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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느낌, 18세 

[방탄소년단/전정국] 성장, 느낌, 18세 ① : 누가누가 무럭무럭 자랐을까 | 인스티즈


[방탄소년단/전정국] 성장, 느낌, 18세 ① : 누가누가 무럭무럭 자랐을까 | 인스티즈



: 누가누가 무럭무럭 자랐을까.








어, 저기 OOO 아니냐?




고개를 돌리자 저들끼리 수근거리고 있는 시커먼 무리가 보였다. 씨벌, 나를 너네 안줏거리로 입에 올리지 말란 말이야 제발. 아니, 안줏거리로 올릴려면 조용히 올려. 사람 다 들리게.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는지 조여있던 미간에 살살 경련이 오기 시작했다. '얼굴은 참 예쁜데 시험기간 땐 공부한답시고 꼭 거지꼴로 다니더라. 아깝게.' … 난 지금 쓸데 없는 곳에 제 입을 나불거리며 낭비하고 있는 네 목숨이 더 아까운데? 내 손에 잡힌 전공책의 겉표면이 제 본 모습을 잃어버리고 꾸깃꾸깃 구겨진다. 


야, 참아. 한 두번 겪냐?


수업에 필요한 자료들을 뽑아온다며 아까 자리를 떴던 김남준이 한껏 구겨져 내 심정을 대변하고 있던 전공책을 제 품에 가져가선 내 어깨를 위로하듯 툭툭 친다. 김남준이 내 곁에 자리하고 저들에게 시선이 모아지자 금새 입을 꾹 닫고선 자리를 피해버린 무리들을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 꼭 저것들은 앞에선 한 마디도 못하다가 뒤에서만 나불나불. 아까까지만 해도 우연히 마주친 과 선배에게 맛있진 않지만 돈은 드릅게 비싼 학식을 얻어 먹어서 기분 좋았었는데, 웬 마우스 워리어들을 만나 말짱 꽝이 됐다. 안 그래도 좁은 어깨가 곧 지하 암반수를 뚫을 듯 땅으로 쳐지자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린 김남준이 내 등을 살살 밀었다. 신경쓰지 말고 가자, OOO. 똥 밟은 셈 치고.




아, 그리고 다음주에 새터 있다더라. 너 갈 거?

아니, 새터를 내가 왜 가.

… 너 우리 과 학생이에요.




우리 과든, 다른 과든. 입학하는 애들끼리 단합력 다지고 개강 전에 친해지자는 목적으로 가는 건데, 거기 우리가 끼여서 뭐 하게. 자리 깔고 술이나 마시면서 군기 잡을 게 뻔한데. 내 말에 할 말이 없어진 김남준이 뻥 진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에 우리 2학년 선배들 때문에 이상한 소문 돌아서 한 명 휴학한 거 기억 안 나냐? 김남준은 말도 하지 말라며 손을 내젓는다. 꼭 짬밥으로 받아 처먹으려는 놈들 때문에 일이 벌어져요.


어우, 알았으니까 잔소리 좀 그만해. 그럼 넌 안 가는 거지?


당연하지, 내가 새터 가면 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 성장, 느낌, 18세 -









쌈장 어딨어, OOO?

어, 아마 아까 쌈장 저기 안에 넣어 놓은 것 같은데.

그럼 이거 떠서 먼저 내보낼게?




어어. 내 장이나 지져야 되는데, 누구 입으로 들어갈지 모를 쌈장 멕이려고 이러고 있다 내가. 눈치를 보며 선배들 몰래 꿍쳐두었던 콜라 한 모금을 마셔 타는 속을 달랬다. 그 새에 커튼을 열고 거실에 다녀온 수정이가 장 종지를 책상에 내팽겨쳤다. 씨발, 다시 담아오래. 이거 가지고는 1학년들 코에도 못 붙인다고. 미친, 그냥 그 코 가지고 걔네 보고 숨 쉬지 말라 그래! 이 짓도 짜증나 죽겠으니까! 군대에서 썩어있다가 간신히 휴가를 얻은 남자친구를 보기 위해 꼬불꼬불 예쁘게 말았던 수정이의 긴 머리가 마음대로 엉켰다.


정호석 개새끼. 죽여버릴 거야.


선배를 씹는 것도 모자라 정호석에게까지 화살을 장전한 수정이가 장을 푸기 위해 숟가락을 든다. 그래, 죽일 거면 내 몫까지 좀…. 조별 과제를 하기 위해 금 같은 공강날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학교에 왔는데 고작 마흔 다섯명, 아니 1학년만 하면 서른 명. 그 서른 명을 위해 안주를 만들어 주라며 정호석에게 끌려왔다. 말만 과대지 이건 악덕 업주야. 권력 남용이라고. 고기를 뒤집는 손길이 점점 거칠어진다. OOO, 기름 튀잖아!!! … 미, 미안.




야, 이제 술 까는데 너네도 안 나올래?

꺼져 정호석.

왜, 일병하자 너네도.




일병 같은 소리하네. 안 꺼질래, 진짜?! 정수정이 찢어질듯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와, 정호석 진짜. 매를 버는 스타일. 개새끼 같은 스타일. 왈왈, 멍멍. 개소리를 뒤로 하고 윤기가 줄줄 흐르는 삼겹살 한 조각을 집게로 들어 올렸다. 이거 진짜 잘 구워졌다. 하나만 먹으, ' 야, 2학년 학생회 여자애들 어딨냐! 빨리 나와!' 병팔이 시팔 새끼. 병팔이 존나 시팔이. 아까만 해도 후라이팬 위에서 육즙을 흘리며 유혹을 하던 고기가 바닥에 볼품없이 떨어졌다. 봤지, 너네 안 나오면 나 병팔이시팔이한테 죽어 나. 장난스럽게 히죽거리던 정호석의 얼굴은 금새 암흑으로 변한다. 챙그랑. 종지가 한 번 더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수정이가 발을 쿵쿵 구르며 커튼을 열어젖혔다.


그거 가지고 나와라, OO야.


뱅글뱅글 돌고 있는 장이 담긴 종지를 손으로 가리킨 정호석은 병팔이시팔이의 재부름으로 쏜살같이 부엌을 나섰다. … 이 작은 것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조심히 종지를 들어올린 나는 고 작은 것을 품에 안아들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거실을 향했다. 커튼을 살짝 열어젖히자 벌써부터 짬밥들이 그간 대학에서 먹은 것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는지 빨갛게 열이 올라서는 헤롱대고 있는 신입생들이 보였다. 오른쪽 한 번, 왼쪽 한 번 눈치를 보고는 혼자 구석에 앉아 순하리를 까고 있는 수정이의 옆자리에 조용히 엉덩이를 붙였다. 저, 절대 순하리가 탐나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수정이가 외로워 보여서. 바닥에 뒹굴고 있던 소주잔의 입구를 툭툭 털어낸다.




자, 병아리들 여기 집중!

여기 이 분들이 바로 2학년의 꽃들 아니겠습니까!

… 저 씨팔이가 진짜.




우리 과 대표 꽃입니다, 얘네가. 학생회에 여자는 얘네밖에 없어서 참 내가 아껴. 자, 일어나서 인사 한 번 해. 수정이랑 OO가. 주먹이 운다. 울다 못해 땅 치고 통곡을 한다. 우리들은 이것을 짬밥의 횡포라고 하지. 이미 저 혼자 신이 난 씨팔이는 수정이와 나의 손을 잡고 어거지로 일으켜 세우기까지 한다. 멋도 모르고 테이블 앞에 앉아 잔이 채워지면 비우기 바빴던 신입생들은 땡글땡글 눈을 뜬 채로 우리를 바라본다. 나 씨팔이 죽이고 지옥 갈게. 그래도 내가 양심은 있거든. 하얀 이를 드러내 보이고 어색하게 웃는 정수정이 복화술을 써가며 내게 속삭였다.


14학번 정수정입니다.


짝, 짝, 짝. 일제히 박자가 맞춰진 박수들이 펜션을 울렸다. 이게 뭐하는 짓거리들이야. 누가 보면 사이비 종교 단체인 줄 알겄네. 제 이름을 입에 채 다 올리기도 전에 이미 하강하고 있었던 정수정의 엉덩이는 이미 바닥에 퍼질러진지 오래였다. 금방 제 옆에서 사라진 정수정의 빈 자리를 채우기라도 하듯 내 팔을 잡고 옆으로 끌어당긴 씨팔이는 책상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던 숟가락을 들어 제 입 가까이에 들이대 마이크 행세를 했다. 자, 자. 이번엔 두 번째 꽃 OOO!




아, 저기 그게….

….

14학번 OOO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집중됐다. 이런 스포트라이트, 굉장히 낯설다 지금. 안 그래도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 몇십개의 눈동자가 나를 향해 있으니 심장이 벌렁거리고, 다리가 벌벌 떨리고 막. 내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 걸 힐끔 바라본 정호석이 금방 벌떡 일어나 내 팔을 잡고 끌어앉혔다. 선배, 선배! 수정이랑 OO도 왔는데 짠 한 번 하셔야죠! 다급히 내뱉어지는 정호석의 말에 시팔이는 그제서야 인자한 미소를 띄운 채로 제 앞에 놓인 잔을 들어 올렸다.


괜찮냐? 내가 언제 저 새끼 한 번 때릴게.


한숨을 푹 쉬며 다시 자리에 풀썩 주저 앉은 내게 귓속말을 한 정수정이 '짠'하고 우렁찬 목소리가 옆에서 들리자마자 술 잔에서 찰랑이며 넘칠듯 담겨있던 술을 단번에 꿀꺽 삼켰다. 그래, 나도 마시기나 마시자. 이왕 와서 노동까지 한 김에 얻어 먹을 건 다 얻어 먹고 가야지. 수정이의 뒤를 이어 나도 가득 담긴 술을 꼴깍 꼴깍 목으로 넘겼다. '자, 자. 이제 신입생들 자기소개 시작해야지?' 시팔이의 말에 옆에 앉아 있던 호석이와 수정이의 몸이 돌아간다. 아깐 그렇게 불평불만하던 것들이.




야, 그래도 온 김에 얼굴 구경은 해야될 거 아니야.

그래, 그래. 너도 같이 보자 OOO.

됐어어…. 안 봐, 안 봐.




평소에 잘 먹지도 않는 술을 넘기니 무리가 왔는지 벌써부터 혀가 꼬이기 시작한다. 꼬부랑거리는 혀로 애써 말하니 고개를 절레 절레 저은 수정이와 호석이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참 나, 나 혼자 자작한다 자작해. 쩌렁 쩌렁 울리는 신입생의 목소리 사이로 수정이의 빈 잔과 내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혼자서 짠.


안녕하세요, 15학번 전정국입니다.


한창을 우렁찬 소리와 함께 신입생들의 자기소개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을 때 쯤. … 내 귀에 낯익은 이름이 들려온다. 전정국. 정국. 그러니까 전, 정국. 전정국? 나도 모르게 들고 있던 소주잔을 바닥에 내팽겨치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내 앞에 앉아 있던 정수정과 정호석은 경악스러운 얼굴을 한 채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고, 또한 당연히 신입생들의 시선은 나의 동선을 따라왔다. 너 뭐야, 왜 그러냐. 안 그래도 남들보다 짧은 자기소개 때문에 한 마디를 할 예정으로 툭 튀어나온 배를 내밀고 헛기침을 하고 있던 씨팔이는 나를 돌아보며 눈썹을 꿈틀거린다. 좆됐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 뭐?

쌈장이 떨어져서요! 그거 가, 가지고 오려고….




나는 또 뭐라고. 얼른 가져와. 턱짓을 한 씨팔이를 뒤로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아직도 나를 향한 시선은 떨어지질 않았지만. 부엌으로 들어와 급하게 커튼을 치는데 그런 내가 걱정됐는지 금방 뒤 따라 부엌으로 들어온 수정이가 나의 팔을 부여잡았다. 뭐야, 너 무슨 일 있어? 뭐, 전정국인가 뭔가 신입생이랑 아는 사이야? 너, 걔 보자마자 사색이 되던데. 내가 저를 바라보자마자 얼굴을 들이대며 묻기에 우물쭈물대고 있는데, 그 입에서 나온 '전정국'이라는 단어에 금새 굳어버린다.


… 뭐야, 진짜 뭐 있는 거야 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소리에 내가 돌처럼 굳어버리니 되려 당황해버린 건 수정이 쪽이다. 팔을 들어 격하게 손을 내저었다. 아니, 아니. 뭐가 있을리가. 진짜 쌈장 가지고 오려곱, 읍. 집게 손가락으로 내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잠근 수정이가 무서운 눈빛을 내뿜었다. 똑바로 말해라, OOO.




아니, 그, 그러니까. 아는 사이이긴 한데, 또 아는 사이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뭐라는 거야 도대체.

… 나도 몰라.




그러니까, 나도 진짜 모르겠다 이 말이다. 아직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해 확실한 게 아니기도 하고. 그리고 내가 알던 그 정국은, 전정국은 말이야 저렇게 크고 다부지지 않았단 말이야. 하얀 얼굴을 하고 해사하게 웃는 18세 소년의 얼굴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더 쪼끄맸으면 쪼끄맸지.






- 성장, 느낌, 18세 -







자, 정국아 인사해야지. 정국이보다 누나야, 누나.

앙녕, 누나.

어머, 얘가 OO가 마음에 들었나 보네요. 원래는 낯을 가려서 인사도 안 하는 앤데.




5살의 전정국와 6살 OOO의 첫만남이었다. 전정국의 부모님은 맞벌이로 항상 늦은 밤까지 회사에 계셨고, 그런 정국이를 돌보는 건 옆집 이웃인 우리 가족의 몫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나의 몫. 어렸을 때부터 붙어다니던 나와 전정국은 미우나 고우나 항상 서로 옆에 있어야 한다는 걸 당연시 여겼다. 동생이 없어 외동이었던 나는 필사적으로 전정국을 보호해주려 했고, 전정국은 그런 나의 보호 속에서 나를 따르며 자라왔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성장, 느낌, 18세 ① : 누가누가 무럭무럭 자랐을까 | 인스티즈


누나는 나 놔두고 어디 가면 안 돼.


전정국이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그러니까 내가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 방학식을 마치고 집에 온 후 쇼파에 앉아 절절한 로맨스 영화를 보던 전정국은 흐르는 눈물을 옷소매로 꾹꾹 눌러닦고는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당연하지, 내가 우리 정꾸기 놔두고 어딜 가. 나는 그렇게 말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연인 사이도 아닌데 뭣하러 그렇게 서로에게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는 여고, 전정국은 남고로 학교가 갈렸다. 한창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하루 중 제일 많아지는 시기였던 나는 자연스레 전정국에 대한 생각을 줄여갔고, 그에 반해 전정국은 사춘기가 오지도 않았는지 저를 보지도 않는 나를 졸졸 쫓아다녔다. 그에 대한 예를 하나 들자면, 고등학교 2학년, 18살에 친한 친구에게서 소개 받은 한 학년 위 오빠가 나를 집에 데려다준답시고 집 앞까지 손을 잡고 걸어왔을 때 전정국은 그 추운 겨울날 우리 집 문 앞에 코가 빨개진 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놀란 나는 얼른 오빠를 보내고 전정국을 집으로 들여보냈다.


누나… 저 형 안 만나면 안 돼? 응? 나랑 다니자, 응?


가방을 벗으며 내 방에 들어가는 나를 졸졸 따라오며 전정국은 말했고, 몇 시간을 칼바람에 문 앞에 서있었던 전정국에 괜히 기분이 싱숭생숭해진 나는 답도 않은 채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며 전정국을 내몰았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성장, 느낌, 18세 ① : 누가누가 무럭무럭 자랐을까 | 인스티즈


누나, 이거 먹고 가. 이것도!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서 나는 가고 싶은 대학, 과가 생겼고 그 대학을 목표로 잡고 열심히 공부했다. 당연하게도 전정국은 나를 따라다니며 홍삼을 먹이고, 당 떨어진다며 초콜렛을 먹이기 바빴고. 원래부터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더 포동포동한 나는 고3이랍시고 한약과 초콜렛, 인스턴트 음식 등등 닥치는대로 입에 넣어 그로 인해 거대한 몸을 갖게 됐다. 먹기는 내 의지로 먹어놓고 부풀어오르는 몸에 나는 예민해졌고, 더더욱 전정국과 거리를 멀리했다. 거리를 멀리 함과 동시에 다시 좁혀오는 전정국 덕분에 매번 실패하긴 했지만.




누나, 축하해! 합격했다며.


예민함과 스트레스를 공부로 풀었다. 악을 쓰고 연필을 쥔 결과 나는 수시로 원하던 대학에 합격했고, 전정국은 그런 나에게 케이크까지 사오며 축하를 했다. 심지어 내가 합격했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사실 전정국은 그 나이대의 남학생들과는 달리 때묻지 않았고, 순수했다. 당연히 그랬기에 나를 따라다니는 걸 멈추지 않았고.


합격장이 뜸과 동시에 나는 헬스장을 등록했고, 먹을 거 안 먹고 안 먹을 거도 안 먹고 밤낮 안 가리고 운동을 하며 열심히 살을 뺐다. 하루종일 헬스장에 쳐박혀 있는지라 전정국은 나의 얼굴을 볼래야 볼 수가 없었고, 저녁마다 데리러 온다고 연락을 했지만 나의 포동한 모습을 유난히 좋아하던 전정국은 조그마한 간식거리를 항상 손에 들고오는지라 데리러 오는 것도 거절했다.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엄마한테 바로 전화하고, 밥 잘 챙겨먹고.


학교에 오기 위해선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을 달려야하는지라 나는 학교 주변에 자취방을 잡았고, 그때마침 아빠의 출장으로 미국을 가야했던 엄마는 나를 보내고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떴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전정국에게는 말도 없이 잠수를 탔다. 물론 친구는 있었지만 딱히 전정국만한 깊은 친구가 없었던 나는 과거의 포동포동한 나를 감추기 위해 번호 바꾸는 것은 당연, SNS를 모두 삭제했고, 예전 사람들과 연락을 일절 끊었다. 당연히 전정국도 포함.


대학에 들어오고 난 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동기들과 스터디를 만들어 동아리 같은 동아리도 해보고 하면서 1년을 금방 보냈다. 내 머릿 속에서 과거의 포동포동했던 나와 나를 거쳐갔던 모든 사람들은 잊혀지고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에 돌을 맞은 듯 띵했다. 꼭꼭 감춰두고 숨겨두었던 과거가 '전정국' 이라는 이름만으로 수면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 성장, 느낌, 18세 -





근데 걔는 순수하고 귀엽고 뭐, 그렇다며.

응, 그렇지.

에이, 그럼 동명이인이겠네.




나의 답에 정수정이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저번에 면접 도우미로 갔었잖아. 근데 내 담당이 전정국이었거든? 성격 장난 아니야. 복도 가다가 어떤 애가 한 번 어깨를 부딪혔는데 무슨 애 하나 때려눕히는 줄 알았다니까? 눈빛 장난아니었어. 듣자하니 고딩 때도 소문이 장난이 아니었던 것 같던데. 그럼 니가 말한 걔는 아닐테고. 정수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럼 아닌가? 내가 아는 정국이가 그럴리가 없는데. 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보다. 그래, 세상에 전정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한 두명도 아니고. 밀려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야, 정호석이 빨리 오랜다. 얼른 가자.


계속해서 알림이 울리는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확인하던 정수정이 내 손목을 잡아끈다. 힘이 빠져 축 늘어진 나는 딱히 저항할 생각도 못한채로 질질 끌려나가 수정이를 따라 정호석의 옆자리에 앉았다. 시팔이가 너네 찾는 거 간신히 말렸다니까 진짜. 우리가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정호석이 눈꼬리를 축 늘어틀이며 말 끝을 늘인다. 위로의 차원으로 등을 토닥여주자니 제 머리를 어깨에 기대왔다.




자자, 이렇게 학년끼리 술만 마실 게 아니고!

… 설마 저 시팔이가.

섞자, 섞어! 다 같이 친해지라고 모인 건데, 등 돌리고 있으면 어떡하냐!




분명히 사심이 들어간 멘트입니다, 저것은. 1학년 새내기 하나 꼬실려고 별 지랄은, 지랄은. 술기운으로 인해 볼을 붉힌 시팔이가 신이 나 1학년 사이로 끼어들었고, 그것을 시작으로 신입생들의 분위기는 어수선해진다. 자, 너는 여기 들어가고! 너는 여기! 가벼운 발걸음으로 정수정과 정호석, 그리고 나 사이에 낀 시팔이는 방황하고 있던 신입생들을 한 명, 한 명씩 우리 사이에 끼워넣었고 정수정과 정호석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점점, 멀어지나봐….


저 병팔이시팔이 개새끼. 일단 좀 있다가 봐.


점점 몰려드는 1학년들로 인해 정호석은 거대한 무리를 끌고 다른 테이블로 향했고, 정수정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어느샌가 1학년들 사이에 앉아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세상마상. 좆됐다. 어색하게 웃으며 눈치를 보는 사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 짧은 새에 내 맞은 편에 있는 신입생의 뜨거운 시선과 눈을 마주했다. 설마.




선배님, 술 따를까요…?

아, 응 그래. 일단 수, 술부터 먹을까?




워낙에 전정국 말고는 나보다 어린 사람을 대한 적이 없었던 터라 말하는 것도 어색하고, 행동도 어색하다. 꼭 기름칠하지 않은 깡통로봇같이 삐걱대며 곁에 앉은 후배가 따라주는 술을 두 손으로 받는다.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까, 병팔이 시팔이라도 감사할테니까 누군가가 와줬으면 좋겠다.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술이 찰랑거리는 잔만 고개 숙여 바라보는데, 어느새 술 한 병이 다 돌아갔는지 후배가 팔을 번쩍 들이민다. 선배! 아, 그게, 그, 어….


이야, 우리 OO가 이제 후배도 맞이하고. 많이 컸다?


… 아무리 내가 괜찮다고 해도 어떻게 병팔이 시팔이를 보내요 하느님.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내 등을 턱턱 치는 시팔이를 맞이했다. 왜, 너 있는데는 마음에 차는 신입생이 없나보지? 입술을 꿍 다물고 마음속으로만 중얼댔다. 입 밖으로 꺼내면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나와 후배 사이에 엉덩이를 끼워 앉은 시팔이가 제 손에 들고온 잔을 위로 든다.




어허, 짠 안 하고 뭐하냐.

… 예?

거 참 진짜.




위하여! 나를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는 시팔이가 외친다. 저 개새끼를 진짜. 넌 졸업하고 계급장 떼고 보자, 개새끼야. 속이 부글부글 끌어오르는 탓에 쥐고 있던 술잔을 목으로 바로 넘겨버렸다. 이것이 바로 노동의 값입니다. 시팔이는 금세 원으로 둘러 앉은 1학년들과 이야기의 물꼬를 튼다. 당연히 낯을 가리는 나는 혼자 술을 홀짝 홀짝 넘기는 데에만 집중해있고.


오오, 벌써부터 좀 이상하다 너네?


한창 신입생과 과CC에 대한 흑심 섞인 얘기 중이던 시팔이가 고개를 돌리곤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네? 그게 무슨,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들자 어딘가와 나를 번갈아 보고 있는 시팔이에 신입생들의 시선이 모여지는 게 보인다. 마지막으로 나를 한 번, 그쪽을 한 번 바라보는 시팔이에 시선을 돌리자




[방탄소년단/전정국] 성장, 느낌, 18세 ① : 누가누가 무럭무럭 자랐을까 | 인스티즈




아…. 애써 부정하고 보지 않으려고 했던 시선과 마주해 버렸다. 내 기억 속 한 편에 찌그러져 있던 풍선이 점점 불어오르기 시작한다. 눈동자가 지진이 일어난듯 흔들린다. 그러니까, 요즘 말로 동공지진. 오오, 전정국 설마 OO가 마음에 들었냐? 왜 아까부터 눈을 못 떼. 역시나 내 눈치를 살필 생각은 1도 하지 않은 시팔이는 겁 없이 입을 놀려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전정국의 곧은 시선은 움직이질 않았다.


우리가 자리 좀 비켜줄까? 어?


기분 나쁜 웃음을 헤실헤실 지으며 깐족거리는 시팔이의 얼굴을 한 대만, 정말 딱 한 대만 때리고 싶었다. 그런 시팔이의 행동에 나를 바라보고 있던 전정국이 살짝 턱을 치켜올렸다. 얼굴은 분명 전정국이 맞다. 전정국이 맞는데…. 전정국한테 숨겨진 쌍둥이 형제가 있었나. 만약 내 추리가 틀렸다몈 1년 새에 2배는 더 큰 것 같다. 어깨도 다부져지고, 우람한 게…. 성장촉진제라도 먹은 게 분명하다.




뭐야. 반응도 없네, 시시하게.

하, 하하….

뭐, 어색함도 풀 겸 게임이나 할까?




병팔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시팔이의 입이 떼어지고 경쾌한듯 경쾌하지 않은 리듬이 나오자마자 신입생들은 팔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게임~ 스타트! 얼씨구. 나이는 스물다섯이나 처먹고 진상이다. 그래도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빠져나왔단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 후 정말 바늘 구멍만큼 고맙긴 했다. 아까 마셨던 술이 이제서야 슬슬 올라오는지 입이 텁텁하다. 젓가락을 손에 쥐고 아까 정성들여 만든 소세지 볶음으로 팔을 뻗는데,


….


함께 소세지 볶음으로 손을 뻗은 전정국의 젓가락과 내 젓가락이 맞부딪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개를 번쩍 들어 서로 눈을 맞췄다, 내가 바로 피하긴 했지만. 티나게 눈동자를 옆으로 굴린 뒤 젓가락을 다시 들고 오려 손을 움직이는데, 챙하고 쇠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급하게 얼굴을 돌리자 내 젓가락을 제 젓가락으로 집어 막고 있는 전정국의 손이 보인다. … 우연의 일치겠지? 방금의 상황을 우연으로 치부하고 다시금 젓가락을 들어올리는데 한 번 더 챙하고 소리가 나고 나의 움직임이 멎었다. … 이 새끼가?




어, OOO 벌주, 벌주! 병신샷, 병신샷!

… 아.

아는 무슨 아야. 그러니까 멍을 때리지 말았어야지.




전정국과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이미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던 시팔이는 신이 나 소주가 반쯤 담긴 바가지에 맥주를 콸콸 들이붓는다. 저걸 어떻게 먹어, 미친 병팔이시팔이가…. 이미 신입생들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시팔이가 제조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맥주병에서 더이상 액체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탈탈 턴 시팔이는 그제서야 나에게 잔을 스윽- 내민다.


아, 선배. 솔직히 이건 좀,


어? 오오. 전정국이, 흑기사?! 힘줄이 불끈 솟아있는 손이 불쑥 내밀어지더니 내 앞에 놓여져 있던 바가지가 그대로 그 손에 쥐어졌고, 그 손의 주인공이었던 전정국은 소맥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저, 미친…. 시팔이가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자 가만히 있던 신입생들도 입을 모은다. 망했다.




전정국이 남자네!

….

OO는 꼼짝없이 소원 들어줘야겠네~.




남은 한 방울까지 털어넣은 전정국은 옷소매로 입을 한 번 쓱 닦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팔을 테이블 밑으로 내리고 나에게 시선을 둔다. 자리를 옮겨 전정국의 옆에서 쿡쿡 찌르며 소원을 말하라던 시팔이는 대쪽같이 움직이지 않는 전정국의 반응에 포기한 듯 다시 신입생들의 사이로 자리를 옮겨 게임을 시작했다. 아까부터 뜨거웠던 시선이 점점 더 뜨거워졌다. 나 뚫리겠다, 미친놈아. 몰래 입술 새로 한숨을 내쉬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이제부턴 절대 안 진다. 흑기사고 나발이고, 없다.






- 성장, 느낌, 18세 -






야, 재미없게 자꾸 그럴 거냐?

….

니가 관심이 있는 건 알겠는데, 자꾸 이러니까 게임이 재미 없잖냐, 게임이.




나는 웬만하면 술자리에 잘 나가지 않는다, 1학년 신입생 OT에 게임으로 인해 소맥 열 잔을 연속 벌주로 마신 뒤로는. 그러니까 한 마디로, 게임 젬병이다. 그 능력 어디 가겠느냐만, 이번에는 좀 심했다. 게임을 하는 족족 내가 걸렸고 그러는 족족 전정국은 나의 벌주를 자기가 시원하게 들이켰다. 그나마 취하기라도 했으면 시팔이가 저정도는 아니었겠지만, 5잔을 들이붓고도 얼굴 빨개지는 거 하나 없이 우뚝 솟아있는 전정국이었다. 5잔이 전정국의 목에 들이부어짐과 동시에 소원도 5개로 불었다, 옘병할.


됐다, 됐어. 야, 너네 게임 빠져라.


시팔이는 나와 전정국에게 손짓을 하고는 우리에게서 등을 돌렸다. 게임을 하다 서로를 마주한 채 테이블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었던 우리는 그 덕에 철저히 무리와 동떨어졌고, 그나마 시끄럽던 주변은 시팔이가 저 먼 테이블로 신입생을 끌고 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소주 한 병 원샷하라 해도 할테니까 나 좀 데리고 가줘여 병팔아…. 엄마를 잃은 어린애처럼 가만있지 못하고 엉덩이를 들썩이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선배.

… 느, 네?!

원래 그렇게 마르신 편이세요?




손목도 곧 부러질 것 같은데. 나지막히 끝말을 붙인 전정국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물잔을 손에 쥔다. '아, 어어! 그냥 조금…?' 전정국의 말은 나를 혼란에 빠트렸다. … 내가 아는 전정국이 아닌가? 아닌데. 근데 진짜 얼굴은 빼다 박았는데…? 진짜 전정국한테 숨겨진 쌍둥이 형제 있는 거 아니야?! 눈동자를 또르르 굴리며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 때쯤 물 한 잔을 단 번에 넘긴 전정국이 쾅하고 소리가 날 만큼 컵을 테이블에 던지듯 놓는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성장, 느낌, 18세 ① : 누가누가 무럭무럭 자랐을까 | 인스티즈


그럼 내가 여태껏 찾은 OOO는 어디 있을까요. 넌 아닐테고.


원래부터 마르시다니 다행이네요. 제가 다이어트 같은 걸 죽도록 싫어해서요. 방금 전정국의 말에서 함축되어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찾아내시오. (5점) 무심한듯 바라보는 전정국의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쟤, 지금 다 알고 하는 말 맞져? 근데 내가 알고있던 전정국이라 하기엔…. 분명히 내가 아는 전정국은 꼬박 꼬박 누나, 누나라고 불러가면서 애교 섞인 반말을 했던 아인데. 물론 존댓말도 온전한 존댓말은 아니지만 요를 써붙여가며 '너' 라고 칭하는 전정국 아니, 전정국이 아닐 수도 있다.




저, 전정국?

똑바로 말해요, OOO 선배. 나 지금 열 받을대로 받았으니까.

… 그, 느, 네?




나도 모르게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아까 전부터 그래왔었지만. 시선을 살짝 내려 발발 떨리는 내 손을 스윽 훑은 전정국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미 펜션 안의 분위기는 곤드레 만드레라 벌떡 일어난 전정국에게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솟아있는 전정국을 올려다 보자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쉰 전정국은 힘을 주어 내 팔을 잡고 일으켰다. … 나, 나 팔려 가는 거 아니에요?


일단 소원 하나, 따라 나와요.


손목을 붙잡힌 나는 전정국에게 질질 끌려나갔다. 펜션 앞의 마당은 한적했다. 성수기도 아니었을 뿐더러, 깜깜한 밤에 날씨가 쌀쌀했으니까. 마당 끄트머리에 있는 벤치까지 날 끌고 간 전정국은 팔짱을 끼더니 벽에 기댄 채로 나를 빤히 바라봤다. 막무가내로 끌려온 나는 영문도 모른채로 벙하니 허공을 쳐다볼 뿐이고. 물론, 전정국이 무서워서 허공을 쳐다보는 건 아니다. 어, 어색하니까….




나 누군지 알죠?

에, 예?! 모르는, 데요….

소원 둘, 지랄 금지.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 보자 전정국은 어깨를 으쓱인다. 미친 새끼…? 그 고운 입에서 술술 나오는 욕설은 나를 당황하게하고도 남았다. 전정국이 하는 말이라는 거에 첫 번째로 놀라고, 그래도 어떻게 보면 같은 과 선후밴데 험한 말을 하는 거에 두 번째로 놀라고, 세 번째는 그냥 놀라고.


한 번만 더 물어볼게요. 나, 누군지, 알지.


팔짱을 낀 팔을 풀고는 내 눈높이에 맞춰 허리를 살짝 숙이고는 얼굴을 들이민다. 어떡하지.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애처롭게 전정국의 뒤에서 곧게 자란 나무를 바라보다 결국 고개를 한 번 미세하게 끄덕였다. 전정국은 나를 죽일듯이 노려봤다. 옘병. 잘 있어라, 세상아.





[방탄소년단/전정국] 성장, 느낌, 18세 ① : 누가누가 무럭무럭 자랐을까 | 인스티즈


그렇구나. 거짓말, 했네요 선배?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노려보던 것도 잠시 전정국은 제가 원하던 대답이 나온듯 옅은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정국의 말에 내가 우물쭈물 답을 하려 하자 커다란 손이 나의 입을 턱 막았다. 소원 셋, 잠깐만 입 다물고 있으세요, 열 받으니까. 


합.


입술을 앙 다물고는 입 안으로 밀어넣은 채로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본부대로 합죠. 진짜로 화가 났는지 전정국은 내 입을 막은 손을 거두고는 등을 돌려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전정국의 한숨을 몇 번 듣고 있자니, 아니, 내가 뭐 못할짓 했수? 내가 그쪽이랑 절절한 애인사이였던 것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라고 보는데? 어?! 따지고 보니 딱히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었다. 근데 내가 왜 이렇게 쫄고 있냐고.




아니, 근데, 전정국. 저, 저기… 요.

….

그렇다고 해서 니가 나한테 이렇게 어? 하면은, 아, 안 되지!




나의 나지막한 외침에 천천히 뒤를 돌아 나를 본 전정국은 뒤이어지는 말에 허 하고 기가 차는 듯 눈썹을 삐죽 올리고 나를 쳐다본다. 내가 뭐 너한테 못할 짓 한 것도 아니고! 전정국의 그런 모습에 내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될대로 되라 이거야. 말마따나 내가 못할 짓 한 것도 아니고. 어찌 보면 대학 선후배 사인데.


내가 대학 온다고 얼…. 야…, 너 울어?


말 같지도 않은 일이 벌어졌다. 언성을 높이다 살짝 고개를 틀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전정국의 얼굴이 보였고, 전정국의 눈에선 곧 눈물이 흐를듯 울망울망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아니, 쟤 아까 나한테 욕한 애 맞아요? 당황스러운 마음에 한 발짝 전정국에게 다가갔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성장, 느낌, 18세 ① : 누가누가 무럭무럭 자랐을까 | 인스티즈


나만 힘들고, 나만 보고 싶었던 거지. 누나는 난 안중에도 없었고?




작게 내뱉어지는 목소리는 살짝 떨고 있었다. 곧 또르르 흘러내릴 듯한 눈물 고인 눈에 나는 우왕좌왕 주변을 두리번대다 전정국을 품에 안았다. 이, 이러면 옛날에는 눈물 그쳤는데…. 전정국은 저항 없이 내 품에 기대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얹혀왔다. 얼마나 큰건지 이제는 안아줄 수도 없었다. 빨랫줄에 빨래가 널려있는 듯 척하니 걸쳐질 뿐.


그게 아니라 저, 정국아…. 누나가 사정이 있어서. 응? 사정이 있어서!


… 그 사정이 뭔데. 내 어깨에 묻은 얼굴 탓에 전정국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이질감에 전정국을 금방 떼어내려고 몸을 움직여 팔을 뻗었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전정국의 훌쩍임에 얼른 거두었다. 무게감도 무게감이었고. 이 무거운 걸 어떻게 떼어내. 대신, 전정국의 등을 토닥였다.




그, 그게. 그러니까 막 내가 살을 빼서….

빼서.

대학 사람들한테는 내 과거를 안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딱히 말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주절주절 입이 마음대로 움직였다. 요망한 조동아리. 과거를 더 발산하기 전에 말 끝을 흐리는데, 내 품에 걸쳐져 있던 전정국이 한 번 헛기침을 하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 괘, 괜찮아 정국아? 무릎을 살짝 구부려 숙여진 전정국의 얼굴을 확인하려 얼굴을 기웃데는데,



업.

한 번만 더 앞에서 사라져 봐.

너, 너… 운 거 아니었어?!

그 땐 진짜 가만 안 있어.



옛날 소년 전정국처럼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을 거란 내 예상과 달리 전정국의 얼굴은 멀끔했다. 아까 그렁그렁 맺혔던 눈물도 어디 갔는지 말끔히 사라졌다. 와, 이거 진짜 미친놈 아니야?! 입을 턱 벌리고 흘러내린 제 머리를 쓸어넘기는 전정국을 멍하니 바라보자 그런 나를 발견한 전정국이 씩 웃더니 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오, 오지마.




[방탄소년단/전정국] 성장, 느낌, 18세 ① : 누가누가 무럭무럭 자랐을까 | 인스티즈


과거라고? 어디서 섣부른 판단이에요, 선배님.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알죠. 내가 네 과거일지, 아니면 미래일지.

… ㅇ, 야.

앞으로 잘- 부탁해요, 선배님. 아, 그리고 소원 두 개 남았어요. 딱 기다려, 너.











더보기


그렇게 텍파를 끝내자마자 참지 못하고 차기작을 들고 왔다고 합니다. 네, 그래요. (8ㅅ8)

그래도 유교과 14회를 마지막으로 따지면, 진짜 오랜만이에요 독자님들 ♡ 보, 보고 싶었습니다 헿.


결국 차기작의 주인공은 정국이가 되었네요! (윤기는 다음에 꼭...!)

오늘의 제목은 인기가요 팬미팅 떄 태형이의 말을 따온 헿.

성장, 느낌, 18세는 오늘의 1회와 같이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유아교육과 조련남 박지민은 줄여서 유교과라고 불렀는데 도당체 이 제목은 뭐라고 불러야 될까요…)

유교과와는 달리 쭈욱 이어지는 스토리 형식으로요. 장르는 로, 로맨틱 코미디…?


유교과보다 더 재밌는, 설레는, 좋은 글로 찾아뵙고 싶었는데 급한 마음에 서두르다보니 글이 이 모양 이 꼴이 ㅠㅠ

죄송합니다. (--)(__) 사실은 이제껏 준비해오던 글이 다 날아가서 새로운 글을 써 왔거든요 헣.

그래서 혹시나 독자님들의 반응을 보고 좋지 않으면 다른 글로 수정을 해 오도록 노력을 (ㅠㅠ)!

조,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일단은 이렇게 글을 한 번 싸지르고 싸!지!르!고! 가보도록 하겠슴미다.


혹시나 암호닉을 신청해주실 분들이 있다면, 정말 정말 너무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


+ 제가 글을 쓰고 수정하는 개인 카페에서 글을 복사해온 거라 문단 모양이 이상할 수도 있어요! 혹시 이상하시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바로 수정하도록 하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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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정꾸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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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ㅠㅠㅠㅠㅠㅠㅠ 대박이예요ㅠㅠㅠㅠㅠ 정국이 오빠미 대박이네요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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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오래전에 친구에게서 추천을 받았었던 작품인데 이 대작을 제가 왜 이제야 봤을까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나쁜...!!!!!! 제목만 보고 오....겁나 설렘설렘하고 러브러브하고 청량청량 한 전정국과 여주의 첫사랑 이야기 일줄 알아ㅛ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정국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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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31
정주행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국이역시ㅜ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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