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시점)
치열했던 연습생 기간은 그 누구 보다 짧았단 '나'였다. 데뷔 후 그 누구 보다 상처 아닌 상처를 받았던 '나'였다. 멤버들과 함께 했던 지난 몇 년은 나를 존재 하게 했고, 숨 쉴 수 있게 했다. 행복했다. 나의 사생활이 온 처하에 퍼지기 전까지는. 나는 현재 지쳤버렸다.
박복 되는 일상, 숨 가쁜 스케줄, 쉴 틈 없는 연습, 데뷔 이후로부터 잃어버린 자유. 내가 사는 이유를 잃어버려 혼자서 힘겨운 고비를 넘기려 하고 있을 때 쯤. 베란다 쪽에서 백현의 목소리가 크게 귓가에 박혀왔다. "별똥별이다!"
" 별똥별이 떨어지기 전에 소원을 말하면 소원이 이뤄진데. "
" 초딩이냐? 그런걸 진짜 있다고 믿게? "
" 오! 떨어진다! 얼른 소원, 소원- "
찬열과 백현의 대화는 그리 두껍지 않은 벽 사이로 고스란히 내게 전달 되었다. 아, 오늘이었던가 유성의 축제라는 날리. 민 나시 차림에 침대에 쭉 뻗어 누어있는 루한형은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며,"경수- 진짜 별똥별에 소원빌면 이뤄져?" 묻는다. "아뇨, 미신이에요. 전 안믿어요."
모두가 잠든 밤. 잠이 오지 않는다. 대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오늘도 잠을 지세운다. 남자 13명이 사는 집 대문 앞에는 여고생들의 깔깔 거리는 웃음 소리, 높은 하이톤의 욕이 섞인 대화가 내 신경을 곤두게우게 하기 충분했다. 축 저진 몸을 일어켜 세웠다. 그리고 창 밖의 떨어지는 별똥별에게 소원을 빌었다. 난 믿지 않는다.
" 이 어둠에서 꺼내주세요. 평범한 제가 되게 해주세요. 아무 생각 없는 저 여고생들 처럼... "
=====
언제 잠에 빠져 들었는지 모르겠다. 평소보다 머리가 개운하다. 계속되던 수면 장애와, 내면 속 불안감들로 인한 편두통으로 아침에 쉽게 일어나기란 내게 쉬운일이 아니었다. 가만히 누워 있었다. 곧 수호형이 깨우러 들어오겠지. 오늘 스케줄이 뭐였더라. 행사, 팬사인회, 라디..오 였던가.
" 오징어! 아직도 안일어났니? 학교 안갈꺼야? "
" ... ... ...무..뭐야? "
이게 무슨 소리야. 오징어는 누구야? 또 학교라니? 눈이 벌떡 떠졌다. 허름하지만 나름 빈티지한 매력이 있는 벽지에 어울리지 않은 깔별 쫄쫄이 군단과 마주한 나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투박한 손과 적당히 어깨선에 도는 검을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다 "악!!!" 하고 길게 소리를 질렀다. 말도 안돼. 방금 높은 톤의 목소리가 내가 낸 소리란거야? 팀에서 저음을 맡고 있는 내가?
" 징어야 무슨일 있니? "
" 아..아..뇨 그게 아니라.. "
" 애는 싱겁긴.. 늦장 부리단 학교 지각하겠다. 얼른 씻고 나오렴- "
날 강제로 잡아 당겨 침대를 벗어나게 했다. 민망함에 이불을 꼭 잡고 몸을 감싸자 엄마로 추정되는 여자가 단번에 획 빼앗아 버리고는 날 화장실로 밀어넣는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내가 이니다. 이건 도경수가 아니라고. 아직 꿈을 꾸고 있는건가. 두 볼을 꼬집었다. 변하는건 없었다. 찌릿 거리는 고통에 눈물이 찔끔 날뿐.
" 아직도 멀었니?!! "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또, 여러번 듣기 조금 거북스러운 하이톤 목소리의 엄마분은 날 재촉했다. 22년 평생 남자로 살던 내가 한 순간의 여자의 몸이 되었는데 뭐 부터 해야할지 내가 알까. 부스스하게 지어진 까치집을 어찌할지 몰라 대충 물로 뭍혀 누르고, 눈곱만 살짝 떼고 입을 대충 휑궈내고 나왔다.
" 애가 오늘 따라 왜이렇게 행동이 느려? 교복 다려뒀으니 갈아입고 나오렴. 또 아침 못 먹고 등교하겠네.. "
핑크색 앞치마에 손에 묻은 물기를 대충 닦아내며, 나를 또 한번 재촉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라니. 치렁치렁한 교복 치마와, 세일러문을 영상케 하는 교복 윗도리를 받아들고 등 떠밀려 방으로 들어왔다. 지금 날더러 이걸로 갈아입으란 말이지. 살짝 잠옷을 겉어 올려 보았다. 다행히도 하얀 끈 나시를 입고있다. 난 두 눈을 꼭 감았다.
난생 처음 입어보는 여자 교복 치고는 나름 만족스럽게 입었다. 챙상 위에 널부러져 있는 책가방을 매고 나니 영락없는 여고생이다. "어? 이건 우리 앨범이잖아." 다시 들어도 적응 안돼는 목소리다. 되도록이면 말을 삼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나와 영혼이 바뀐거라면 지금 이 오징어는 내 몸에 있다는건가? 그리고 난 뒤늦게 깨달았다. 백현이 말이 맞았구나. 별똥별은 정말 소원을 들어주었다.
" 오징어 안나오니? "
" 나..나가요!!! "
제자리에 꼽는다는걸 잊고 앨범을 책상 위에 던지다시피 올려두고 서둘러 방문을 열고 나왔다. 고소한 된장 찌개 냄새가 난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집된장 냄새다. 된장찌개에 간을 보던 엄마가 국자를 내려두고 내게 오더니 가슴에 손을 올린다. 뭐야!!
" 얘! 아무리 급하다지만 브래지어도 안차고 학교갈려고? "
란다. 헐? "네?아..까..깜빡했네요.." 대충 얼버부리며 말하자 "칠칠치 못해서야-" 라며 한마디 더 남기며 나를 다시 한번 방으로 집어 넣으준다. 방 안을 둘러보았다. 속옷이 있을만한 곳이..어디있으려나? 바로 보이는 옷장을 열어보았다. 여고생들이 입는 평범한 옷들이 정갈하게 정돈 되어있다. 아무래도 여긴 없다. 맨 밑 서랍을 열었다. 있다. 브..브래지어가. 제일 위에 있는 노란색 체크 속옷을 엄자와 검지로만 이용해 들어올렸다. 가슴 속 부터 민망함이 밀려온다.
" 팔을 끼고..후크를... "
단정히 입었던 옷을 벗었다. 흰 끈 나시도 벗었다. 난 두 눈을 꼭 감았다. 손 감각으로만 이용해 팔을 집어 넣었고, 팔을 뒤로해 후크를 체우려고 했다. 안됀다. 아오, 될듯말듯. 몇분을 그렇게 허둥대고 있을까, 눈을 뜨지 못한 갑갑함과 민망함 그리고 엄마의 재촉에 이마에 땀이 송글 맺혔다. 왜이렇게 안돼는거야! 어? 됐다. 위에 후크와 아래 후크의 위치가 제대로 맞춰지진 않았지만, 뭐 나름 고정됐으니까. 서둘러 교복을 입었다.
" 다녀오겠습니다! "
눈에 보이는 아무 운동화나 신고 서둘러 나와버렸다. 국자를들고 마중 나오려던 엄마를 뒤로 하고 그냥 뛰었다. 길도 모른채. 덥다.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햇빛이 쨍쨍하다. 덥다. 등에 땀이 주르륵 흐른다. 이마에 땀이 앞머리를 적신다. "아, 더럽게 불편하네.." 여자의 고통을 알았다. 너무 답답하다. 압박 붕대로 칭칭 감아둔 느낌이다. 한참을 걸었다. 걷고, 걷고, 걷고. 동네 자그마한 마트가 보일즈음 나와 같은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나를 지나쳐 간다. 따라가야지.
(오징어 시점)
늑대와 미녀의 노래가 시작되고, 긴장감 속에 게임은 진행되었다. 신동 선배님은 초시계를 들며 우리를 향해 함박 웃음을 보이셨다. 마이크가 꺼진 상태라 청취자에게는 전달되지는 않았겠지만, 긴장하는 우리 다섯에게 "청취자들이 원하는게 뭔지 알지?하하하핳" 하아..알고말고요. 저도 원하고 있는걸요..
" 자, 시작합니다. 다들 손 뒤로 잡으시고요. 수호씨도 손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
허작가의 말과 함께 초시계는 눌러졌다. 수호가 빨간색 종이를 길게 흡입을해 종인데게 넘긴다. 다리를 살짝 구부려 넘겨 받은 종인이 내게 다가온다. 하악..떨려.. 닿았다. 종이가 가로 막고 있지만 따뜻하다. 나도 모르게 뒤로 잡고 있던 손을 풀고 종인의 허리를 잡아버렸다. 종인은 고개를 살짝 돌려 내 입으로 전달해준다. 이 축축한 침은 바로 수호의 것. 간.접.키.스!
나는 서둘러 종인의 허리에서 손을 풀고, 등을 돌렸다. 입을 벌리며 기다리고 있는 백현의 모습에 심장이 털썩..살짝 고민했다. 그냥 이 종이를 떨치고 돌진할까. 아니야 일단 미션은 성공 해야하니까. 까치발을 들어 백현에게 넘겼다. 불안정하지만 흡입을 했다기보다 입술로 살짝 물어 루한에게 넘긴다. 나는 다음 종이를 받을 준비를 하려 종인 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오, 마이 갓!
" 으아아아악!!! "
" 흐허허어엇!!!!!! "
" 왔구나!!!! "
닿았다. 제대로 닿았다. 종이를 입에 물고 나를 기다리던 종인과 내 입술이 닿았다. 기다리다 힘이 빠진 종인은 종이를 힘 없이 바닥으로 떨궜고, 입을 열고 있던 우리 둘의 입술은 제대로 딥키스 자세로 닿았다. 구경하던 멤버들과 게임 중이던 멤버들이 소리를 질러댄다. 종인의 얼굴이 빨게 졌다. 나도 지금 그렇겠지. 안봐도 비디오다. 나 오른속으로 입술을 막고 고개를 푹 숙였다.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신동형과 작가님이었다.
" 자!!1분 끝!!총 몇장인가요!! "
" 한장, 두장, 세장,네장, 다섯장, 여섯장... "
" 안타깝게도 미션 실패입니다!!! 네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안타깝네요. 그래도 여러분 저희가 건져냈습니다. 디오씨랑 카이씨가 입을...그렇습니다. 못보신 분들은 저희 심심타파 동영상을 편집해서 올려 둘테니 여러번 몇천번!!돌려보세요! "
한장한장 소리내서 세던 종대가 아쉬운든 마지막 말끝을 흐린다. 한껏 흥분한 신동 선배의 모습에 멤버들은 따라 웃으며 리액션 하기 바쁘다. 그런데 왜 종인을 제 옆에 두셨나요. 종인이 부끄러운듯 웃으며 책상을 탕탕 치며 웃는다. 난 고개를 푹 숙였다가 고개를 올렸다. "카이씨, 디오의 입술을 한마디로하면?"
"...새콤한 딸기맛? "
"우오오오오오!! "
" 푸하하핫 "
" 으컁컁컁!! "
얘..얘가 왜이러니..이 사람 부끄럽게..자꾸 생각난다. 종인의 입술이. 촉촉했던 립밤의 감촉이 아직까지 느껴진다. "디오씨, 카이씨의 입술을 한마디로 표현해주세요~ " 내게도 묻는다. 그럼 나는
" 달콤했던 첫키스? "
난리났다. 난리났어. 건너편 찬열이 탁자를 탕탕 치니 이 쪽 테이블까지 진동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멤버들 모두 상기되 표정이다. 신동 선배님의 능숙한 말솜시로 한껏 업된 분위기로 본격적인 라디오는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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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습니다~ 됴르방이에요^^
저번에 낚시 글 올렸다가 심장 덜컹 하신 분들 한둘이 아니었죠?
죄송해요. 놀려보고 싶었어요. 나름 계획 성공인듭?
제가 일찍 오려고 했는데 이눔의 콤퓨타가 말썽이라. 제가 고치고 고쳐서 드디어 왔습니다!
기다리느라 목이 빠지셨죠?니냐뇨니냐뇨
많은 여러분들이 경수의 시점을 궁금해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한번 생각해본 상황을 올려보았어요.
그래서 오늘 징어의 분량이 조금 적다능...이해해쥬십사와리와용-
제가 길게 가져온다해놓고 오늘 분량에 불만 많은신분들 있을거에요..
면목없습니다...
다음화도 알차고 많이많이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 주신 많은 분들 사랑해여~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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