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언젠가 나한테 이런말을 한적이 있다.
사람은 혼자살아갈 수 없다고. 외로움이라는건 견딜 수 없는 것이라고.
"박사님은 외로워서 절 만드신겁니까? 박사님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뭐, 그럴수도 있겠네"
"박사님은 저게 감정을 만들어 주신다고 했습니다."
"응.그랬지"
"그럼 저도 외로움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아니"
"어째서죠? 외로움도 인간의 감정 중 하나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말이야, 네가 슬픔이나 외로움을 느낄 수 있게 된다면 너는 아마 참지 못 할거야"
"무엇을 말입니까?"
"...혼자라는것"
그때의 나는 혼자인것이 어떤의미인지 몰랐다. 아니, 지금도 나는 모르겠다. 어째서 혼자인게 참을 수 없는 것인지.
그건 당신이 이 곳에 없어도 나는 모르겠다.
"박사님."
"이 곳은 박사님처럼 우는 사람들이 많네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장례식장이라는 곳은 당신이 그랬던것 처럼,또는 더 심하게 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사람들은 왜 울까요? 곁에 있던 사람이 없어져서?
그럼, 저도 눈물을 흘려야 하나요?
저는 어찌해야 하죠?
당신과 함께 생활하던 연구소에 들어와 그 동안 밀린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직 할 일이 많은데. 당신은 이제 이 곳에 없다.
"너에게 감정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을때 말이야, 사실 나는 너에게 줄 인간의 모든 감정을 만들어놨었어"
"하지만 저는 없는 감정이 있는데요."
"그건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
"무슨 의미죠?"
"내가 전에 말했지. 혼자라는건 견딜 수 없다고"
"저는 로봇이잖아요."
"그래도 감정을 갖게 되면 달라지지. 사람이 웃어도 말이야,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되면 차가운 사람들도 아..이 사람은 그래도 감정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니까"
"...이해 불가합니다."
"내가 죽으면 너는 혼자가 되겠지. 너는 몇 십년을, 아니 어쩌면 몇 백년을 혼자 살아가게 될지도 몰라"
"저는 인간과 다르니까요"
"그래, 너는 인간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너는 그 많은 시간을 혼자 이겨나가야해. 나는 네가 그러길 바라지 않아"
나는 그때 당신의 말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당신이 한 말에 질문을 던지고 싶다.
내가 혼자있는걸 왜 당신은 바라지 않는걸까?
당신이 겪었기 때문에? 나의 아버지나 다름없으니까?
그럴꺼면 당신이 죽을때 나도 같이 이 세상에서 없어지게 만들지 그랬어.
그의 컴퓨터 앞에 서서 그의 수많은 연구자료들 중 [세훈]이라는 폴더를 찾았다. 폴더안에는 나와 그가 찍은 수많은 사진들이 나열되있었다.
이건 나일까 그일까. 그는 누구를 찍은 걸까?
사진을 보던 중 눈에 띄는 [선물]이라는 파일을 보고 나는 이것이 나에게 준 감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파일 속에는 사람들의 사진이 나열되있고 끝에는 행복, 사랑, 기쁨, 부끄러움....등등의 감정이 써있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슬픔, 외로움, 좌절... 박사님이 내게 주고 싶지 않아했던 감정들도 있었다.
나는 나를 컴퓨터에 연결하고 실행버튼을 눌렀다. [프로그램을 실행하시겠습니까?]
"실행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박사님. 슬픔이라는 것은 뭐죠? 저는 당신이 저를 위해 흘려준 눈물을 알고싶습니다.
[다운완료.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였습니다.]
눈을 떳을땐, 아무 것도 변해있지 않았다. 아무것도.
나는 무엇이 바뀐지 모른채 혹시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나 살펴봤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나는 그저 컴퓨터에서 떨어지는 수 밖에 없었다.
"...무엇이 바뀐걸까."
슬픔이라는 감정은 아무것도 아닌 것일까. 아무것도 아니라면 당신은 왜 울었던 거지?
그 순간, 내 얼굴에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
나는 왜 우는 것이지? 이 마음은 뭘까. 왜지... 왜... 당신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는 걸까?
눈물이 멈추지않아 내 몸에 무슨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어딘가가 고장난게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이젠 나를 고쳐 줄 사람도 없는데.
그의 손길도 그의 얼굴도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이것이 그리움일까?
그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않는다. 그걸 아는 난데, 왜 어째서 당신이 보고싶은 것일까...?
"흐....."
눈물이 났다. 당신이 나에게 해준 말이, 나에게 그 동안 해주었던 행동이, 나에게 웃어달라고 웃으며 말헀던 당신의 목소리,얼굴.....
이젠 이 곳에 없다.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슬픔이란건 이런 것일까? 당신이 내게 주고싶지 않았던 감정은 이런 느낌이야?
나는, 나는.....
연구소를 둘러봐도, 그와 내가 산책을 했던 거리를 둘러봐도 변한게 없다.
바뀐것이 있다면 당신이 없다는 점.
모두 그대로인데 왜 당신만 없어? 다시 돌아올순 없는거야?
"아아...."
당신이 없는 이 곳은 외로워....
당신은 날 만들때 무슨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어?
그 동안 많이 외롭지않았어? 혼자라는 것이 이렇게 슬프다면, 당신은 어떻게.....
쉴새없이 눈물이 났다.
"박사님....."
"박사님....으..."
"...박사...님...."
아무리 불러도 당신의 대답을 돌아오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왜 세훈아?하며 웃어줄 것만 같은데....
"....박사님"
"...준면이 형....."
"형....."
당신이 살아있을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은 것도, 한번쯤은 내가 먼저 놀러가자고도 할 걸 그랬다.
그와 아직 하지 못한게 너무나 많은데.....
그는 이제 없다.
이 말이 나를 계속 눈물나게 만들었다. 그는 이제 없어. 이 세상은 이제 너 혼자 살아야해.
나는 당신이 없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럴줄 알았으면 당신의 소망대로 이런 감정을 모르고 살걸 그랬어.
나는...이제 어떡해야 할까?
"사람들은 자손을 남기고 죽는다잖아. 그럼 나는 세훈이를 남기게 되는 걸까?"
"....예?"
"아냐, 너 혼자 남겨지는건 싫다. 그래. 나는 연구를 많이 했으니까 인류에 도움이 되겠지?"
"....일도 똑바로 안하시잖아요."
"참나, 내가 얼마나 일을 열심히 하는데!"
"...."
"그런 표정으로 쳐다보지맛!"
"근데 박사님말씀은, 제가 박사님의 자손이라는 건가요?"
"....에...싫다......"
"저도 싫습니다."
"...너 솔직히 말해봐, 나 놀리는거 재밌지?"
"네."
당신과 나눈 소소한 대화들
"아직은 멀고 멀었지만 내가 죽으면 나는 들판에 묻어줘"
"왜죠?"
"왜냐면, 들판은 바람이 잘 오잖아. 난 바람이 좋더라"
"박사님이 돌아가시면, 저는 무엇을 하고 살면 되나요?"
"....글쎄, 생각안해봤는데?"
"무책임하십니다."
"아직 멀고 먼 이야기 잖아!"
아직 많이 멀 줄만 알았던 당신의 죽음.
"그래도 혹시나 내가 없으면"
"너는 네가 하고싶은대로 살아"
"네?"
"네 의지에 맡길게. 네 친구를 만들어도 좋고 내 연구를 이어가도 좋아."
"...."
"그래도 나는 잊지말아줘. 내 무덤을 자주 찾아와 내게 말 걸어줄래? 난 그거면 충분해"
"박사님이 돌아가시면 당연히 제가 박사님 곁을 지켜야하는게 맞지 않습니까?"
"...그러네"
내 뜻대로 하라고 말하던 당신의 모습.
내가 바라는건 오직 하나.
박사님, 아니 준면이 형. 나는 당신을 다시 만날 것입니다.
후기
완결이네요. 어떠신가요 재미있게 보셨나요? 시나브로는 끝이났지만 완전히 끝난게 아니랍니다. 준면이 번외가 들어갈예정이예요!
로봇세훈이. 과학자 준면이. 아직은 이름밖에 안나온 세훈이. 이 셋의 관계는 여러모로 복잡하네요...
그럼저는 번외를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모두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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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 걍 신혼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