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해가 저물고 어느새 달과 별이 떠올랐다. 하늘이 깜깜했다. 마냥 덥기만 했던 낮은 지나고 꽤 선선한 날씨가 되어 밖은 시끄러운 차 소리가 아닌 곤충들이 울어대는 시골의 소리가 들렸다. 백현이가 이불을 깔고 자버리는 탓에 나는 시간을 때우려 신호도 터지지 않는 폰만 만지작거렸다. 8시쯤 되자 백현이는 잠에서 깼는지 이불속에서 꿈틀거리다 몸을 일으켜 세웠다.
“서울 가기 전에 기억나?”
내가 아직까지 있을 줄이야 생각지도 못 했던 백현이는 뒤를 돌아 나를 보고는 눈만 깜빡였다.
“그 말 진심이었어?”
6년 전의 기억,
아마 내 기억 속 제일 어린 나이. 5살 때도 난 백현이와 놀고 있었다. 이리저리 산속을 뛰어다니던 작은 아이들. 우리는 순수하게 자랐다. 학교는 30분 정도를 걸어 내려가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를 가야 나왔다. 우리는 하루를 함께 했다. 나는 소위 말하는 노는 아이들과 친했고 백현이도 나를 따라 그런 아이들과 친했지만 나쁜 짓은 절대 하지 않던 그런 순수한 아이였다. 눈물도 많고,
그렇기에 나를 의지했다. 저 애들은 나쁜 애들이야. 하며 담을 쌓고 있던 탓에 백현이는 항상 나와 붙어 다녔다. 그러는 내가 12살이 되고 서울로 떠난다.
부모님이 바빴던 탓에 나를 돌보아 주지 못해 할머니의 손에 길러졌는데 이번에는 자기들 마음대로 나를 친한 친구들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나의 소중한 가족들을 떼어내려 했다. 나는 부모님과 친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다른 곳으로 입양되는 기분이었다. 소중한 모든 것을 떼어내고
12살의 나는 너에게 서울로 떠나야 한다 말했다. 갑작스레 찾아온 부모님 탓에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부탁하곤 백현이의 집으로 가 백현이에게 울며 말하였다. 그러자 백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나도 데려가면 안되?” 하지만 그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들었던 너의 고백.
“종인아, 나 너 좋아한단 말이야 왜 떠나려는 거야…. 안 가면 안되?”
그때 나에게 그 말은 충격이었다. 몰래 숨겨왔던 사랑이었는데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한다니. 몇 시간 동안 울기만 하다 나는 울다 지쳐 눈물 없이 마음으로 울고 있는 백현이를 다독였다.
“그 대신 자주 올게. 그리고 고등학생쯤 되면 독립해서 다시 여기로 올게"
“진짜지? 약속했다?”
가기 전 새벽. 백현이의 집 문에 편지를 끼어 넣었다. 「금방 올게. 나도 너 사랑해 -종인-」그 뒤로 6년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동안 나는 반항을 하느라 술 담배를 하기도 했고 고등학생이 되어서 끊지도 못하고 친구도 그대로였지만 정신을 차려 공부를 하고 최대한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게 잠시의 흔들림은 있었지만 바르게 자랐다. 그러면 백현이는 그동안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아 양아치가 되어있었다.
“난 너 좋아했었는데 많이, 늦게 와서 미안해 일찍 오고 싶었는데”
“많이 기다렸어”
잠시 동안이지만 백현이의 눈은 초등학생 그 순수했던 때로 돌아가있었다. 나는 큰 손을 들어 백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 까매서 머리 색 안 어울려”
장난도 쳐 보았다. 우리의 사이엔 예전과 달리 어색함이 흘렀다.
“난 아직 너 좋다 백현아. 이 말하러 너 보러 왔어”
“바보 같아”
“이틀 후에 다시 서울 가. 이틀 동안 연애할래?”
땅에서 머물던 눈이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사랑스러워 보였다. 자면서 더웠던 탓인지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있었다. 눈앞에 있는 백현이는 다시 12살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반항심이 없는 순수한 눈빛의 백현이. 나는 잠시 몸을 숙여 나보다 키가 작은 백현이를 마주 보았다. 작은 얼굴에 담긴 크지 않은 매력적인 동그란 눈. 작은 코 그리고 오물오물 닫혀있는 입술, 모든 것이 예쁘다. 앞으로 다가가 백현이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6년 동안 백현이를 생각하며 살아오진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보지 못한 가끔 생각나는 잊고 살았던 첫사랑을 몇 년 만에 봤을 때 새로운 모습인 첫사랑을 보고 다시 한번 사랑의 씨앗이 싹트는 마음.
그렇게 6년 동안의 긴 시간을 짧은 입맞춤으로 조금씩 채워 넣었다. 우리는 집 밖을 나갔다. 걱정이 되었는데 사이좋게 방문을 나오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는 것인지 이모는 연신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우린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곳엔 나무가 별로 없고 경사가 급해 위험하긴 했지만 밤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산 아래의 모여있는 집들과 하늘에 떠 있는 밝은 빛의 달과 별들이 가득했다. 별이 참 많구나. 자동차 소리 대신 곤충 소리가 귓속을 울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높은 구름 위를 산책하듯 천천히 걷는 느낌이었다.
“또 올게. 꼭 아마 빠르면 이번 겨울….”
그 소리에 실망한 듯 반짝이는 하늘 대신 우리의 밑에 가엾게 깔려있는 풀을 뽑고 있었다. 나는 옆을 보며 또다시 백현이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이번에는 짧은 입맞춤이 아닌 백현이의 작고 물컹한 입술을 윗 입술 아랫 입술 번갈아 가며 입을 맞추곤 작게 열려있는 입술 틈 사이로 혀를 넣어 부드럽게 입속을 휘저었다. 백현이의 입술을 느끼려 두 눈을 감고 입술에만 집중을 하였다. 처음엔 아무런 움직임 없이 딱딱하게 굳어있던 입술이 나의 입 맞춤을 따라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혀를 맞닿고 서로를 더 느끼려 조금씩 서로에게 밀착하였다. 나는 조금씩 백현이에게 다가갔고 천천히 백현이는 뒤로 넘어가며 침대처럼은 아니지만 푹신한 풀 사이로 몸을 천천히 누웠다.
뒤통수가 딱딱한 흙과 닿자 두 눈을 뜨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잠시 떼었던 입술을 다시 천천히 다가가 너를 느꼈다. 서로의 침이 혀로 인해 섞이고 입술이 떼어졌다 붙었다 하는 소리가 귓속을 매워 숨이 가빠지는 만큼 서로의 입술을 탐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서로를 더 진하게 느끼고 있을 때쯤 나의 뒤통수에는 차가운 빛 방울이 떨어졌다. 5번 정도를 무시하다 조금씩 빗물이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지자 입술을 떼어냈다.
“비 온다”
“집 갈까?”
“응”
아무도 없는 깊은 산속. 빗물에 의해서 시원해지며 찝찝했지만 서로의 손을 잡고 걸었다. 마치 12살 때로 돌아간 듯했다. 같이 비를 맞고같이 손을 잡고 아무도 없는 어두운 산길을 걷고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 시간이 갈수록 비가 떨어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우린 어린아이처럼 산 길을 뛰어 내려오고 있었다. 백현이의 집 앞으로 도착하자 이모는 검은색의 큰 우산을 쓰고는 우리를 마중 나와 계셨다. 항상 이럴 때면 꾸중을 듣고는 했는데 6년이 지난 지금은 그저 춥지는 않느냐 걱정을 할 뿐이었다. 우리는 대충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백현이의 방으로 들어갔다. 백현이의 옷을 입자 나의 냄새가 아닌 백현이의 냄새가 진하게 맡아졌다.
비가 내려 어둡다. 곤충 소리로만 가득했던 방 안이 어느새 빗소리로만 가득했다. 방금까지 진하고 부드러운 키스를 하고 있던 소년 둘. 너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귓 속을 가득 채운 빗소리가 서로를 더 원하도록 만들었다. 서로의 물에 젖은 모습이 그리고 서로의 눈빛, 모든 것이.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백현이는 침을 삼켰다.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다시 백현이에게 다가간다.
서울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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