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분명 달달한 카디를 쓰고 싶었는데ㅠ.ㅠ.... |
[카디] boy
W.도마뱀
"자. 내가 필기해둘게" "치ㅡ 글씨도 못 쓰면서. 악필 김종인" 그렇게 말하면서도 경수는 귓가에 울리는 잔잔한 멜로디의 음악 때문인지 종인의 낮은 음성 때문인지 자신의 등을 토닥이는 종인의 손의 온기를 느끼며 서서히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잠깐만 잘거라며 자기 전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오물거리던 경수는 점심시간이 지난 후 시작된 근현대사 시간부터 두시간이나 지난 체육 시간까지도 자고 있었다. 좋아하는 체육 시간까지 늦어가며 종인은 자고 있는 경수를 쳐다보았다. 저렇게 자면 목 아픈데… 곧 자신의 마이와 체육복으로 대충 베개의 형태를 갖춘 것을 만들어낸 종인이 경수의 머리를 살짝 들어 머리 밑으로 집어넣어주었다. 경수의 동그란 머리통이 느껴져 손을 쉽사리 뗄 수 없었던 종인이 경수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눈썹만 보면 남자다운 것 같은데 전혀 아니라고 전에 한 번 경수에게 했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검고 짙은 눈썹과 대비되는 하얀 얼굴에 애기같이 보드라운 피부는 전ㅡ혀 남자답지 않았다. 종인이 몇 번 경수의 볼을 쓸었다.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까지도 젖살이 있지. 신기해하면서도 경수의 젖살이 빠지질 않길 기도하는 종인이었다. 곤히 자는 경수를 보고 있자니 졸음이 몰려오는 종인이 머리를 두어번 흔들며 의자 끄는 소리도 들리지 않도록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아…체육시간 전 쉬는시간 체육복을 갈아입는답시고 시끄러워질뻔한 반 애들한테 종인이 나가서 갈아입으라고 한 것은 경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일이었다.
체육 시간이 끝나고 소란스러운 교실 분위기에 뒤척이며 오랜 시간 동안의 수면 때문인지 한 쪽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경수가 바로 앞에 있는 종인과 눈이 마주쳤어. 어?체육도 끝났어? 제법 체육을 좋아하는, 아니 좋아만 하는 경수가 아쉬운듯이 종인에게 묻자 종인이 넌 체육하지 말라니까? 하며 짖궃은 표정으로 경수를 쳐다보았다. 평소에도 눈이 건조한 편인 경수가 눈의 초점이 잘 안 맞는지 손으로 눈을 비비자 종인이 경수의 손을 끌어내려 주머니에서 인공눈물을 꺼냈다. "손으로 눈 비비지마. 눈도 이따만해서 너는 균들이 옳구나하고 들어갈 눈 크기다." 경수의 눈을 따라하려는듯 눈을 크게 뜨고 말하는 종인을 쳐다보며 경수가 자신의 얼굴을 두드리며 웃었다. 으헤ㅡ안 그러거든. 입술을 하트모양으로 만들며 웃는 경수의 앞에 종인이 일어나 더 가까이 다가갔다. 흠칫하고 놀라는 경수를 보며 웃은 종인이 인공눈물.넣어준다고. 하며 경수에게 고개를 위로 올리라는 식의 제스쳐를 취했다. 뭔가 부끄러워진 경수가 혼자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사실은 인공눈물을 혼자 잘 넣지 못해서 예전에 얼굴 전체를 인공눈물액 범벅으로 만든 경험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내고는 종인이 시키는대로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드니 종인의 모습이 보였다. 확실히 종인은 많이 남자다운 느낌이 들었다. 친구 관계인 부모님 덕분에 어릴 때부터 종인과 경수 역시 친구가 되었는데 그 때 처음 본 종인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애기였을때도 까맣긴 했지만 동생이 있는 게 소원이었던 경수가 종인에게 사탕도 주고 장난감도 주는 모습을 보며 모든 어른들이 종인에게 경수 동생을 하라고 했을 정도였는데 지금의 모습을 보면 그런 말들을 했던 어른들도 종인이가 많이 남자다워졌네. 경수야 어떻게 하냐. 경수 동생 못하겠는데? 하며 웃으갯소리로 말하곤 했다. 경수가 이런저런 생각하는 사이 종인이 경수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예쁘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조금 놀란 종인은 전혀 듣지도 못할정도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경수를 보고는 웃으며 눈을 벌려 인공눈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주었다. "으앗. 차가워" 몇 번 눈을 깜빡이는 경수의 눈은 생각보다 많은 인공눈물이 들어갔는지 운 것 처럼 속눈썹에 물방울이 매달려 있었다.
"종인아" "왜?" "뭘 먹고 이렇게 컸어?" 진심으로 진지하게 물어오는 경수의 표정을 마주한 종인이 푸핫ㅡ하고 호탕하게 웃으며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런 종인의 모습이 맘에 들지 않는지 경수가 종인의 손을 치워내고 억울한지 입을 3자 모양을 만들어 우물거렸다. 아니…분명히 너가 동생 같았는데… 뒷말을 차마 잇지 못하는 경수의 모습에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진 종인이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밥 먹으러 가자." 그러고보니 벌써 저녁 시간인지 반에 애들이 한 명도 없었다. 그제서야 허기가 느껴지는지 경수가 밥밥밥!하고 이상하지만 경쾌한 멜로디에 이상한 가사를 흥얼거리며 종인과 함께 급식실로 향했다. 우와! 크게 환호를 하는 경수의 표정을 몰래 따라하던 종인이 경수가 쳐다보자 금새 표정을 원상복귀 시키고 왜? 뻔뻔하게 물었다. "오늘…… 오늘! 오늘 옥수수콘 샐러드가 나와!" 급식 식단표를 보고 감탄했던 경수가 귀여워 입꼬리가 귀에서 내려올줄 모르는 종인이 경수의 볼을 양쪽으로 꼬집어 늘렸다. "으구. 우리 됴~ 옥수수콘 샐러드가 맛있쩌요?" "왜? 너 먹어." "됴~많이 먹어." "너는?" "엉아는 됴 먹는것만 봐도 배불러" 오늘따라 능글거리는 종인을 보며 팔에 오도도 소름이 돋은 경수가 그래도…하고 말꼬리를 늘리면서도 이내 종인이 준 옥수수콘 샐러드까지 다 먹어치우고 급식판을 정리한 뒤 급식실에서 나왔다. 으…추워. 한참 겨울이 시작되는 추운 날씨에 추위를 많이 타는 경수가 마이 속으로 손을 더 집어넣으며 앓는 소리를 냈다. "도경수. 이것 좀 가지고 있어봐." 종인이 입고 있던 패딩을 벗어 경수의 손에 들려놓았다. 야 이거 왜 이렇게 무거워. 주머니에 돌 넣고 다녀? 이상한듯 경수의 물음에 종인이 궁금하면 주머니를 뒤져보세요.하고 대답했다. 종인의 주머니에서는 빙그레 웃는 딸기맛우유가 있었다. 딸기맛 우유를 종인의 패딩 주머니에서 꺼낸 경수가 그 자리에 멈춰서서 종인을 올려다 보았다. "종인아…" "응?"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평소에 밥을 먹은 뒤에 항상 딸기우유를 마시는 경수를 모를리 없는 종인이 매번 밥 먹은 후에 항상 해주는 것이지만 경수는 매번 처음인 것 처럼 감동 받았다. 우유 껍질을 그냥 까려던 경수를 보고 종인이 야야야 하며 급하게 저지한뒤 주머니 깊숙한 곳에 교묘하게 끼어있는 작은 빨대를 꺼내 껍질을 벗겨 뚜껑 위에 콕 박아주었다. "빨대 꽂아서 마셔." "으잉. 넌 항상 빨대 꽂아서 마시라고 하더라?" "추워. 그거 입어" "이거?" 한 손에는 딸기우유를, 한 손에는 종인이의 패딩을 들고있던 경수가 패딩을 들고있던 손을 흔듬과 동시의 종인의 옷차림을 보았다. 자신과 다를 것 없는 교복 차림이었다. "됐어. 너 입어. 너보단 내가 지방이 많아서 덜 추울거야" 코 끝이 빨개져서 없는 코를 들이마쉬는 소리를 내는 경수를 쳐다보며 종인이 진짜? 진짜 그럼 나 입는다? 하며 패딩을 다시 가져다 입었다. 에이씨. 한국 사람이면 세 번은 물어봐야 되는거 아냐. 잠시 후회하던 경수가 이내 생각을 접고 종인의 뒤를 종종 따라갔다. 교실까지 올라가는데도 꽤 먼 교실 탓에 시간이 걸려 그 사이에 차가운 우유를 들고 있던 손이 시려운지 이 손 저 손으로 바꿔가며 먹는 경수를 보다가 종인이 우유를 들었다. "어? 뭐야. 설마 줬다 뺏기?" "날 뭘로 보고. 마셔. 들어줄게" 이번에는 거절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한 경수가 종인의 손에 들려있는 우유를 받아 먹었다. 자꾸만 움직이는 탓에 빨대 물기에 몇번이고 실패하는 경수를 보며 종인이 한 손으로 경수의 어깨를 잡아당겨 품에 안듯이 했다. 이렇게 하고 먹어. 한결 편해진 자세에 경수는 교실에 올라가기 전까지 우유를 다 마시고 따뜻한 교실로 들어왔다. 차가운 날씨에 차가운 우유를 먹어서 그런가 콧물도 생기는 것 같고 머리도 띵한 경수가 야자까지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 자리로 가 앉았다. 경수가 먼저 앞으로 걸어가는 동그란 뒷통수를 바라보다가 종인이 성큼성큼 뒤를 따라 경수의 머리 위로 큰 손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경수의 머리카락을 새기라도 하듯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손에 잡히는 부드러운 경수의 머리카락의 느낌이 좋았다. 꽤 오래전부터의 버릇이어서 그런지 종인도 경수도 낯설어하지 않았다.
야자실에서 꾸벅꾸벅 조는 경수의 모습을 정신없이 지켜보던 종인이 자신의 얼굴이 때리며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경수를 따라 복도로 나왔다. 종인아. 나 코 막혀. 경수의 코 끝이 빨개져 있는 것도 같았다. 인중하고 이어져있는 입술도 빨간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종인이 두 손으로 경수의 얼굴을 감싸며 눈높이를 맞추어 쳐다봤다. 손에 만져지는 경수의 볼이 제법 뜨거운 것 같아 경수의 정갈한 앞머리 위로 손을 올려 이마를 만져보니 살짝 열이 있는 것 같았다. 정말로 아픈지 살짝 눈꼬리가 쳐진 경수를 보며 종인이 더 속상한 표정을 지으며 집에 가자. 했다.
경수와 함께 들어오는 경수의 집은 낯설지 않았다. 출장을 가셨다더니 정말로 집에 계시지 않는 부모님에 경수가 방으로 들어가 교복도 갈아입지 않은채로 누웠다. "경수야. 옷 갈아입고 자자" 누군가가 널 두들겨 패면 내가 가만히 안 있지. 아 이게 아니지 혼자 이상한 쪽에 중점을 두고 생각하던 종인이 경수의 마이를 벗기고 와이셔츠도 벗기기 시작했다. 힘이 없는지 가만히 있는 경수의 몸은 생각보다 열이 많은지 뜨거웠다. "바보야. 그러니까 아까 내가 내꺼 입으라고 했잖아. 집에 옷 둬서 어디 입고다니냐? 학교에 좀 입고 오라고" 괜히 속상해져 소리를 친 종인의 모습에 풀죽은 경수가 침대에 걸터앉아 간신히 와이셔츠 단추를 풀어내고 교복 바지도 벗어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자신이 잘못한건 없는데 종인이 엄청나게 속상한 목소리로 말하니 미안해지는 경수였다. 미안해…. 경수의 사과의 말에 더 속상해진 종인이 경수를 눕혔다. "일단 자자. 지금 시간이 늦어서 병원은 내일 아침에 가야될 것 같아." "응." 워낙 머리만 대면 어느곳에서도 잘 자는 성격의 경수임에도 불편하고 몸살인지 온 몸 이곳저곳이 아파 뒤척이는 모습을 보니 여간 속상하지 않은 종인이 경수의 옆에 누워 등을 토닥여주었다. 아까 학교에서처럼 종인의 온기를 느끼며 금새 잠든 경수를 보고 종인이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왔다. 열에 빨개진 얼굴이어도 예뻤다. 경수야. 나 뭐 먹고 이렇게 컸냐고? 넌 뭘 먹고 그렇게 이뻐.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종인이 내일 아침에 병원에 가자는 말이 무색하게 나와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에 딸려있는 곳에 가서 약을 조제 받아왔다. 열이 좀 있구요. 콧물도 나고 온 몸 이곳저곳이 아프다며 경수의 증상을 설명해 대충 약 몇개를 받아온 종인이 경수의 집으로 와 흰죽을 끓이기 시작했다. 한 번 아프면 고되게 아픈 스타일이라는 걸 아는 종인은 속상하면서도 최대한 빨리 낫길 바라며 죽을 끓였다.
"경수야." 꿈결에서 자신을 부르는듯한 목소리에 깬 경수가 어디서 구했는지 사왔는지 체온계로 자신의 체온을 재며 경악하는 종인을 보며 웃었다. 응? 집에 안 갔네. 근데 내가 지금 왜 이걸 기뻐하는거지 이상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집에 안가고 자신의 옆에 있는 종인이 고마웠다. "너 지금 열이 39도다. 일단 해열제라도 먹고 자자. 아까 저녁은 먹었으니까. " "지금 몇 신데?" 열에 목소리까지 갈라진 경수가 종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몰라. 너 오늘 학교 가지마. 내가 담임한테 말해둘게. 병원가서 진단받고 진단서 끊어오자" 경수가 나름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음에도 엄청나게 속상한듯 해열제와 감기약을 먹인 뒤 다시 편하게 자리를 잡아준 종인이 입이 나온 채로 경수의 앞머리를 정리해주었다. 왜 아프고 그래. 어딘가 애닳는 종인의 말에 경수는 왠지 안심했다. 종인이 자신을 걱정해준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고맙게 느껴졌다. 열에 취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약 기운에 몽롱하게만 자고 일어난 경수가 아침에 깨니 옆에 없는 종인에 왠지 씁쓸함을 느꼈다. 몸은 새벽에 앓던 느낌보다는 많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향하니 저의 집에서 가장 작은 냄비가 가스레인지에 올려져 있고 그 옆에는 경수의 책상 위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었다. 멀리서 봐도 누군지 알 것 같은 글씨와 느낌이었다.
'나 없다고 울지 말고. 점심 시간 까지만 있다가 올꺼니까. 이거 죽이니까 물 조금 더 부어서 끓여서 따뜻하게 먹고 식탁 위에 있는 약 꼭 챙겨먹을 것. 안 그러면 강제 딸기우유 금주(?) 시켜버릴거임 -잘생긴종인-'
매일 악필이라고 놀리던 글씨지만 그렇게도 반가울수가 없는 경수가 베시시 웃고는 죽을 끓이기 시작했다. 요리는 물론 경수가 더 잘하긴 했지만 종인도 경수와 거의 살다시피 붙어다니기 때문에 어깨 너머로 배운 솜씨가 꽤 좋았다. 자기 같이 잘생긴 남자는 요리까지 잘하면 너같은 애는 어떻게 사냐며 경수를 놀려대는 종인을 보며 혀를 찼지만 사실이었다. 경수는 종인이 만들어준 죽을 국 그릇에 조금 떠와 자신의 옆에 보이는 쪽에 포스트잇을 보며 헤실헤실 웃으며 죽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순간 헙ㅡ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고되게 감기를 앓은 경수가 학교로 돌아갔을 땐 학교는 수능이 끝난 고3의 모습과 어울리게 개판이었다. 수능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공부에 미친 학교라고 소문날 정도의 이상한 경수와 종인의 학교는 수능 후 보름까지는 야자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마침 경수가 아프기 시작한 날이 열흘 째 되는 날이었고 아픈 것을 핑계삼아 경수는 학교를 나가지 않았고, 평소 자신들이 소꿉친구인 것을 아는 담임이 흔쾌히 종인까지 일찍 가는것을 허락해서 둘은 자연스럽게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었다. 왠지 경수는 그 죽을 먹으며 혼자 이상하게 웃는 것을 깨달은 날 이후로 종인이 버릇처럼 자연스럽게 쓰다듬는 손에도 흠칫. 잘 때 등을 토닥여주는 것에도 흠칫. 볼에 손을 가져다 대는 것에도 흠칫. 놀라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왠지 종인의 옆에 서 있으면 발 끝이 간지러우면서도 몸이 굳는 느낌이었다. 경수는 종인에게 티를 내지 않는다고 했으나 큰 눈이 더 커지고 대놓고 몸을 흠칫하는 경수에 모를 리 없는 종인은 기분이 나쁘기 보다는 그런 경수가 귀여워 뽀뽀라도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아니 왜 그렇게 귀엽게 놀라냐고. 차마 아직 경수에게는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감정들에 대한 것에 확신이 서기 시작했다.경수와 달리 종인은 하루하루 행복지수가 대기권을 뚫고 날라갈 지경이었다. 하느님. 이런 귀여운 생물체를 저에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 경수네 엄마랑 친구해줘서 고마워. 아빠. 나 까맣게 낳아줬다고 원망 안 할게. 내가 경수보다 남자다운 외모와 체격이어서 고마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종인은 기쁜 마음을 애써 감추며 평소와 같이 계속하여 경수와 함께 다녔다.
이제는 경수가 볼도 빨개지고 얼굴도 빨개지고 귀도 빨개졌다. 아…귀는 물론 종인이 계속 조물락대서 빨개진 적이 더 많다.
특별한 날도 아니었다. 경수가 싫어하는 지독히도 추운 날 종인이 경수를 집 앞으로 불러내었다.
"이 시간에 뭔 난리야. 우리 집으로 들어오지." 말은 예전처럼 하면서도 어딘가 자꾸만 간질간질 어색한 경수는 생긴지 얼마 안 된 버릇인 목 만지는 행동을 계속 했다. 그런 경수가 귀여운듯 녹여버릴 눈빛으로 쳐다보던 종인이 경수에게 운을 떼기 시작했다.
"도경수" "왜" "사랑해"
어둠 속에서도 엄청 놀라 커졌을 경수의 눈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이젠 자동적으로 그려지는 모습에도 귀여우니. 중증이 아닌가 싶었다. "너의 대답은 필요없어" 어차피 너가 싫다고해도 보쌈해갈거거든. 그리고 싫지도 않잖아. 뒷말은 속으로 삼킨 종인이가 대답은 필요없다면서도 계속해서 경수를 쳐다보고 서 있었다.
"종인아… 며칠 전부터 니가 머리를 만져도 등을 토닥여도 막 여기가 간질간질거렸어." 가슴께 부근을 자신의 손으로 콕 찍으며 말하는 경수의 모습에 종인은 손까지 쥐었다 피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진짜 너무 귀여웠다.
"그래서 내가 이상한건가 했거든. 니가 매일 주는 딸기우유를 마셔도 여기가 자꾸 간질간질하는거야." 부끄러운지 소리를 줄여나가며 얘기하면서도 또박또박 초등학생들이 발표하듯 또박또박하게 말하는 경수의 모습에 종인의 입은 이미 귀에 걸려있었다.
"너도 그래?" 의문형의 형태로 물어오는 경수의 종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며칠 전이 아니고 몇 년 전부터 그런 현상이 있었는데, 아침에 부은 얼굴로 학교를 가려고 잠에서 덜 깨서 나오는 너의 모습도, 수업 시간에 필기하는 너의 손도, 동글동글한 너의 머리통도 눈도 코도 입도 다 너무 이뻐. 그래서 간질거려 너랑 똑같은 곳이. " "...." "그래서." ".." "그래서 사랑한다고"
소년과 남자의 경계의 아슬아슬히 걸쳐져 있던 소년이 제 감정만큼은 남자답고 솔직하게 드러내었다. 이게 내 마음이야.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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