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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e 전체글ll조회 1879


 

 

[오백] 놓아줘

 

by, A.Mare

 

 

 

 

 

외출에서 돌아왔더니 네가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언제 왔어?"

 

여상스럽게 묻자 너는 그 예쁜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부엌으로 가 물을 한 잔 마시고 거실로 돌아오니 아직 너는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있다.

 

"왜 왔어?"

 

다시 물었다. 역시나 답이 없다. 너의 옆에 앉아 TV를 꺼버렸다.

 

"우리 헤어졌잖아. 나 버리고 갔으면 됐지 왜 돌아왔어."

 

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너. 후, 한숨을 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으로 들어와 바지 밑단에 잔뜩 묻은 흙은 아랑곳하지 않고 침대로 올라가 누웠다. 살짝 열린 문 사이로 네가 따라 들어온다. 내가 누워있는 침대에 조용히 앉아 나를 내려다본다. 복잡한 눈빛이다. 애써 등을 돌리고 잠을 청했다.

 

이것은 꿈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고 있었다. 내 귓속을 파고드는 너의 청량한 웃음소리에 꿈임을 확신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미소 지은 지 오래 되었다. 예전처럼 너는 내 목을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속살거렸다. 나는 마른 너의 등허리를 쓰다듬으며 네가 좋아하는 잔잔한 노래를 불러주었다. 당연하던 것들인데 이상하게 낯설었다. 이 또한 당연했다. 우린 너무 오래 만났고, 지겨워졌고, 그래서 멀어졌고, 마지못해 끄트머리만 남긴 채로 우악스럽게 붙어있었다.

 

사랑이 일상이 되니까 무색해졌다. 우리 사이에 피었던 연분홍 장미는 빛을 잃고 잎이 졌다. 나와 함께 하는 너의 눈빛에서 지루함이 떠나갈 새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 때가 되니까 미미한 생기가 돌았다. 그리고 그 생기는 날이 갈수록 몸집을 더해갔다. 너는 어느 샌가 다시 밝은 백현이가 되어있었다. 발랄하고, 활기차고, 행복한 백현이. 사랑이 넘치는 눈이 되어 있는 백현이. 우리가 처음 만날 때처럼 내가 사랑하던 모습으로 돌아간 백현이. 다만 그 시선이 끝이 내가 아닐 뿐.

 

생각보다 일이 일찍 끝났다. 늦을 거라고 말해두었기에 나는 아마 네가 자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여전히 소중한 너이기에 네 잠을 깨울까봐 나는 최대한 조용히 도어락을 열고 현관문도 살살 닫았다. 무심코 지나치려던 거실에 TV가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 네가 또 여기서 잠들었나 싶어 다가간 소파에서 불쑥 몸을 일으킨 남자가 네 이름을 불렀다. 백현아, 라고. 그 후엔 내가 어떻게 했더라. 그 새끼와 몸을 얽고 있는 너에게 어떤 말을 했더라. 나의 말에 너의 얼굴이 일그러지자 네 위에 있던 그 새끼는 뭉뚱그려져 벽에 달라가서 붙었다. 내가 네 어깨를 잡고 흔드는데도 너의 눈은 차가웠다. 내 의심에 부정하지 않는 너의 응답을 듣자 목을 죄어오는 넥타이가 갑갑했다. 거칠게 끌러 내리고 단추 몇 개를 풀었다. 숨이 확 트였다. 그리고 눈이 뜨였다.

 

얼마나 잠을 잤는지 주변이 온통 어둑어둑해져있었다. 찝찝한 꿈을 꾼 듯 몸이 온통 축축해져 있는데 기억은 잘 나질 않는다. 시간을 확인하려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으니 9시가 넘어 있었다. 고된 일을 해서인지 찌뿌듯한 몸을 이리저리 뻗으며 일어나보니 내 발치에 여전히 그 자세로 앉아 있는 네가 느껴졌다.

 

"왜 아직 그러고 있어."

 

지친 얼굴로 나를 보는 너. 오히려 나를 원망하는 듯한 그 눈빛에 내가 더 지친다.

 

"백현아... 이제 제발 꺼져."

 

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부아가 치민다. 다 끝난 마당에 아직까지 나를 괴롭히는 저의가 뭔지. 이만하면 그만둘 때도 되지 않았을까. 너 때문에 힘든 건 나인데.

 

"넌 죽었잖아 씨발년아... 왜 죽어서까지 나한테 지랄이야. 개같은 년... 니가 먼저 날 버렸으면 됐지... 왜 죽어서까지 이래."

 

눈가를 손으로 덮고 도로 누우며 중얼거리자 네가 뭐라 말하려는 듯 하더니 내 위로 올라탄다. 소매 끝을 잡아당기는 애처로운 손길에 슬쩍 손을 내려 너를 보았다. 이제 보니 네 눈가가 발갛다.

 

"내가 널 죽여서 이래? 복수하려고? 하 씨발.. 미친년... 지랄도 갖가지로 부린다."

 

널 죽일 때 썼던 넥타이가 아직도 이 방바닥에 뒹굴고 있다. 잔뜩 옭아맸던 손의 감각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너를 묻느라 뻐근한 어깨와 등이,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할퀴어댔던 너의 손톱에 긁힌 팔이 아릿하다.

 

"존나 독한 년... 그래 씨발... 내가 같이 뒤져줄게. 혼자가기 억울해서 쇼하는 거면 같이 가준다고 씨발년아. 바람난 새끼한테 가서 같이 가자고 올라타야지 씨발 왜 죄도 없는 나한테 지랄이야."

 

너를 밀치고 일어나서 그 넥타이를 찾아 쥐었다. 너는 점점 묘한 얼굴이 되어간다.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있는데, 입은 웃고 있다.

 

"니가 어떻게 죽었더라? 내가 널 어떻게 죽였지? 목을 졸랐었나? 이걸로?"

 

 

왠지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너를 죽였듯이 나도 나의 목을 졸라 죽기로 결심했다. 너와 내 옷이 가득 들어있는 옷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활짝 열린 문 사이로 어설프게 서있는 너의 모습이 보인다. 먼저 나의 목을 단단히 매고 나머지 끝을 옷걸이에 잡아 묶는다. 스치듯 코에 닿은 넥타이에선 너의 죽음이 난다. 옷장 밖으로 발을 내어놓는다. 땅에 닿지 않는다. 죄어오는 괴로움에 조금 버둥치다가 나는 곧 편안해진다. 나는 안락해진다.

 

차라리 다행이다. 너를 따라 죽을 수 있어서. 내 미련의 끝을 너에게로 할 수 있어서. 너도 외롭지 않고 나도 외롭지 않을 수 있어서. 그나저나 내 숨이 끊기기 전. 마주쳤던 네 얼굴은 웃었던가, 울었던가.

 

 

 

 

 

-

 

 

오백 오랜 연인 사이 서로 권태기도 번갈아 왔었고 지겹다고 느낄만큼 오래 만났음 그렇지만 경수는 아직 헤어지기 싫어서 질질 거리는 상태고 백현이는 타이밍만 엿보다가 먼저 변백현이 바람핌ㅇㅇ바람폈음 안 핀 거 아냐 대놓고 핌 근데 됴됴가 안 거

첨엔 그래서? 어쩌라고? 이렇게 뻔뻔하게 나오던 변백현 됴 눈빛 확 변해서 달려드니까 다급하게 아니다 오해다 이런 말로 됴 달래도 이미 빡친 됴는 이 말을 듣지 않음

<슬픔이 나의 목을 조르기 전에> 요 가사는 백현이가 됴를 목졸라 죽였다는 걸 암시..

백현이 죽이고 암매장하고 돌아왔는데 백현이가 집에서 TV보고 앉아 있는 거

일단 부엌으로 가서 물 한 잔 마시고 왜 왔냐고 물어봐도 백현은 대답이 없음 죽었기 때문

<이미 지난 얘길 되돌릴 수 없잖아><너도 알고 있잖아> 이 부분을 통해 백현이 이미 죽었음을 됴가 계속 말하고 있음

백현이는 죽기 전에 경수한테 질렷으니까 놓아달라고 했고

경수는 죽은 백현이한테 자기 좀 놔달라고.. 하는.. 건데... 헿; 뭔말이야이게

+ 다른 곳에도 올린 글이에요; 다 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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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짱이다...............................bbbbbbbbbbbbbbbbbbb 분위기도 쩔고 문체도 쩔고 브금도 쩔고 와 작가님 짱이에여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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