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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옆 작은 꽃





1.


어두운 듯 하면서 밝은 이른 아침의 햇빛이 눈가를 간지럽혔다. 가볍게 눈을 찌푸리며 머리맡의 시계를 보니, 아직 7시도 채 되지 않았다. 3월 중순에 접어들었지만 추운 계절이라 그런지 해는 반 쯤 떠올라 있었다.

아직은 완전히 밝아지지 않아 조금 더 잠을 청하려는데 어깨부근에 무언가 느껴진다. 아, 진갈색 머리카락이다. 동그란 갈색 정수리와 그 아래로 둥근 콧대, 살짝 벌어진 입술, 그리고 하늘색 소매에 가려진 손.

다시 왼쪽을 보니 서서히 동이 트려는 건지 해무리가 어슴프레 껴있다. 옆에 잠들어있는 백현이와 아침. 어쩐지 콧잔등이 시큰해져 괜히 숨을 크게 쉬었다. 갑자기 올라가는 어깨에 놀라 깬 듯 감겨있던 눈이 어느새 마주하고 있다.

깼어? 하자 덜 트인 목소리로 응하고 작게 대답한다. 진짜로? 으응. 그럼 일어나자.


"조금만, 찬열아."

"……"

"조금만 있다가."


천천히 이불 속의 내 손을 찾아 맞걸어오는 백현을 보자 그저 웃음이 났다. 그래, 그러자. 진짜 조금만. 백현에겐 살짝 큰듯한 하늘색 잠옷이 손목에 닿아왔다.

우리가 만나고, 벌써 이런 아침이 몇년째이다. 당연하지만 하나하나 소중한 시간이라, 손을 좀더 꽉 쥐었다. 우리에겐 같이있는 모든 순간이 축복이니까.






결국, 언제나 그렇듯, 완전히 동이 트고 윗집의 아침 준비하는 소리가 들려올때 쯤 침대에서 일어났다. 백현이는 거실에 있는 화장실로 곧장 들어가면서도 마주보며 웃는것을 잊지 않았다.

열아, 오늘은 토스트 먹자. 하는 말과 함께 나는 찬장에서 식빵을 꺼내는 중이었다. 응, 안그래도 그러려고. 우리는 어느새, 사소한것 까지도 닮아버렸나 보다.

또 슬며시 웃음이 비져나오자 그저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실없이 웃는것 까지도, 닮아 버린거면 큰일인데.







2.


어찌보면 정말 우연일것이다. 처음 만났을때를 돌이켜보면 우린 정말 우연이라기엔 필연적이고, 필연이라기엔 우연적인 만남이었다. 인연이란게 있을까. 있다면 자신과 백현을 말하는 것이리라. 햇빛이 등허리께에 내려앉는, 6월 초.

점심시간 찬열은 한창 음료수 내기 트래핑에 빠져있었고 그저 발이 미끌려 잘못 날아간 공을 찾으러 그 곳에 갔었다. 나무그늘이 울창한 그 곳은 땡볕 아래 운동장보다 선선했고 바람이 가로질러 지나갔다.

커다란 묘목에 가려져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언뜻 언뜻 보이는 손목 같은 것이 예뻤다. 6월 초의 여름 바람은 싱그러웠고 마음을 간질이기에 충분했다. 흰 와이셔츠와 단정하게 매여진 타이를 보며 찬열은 어쩐지 조금 부끄러워졌다.

너풀너풀 풀어 해친 와이셔츠와 아무렇게나 구겨신은 실내화에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 찬열은 귀 끝이 발게졌더래다. 괜히 신발코로 흙을 쥐어 파며 바람 불면 흔들리는 먼 산 한 번 봤다가 바닥 한 번 봤다가 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묘목이 살짝씩 흔들려 사이로 백현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만, 조금만 더 불면…. 백현의 얼굴이 보고싶었다. 푸른색 책을 쥐고 있는 그 손가락의, 신발끈이 단정하게 묶인 운동화의 주인은 어떻게 생겼을까.

어느새 바람이 그쳐가고 있었다. 한번만 더 불면 볼 수 있을것 같은데. 발을 움직일 생각은 못하고, 찬열은 바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 저기.'

'응?'


느닷없이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랐다. 놀란 나머지 쓸데없이 큰 소리를 질러버려 살짝, 아니 꽤 많이 후회했다.


'안녕?'


아, 드디어. 말간 얼굴이 흔들리던 나무 사이로 불쑥 나왔다. 얼굴 뿐만 아니라 한참 작은 그 몸까지 모습을 비췄다. 백현은 아주 작았다. 처음 만났을때부터 찬열은 백현이 조그맣다고 생각했다. 자그만 얼굴에 눈,코,입 빼먹지 않고 오밀조밀 담겨있는 모습이. 그러니까, 예뻤다.

그리고 그 얼굴의 그 눈이 휘어져라 웃음 짓는 순간 찬열은 어렸을적 가지고 놀던 강아지풀이 생각났다. 가슴께를 강아지풀로 간지르는 느낌. 찬열은 어느샌가 따라서 웃어보이고 있었다. 여기 이거, 공 찾으러 왔어? 웃음기를 빼지 않고 물어오는 말에 역시 똑같이 화답해줬다.

맞아. 고마워. 이렇게 환하게 말해 본적이 얼마나 됐었더라, 하고 생각했다. 사내놈이 무슨 고마워, 미안해 타령이야. 를 입에 붙히고 사는 찬열 또래 남자아이들에겐 익숙치 못한 말이었지만,


'아냐. 발 앞에 있었거든.'

'그래도 고마워.'

'근데 지금 몇시지?'


어쩐지 백현에게만은 둑이 트인듯 자연스레 말 할수 있을것 같았다. 그랬다.

곧 종치겠네. 하는 백현의 말에 순간 깨어나 시계를 보니 5분도 채 남지 않아있었다. 나무가 많아서 그러나, 온통 초록색이라 그러나, 이곳은 시간이 가고 있는게 느껴지지 않는것 같았다. 어쩌면 이곳만 시간이 가지 않는 거라고.

5교시 수업 생물은 별관이니 서둘러 달려가야 했다. 먼저 갈게. 한마디를 던져놓고 달음박질 쳐 나오면서 생각했다. 이름.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었다. 사실 그때 이후로도 오랫동안 백현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어렴풋이 찾고싶어질때 그 곳에 가면 항상 백현이 있었기에.

그저 '뒷뜰 수돗가 옆에서 책 읽는 하얀 애'일 뿐이었지만 백현을 보며 쳐다도 보지 않던 책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만큼 빠르게 찬열의 마음을 채워나가는 아이였다. 찬열은, 백현이….




어느새 연두빛이던 바깥 풍경이 녹음이 우거졌고, 두 달째였다. 찬열이 그렇게 변한것은. 언제나 가자. 하며 우악스럽게 팔을 끌어당기는 종인과 세훈에, 장난스레 웃으며 공을 들어보이는 찬열이었다. 쉬는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실내화를 끌며 계단을 두어 칸씩 뛰어 올라가던 찬열이었다.

그런 찬열이 틈만 나면 책장을 넘기게 되자 종인과 세훈은 무척 의아해했었다. 마음이 싱숭생숭 한가보다, 몇 일 그러다 말겠거니 하던 찬열은 여름이 다 가도록 책을 놓지 않았다. 순전히 백현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었다. 단지 그 뿐이었다. 이것 저것 따져가며 행동하기엔 아직 어렸다.

계절마다 갖가지 색깔들로 변하는 뒷뜰은, 8월에 들어서자 노랗고 보란 물결이 넘실거렸다. 더워지면 더워질수록 그 물결이 커져 운동장까지 넘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는, 문득 생각했다. 아, 오늘은. 창 밖을 쳐다보며 턱을 괘고있던 손을 빼 실내화를 고쳐 신었다.

야, 어디가? 묻는 말이 닫힌 문틈으로 세어나왔다. 휘적이며 겅중겅중 계단을 뛰어넘으면서 찬열은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고 있었다. 1층이던 찬열의 교실에서 올라가기까지 힘든줄도 모르고 웃음이 계속해서 번져나갔다.


무작정 와버리긴 했지만 그저 멀뚱히 서있을 뿐이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찬열은 백현이 무슨 음료를 좋아하는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심지어 이름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다는 것을. 정말로, 어린 찬열은 아직 어렸었다.

백현이 저를 보며 웃어 줄때면 그 얼굴이 맑은 물같았다. 언젠가 사진 속에서 봤었던 지구 반대편의 투명한 바닷물. 500원짜리 동전을 손에서 굴리다 결심하고는 자판기에 집어 넣었다.



햇볓이 내리쬐는 날씨에도 어제보다 더 하얘졌나, 하고 생각했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손에 쥐어져있는 파란 페트병의 표면에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그래, 오늘은. 힘을 주어 쥔 병에서 주르륵, 하고 물방울이 타고 흘렀다.

여느때와 같이 인사를 건내는 백현에 조금은 손 힘을 풀었다. 저기. 오늘 날씨…. 하고 말을 꺼내려는 찰나,


'오늘 날씨 덥지?'

'어? 어.'

'더울텐데, 물 좀 마셔.'


내 쪽으로 쭉 뻗은 백현의 손 끝엔, 병이 있었다. 표면에 물방울이 맺혀있는 파란 페트병이. 내게 건내자 기어코 한 물방울이 흘렀다. 쉬는시간부터 걸려있던 웃음기였지만 그 물방울이 떨어지는 순간, 정말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뒤에 감춰놓았던 손을 보이자 백현또한, 항상 웃음기 어려있는 얼굴이지만, 웃었다.


'너 웃는거 보면, 물이 생각나.'

'너도 웃는게 그래.'

'……'

곧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다른 사람들과 말이 끊길때는 어색함에 몸을 비틀었지만 이상하게도 백현은 편안했다. 머리 위로 한껏 쏟아지는 햇빛에 옆 벤치에 살짝 걸터 앉았다. 그 낡은 벤치의 왼쪽 한켠, 그늘이 약간 서려있는 그 한 자리는 언제나 백현의 자리였다.

조금만 더 그늘 쪽으로 갈까. 하다 관뒀다. 머리 위에 있던 햇빛이 어느새 옆 쪽으로 가 백현을 비추고 있었다.


'이제 물어봐도 돼?'

'응, 뭘?'

'너 이름.'

'아….'


백현, 변백현이야. 6월 초, 처음 만났을 때 그 웃음. 눈이 휘어져 접히는 그 간지러운, 강아지풀 같은 웃음을 보였다. 분명 차가운 물병을 쥐고있었을 터이지만 손바닥이 불이라도 댄 듯 열이 올랐다.

그 때 우리 옆엔 연보랏빛 수레국화가 가벼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 이제 정말 찬열은, 백현이….

 
*
 
 
모르겠다...급하게 이끌려서 쓴거라서 다음편은 나올까요?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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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나왔으면 좋겠어요 엉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달달하고 아련하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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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감사합니다 ㅜㅜ ♥.♥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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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넘조아요ㅜㅜㅜㅜ달달하고ㅜㅜㅜㅜ아기자기하고ㅜㅜㅜㅠㅠㅠ순수해여ㅜㅠㅠㅠ담편기대기대!!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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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그걸 노렸는데 알아채주시다니 감사해요 순수하고 막그런거 쓰고싶어서 급하게 쓴건데 다음편이 나올지는 모르겠네요 ^__^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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