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엄마 걱정하지마! 내가 맨날 술만 먹고 다니나. 오늘 그냥 학교언니가 다른 도시로 간다니까 서로 모여서 쫑파티 한거지. 알잖아. 외국에서 맘 붙일 사람들은 한국인들 밖에 없는거... 아직 독일어도 잘 못해서. 나 완전 멀쩡하니까 오늘은 그만 끊어. 국제전화비 많이 나오겠다. 응~ 집에 도착하면 카톡할게!"
엄마가 걱정할까봐 안 취했다고는 했지만... 좀 취한것 같다. 제일 정 많이 든 언니가 다른 지역으로 학교를 옮긴다길래 사람들이랑 모여서 저녁먹고, 한국사람들이 쫑파티하면 술이 빠지질 않고, 거기다 섞어먹길 좋아하는 사람들 덕에 그냥 들이부었던 것 같다. 오늘은 간만에 사람들하고 어울려서 기분 좋았던 것도 있고.
"우악!"
평평한 길인 줄 알았더니 경사길이여서 제대로 넘어졌다. 아, 아파... 무릎이 뜨끈뜨끈한게 피나나봐. 아, 아파.
"in Ordnung?"
"in Ordnung. 아, 아파라."
"어? 한국인이세요?"
"네...감사합니다."
"아니예요."
친절하신 분 덕에 간신히 일어났다. 아무리 같은 한국인이라도 다 착한건 아니기에 빨리 자리를 피하려고 걸으려고 하는데 발목이 아프다.
"아!"
"괜찮으세요?"
"아... 예. 발목이 좀...."
"좀 봐도 될까요? 나름 운동선수라 좀 볼 수 있는데."
"예? 아..."
대답을 못하고 머뭇머뭇거리고 있으니까 근처 벤치에 날 앉히고는 발목을 만진다.
"이렇게 만지면 아파요?"
"아! 아파요."
"금이 간 것 같지는 않고 인대가 들어난 것 같네요. 테이핑 해드릴테니까 내일 병원에 꼭 가요."
"네. 진짜 감사해요."
"같은 한국인끼리 돕고 사는거죠. 택시 잡아드릴게요."
"아니예요! 집이 바로 앞이라. 한 5분만 걸으면 되는 거리라..."
"혹시 초록색 지붕에, 노란색 건물이요?"
"아...네."
"저도 그쪽 가던 길이라 같이 가죠."
"아니예요. 너무 피해만 끼치는 것 같고..."
"거기 한인회장님댁에 가거든요."
"아..."
"제 팔 잡고 걸으세요."
"네? 네."
어색하게 말없이 걷다보니 우리집 건물이 나왔다. 엄마랑 한인회장 와이프분과 어렸을 때 친구여서 하숙같이 신세를 지고 산다. 그래서 한국인 친구들이 많기도 하고... 초인종을 누르니 아주머니가 나오신다.
"ㅇㅇ이 왔구나. 어머, 구자철씨도 같이 왔네요."
구자철? 구자철이라면 혹시 내가 아는 그 구자철 선수?
"네. 앞에서 만나서요."
"원래 알던사이?"
"아니요. ㅇㅇ씨가 넘어져서..."
이미 아줌마와 구자철선수의 목소리 따윈 들리지 않는다. 진짜다. 밖이 어두워서 몰랐는데 진짜 구자철 선수야. 와, 진짜 구자철 선수.
"구,구,구..."
"구자철이요."
"저, 진짜 팬이예요! 밖이 어두워서 몰랐는데! 와! 진짜."
구자철선수한테 테이핑받은 팬은 나밖에 없을거야. 진짜 대박이다.
"이름이?"
"저 ㅇㅇㅇ이요. 이렇게 실제로 뵙게될줄은...."
"일단은 들어와. 문앞에서 그러지 말고."
"네. 우악!"
발목 아픈지도 모르고 발 내딛었다 전기가 찌릿한 것 처럼 통증이 올라온다.
"심하게 다쳤나보네... 자철씨는 거실로 가실래요? ㅇㅇ이 방이 윗층에 있어서."
"예."
아줌마의 부축덕에 안전하게 방에 들어왔다.
"일단 얼음찜찔 해야될 것 같으니까 자철씨랑 얘기끝나면 얼음 갖다 줄게. 먼저 옷 갈아입고 씻어."
"네. 고맙습니다."
"가족인데 이런걸로 고맙고 말고가 어디있어."
진짜 아줌마한테 더 잘해드려야지. 옷갈아입고 씻고 나니까 노크소리가 들려온다.
"들어오세요."
들어온 사람은 아줌마가 아닌.... 구자철선수!
"아, 누워 있어요. 다리 아플텐데."
"저기, 그러니까..."
"얼음찜질 해주려구요. 발목 좀 보여줄래요?"
"예? 예."
구자철 선수가 얼음찜질 해주고있다. 이거 꿈 아니지?
"이번에 대학 입학한다던데 몇 살이예요?"
"아, 저 한국나이로 스무살이요."
"그럼 나랑 네살차이네?"
"아, 예."
"더 애기인 줄 알았는데. 스무살이네?"
"예?"
"말 편하게 해도 되지?"
"네! 편하게 하세요!"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을 피식하고는 발목을 살살 주물러준다.
"으...저기..."
"자철씨? 아님 자철오빠?"
"네?"
"오빠가 무난하려나?"
"예?"
"저기라고 부르지 말고 오빠라고 부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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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넘어져서 발목염좌 생긴 기념으로 망상글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전 홀로 외롭게 집에 왔죠ㅠㅠ
반응좋으면 이걸로 연재ㄱㄱㄱ
아니면 짜질게요...소금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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