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마.”
“더러워.”
차갑다. 네 그 차갑고 날카로운 말에 결국 눈물이 흐른다. 난 네게 무엇이었을까. 너에게 달려가 급하게 입을 맞춰보지만 나를 밀어내는 너의 손길이 따갑기 그지없다. 한순간의 사랑과 욕망의 끝은 결국 이거였구나. 덩그러니 이 곳에 놓인 나는 네가 밟고 간 그 자리를 멍하니 바라본다. 내 가증스럽던 가면을 벗어 던지자 넌 표정을 바꿨다. 내 두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이미 너에게 없다. 죽음 앞에 발을 내딛는 나는 너에게 한심하고 더러움의 끝이다.
앉은 자리에 몸을 뉘인다. 설령 그 곳이 니가 떠나버려 횡량하고 쓸쓸함이 넘치는 곳이라 해도 상관 없다. 한참을 니가 희미하게 남기고 간 온기를 쓰다듬다 몸을 일으킨다. 너와 나만의 공간, 따뜻하던 이 곳은 무너지기 직전의 틀이다. 기둥이 썩고 불에 타 간신히 세워져 있는 곳이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밖에서의 니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협탁을 대충 손으로 쓸어 잡히는 얇은 촉감에 두 손을 꽉 쥔다. 이제, 끝을 봐야 할 지도 모르겠다.
손등에 무식히 박히는 느낌이 싫지 않다. 꼭 너와의 사랑같아서 비죽 웃음이 난다. 넌 알고 있을까, 다른 여자에게 매달려 내 흔적을 지우고 있겠지. 주사기를 빼 던졌다. 쏟아지는 몽롱함이 나를 옭아맨다. 침이 목울대를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생경하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너를 보러 간다. 달같은 너는 별같은 나의 빛을 지운다. 창문에 기대어 달을 보고 있자니 아래에 무수히 깔린 별같은 불빛이 나를 끌어내린다. 손 내밀면 닿을 듯 환영한다. 달과 가장 가까운 이 곳에서 더 멀어지는걸 선택하기란.
차가운 밤이다. 영롱한 빛을 띄는 달같은 너와는 달리 니 입에서 나오는 그 말처럼 차갑다. 시원하다 못해 나를 찔러오는 바람이 생소하다. 몸이 늘어지는 느낌과 꼭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시선, 이것이 나의 오늘밤인가. 세게 뉘여진 몸이 아스라이 보이는 발걸음들을 멈추게 했다. 아려오는 몸에 움츠려 들지만 왜일까, 그냥 이대로 눈을 감아 버리고 싶다. 눈두덩이에 돌을 얹어 놓은 듯, 잠이 쏟아진다. 이대로 이곳에서 잠들면 나를 찾아 오는 달같은 김종인은 무슨 말을 할까. 너는 나를 필히 안아 줄 것이다. 몽롱해지는 정신을 흐리게나마 잡고 멀리서 올 너를 기다린다. 내 이름을 부르면서 뛰어 올 너를. 도경수, 하고 그 입술에서 나올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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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