 도리도리 거렸고, 쑨양은 옆에서 부루퉁한 얼굴로 빵을 마저먹었다. 그리고는 중국어로 뭐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태환은 힐끗 그를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 하, 하지말라니까.. "
" [형은 말이지, 어릴때는 내가 하는 말 곧 잘 따라 해놓고 왜 중국어가 배우기 싫다는거야? 배우면 좋잖아.] "
" 야‥ "
" [치사해, 나만 한국어 열심히 공부하고, 형은 겨우 인사하나만 할 줄 알고! 이건 불공평해.] "
" 아니, 이자식이? "
태환은 쑨양의 멱살을 잡고 짤짤짤 흔들어댔다. 쑨양은 키득거리며 그런 태환의 손을 뿌리치지않은채 이리저리 흔들렸다. 한참 그렇게 투닥거리던 태환은 문득 멈추고 푸흐흐하고 소리내어 웃었다. 그런 태환의 모습에 쑨양은 눈을 꿈뻑이며 그를 바라봤다.
" 친구였어 쭉. "
" 알아알아. "
" 쭉 친구야. "
" 게이가 뭐야? "
" 야! 짱깨! "
" 짱깨는 짱깨 말로 해야 알아듣나? 니취팔러마~? "
그리고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면서 재밌다는듯 떠들어댔다. 태환은 화가나서 잡고있던 교실문을 더 꽈악 쥐었고 발끈하며 고개를 돌리는데 쑨양이 고개를 들고 그들을 바라보고있었다. 쑨양의 표정은 이도저도 아닌 무표정이였다. 뭘보냐며 자신이 아는 중국어를 다 해대는 아이들을 응시하던 쑨양은 그자리에서 딱 한마디했다.
아이들은 그자리에 벙쪄서 모두 일동 정지했다. 생각지못한 영어에 태환 역시 벙쪄서 그를 보고 있었다. 그 말에 애들은 더 열이 오른듯 거친 말을 내뱉으며 쑨양에게 점점 다가왔다, 그런 아이를 쑨양은 팔을 뻗어 머리를 꾸욱 눌러 자신에게 못다가 오게했고, 그 아이는 팔을 이리저리 휘둘렀지만 쑨양에게 닿지않았다.
" Go and get lost. You suck like hell. (꺼져, 재수없으니까.) "
일단 키에 밀린 애들은 씩씩거리며 계속 날뛰었지만, 이내 지나가던 선생님에 의해 중제되고 멀어졌다. 선생님은 외국인인 쑨양에게 먼저 와서 괜찮냐며, 어디 다친데는 없냐고 물었다. 쑨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선생님의 팔을 뿌리치고 내 어깨를 꾹 잡은채 교실 안으로 나를 밀어넣었다. 자리에 앉고나서야 나는 쑨양에게 말을 붙일 수 있었다. 물론 멈춰있던 아이들도 다시 뛰어놀기 시작했다.
" 쑨양 싫다. 애들 나쁘다. "
그런 쑨양을 보다가 문득, 그 아이들이 같은 한국인이라는게 창피해지고 쑨양에게 갑자기 내가 미안해졌다. 입술을 잘근 깨물다가 한숨을 쉬며 쑨양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 미안. "
" [그걸 왜 형이 사과해, 저 녀석들이 머리가 빈건데. 형은 잘못한거 없어.] "
태환은 쑨양의 얼굴을 꾹 밀어내버리고 하품을 하며 다음 수업시간을 준비했다. 쑨양은 얼굴을 가로저으며 털고, 다시 엎드린채 그런 태환을 지그시 보고있었다. 태환이 뭘보냐며 너도 얼른 책펴고 준비해. 라고 하기 전까지 계속 쭉 그렇게 태환만 바라보고 있었다.
.
" 으아아앙! "
키가 큰 아이는 시선을 돌려서 샤워실에서 나온 아이를 바라보았고, 이내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얼굴이 있는 힘껏 일그러지더니 엉엉 울기시작했다. 아이는 다가가서 쑨양을 안아주며 토닥였다.
" 형, 형‥. "
어린 쑨양은 그렇게 어린 태환의 어깨에 기대 엉엉 울었다. 사건의 전말을 알아보니, 그 아이가 먼저 한국말을 모르는 쑨양에게 까불거리며 시비를 걸었고, 참고 참던 쑨양은 결국 터져버렸고 그렇게 싸움이 시작된것이였다. 선생님께서는 둘다 사과를 하라고 했지만 옷을 갈아입은 태환은 가만히 있다가 발끈하며 선생님 앞에 섰다.
" 쑨양은 잘 못 없어요! 제가 잘 못 한거야! "
선생님은 태환을 말리며 너는 가만히 있으라 했지만, 그럴수록 태환은 더 격렬하게 반항했다.
" 너 사과해! 니가 바보야! 멍청아! 친구를 놀리는건 제일 나쁜거랬어! 바보 멍청이 똥개야!!! "
태환은 정말 화가난듯 선생님의 제지에도 선생님을 밀어버리며 그 아이를 향해 삿대질을 하고, 나름대로의 욕(?)을 내뱉었다. 그 말을 듣고있던 아이는 어버버 거리다가 결국 다시 울음을 터뜨렸고, 그러거나 말거나 태환은 계속해서 왜 우냐고 사과하라고 얼른 사과하라고 다그쳤다. 선생님은 결국 태환을 잡아당기며 데리고 나가서 무릎을 꿇이고 손을 들게했다. 태환은 씩씩거리며 손을 들고있었다. 나중에 그 아이는 결국 쑨양에게 사과를 했고, 쑨양은 듣는둥 마는둥하며 옷을 입고 벌을 서고 있는 태환에게 달려갔다. 태환은 아직도 화가난 상태였고 입가가 발갛게 퉁퉁부운 쑨양을 보더니 이내 미간이 일그러졌다.
" 형? "
" 미안해, 미안해. 형이 지켜줘야하는 거랬는데, 엄마가 그랬는데 형이 미안해. "
" [울지마, 형이 우는거 싫어.] "
" 내가 다음에 걔 꼭 발로 차버릴거야. "
" [나는 태환형만 있으면 돼. 형이 제일 좋아.] "
" 쑨양 너 아무도 못 괴롭히게 해줄게! "
" [엄마, 나 수영 계속 할까?] "
쑨양은 그렇게 어머니의 품안에서 말을 끝내지 못한채 잠이들었다. 어린 태환 역시, 눈이 퉁퉁 부어서 집에가서 엄마에게 태권도를 배우겠다며 난리를 치다가, 왜 이러냐며 완강하게 반대하는 엄마의 말에 지쳐서 옷도 갈아입지 못한채 거실에 뻗어서 잠이들어버렸다.
" 수업 준비하라니까 자꾸 나보면서 웃잖아. 내 얼굴에 뭐 문제있어? "
" [이젠 형이 미안해 하지않아도 돼, 나는 괜찮으니까. 그러니까 미안하다는 말 하지마.] "
흐흐흐 하고 웃던 쑨양은 변태같다며 태환에게 꿀밤을 맞고서, 일어나서 책을 꺼내 수업을 준비했다. 그 어린 시절 한국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놀림받던 쑨양은 어느새 훌쩍 자라서 한국어로 욕하는 사람들에게 영어로 되려 반박 할 수 있을만큼 성장했다. 그에 반해, 태환은 여전히 친한동생이 욕먹는거에 대해서 미안함을 느낄정도로 변하지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분에 못이겨서 어릴때처럼 울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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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블라 " -한국어
" [블라블라] " -중국어
팊.
어헝 ㅠㅜ 안녕하세요 또 폭발적인 댓글에 감동 먹고 얼른 다시 왔어요!
브금을 ㅋㅋㅋ 런던때부터 넣고싶었는데 방법을 몰라서 구경만 하다가
방법을 듣고 허탈함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프더라구요....^-T.....
이제 매번 새로운 브금으로 찾아뵐게요 헿ㅎㅎㅎ 아 브금 넣으니까 뿌듯하네욬ㅋㅋㅋ
재밌게 읽어주세요! 여러분의 응원은 팊을 춤추게 합니다!! 아이 씐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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