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4 #횡단보도 |
그런 쑨양의 환한 미소를 보며 왠지 아들이 하나 더 생긴거 같아, 흐뭇한 어머니였다. 물론 태환도 그가 맛있게 먹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제 밥그릇을 깨끗히 비워갔다.
by.팊
식사를 끝낸 우리는 거실에 앉아 엄마가 가져다준 과일과 주스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확히는 엄마와 쑨양 둘만의 대화였지만‥, 나는 그냥 옆에 앉아서 잠자코 두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 괜찮다‥요? "
쑨양은 한국어의 존댓말과 반말표현을 어려워하고 제일 헷갈려했었다. 평소 학교에선 친구들과 이야기하다보니 반말을 썼는데 아무래도 존댓말을 써야하는 상황이 오다보니 말을 할때마다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는게 눈에 띄게보였다. 그런 쑨양을보며 엄마는 괜찮다고 편하게 말하라 했지만, 쑨양은 계속해서 정신을 집중했다.
" 그럼 한국에선 얼마나 있는거니? "
쑨양은 사과를 한입 베어물고 오물거리다가 시선을 굴렸고 잠시 생각하는듯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나도 그게 항상 궁금했는데, 묻는걸 깜빡해서 여지껏 물은적이 없었다. 그래서 쑨양의 입만 바라보며 나올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쑨양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애매했다.
묵묵히 대화를 들으며 과일만 축내던 나는 콜록거리며 주스를 들이켰다. 애매하게 오래 안있는다던 그는 웃는 얼굴로 통계적인 대답을 한달정도 라고 했다. 시선을 들어 쑨양을 바라봤다. 쑨양은 여전히 미소를 띈채 콜록거리는 나를 보고있었고, 아마 내 표정은 기침이 올라와 얼굴이 벌겋게 돼 가관일거 같았지만 그게 중요하진않았다.
" 뭐야? 그럼 이제 중국 다시 가는거야? "
" 왜 말 안했어? "
" 아, 부모님이 공부 중요해. "
폭포수 같은 내 질문세례를 끊은건 엄마였다. 엄마는 그만 하라며 내 등짝을 아프게 때렸고, 왜 때리냐며 나는 인상을 쓴채 엄마를 봤다. 엄마는 갑자기 그렇게 질문을 퍼부으면 쑨양에게 실례라면서 시끄럽다고 또 어깨를 꼬집어댔다. 아프다고 그만하라고 몸을 베베꼬고 있으니, 푸흐흐 하는 쑨양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 쑨양 괜찮아요 "
그렇게 엄마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더니 빨래를 널러가버렸다. 나는 입술을 삐죽내민채 엄마를 보고 있다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끄덕인 쑨양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 뒤를 따라 함께 방에 들어왔다. 쑨양은 내 방에 들어오자말자 다시 한번더 방안을 둘러보며 구경하는듯 했다. 그리고 책장 앞에서서 책들을 쭉 훑어보다가 많은 피규어들 앞에 멈췄다.
" 인형이랑은 다르지. "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뿌듯한 얼굴로 자랑을 해댔다. 쑨양은 내 피규어들을 빤히 보다가 자신은 이런거 말고 인형들을 좋아한다고 말해왔다. 참‥ 안어울리는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했지만 말을 하진않았다. 의자에 풀썩 주저앉아서 쑨양을 바라봤다. 쑨양은 피규어만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이내 내 책장에서 만화책 하나를 뽑아서 침대에 풀썩 누웠다. 나한테도 아슬한 침대였으니, 쑨양이 눕자 발이 툭 튀어나오는건 당연지사였다.
만화책을 의미없이 빠르게 넘기던 쑨양은 내 질문이 끝나자 탁하고 책을 접더니 침대에서 일어나 양반다리를 한채 앉았다. 그리고 만화책을 자기 옆에 내려놓으며 지그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괜시리 민망해져 뺨을 긁적이며 시선을 내렸다.
그 질문에 나는 어? 하면서 다시 고개를 들었고, 쑨양은 흔들림 없이 나를 빤히 보고있었다. 나는 그렇게 또 시선을 피했다.
" 나, 가는거 싫어? "
" ‥ 아니, 그게 싫다기보다 "
" 그러면? "
" 아니, 그냥 좀‥ 갑자기 그러니까 그냥 음‥ 아, 몰라 나 화장실! "
" 엄마, 쑨양은? "
" 아까 방금 나갔는데? "
" 뭐?! 나한테 인사도 없이?! "
" 시간이 늦어서 가봐야겠다고 인사하고 갔는데? 너한테도 말 한줄 알았지. "
" 아 무슨소리야, 나 화장실에 있었구만. 이게 하늘같은 형님을 무시하고?! "
" 야! 쑨양! 쑨양! "
" 쑨양! 야! 아, 죽겠네‥ 양양!! 양양!!! "
자기 이름은 못듣고 어릴적 내가 그리도 부르던 " 양양 "을 들은 쑨양은 그제서야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너 그렇게 홀랑가버리냐, 라고 소리치려던 나는 뭔가 갑작스레 느껴지는 밝은 빛에 시야가 가렸다. 쑨양의 얼굴이 보이지않는다.
" 쑨양‥? "
쿵! 하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고 아무소리도 안들렸다. 뭐지? 뭐야? 라고 생각하며 가려진 시야가 다시 돌아왔을때 내 눈에 보인건 쑨양의 신발이였다. 어라? 멍하니 있던 내 시야에 쑨양의 신발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 형! "
그리고 또 눈에 띈 돌고래인형. 언제 폰에서 떨어진건지 인형만 덩그러니 내 시선 앞에 굴러다녔다. 고개를 들고 돌고래인형을 줍고싶은데 이번엔 어둠에 시야가 가려졌다. 그렇게 쑨양의 신발이 보이지 않을 무렵 나는 누군가 나를 끌어안는걸 느낄 수 있었다. 커다란 손이 쑨양 같았다. 쑨양인가? 확인하고 싶었지만 잠이 몰려왔다. 움직이지않는 몸, 무거운 눈꺼풀, 들리지않는 소리, 느껴지지않는 감각‥ 아마도 나는 사고가 난거같았다.
어렴풋이 쑨양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달래줘야하는데 달래 줄 수 가 없었다. 내가 달래주지 않으면 계속 저럴텐데‥. 나는 그렇게 홀로 덩그러니 굴러다니는 아주 작은 돌고래인형을 뒤로 한채, 쑨양을 다시 만났던 이 사거리의 횡단보도에서 무거운 눈꺼풀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렇게 정신을 놓아버렸다.
" [형! 괜찮아?] "
수영장을 향해 뛰어가던 어린 아이는 돌부리에 걸려 엄청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 뒤를 따르던 아이는 깜짝 놀래서 한달음에 달려가 엎어져있는 아이의 어깨를 잡으며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힘겹게 고개를 든 아이는 끙 거리는 앓는 소리를 냈다.
" [형, 피나! 엄청 많이!] "
" 으으‥ "
턱이 쓸리고, 팔이 쓸리고, 무릎이며 정강이 어디하나 피가 안나는 곳이 없었다. 어린 쑨양은 피가 난다며 자신이 울상이 되어서 어쩌냐고 펄펄 날뛰며 울먹였다. 정작 그렇게 다친 태환은 입술을 앙 대문채 주먹을 꼭 쥐고 바들바들 떨기면 할 뿐 울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에 태환은 아프면 참는 버릇이 있었다.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이 될만큼 힘을 주면서 터져나오는 울음을 그렇게 꾹꾹 눌러참았다.
" 괜찮아, 나 괜찮아 양양. "
결국 쑨양은 울음을 터뜨려버렸고, 쑨양의 울음 소리를 들은 코치님이 밖에 나오며 사건은 해결됐다. 태환은 코치님에게 안겨서 수영장 응급실로 들어갔고 우선 흐르는 피 부터 닦아냈다. 코치님은 아플거야 울어도돼. 라고 했지만 이번에도 어린 태환은 주먹을 꽉 쥔채 바들바들 떨면서 울음을 참았다. 쑨양은 그런 태환을 보며 여전히 엉엉 울고 있었다.
계속 엉엉 우는 쑨양을 바라보던 태환은 한숨을 폭 쉬며 손을 뻗어 눈물을 꾹꾹 닦아주었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알사탕을 하나 꺼내 쑨양의 입에 쏙 넣어주었다. 쑨양은 울다가 입에 들어온 사탕의 달콤함에 움찔이고는 이내 그냥 훌쩍거릴 정도로 나아졌다.
태환은 그런 쑨양을 보며 양쪽 입꼬리에 손을 가져다댄채 방긋 웃어보였다. 쑨양은 그런 태환을 보며 왠지 모르게 울컥 올라오는 느낌에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태환은 당황해서 입술을 삐죽거리며 혹시 쑨양도 다쳤나 싶어서 여기저기 살펴봤지만 쑨양은 멀쩡했다.
" 태환아, 오늘은 수영하지말고 반창고 붙이고 쉬자. "
" 너 이렇게 다쳐서 물에 들어가면 아파 "
" 안아파요 나 수영 할 수 있어요! "
라며 벌떡 일어난 태환은 무릎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통증에 아! 하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런 태환을 본 코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다시 들어올려 의자에 앉혔고 그럼 쑨양이랑 수업 끝나고 어머님이 오실때까지 여기에서 있으라고 했다. 태환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형 안아파?] "
" 괜찮아 괜찮아! "
태환은 쑨양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쑨양은 눈물을 훌쩍이며 입술을 삐죽이다가 겨우 작게 웃었다. 잠시후 악을 쓰며 참느라 지쳤던건지 태환은 쑨양의 옆에 기대서 잠이 들어버렸다. 쑨양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가만히 그런 태환을 보고 있다가 자신의 여린 무릎 위로 작은 태환을 살짝 눕혔다. 우응, 거리며 건들린 상처가 따가운지 인상을 쓰자 쑨양은 흠칫 놀래며 자신이 아플때 어머니가 그래줬듯 태환의 머리를 연신 쓸어줬다. 이내 태환은 다시 곤히 잠이들었다.
" [형이 나 애들이 못놀리게 지켜준거처럼, 나도 아빠처럼 엄청 커져서 다음번엔 내가 형 지켜줄게.] "
쑨양은 혹시나 태환이 깰까봐 작게, 아주 작게 속삭였다.
" [그러니까 나중에 누가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 내가 다 혼내줄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아프면 안돼.] "
태환은 그날 결국 어머니의 등에 업혀서 가면서도 잠에서 깨지않았고, 깊게 잠이든 태환을 보며 쑨양은 혹시 많이 아파서 못 일어나는줄 알고 또 그렇게 울었다. 집에서도 밤새 울어대서 결국 쑨양의 어머니가 태환의 집에 전화를 걸어 이제 괜찮냐고 물어봤고, 아까 좀전에 깨어나서 밥도 먹고 지금은 TV보면서 놀고 있다는 말을 들은 후에야 쑨양은 울음을 그치고 지쳐서 쓰러지듯 잠이 들 수 있었다. 그 날 이후로도 어린 쑨양은 뭐가 그리도 불안했는지 종종 태환이 조금이라도 아파하면 자신이 더 서럽게 울며 아파했다. 물론 그때마다 태환은 아프다고 어리광 피우기보다 안아프다고 괜찮다고 쑨양을 달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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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블라 " -한국어
" [블라블라] " -중국어
팊.
어헣ㅎ허헣ㅎ 안녕하세요 ㅋㅋㅋ
시간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넘어간 저번화는 다르게
이번에는 시간변화는 없네요 ㅎㅎ....헿ㅋㅋㅋㅋ
재밌게 보셨나요? 다음 화에서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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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실물로 보면 눈이 한바가지라는거 뭔지 알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